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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9회 :: 결혼하거나 이별하거나 】방송일: 2005.02.22.
극본 최 수 영, 박 해 영
씬1/ 까페 (N)
윤아,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얼굴 앞에 드리우는 꽃다발.
지훈 (앉으며 다정하게) 오윤아씨, 저랑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윤아 (받기는 받는데 착잡한) ... 지훈씨.
지훈 응?
윤아 우리.. 그냥 이렇게 지내는 건 싫어?
지훈 이렇게? 이렇게 뭐?
윤아 아니.. 결혼 안하고 그냥 연애하는 거...
지훈 (미소) 좋지~ 근데 결혼해서 같이 살면 더 좋지~
윤아 ...
지훈 왜... 너무 갑작스러워?
윤아 ... 그렇기도 하고...
지훈 (설마) ... 내가 싫은 건 아니지?
윤아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꽃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난... 시간을 좀 줘.
씬2/ 원룸 거실 (N)
윤아, 꽃다발 든 채 시무룩하게 앉아있다.
미자와 지영, 얼떨떨한 듯
미자 난 우리 중에 윤아가 젤 먼저 결혼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윤아 누가 결혼한대.
미/지 (띵~)
윤아 결혼은.. (난감) 아씨... 난 아직 별룬데..
지영 벌써 사랑이 식은 거야?
윤아 아니.
지영 근데?
미자 사랑은 하는데, 결혼할 상대는 아니야?
윤아 (인상) 아니이~ 그런 게 아니구... 난 아직 결혼하기 싫어~
한쪽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하는 지훈에게 한손을 잡힌 채
울상인 윤아모습에서
타이틀 - 결혼하거나 이별하거나
씬3/ 원룸 거실 (N)
미자, 지영, 윤아, 진지하게 얘기중
미자 지훈씨네 집이 좀 깐깐하니?
윤아 그런 문젠 아니야..
미자 그럼 왜?
윤아 그냥.. 아직은 결혼 하기가 싫어~
지영 야, 그건 십년을 사겨두 마찬가지야~ 막상 결혼한다고 하면 좋지만은 않구 그렇대~
윤아 (시무룩) 갑작스러운 것두 그렇지만.. (한숨) 꼭 결혼을 해야되나?
미자 왜? 아직도 딴 남자들한테 미련이 남았어? 그렇게 만나구두 모자라?
윤아 (대꾸 않고 울상) 필만 딱 꽂히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후... 모르겠어..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 괜히 나온 말이겠냐고...
지영 콩깍지가 덜 씌었지.. 제대로 씌었으면 그런 거 저런 거 다 따질 정신이 있겠어?
윤아 (괴로운) 외국처럼 동거만 하믄 안되나..
미자 야! 그럼 너 평생 결혼 안할거야?
윤아 ... 몰라... 암튼 지금은 싫어..
지영 너 진짜 지훈씨 사랑하기는 해?
윤아 사랑한다니까.. 헤어지기 싫어.. (울먹울먹)
미자 차.. 암튼 어떤 남잔지 나두좀 보자.
지영 완전 킹카. 나같음 당장 결혼한다.
윤아 (괴로운)
씬/ 집외경 (D)
씬4/ 거실 (D)
멍하니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부록의 정면 얼굴 타이트샷
뒤에서 잡으면, 달력을 가까이서 올려보고 있다.
부록, 손가락으로 2월 24일을 짚어본다.
마치 무슨 날인 듯..
씬5/ 주방 (D)
오늘따라 우울하게 밥 먹는
부록의 얼굴로 넘어오는데
영옥 (OFF) 애비 니가 말해봐.
부록 (보면)
영옥 넌 미자 신랑으로 어떤 남자가 좋냐? 응?
할셋과 우현, 기대에 차 기다리는데
부록 (어둡다) ... 전 한가지 밖에 안 봐요.
혜옥 거봐, 돈 밖에 안 본대잖아.
영옥 성격만 본다는 거야 이 온달아.
영숙 자기 아들을 그렇게 몰라요? 집안만 본다는 거지.
부록 전요...
우현 (OL) 매형은 얼굴 밖에 안 봐요. 얼굴에 인간성이며 앞날하며 반은 들어있대요.
부록 저는요...
혜옥 그니까 돈이라는 거야. 관상에 돈이 얼마나 있나.
부록, 말하길 포기하고 덤덤히 먹는 모습 위로
할머니들끼리 싸우는 소리 들린다.
