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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26
씬 1. 한옥집 방안 (전회 마지막 장면)
(백파가 서류를 내려놓는다. 강모, 가방에서 땅문서를 꺼내 서류 옆에 나란히 놓고...)
강모 : 이 땅문서를 담보로 잡을 지.. 아니면, 제 사업계획서를 선택하실 지.. 어르신께서 결정해 주십시오.
백파 : 얼마를 생각하나?
강모 : 오억을 빌렸으면 합니다.
백파 : 고약하군.. 한 푼의 이자도 안 내놓고 오억이라니..
강모 : ...
백파 : 내가 담보로 자네의 사업계획서를 선택한다면..?
강모 : 훗날 엄청난 배당금을 받게 되실 겁니다.
백파 : 땅문서를 선택하면..?
강모 : (눈빛) 더 이상, 전 어르신이 필요 없습니다.
백파 : .. (본다)
강모 : 둘 중에 하나를 골라주십시오.
백파 : ... (보면)
강모 : ... (보는데)
백파 : 둘 다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게.
강모 : ..!! (놀라서 본다)
백파 : ... 이딴 거 필요 없다는 말, 안 들리나?
강모 : .. (틀렸구나..) 실례 많았습니다. (문서들을 챙기며 가방에 넣는데)
백파 : (계약서를 꺼내 놓는다) 아무리 조건 없는 계약이라도, 계약서에 도장은 찍고 가야지.
강모 : ..? (본다)
백파 : 돈은 내일 아침, 자네 통장으로 입금 될 걸세.
강모 : ..!! (놀라서) 어르신?
백파 : 내가 담보로 필요한 건 땅문서도, 사업계획서도 아니네. (본다) 바로, 자네야.
강모 : ... 절대 어르신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백파 : ... (강모를 보다가 의수를 내민다) 내 몸에서 피가 돌지 않는 유일한 놈이네.
강모 : .. (보는데)
백파 : 내가 자네만한 나이였을 거야. 어머니 약값이 필요해서 쌀 한말 값으로 난 이 손을 담보로 맡겼어.
결국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하자 그 고리대금업자가 내 손을 끊어갔지.
강모 : ..
백파 : (정색하고, 본다) 돈은 그런 것이야. 누구나 원하지만 함부로 원하면 반드시 화가 되는 게 돈이네.
약속을 못 지킨 대가로 난 고작 손목 하나를 잃었지만... 자넨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를 잃게 될 거야.
이 무서운 거래를... 자네가 먼저 자청한 거네.
강모 : ... 반드시 성공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겠습니다.
백파 : ... (본다, 눈빛)
씬2. 다방 안
(다방 레지 두 명을 옆에 끼고 영출과 소태가 앉아 있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양복 차림..)
레지 : 근데, 뭐하시는 분들이세요?
소태 : 우리..? (거들먹거리며) 그냥, 조그만 사업해.
레지 : (안 믿긴다) 사업이요?
소태 : (영출에게) 근데, 남전무.. 이번에 사업자금 들어올게 얼마라고 그랬지?
영출 : .. (본다)
소태 : (눈을 찡끗 해보이고) 오억... 아니, 십억인가? 남전무, 말 좀 해 봐.
영출 : 그걸 운전기사가 알아서 뭣하게?
소태 : ..! (인상 구겨지고) 에이, 씨.. 증말...
레지 : 어머, 운전하세요?
영출 : 쟤, 베스트 드라이버야.
소태 : (레지들에게) 야, 커피 다 마셨으면 니들 그만 가 봐. 얼른..!
(레지들, 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때, 강모가 들어선다)
영출 : 어떻게 됐어? 돈 구했어?
강모 : 예...
소태 : ..!! 정말 담보 없이 그 돈을 빌렸단 말야?
강모 :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시작하면 돼.
영출 : 강모, 너 진짜 대단하다... 당장 내려가자구. 가서 돈 벌어야지.
강모 : 먼저들 내려가 계세요. 전, 잠깐 들릴 데가 있어요.
씬3. 공회당 밖 (밤)
(허름한 달동네 마을 공회당쯤.. 강모가 다가온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는데..
윤기훈이 십대 후반쯤의 공장 다니는 남녀들을 모아놓고 야학을 하고 있다.
칠판에 가득 적힌 시들...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훈..
