--------------------- [원본 메세지] ---------------------
"아버지, 그런데 오늘 새벽에 떠내려온 사람 괜찮데요?"
"그렇단다. 그나저나 너 내가 팔려고 만든 물건 손대지 말랬지! 아버지가 좀 여유가 생기면 튼튼한 갑옷을 만들어 준다고 했잖냐?"
"죄송해요."
"미안하다. 이 아비가 나라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자식한테 잘 못해주고 말이다."
"아버지……."
두 부자가 그렇게 침울해진 이유는 제국 때문이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중앙 집권제를 진행하고 귀족들의 횡포 없이 세금도 잘 들어오고 국민들의 애국심도 높았던 매서린 왕국이 멸망한 이유는 제국의 황태자의 비열한 욕심 때문이었다.
황태자는 메서린 왕국의 공주를 자신의 첩으로 맞이할 생각이었다. 대대로 메슈아 제국의 황제들은 여자에는 무진장 약하며 가끔 국사를 잊어버렸다가 제국을 이끄는 4명의 가디언들에게 혼쭐이 난후 정신차리고 정치를 열심히 한다.
어쨌든 대대로 여색을 좋아하는 황실에서 나온 황태자 또한 어찌 여색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가? 본 작가도 여색을 좋아하지만, 아니 남자들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할 것이다. 넘어가서 그 황태자가 한 행위가 어떻게 메슈아제국과 메서린 왕국의 전면전으로 갔는지 설명을 하자.
메서린 왕국의 국왕들은 자신의 후계를 이을 아들이 없다 하더라도 언젠가 이 대륙에 강림한다는 심연처럼 깊고 검은 머리칼을 지닌 영웅에게 자신의 딸을 바쳐야 한다는 건국역사가 있었다. 그렇게 선택된 여성은 결혼 적령기가 지날 때까지 순결을 유지해야 했고, 적령기 이후에 결혼하게되는 불운을 맞이하지만, 그녀들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영웅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그렇게 되어 결혼을 못하고 노처녀가 되어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간다 하더라도 한때 그렇게 성녀로서 선택되어진 여성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세뇌교육을 받게되고 또 잘하면 대륙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영웅이 자신을 데려간다는 환상을 그 기간 내내 계속 갖게되는 데다가 그 기간에는 신의 조화인지 초기 메서린을 건국한 국왕의 맹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녀로서의 능력을 받게 되었다. 약속을 어기고 순결을 잃기 전까지는…….
어쨌든 가끔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순결을 잃은 몇몇 성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렇게 성녀로서 신께 봉사하며 그 문제의 영웅을 기다리고 있던 때 제국의 황태자는 메서린 왕국의 자존심인 성녀 프레지아나를 건드릴뻔 하는 사건을 일으키고 곤장을 맞고 제국으로 추방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분개한 제국의 황제는 즉각 그간 엄청난 전투력을 과시하던 제국의 30만 군대로 메서린 왕국을 침공했다. 제국군은 황태자의 옥채를 만인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든 메서린 왕국을 응징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충성심과 사기로 무장하였고, 메서린 왕국의 군대또한 성녀를 건드리려고 한 그 황태자와 제국군을 갈아마실 기세로 싸움에 임하여 그 전쟁은 10년동안 양국가간의 밀고 밀리는 싸움이 전개되었다가 제국의 명장들의 전술과 전략 그리고 막강한 기사진들의 능력으로 제국이 승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승전국인 제국은 이 전쟁에서 막대한 물자를 소모했다. 만약 그들이 엄청난 인구와 자원 기술력, 그리고 이웃에 있는 토라보 왕국과 스미온 왕국간의 전쟁이 일어나 그것을 기회로 양국에 무기와 전쟁물자를 팔지 않았다면, 제국은 그 막대한 전후처리 때문에 멸망했을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이 끝난 뒤 곳곳에서 레지스탕스(저항군)가 돌아다니며 제국군을 습격했고, 아직 성녀 '프레지아나'가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정신적 지주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 어려운 때에 영웅이 반듯이 올 것이라 믿고 있었고, 전설대로 제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마을의 강가에 검은 머리칼을 가진 소지품도 심상치 않은 사람이 떠내려 왔던 것이었다.
하트 부자(父子)가 집으로 돌아가 열심히 무기를 수선하고 갑옷을 만들고 부탁 받은 농기구를 수리하면서 일을 할 무렵 촌장 펠가스의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던 사내가 깨어났다.
"으음, 저기 노인장 으헉!"
사내는 매우 놀랐다. 그는 흔히 영화에 혹은 성당에서 볼 수 있는 목사의 전형적인 복장을 하고있는 뚜렷하고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백발의 노신사였기 때문이었다.
"흠흠 익스큐즈미……."
노인은 눈을 꿈벅꿈벅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내 발음이 서툴러서 그런가? 영어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텐데.'