영옥 (OFF, 답답) 일단 인간이 제대로 되고 나야, 돈도 있으면 좋은 거지. 아 망나니같은 놈한테 돈 있음 뭐해?
영숙 (OFF) 그니까 집안만 보면 된대니까 그러네. 좋은 집안에 찢어지게 가난한 놈 없고, 망나니 없어.
씬6/ 동네 일각 (D) - ENG
부록, 쓸쓸히 걷는 모습에
친구1 (OFF) 야, 이번 여행은 부부동반이다?
친구2 (OFF, 눈치주듯 작게) 쯧! 부록이 있는데...
친구1 (OFF) 에이... 참. 마누라한테 이번엔 꼭 데리고 간다 그랬는데... (하다가) 야 최부록! 너 임마
아무나 데꾸와. 어머니라도 모시구 와.
부록, 걸어가는 뒷모습이 쓸쓸하다.
씬7/ 할머니방 (D)
혜옥, 거울 보며 단장하는데
연기하듯 도도한 마나님처럼 말한다.
혜옥 너무 돈돈하는 것도 보기 흉하지만, 돈 천시하는 건 더 보기 흉해요. (고개 살짝 틀고) 김기사 차 대기시키라고
해요~
황당한 듯 서서 보고 있는 영옥.
영옥 뭘 시켜?
헤옥 (펄쩍 기겁하며 꽥) 아우 깜짝이야 씨이!
영옥 (덩달아 놀라고) 혼자 뭐라고 중얼대는 거야?
혜옥 (후다닥 나가는)
씬8/ 거실 + 마당 (D)
우현, 고무장갑 끼고 뭔가 하다가
허둥지둥 나오는 혜옥을 보고
우현 노인대학 가세요?
혜옥 (다가가 작게) 어때? (모양새 보며) 좀... 있는 집 마나님 같애?
우현 (보며) 멋지신데요.
혜옥 그래? (좋아라하는 표정에)
영옥 (OFF) 저거저거저거,
혜옥 (움찔)
영옥 뭔 짓 꾸미고 다녀 저거.
혜옥 (허둥지둥 신발 신는데)
영옥 (말 빠르게) 가까운 노인대학 두고 두 번이나 버스 갈아타고 멀~~리 딴 동네로 가는 게, 저거 뭔 짓 꾸며.
뭐야?
혜옥, 허둥지둥 나가자,
영옥, 베란다 창문 확 열고
영옥 뭔 짓을 꾸미든, 행여 밖에서 걸리면 이 집 주소 대지마. 여기 전화번호도 대지마. 여기 니 집 아냐!
알았어??
종종종 계단을 돌아 사라지는 혜옥.
영옥 에으! (하다가 약간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는)
씬9/ 노인대학 / 복도 (D) - ENG
혜옥, 늦었는지 종종 걸음으로 눈치 보며 걷다가
앞에 사람이 보이자, 순간 허걱 놀라며
굉장히 조신하고 도도하게 걷는다.
여자1과 2, 혜옥에게 공손히 목례하고,
혜옥, 정중하게 인사를 받고 지나가는데,
여자1과 2, 뒤돌아 혜옥을 본다.
여자3 (반색) 사모님 오셨어요?
여자4 (안내하며) 자리 맡아놨어요. 들어가세요.
혜옥, 도도한 분위기로 따라가고.
여자1 (보며) 저이가 그 재벌집 모친이야?
여자2 (보며) 아들이 명가 그룹 회장이래.
여자1 히익~ 명가 그룹... 근데 생각보다 검소하네.
여자2 원래 진짜 재벌들은 돈 있는 티 안낸다잖어. (보며) 돈이 좋긴 좋아. 사람들이 설설 기고...
씬10/ 한식당 (D/ENG)
여셋과 지훈, 밥먹는다.
미자와 지영, 너무 괜찮다..하는 표정으로 지훈보는
지훈 (쑥스러운) 제가 친해지면 말도 잘 하고 그러는데, 처음 뵙는 자리에선 좀 재미가 없으실 거에요.
지영 (방긋) 그럼 자꾸자꾸 뵈야겠네요?
윤아 (오바 말라는 표정)
지훈 아참, (윤아에게) 얘기했어?
윤아 뭐?
지훈 내가 프로포즈한 거.
윤아 (약간 당황) 어..
지영 들었어요! 너무 부러워요~
윤아 (오바한다!)