강모, 그런 기훈을 보며 미소 짓는데... 기훈, 강모와 시선이 마주친다. 기훈, 잠시 놀라다가 다시 가르치는데...)
씬4. 동, 공회당 안
(야학이 다 끝나고 비어 있다. 강모와 기훈이 단 둘이..)
기훈 : (한강 건설 명함을 보고) 강모, 니가 건설 회사를 세울 줄은 몰랐다.
강모 : 이제 막 시작했어요.
기훈 : 넌 뭐든 잘해 낼 거야. 멀리서나마 응원 하마.
강모 : 저, 선생님 응원 필요 없어요.
기훈 : ...? (본다)
강모 : 선생님의 힘이 필요해서, 모시러 온 겁니다.
기훈 : (픽 웃고) 너도 알다시피, 난 공사에 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강모 : 앞으로 우린, 대기업과 신기술로 맞서 싸울 거예요. 저한텐, 선생님처럼 언론을 잘 아시는 분이 필요해요.
기훈 : ... 니가 말하는 대기업이란 거... 만보건설을 두고 하는 말이냐?
강모 : ... (보는데)
씬5. 황태섭 집 전경 (다른 날, 아침)
씬6. 동, 거실
(출근 복장의 황태섭과 정연, 두 사람만 아침 식사중이다. 복자가 식탁 위에 찌개를 올려놓는데..)
태섭 : 정식이는요?
복자 : 어젯밤에 안들어왔어유.. 사모님두 어제부터 한 끼두 안드시구 술만 찾으시는디...
태섭 : 그 사람, 술 못 마시게 하세요.
복자 : 제 말을 어디, 들으셔야 말이쥬.. (나간다)
태섭 : ... (한숨 쉬고)
정연 : .. (먹기만)
태섭 : (정연을 슬쩍 보며) 너, 내 앞에서까지 실어증인 척 한 거... 니 아비로서 배신감도 들고 많이 서운하기도 했다.
정연 : 죄송해요. 아버지.
태섭 : 하지만 만보건설 회장으로선.. 백번, 천 번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구나.
정연 : ... (본다)
태섭 : 곧 인사발령을 내야겠는데... 원하는 부서가 어디야?
정연 : 기획 이사로 가고 싶어요.
태섭 : (본다) 기획 이사? 그 자린 이미 조민우를 내정하기로..
정연 : (OL) 다른 자린 필요 없어요. 기획 이사로 발령내주세요.
태섭 : ... 그럼 민우는 다른 자리로 승진발령을 내야겠구나.
정연 : 승진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태섭 : .. (보면)
정연 : 당분간 기획 실장으로, 제 밑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태섭 : .. (보는데)
정연 : (미소) 저, 조실장처럼 유능한 사람이 필요해요, 아버지.
태섭 : 그것도 네겐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해... (먹는다)
정연 : ... (생각)
씬7. 동, 안방
(남숙이 술잔을 손에 들고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다)
남숙 : (혼잣말) 끔찍한 기지배... 감히 내 뒤통수를 이렇게 쳤단 말이지? (술을 마시곤, 생각) 근데 로열클럽, 여사장...
그 여자가 왜 정연이 뒷배를 봐 줘? 대체 왜 그 여자가 정연이를..?
(이때, 노크소리... 정연이 들어서는데...)
남숙 : (노려본다) 나가..!
정연 : ... (본다)
남숙 : 꼴도 보기 싫으니까 어서 썩 나가라구..!!
정연 : 정식이하고 새어머니 주식, 저한테 넘기세요?
남숙 : 뭐어? 주식을 넘겨?
정연 : 일전에 저한테 마지막 관용을 베풀겠다고 하셨죠? 저도 똑같이 새어머니한테 마지막으로 관용을 베풀게요.
생각할 시간은 일주일이에요. 일주일 뒤면, 울고불고 매달려도 소용없을 거예요.
남숙 : (벌떡 일어나며) 이 독한 년..! (때리려고 손을 드는데)
정연 : (까딱 않고, 본다) 예전처럼 또 손찌검하시게요? 때려보세요.
남숙 : ... (차마 못 때린다)
정연 : 왜요? 이젠 만보건설 후계자라니까 겁나세요?
남숙 : (노려본다) 너... 그 회사 벌써부터 니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만보건설 후계자?
잘 봐.. 나, 니 엄마야... 회장님 부인이라고..!!
정연 : 그런데요?