그는 다시 영어로 노인장에게 물었지만 정 들려오는 대답은 한국어 그것도 발음이 완벽한 눈감고 듣는다면 표준적인 한국사람이 하는 말 같이 아주 유창한 한국어로 노인이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봐요. 그렇게 꼬부랑 거리는 말로 하지말고 제대로 말하쇼. 아까 전까지는 말을 잘 하는 것 같더만? 음 후유증 때문인가?"
잠시 눈이 동그랗게 떠져서 말을 못있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했다. 국제화 시대에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생활하기 편하니까.
"노인장 죄송하지만, 여기가 어디입니까? 아 그것보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급류에 휘말렸을 땐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 그리고 제 소개도 해야겠죠. 임진왜란 유물 발굴단 김성천이라고 합니다."
"흠 나는 이 마을의 촌장인 펠가스라 하네, 그리고 자네를 구해준 것은 내가 아니라 대장장이 하트의 아들 루이일세, 그건 그렇고, 여기가 어디인고 하니 메서린 왕국 북서쪽 레놀산맥에 위치한 작은 마을 호르스라네."
그러자 그는 피식 하고 웃음을흘리며 말했다.
"아 노인장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탄금대 쪽에서 유물 발굴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내려와 봤자 전북쪽 아닙니까? 저기 대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외국인이라서 농담도 할줄 아나보다 라고 생각한 그는 일단 대전으로 가기위해 교통편을 물었지만, 상대의 대답은 그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대전? 들어본적도 없는 나라로군, 이곳은 그랜드리아 대륙의 북서부일세."
그는 노인의 말에 화가났다.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젊은 고고학자 치고 성질이 급한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노인장! 해도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흠 제 짐과 옷은 어디 있습니까? 구해준 사람에게 이러는게 실례인줄은 알겠지만, 노인장이 지나쳤습니다."
노인은 그가 이계에서 온 영웅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짐을 주었다. 그는 아직 이곳이 자신이 살던 나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럴때는 그가 직접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한번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게나, 아참 이런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자네머리를 염색했네, 이 지방에서 전해오는 전설 때문에 검은머리는 위험해서 갈색으로 했다네, 어쨌든 위험에 휘말리지 말게나."
그는 노인이 화를 내지않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자 조금 미안한 감도 있었고 머리칼도 언제 한번 염색할 생각이었는데 노인의 염색솜씨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가 밖으로 나와서 얼마간 걸어가자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었다. 단지 집의 형태와 기후적 요건 그리고 살고있는 사람들이 한국어를 쓴다는 것 이외에는 중세 유럽과 완전히 같았다. 게다가 최신 방수기능이 있는 핸드폰은 통화불가지역이라고 나오고 가끔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오면 누군가의 통화내용을 감청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젠장 여기 어디야! 가끔 비행기라도 지나가야 되는거 아니야? 제기랄! 게다가 그 흔한 자동차나 트랙터도 한 대도 지나가지 않고, 으윽. 벌써 몇 시간째야 이 길을 따라 나선게?"
그는 계속 걸었다. 어지간한 시골이라 할지라도 버스정거장 표지판이나 시멘트 도로라도 나와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가끔 가다가 말똥인지 소똥인지 분간 불가능한 물질들만 보일 뿐, 그는 더 이상 걸어가느니 차라리 밥이라도 먹고 다시 돌아가서 그 노인장에게 자세한 경위와 이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그러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가 노인의 집에 도착한 때는 황혼이 짙게 깔린 저녁 무렵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던 노인의 너무 과한 환대에 어쩔 줄 몰라하며 식사를 같이 한 그는 그 노인에게 공손하게 다시 물었다.
"그랬군요. 그럼 전 선택된 영웅이라는 소리군요. 그러나 전 당신들이 말하는 영웅들처럼 그런 화려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임진왜란 당시 무기나 그런 것들을 발굴하며 관심 있게 돌아다녔지요. 그래요 좋습니다. 이렇게 된 것도 하늘의 뜻 아직은 제가 무얼 해야할지 모르나 힘닿는 한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단 오늘은 쉬고나서 대장장이 하트씨의 집으로 가십시오. 며칠 뒤에 남작의 세금 수송 원들이 온다면 내집에서 머무를 것이네, 하트는 내가 믿을 수 있고 결정적으로 하트는 입이 하나 더 늘더라도 부양할 능력이 있네, 대장장이라 이 가난한 마을에서 돈은 신통하게 잘 벌거든."
"알겠습니다."
그는 며칠동안 대장장이 하트의 일을 도우며 대장장이 일을 조금씩 습득하다가 문득 그가 가끔 화약을 이용해 도가니의 온도를 높이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 물었다.
"하트씨! 이거 어디서 났습니까? 화약이라니."
"아 이게 화약이라고 하는거요? 호오 이거라면 내친구이자 연금술사인 로저가 만들었지, 그건 그렇고 좀 연기가 많이 나는것만 빼면 괜찮아. 그리고 이 이상한 향기도 그럭저럭 좋거든."
"그렇습니까? 이 화약 더 있습니까? 아니 더 만들 수 있다면, 좋겠군요. 분명 이것은 이 나라를 구해줄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