지훈 (미자와 지영에게) 빨리 대답좀 듣게 도와주세요.
미/지 (네..하지도 못하고 미소만)
씬11/ 한식당 화장실 (D/ENG)
미자, 손씻고 윤아는 변기칸에 있어 안보인다.
지영 혼자 호들갑
지영 어때어때!
미자 윤아가 만난 남자 중에 젤 낫네.
지영 내말이~ 사람이 눈빛이 선한 게, 말하는 것도 똑똑하고.
물 내리는 소리 들리고 윤아, 나오는
미자 윤아야, 내가 보기엔 지훈씨 합리적인 사람 같은데.. 결혼해도 니가 살고실은 라이프 스타일로 살 수 있어~ 왜
안돼~?
윤아 (말없이 손만 씻는)
미자 지훈씨랑 잘 얘기해봐~
지영 그래~ 당장 결혼하는 게 싫으면 내년이나 뭐 천천히 할 수도 있잖아~
윤아 (생각하는)
씬12/ 마당 + 대문 앞 (D)
혜옥, 도도하게 계단을 내려오는데
손놀림과 시선처리부터가 다르다. 그때!
영숙 (OFF) 뭔 똥폼이래?
혜옥 (허걱 놀라) 아우 깜짝이야 진짜!
영옥과 영숙, 담위로 고개빼고 보고 있는.
영옥 저거 요즘 이상~~~하다, 저거.
혜옥 이상하긴...
영옥 요즘 이상~~ 야릇하게 걸어 다니고, 혼자 앉아갖고 이상~~ 야릇한 말만 중얼대는데... (말하다 보니
감잡힌다) 어멈! 저거 연기학원 다니네 저거.
혜옥 (펄쩍) 연기 학원은 무슨...
하는데 그때 노인1과 노인2, 오다가
노인 (혜옥 보고 놀라) 아우 사모님!
혜옥 (떠덩! 당황당황)
노인 (절절매며) 어쩐 일로 이런 누추한 동네까지...
영옥/숙 (나와서, 잉?)
혜옥 (당황하다가 이내 도도하게, 목소리까지 변한다) 머언 친척이 이 근처에 산다길래... (영옥과 영숙 보고) 이제
나왔는가? (집 보며) 여기 사나? 한참 찾았네. 차가 들어올 수가 있어야지.
영옥/숙 (황당)
혜옥 (노인들에게, 도도하게 고개 숙여) 그럼 이만...
노인1,2 (꾸벅) 예... 노인대학에서 뵙겠습니다.
혜옥 (옥과 숙에게) 들어가세. (들어가는)
영옥/숙 (황당하고 기막힌)
씬13/ 할머니방 (D)
혜옥, 기죽어 쭈뼛쭈뼛하고.
영옥과 영숙, 기막혀 하는.
영옥 차... (기막혀 허허 웃는)
영숙 어이구... 어디 사기칠 게 없어서...
영옥 뭐뭐뭐... 그룹 회장 모친? 니가?
혜옥 (샐쭉한데)
영옥 이거 이거 옛날에 학생증 주워갖고 여대생 흉내 내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이거. 어째 늙어서까지 똑~같냐,
너는. 응? 어쩜 하는 짓이 평~생 그렇게 유치뽕짝이야 응?
혜옥 (기죽어) 첨부터 속일라고 그런 거 아냐. 보니까 집안이 다들 좋드라고. 내가 제일 딸리드라고. 그래서
그냥...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사람들 대접이 얼마나 다른 줄 알우? 아까 그 노인네들도 기업에 높은 자리에 있다가
정년퇴직한 사람들인데, 봤잖아. 나보고 절절매는 거.
영옥 그러다 사기로 걸려 이년아!
혜옥 (펄쩍) 사기는 무슨. 내가 그러면서 뭐 얻어먹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자판기 커피 한 잔도 안 얻어마셨어요
나. 그냥 사람들이 죄다 알아서 내 발밑에서 기는데, 내가 평생에 누구한테 그런 대접 받아본 적 있어야지. 꿈만 같은 게,
오줌 싸게 좋읍디다.
영옥 그러다 들통나면 그 망신은 어쩌고?
혜옥 (풀죽어) 나도 그게 걱정이야.
영숙 (방 닦으며) 아 안가면 되지. 내일부터 가지마. 노인대학은 무슨..., 배운다고 뭐 하나나 담아두는 머리도
아니고... 가지마.