남숙 : 너, 내가 방해하면 그 자리 무사히 오를 것 같아? 천만에..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안 놔둬.
정연 : 그럼, 방해해 보세요. (본다, 눈빛) 새어머니하고 정식이한테.. 어떤 일이 벌어지나.
남숙 : ..!! 뭐?
정연 : 저보고 금치산자 만들어서 병원에 가둬버리겠다고 했었죠? 병원에 가둬놔야 할 사람, 제가 아니라...
새어머니가 될 거 같은데... (술병을 보고) 하루도 술 없이, 잠 못 주무신 거 꽤 되셨잖아요.
남숙 : ... (부들부들 떨며) 너, 지금... 나 협박하는 거니?
정연 : 네, 협박하는 거예요. 누구한테 협박하는 법을 아주 잘 배웠거든요.
기억 안 나세요? 나보고.. 아주 영원히 잠들어버리라고 했던 거..
남숙 : ... (놀라서 본다)
정연 : 앞으로... 지옥 같은 일들이 벌어질 거예요. 그거 보기 싫으면.. 새어머니나 영원히 잠드세요. 아시겠어요?
(정연, 밖으로 나간다. 남숙, 의자에 털썩 앉으며...)
남숙 : 저... 저, 무서운 년... 무섭고 독한 년... (어지럽다) 어이구, 심장이야.. 저 년이.. 저년이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
씬8. 만보건설, 실장실
(민우가 업무 중인데 문성중이 들어선다)
성중 : 실장님.. 오늘 중으로 인사발표가 있다는 거, 들었습니까?
민우 : 알고 있어요.
성중 : 방금 인사과에서 연락이 왔는데... 승진 명단에 실장님이 없답니다.
민우 : ..!! 그게 사실입니까?
성중 : 예, 틀림없습니다.
민우 : 회장님 출근하셨죠?
씬9. 동, 기획실 안
(정연이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 책상 위에 책과 서류들이 쌓여 있고... 기획실의 남녀 직원들이 모여 있고..)
대리 1 : 축하드립니다.
여직원 : 저번 임시 주총 때, 저희 기획실 직원들 다 응원한 거 아시죠?
정연 : (가볍게 미소) 고마워요.
대리 2 : 근데, 짐은 왜 싸세요?
(이때, 민우와 성중이 실장실에서 급히 나온다. 민우, 잠시 정연을 보다가 나가려는데..)
정연 : 조민우 실장..
민우 : ..! (본다)
정연 : 여기, 이 짐 들고 나, 따라 오세요.
좌중 : ..? (어리둥절한데)
민우 : (굳어진다) 황정연씨..
성중 : (난감하게) 저, 실장님... 정연양 이번에.. 기획실 이사님으로 발령 나셨습니다.
민우 : ..!! (놀라서, 본다)
정연 : (직원들에게) 그동안 여러분께 많은거 배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직원들 : ... (놀라서)
정연 : (민우에게) 어서, 이거 들고 따라 오세요. (나간다)
민우 : ... (굳어진 채, 보는데)
씬10. 기획이사 방
(기획이사, 황정연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 정연이 도로공사에 관한 서류들을 보고 있는데 노크소리...
정연, 네, 대답하면... 민우가 정연의 짐들을 한 아름 들고 들어선다.
정연, 눈길 한번 안주면... 민우, 데스크 위에 짐을 놓는데)
정연 : (보던 서류를 툭 던져 놓는다) 벌써 도로 공사 예산이 삼십 프로나 초과됐어요.
이대로라면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뻔 할 텐데.. 그 책임, 어떻게 질 거죠?
민우 : ... (본다, 반항적) 어떻게 책임질까요? 사표라도 쓸까요?
정연 : 조실장 같은 사람.. 백명이 사표를 써도, 이번 공사만큼 중요하지 않아요.
민우 : 야, 황정연...
정연 : 말조심해. 나 당신 인사권 가진 사람이야.
민우 : 너, 왜 이렇게 갑자기 변한 건데? 후계자가 되고 보니까 눈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냐?
정연 : (노려본다) 나 이렇게 만든 거, 니들이야... 너하고 황정식..
민우 : ..!! 무슨 뜻이야?
정연 : ...
민우 : 방금 그 말,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구..!
정연 : 더 이상 무례하게 굴면... 조실장, 이 방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민우 : ...