혜옥 (샐쭉한 표정에서)
씬/ 방송국 외경 (D)
씬14/ 방송국 연습실 (D)
미자와 지영, 얘기하는
지영 이해가 안가. 우리 나이에~ 좋아하면, 당연히 결혼하고 싶어지지 않나?
미자 사람이 다 똑같니.. 나도 막상 결혼한다 그러면 무서울 거 같긴 해.. 여자가 손해란 생각도 들고.
지영 뭐가 손해야.
미자 맞벌이하는 애들 봐~ 같이 한다고 해도 살림은 여자책임으로 생각하는데다, 직장에서도 밀리기 싫으니까 스트레스 왕
받지... (한숨) 사는 게 너무 고단할 거 같애..
지영 (한심) 암튼 나이들수록 들은 건 많아져서.. 나같으면 퇴근해서 든든한 남편하고 토끼같은 자식 얼굴만 봐도 직장
스트레스 다 풀리겠다!
이때 현우, 들어오자 지영, 흠칫.. 일어나는
지영 (미자에게) 나 가볼게-
현우와 지영, 서로 간단히 목례하고 지영, 나가는
현우 다른 분들은요?
미자 아직 안오셨는데요. (시계보고)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요.
현우 네.. (앉고는 머뭇머뭇하다) 저... 제 전화번호가 바꼈거든요?
미자 (???) 갑자기 왜요?
현우 (옳지! 은근히 뭔가 있는 듯) 그냥 뭐...
미자 그냥 왜 바꿔요? (웃으며 농담) 정민씨 따라하세요?
현우 (뜨끔! 정색) 아니요??
미자 (엥? 현우 정색에 놀란)
현우 아니 제가 김정민씰 왜 따라해요? 차..
미자 (황당) 아 아니면 그만이지 왜 화를 내세요?
현우 (움찔) 아니.. 전 화낸 게 아니구요..
미자, 삐쳐서 나가버린다.
현우 (낭패, 미치겠는) 하... 이게 아닌데..
씬15/ 마당 + 대문 앞 (D)
#혜옥, 도도하게 계단을 내려오다가
마당에서 일하던 영옥영숙과 눈 마주치자 머쓱한데
#대문 열고 들어오는 혜옥 보고
영옥 (화나는 거 참고, 깐죽) 마나님 들어오셨어요?
혜옥 (말없이 들어가면)
영옥 너 거기 다니지 말라고 했다아? 응?
혜옥, 맞을까봐 막판에 휙 뛰어들어가는.
씬16/ 사무실 (D) - ENG
부록, 일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부록 여보세요.
친구1 (F) 야, 이번 모임 부부동반 아니니까 신경쓰지말구 꼭와! 알았지?
부록 (짐짓 유쾌하게) 야 이거 어떡하냐~ 그렇지 않아도 나 일 있어서 못 간다고 전화할라고 했는데~ 출판
기념회라서~ 미안하다. 나도 왠만하면 같이 가고 싶은데 말야~ 그러게 말야~ (호탕하게 웃는) 어어... 그래...
미안해...
끊고 나선 씁쓸해진다. 머리를 넘긴다.
씬17/ 동네 일각 (D) - ENG
쓸쓸한 부록의 얼굴로 넘어온다.
터벅터벅 걷는데, 사진관에 걸린
가족사진 중에 유독 부부가 눈에 들어온다.
부록, 부부의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부록의 뒤로 통화하며 지나가는 남녀들...
중년여 (걱정) 당신 아직두 잇몸에서 피 나요?
중년남 (짜증) 아 지금 들어가는 중이라니까. 술은 무슨...
중년여 (잔소리) 아니 당신은 이자가 얼만데 그런 말같지도 않은 소릴 해요?
부록, 쓸쓸히 사진을 보는 모습...
씬18/ 차 안 (N/ENG)
윤아와 지훈, 얘기하는
윤아 지훈씬... 빨리 결혼하고 싶어?
지훈 음... 어. 난 빨리 너랑 결혼해서 같이 살고싶어.
윤아 결혼해서 어떻게 살고 싶은데?
지훈 뭐.. 남들처럼~
윤아 ... 지훈씨.
지훈 응?
윤아 나... 지훈씨 사랑하는데..
지훈 하는데? 뭔가 불길하다..?
윤아 ... 사랑은 하는데.. 결혼은 하기 싫다면.. 이해하겠어?
지훈 (충격) ...무슨 말이야? 프로포즈.. 거절하는 거야?
윤아 (마음아픈) 지훈씨가 싫어서가 절대 아니구.. 그냥.. 난 결혼은 아직 못하겠어.
지훈 (충격)
윤아 ... (에라) 차라리 동거라면 하겠다!
지훈 (황당) 뭐??
윤아 (울상) 근데 여기가 유럽처럼 자유롭게 그럴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지훈 하.. (이해가 안되는) 도대체 이유가 뭔데?
윤아 (스스로도 난감한 듯하다)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
지훈 (애써 이해해보려는 듯 보다가) 갑작스러워서 그렇다면, 내가 기다릴게. 1년도 좋고.. 2년도 좋아.
윤아 ... 그때 가서도 내가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
지훈 (!! 화가 나려고 하는)
윤아 결혼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채로 나랑 계속 만날 수 있어?
지훈 (대답못하는)
윤아 지훈씬... 결혼하고 싶잖아.
지훈 ... 그래, 난 이제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을 가졌으면 좋겠어.
윤아 (무너지는) ...난 약속할 수가 없고, 지훈씬...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지훈 (후... 착잡한)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니...
윤아 (....)
지훈 (절망) 우리가...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른 거니...
윤아 (절망)
씬19/ 원룸 거실 (N)
윤아, 맥없이 들어오고
지영, 궁금해 바짝 붙는
지영 어떻게 됐어!
윤아 (대꾸 없이 앉더니 쿠션에 얼굴 파묻는)
지영 (안타까운) 으유... 기어이! 아니 결혼하면 누가 잡아먹냐?! 왜 결혼하기가 싫은데~~ 암튼 특이해특이해~
나이가 몇인데!
윤아 (파묻은 채 흐흐흑.. 우는)
지영 (엥?) 야? 울어? (윤아 옆에 앉아) 야아...
윤아 (흐흐흑.. 서럽게 우는)
씬20/ 헬스장 (N/ENG)
미자, 싸이클타며 통화하고 있는데
동직과 정민, 다가온다.
미자 (놀라) 울어? 진짜?
동직 (놀라) 누가! 지영이 울어?
미자 아니~ 윤아~
동/정 (더 놀라) 윤아가?? / 윤아씨가??
미자 알았어.. 잘 달래줘.. 응~ (끊고) 윤아 결국 그 남자랑 헤어졌대..
동직 (믿을 수 없는) 윤아가 남자랑 헤어지구 울어?? 뭐 돈이라도 뜯겼나?
정민 (동직 뒤통수 딱 때리고 미자보며) 요따위로 말하는 거 지영씨한테 일러. 완전 쫑나게.
동직 야. (미자에게) 그럼 오늘 지영인 안온대?
미자 어.. 윤아가 그러구 있는데..
동직 쯧, 그럼 난 그냥 갈래. 지영이 볼까하구 왔는데. 에이.. (가버리는)
정민 (신통한듯) 차.. 저렇게 일관성있게 한심기도 힘든데 말이야.. (미자옆에서 운동하는)
미자 (픽 웃으며) 동직오빠같은 타입은 여자가 있어야 돼~ 여자가 잔소리 해주고 돌봐줘야 제대로 살지.
정민 아~ 나도 잔소리해주고 돌봐줄 여자 있었으면 좋겠다...
미자 (솔깃) 어? 무슨 얘기에요?
정민 나도 나이 드니까... 슬슬 한 여자한테 정착하고 싶다고.. (무심히 운동하는데)
미자 으응~ (뭔가 괜히 설레는 듯 정민을 흘깃 보는)
씬21/ 거실 (N)
혜옥, 울리는 핸드폰 들고
내복바지만 입고 방에서 뛰어나와
다급하게 이리 저리 영숙을 찾아 뛰며
혜옥 언니~ 언니~ 언니~
그때 영옥, 바가지 들고 현관으로 들어오자
혜옥, 놀라 휙 방향 선회해 화장실로 가는.
씬22/ 화장실 (N)
영숙, 쪼그려 앉아 락스 푼 물에
수세미 서너개를 담가 집게로 휘휘 젖고 있는데,
혜옥, 허둥지둥 들어와 문을 잠그고
영숙에게 전화를 들이밀며,
혜옥 (숨넘어가게 다급한) 받어서, 내 비서인 척 해, 내 비서. 박회장 모친 비서.
영숙 뭐래는 거야?
혜옥 핸드폰 번호 가르쳐달라는데 핸드폰이 있어야지. 둘러댄다는 게 큰언니 번호 대고, 내 비서 전화라고 했단 말야.
얼른 받아줘어! 응? 제발... (싹싹 비는)
영숙 차. (하다가 바로 비서 목소리로) 여보세요... (카메라에 얼굴 안 보이게, 자연스럽게 돌아앉아, 낭랑한
목소리로) 네, 명가 회장 큰사모님 비서 맞는데요. 지금 출타중이시라서요. 오늘 호텔에서 파티가 있어서요.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혜옥 (만족스런 표정)
씬23/ 주방 (N)
영옥, 싱크대 정리하는데,
영숙, 꾸부정하게 수세미 들고 들어오며
영숙 (궁시렁) 어이구... 뭔 비서한테까지 그렇게 절절매는지... 참 나.
영옥 뭔 소리야?
영숙 (수세미 위치 잡으며) 혜옥이 그거 재벌집 마나님 행세에 맛 들릴만 했다구요. 내 동생을 욕해야 옳지만,
사람들도 그러는 게 아니지...
영옥 아 알아듣게 말해.
영숙 (나가며) 알아들을 필요 없수.
영옥 (꽥) 그럼 들리게 말하질 말어!!
현관문 열리는 소리...
부록 (OFF) 다녀왔습니다.
영숙 (OFF) 저녁은?
부록 (OFF) 먹었어요... (들어와) 다녀왔습니다.
영옥 (일하며) 그래. 얼른 씻어.
부록 (나가려다 멈춰서) ... 어머니, 우리 모레 외식이나 할까요? 외식한지도 오래됐고...
영옥 (정리하며 건성으로) 집에 밥 놔두고 왜 밖에서 돈을 써?
부록 (씁쓸...) 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씬/ 오피스텔 외경 (D)
씬24/ 원룸 침실 (D)
지영, 출근준비 다 했는데 윤아는 아직도 누워있다.
지영 많이 아퍼?
윤아 (흠.. 가는 신음소리만 내며 휴대폰 확인하고는 다시 제 자리에)
지영 왜? 지훈씨 전화올까봐?
윤아 ... 아니야.. (끙끙 앓는)
지영 그럴 거 왜 헤어져.. 쯧.. 갔다 올게. 많이 아프면 전화해. (가려는데)
윤아 나... 후회하면 어떡하지..
지영 (나도 모르지.. 보는 표정) .
씬25/ 방송국 연습실 (D)
미자와 지영, 얘기하는
미자 누군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니까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지만, 그래도 확신없는 결혼은 안하는 게 낫지~
지영 모르겠다~ 사랑하는데 결혼 안한다는 것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것들, 나는 제일 이해 안되는 것들이니까.
이때 현우, 들어오고
지영 (생각난) 아! 휴대폰 번호 바꾸셨어요?
현우 네? (기분 좋은) 그 얘기.. 하고 계셨어요?
지영 (???) 아뇨? 아까 영진선배님이 바뀌었다고 가르쳐주셔서요.
현우 (실망) 네..
지영 (일어나며) 난 가봐야겠다.
미자 어.
지영 (현우에게) 수고하세요-
현우 네..
지영, 나가고 미자, 그냥 무심히 문자 보내는데
미자표정을 살피는 현우,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다.
현우 (머뭇머뭇하다) 화났어요?
미자 에? 화가 왜 나요?
현우 아니 어제일 땜에..
미자 어제요? (생각 안나는) 어제 뭐요?
현우 어제 제가 화내서요.. 화낸 건 아닌데..
미자 (곰곰.. 생각 안나는) 어제.. 화내셨어요?
현우 (오히려 섭섭해서 다다다) 아 어제 제가 휴대폰 번호 바꿨다고 하니까 미자씨가 김정민씨 따라하냐고 해서 제가
화냈잖아요~ 제가 왜 김정민씰 따라하냐면서.
미자 (생각난) 아~~ 맞다. (하다) 아니 사람이 생각이 안날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짜증을 내세요?
현우 (당황) 아뇨, 짜증 낸 게 아니라.. (아- 꼬이는)
씬26/ 노인 대학 / 강의실 (D) - ENG
몽타주. 혜옥, 들어오자마자,
강의실에 있던 모든 노인들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혜옥을 자리까지 안내하는데,
혜옥, 꼿꼿함을 잃지 않고 살짝 감사 표시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때 볼품없는 노인이 굽신거리며
자판기 커피를 혜옥의 책상에 놓자,
아주 살짝 쯧!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를 내자,
사람들이 되려 오버해서 노인을 구박하고 커피를 치운다.
그리고 꽤 준수한 노인이 캔커피를 주는데,
혜옥,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표시 하며 받는다.
그런 도도하고 꼿꼿한 혜옥의 표정에...
앵커 (OFF) 명가 그룹 박상수 회장의 모친 김혜숙 여사가...
씬27/ 거실 (D)
뉴스를 보고 있는 영옥과 영숙,
놀랍고 난감한 표정으로 넘어온다.
앵커 (OFF) 향년 67세의 나이로 오늘 오후 자택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별세했습니다. 김여사는 슬하에...
영옥/숙 잉? (방쪽을 본다)
씬28/ 할머니방 (D)
혜옥, 마냥 들떠서 옷을 골라보고 있는데,
영옥, 슬쩍 들어와서는 뒷짐 지고.
영옥 너 죽었어 이년아.
혜옥 (때린단 소린 줄 알고 겁먹어 피하며) 왜... 또.
영옥 너 죽었다고.
혜옥 왜애...?
영옥 에으! (TV 틀어주는)
앵커 (OFF) 김혜숙 여사의 별세로 명가 그룹의 후계자간의 구도 싸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발인은
26일로 가족장으로...
혜옥, 놀라 TV앞에 후루룩 다가가
혜옥 (안타까움과 충격에 말을 못하는) 어머... 세상에... 어머... 내가... 내가 벌써...
씬/ 오피스텔 외경 (N)
씬29/ 원룸 거실 (N)
지영, 들어오는데
윤아, 멍..하게 슬픈 표정으로 TV보고 있다.
지영 좀 괜찮아?
윤아 어..
이때 휴대폰 울리자
윤아, 잽싸게 나꿔채 발신자보더니 헉!
지영 왜, 지훈씨야?
윤아 (받고) 여보세요.. (사이, 울먹울먹한데 참고) 어... 그냥 있어.. (울먹울먹) 지훈씬.. 괜찮아?
(사이, 울먹울먹) 아니... 난 좀 아퍼..
지영 (어머? 어쩌려구 저러나.. 보는)
씬30/ 원룸 침실 (N)
지영, 거실 쪽 힐끗거리며 미자와 통화하는
지영 (작게) 지금 집에 와 있다니까~ ...몰라~ 다시 되는 건지 어쩌는 건지.. 오윤아같지 않게 질질 끄는 거
보면 다시 만날 것두 같구.. (거실쪽 동태를 살피는)
씬31/ 원룸 거실 (N)
윤아, 소파에 올라앉아 무릎 감싸안은 채 슬픈 표정..
지훈, 마음아픈데 참는 표정으로
윤아 머리칼을 살짝씩 정리해주다.. 쓰다듬다..
지훈 아프지마.. 니가 왜 아프니. 내가 아파야지.
윤아 ... 우리 그냥 결혼해버릴까?
지훈 (씁쓸한 미소) 해버릴까라.. (계속 쓰다듬으며 생각하다) 아니 그러면 안될 거 같다. 내 생각이 바뀌거나..
니 마음이 바뀌면.. 그때 다시 만나자..
윤아 (울음 꾹 참고) 그래.. 그러자..
침실쪽에서 엿보고 있던 지영, 뭐야.. 안타까운
씬/ 집외경 (D)
씬32/ 거실 (D)
처음처럼, 멍하니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부록의 정면 얼굴 타이트샷
역시나 달력을 가까이서 올려보고 있다.
부록 오늘이네... (표정)
씬33/ 거실 (D)
혜옥, 베란다로 밖을 보며 맥놓고 앉아있다.
눈물 쏟아지기 직전이다. 우현, 지나가다가...
우현 이모님, 오늘은 노인대학 안 가세요?
혜옥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퉁) 못 가.
우현 ... 왜요?
혜옥 (퉁) 죽었는데 어떻게 가? (방으로 가는)
우현 에?
혜옥, 멍하니 창 밖만 보는.
씬34/ 주방 (D)
미자, 냉장고에서 쥬스 빼내 따르며
미자 막내 할머니 며칠 좋아보이더니... 왜 저러신대?
영숙 지 죽었단다.
미자 에?
영숙 명간가 뭔가하는 그 재벌집 마나님 행세하면서 노인대학 다녔는데, 그 마나님 죽었다고 뉴스에 났잖어. 앞으로 꼭꼭
숨어살아야지 뭐.
미자 (황당)
씬35/ 거실 (D)
혜옥, 눈물 글썽이며 앉아있는데,
미자, 턱 받치고 보며
미자 할머니 진짜 웃긴다. 어떻게 그런 깜찍한 거짓말을 할 생각을 다 했어? 진짜 웃긴다...
혜옥 매정한 년... 내가 죽었다는데... 웃겨?
혜옥, 결국 눈물을 찍는다.
씬/ 집외경 (N)
씬36/ 거실 (N)
혜옥, 뚱하니 앉아있는데,
영옥 영숙 우현, 그런 혜옥 보며
영옥 고맙다 그래 그 모친한테. 망신당하지 않고 끝내게 해줬으니. 모르지 또. 노인대학에서 줄줄이 문상 갔다가 영정
사진 보고, 이거(혜옥) 아닌 거 알고 속았다고 이 갈고 있을지.
혜옥 (꽥) 안 그래도 나 지금 우울하거든요!!
영옥 이게 뭘 잘했다고!
그때 부록, 약간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부록 다녀왔습니다~
영숙/우 왔나? / 오셨어요?
영옥 (OL, 상관없이 혜옥에게) 내가 벼르고 있어, 너. 응,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저~~ 멀리 딴 동네까지 가서
그런 사기를 쳐 응?
부록 어머님 저는요...
영옥 (짜증) 아 씻고 들어가 자! (혜옥에게) 이렇게 끝났으니 망정이지 들통 났으면 집안 망신이야, 이년아.
부록 어머니 전 미자 남자로 한가지 밖에 안 봅니다.
영옥 거 들어가 자라니까. (혜옥에게) 한번만 더 그러고 다녔다간~
부록 (혼잣말하듯) 명 긴 놈...
모두 (정적...)
부록, 눈은 발그래해갖고 지긋이 웃으며
부록 ... 미자 혼자 두고 가지 않을, 명 긴 놈. 결혼기념일을 적어도 쉰 번은 같이 해줄 명 긴 놈이면 됩니다.
모두 (정적...)
부록 (슬프게 히죽 웃는)
씬37/ 몽타주 (N)
#부록방. 부록은 곯아떨어졌고...
우현, 책상에 앉아 그런 부록을 덤덤히 돌아보다가
다시 멍하니 앞을 보고.
#거실. 영옥, 달력을 보고 있다.
영옥 오늘이었구먼. 결혼기념일이...
영옥, 짠해서 부록의 방을 본다.
#부록방. 조용히 자는 부록의 표정에서.
씬/ 방송국 외경 (D)
씬38/ 방송국 화장실 (D)
지영, 미자에게 얘기해주는
지영 그래도 한 일주일은 징징거릴 줄 알았는데 바로 오늘 아침에 말짱해져갖구 출근하더라? 차.. 암튼 독해~
미자 (진지한) 그래~ 독하고.. 대단하지.. 남들이 말하는 결혼적령기가 아니라 지 스스로 준비된 완벽한 때를
기다린다는 거. 오윤아다운 대단한 자신감이야.. (잔잔한 미소)
씬39/ 강 둔치 옆 도로일각 (D/ENG)
윤아, 세워둔 차에 기대 강을 바라보며 통화하고 있다.
윤아 ...왜긴... 목소리 듣구 싶어서 했지... 엄마... 그때 우리 때문에 유학 못간 거.. 괜히 지금
미안하네? 그때 갔으면 지금 우리엄마 멋있는 교수님 돼 있었을텐데.
윤아, 쓸쓸하게 웃는 표정에 그렁그렁 눈물 고이는데서
F.O.
씬40/ 할머니방 (D) - 에필로그
F.I. 혜옥, 상복 분위기의 검은 옷을 입고는
뉴스에 나온 모친의 장례식 장면을 보며 울고 있다.
하얀 손수건을 꼭 쥐고, 마치 가족 중 한 사람처럼.
앵커 (OFF) 명가그룹 박상수 회장의 모친 김혜숙 여사의 영결식이 오늘 오전 10시 대한병원 영안실에서 있었습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후, 유해는 고향인 선남에...
혜옥, TV 화면에 보이는 모친의 관을 만지며
혜옥 (울먹) 잘 가요... 명가회장 모친... 김.혜.옥...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