정연 : (서류들을 챙기며) 어떻게든 고속도로 공사, 성공시켜야 돼요. (본다) 문제점이 어떤 건지, 해결책이 뭔지 가져와요.
알겠어요, 조실장?
민우 : .. (노려보며) 예.. 알겠습니다. (나가려는데)
정연 : 상사에게 목례정도 하고 나가는 게 예의 아닌가요?
(민우, 이 악물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간다. 정연, 표정 싸늘하게..)
씬11. 요정집, 방안
(널브러져 있는 술상... 명월이 술에 취한 정식을 깨우고 있다)
명월 : 오빠.. 일어나 봐.. 낮부터 이렇게 취해 있으면 어떡해?
(이때, 문이 확 열리며 민우가 거칠게 들어온다)
명월 : 오빠.. 손님 왔어. 그만 일어나..
민우 : 나가 있어..
명월 : (정식이 깨우며) 오빠아..
민우 : (버럭) 나가라구..!!
명월 : (눈치 보며 나가고)
민우 : (정식의 멱살을 잡고) 야, 황정식.. 정신 차려 봐.
정식 : (게슴츠레 보고, 비몽사몽) 어? 민우냐? 우리.. 술 마시자..
민우 : (뺨을 한 대 때리며) 정신 차려 보라구, 임마..!!
정식 : ... (뺨 한 대 맞고, 멀뚱히 본다) 너, 왜 그래, 인마?
민우 : 너... 정연이 앞에서 실수 한 적 있어?
정식 :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
민우 : (멱살 꽉 쥐며, 낮게, 이를 갈듯) 이강모, 우리가 죽인 거.. 정연이 한테 말했냐구, 임마..
정식 : (확 밀치며) 미친 놈... 내가 돌았냐? 그딴 말을 하게? (주전자를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민우 : ... 정연이가.. 뭔가 알고 있는 눈치야.
정식 : ..! (물 뿜고, 본다) 그걸 걔가 어떻게 알아? 지 입으로 그래? 우리가 강모 죽였다구?
민우 : .. (생각, 불안하게)
씬12. 기획 이사실
(정연이 수첩을 주르르 펼쳐보고 있다. ‘나, 랑, 결, 혼, 해, 줄, 래?’
정연, 무겁게 한숨 내쉬더니 창밖을 내다본다. 단호해지는 표정...)
정연 : (E, 마음의 소리) 강모야... 하늘나라에서 잘 봐둬... 이제부터... 내가 널 죽인 놈들한테 어떤 벌을 내리는지...
내가 어떻게 니 복수를 하는지... 잘 지켜봐 줘, 강모야..
씬13. 현장 사무소 앞
(도로공사를 하는 현장 사무소 앞...
‘중원건설’ 간판이 보이고.. 포클레인과 트럭들 몇 대가 서 있다. 건축 자재가 쌓여 있고...
그 앞에 서 있는 승용차 안... 말쑥한 차림의 강모와 소태, 영출이 사무소쪽을 보며)
영출 : 어째, 회사가 시원찮아 보이네?
강모 : 지방 업체 중에선, 대전 부산 간 도로 중에 가장 긴 구역을 담당하고 있어요.
소태 : 여기서도 쫓겨나면 어떡하냐?
강모 : 부닥쳐 봐야지. (차에서 내린다)
씬14. 동, 사무소 안
(직원들이 몇 명 있고.. 작업복 차림의 사장이 전화 중이다. 이때, 강모가 들어서는데...)
사장 : 이것봐요. 임사장, 당신이 만보건설 도로 공사에 모래하고 자갈, 전량 다 대줬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강모 : ...! (본다)
직원 1 : 어떻게 오셨어요?
강모 : 사장님 좀 뵈러 왔는데요.
사장 : (전화 중) 대기업만 건설사고, 우린 건설사로 안 보인단 말이야?
(전화 끊기고) 여보세요? 임사장..? (수화기 놓고) 아, 자식이 증말...
강모 : 이젠 모래나 자갈이 필요 없습니다.
사장 : 이 사람, 뭐야?
강모 : 현장 문제, 제가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사장 : 뭐해? 당장 내보네. (다시 수화기 들고 다이얼을 돌리려는데)
강모 : (손으로 막는다) 전국적으로 새로 짓는 주택이 오백만 호가 넘습니다. 모래자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사장 : 그래서요? 공사 포기 하라구?
강모 : 흙과 시멘트만으로도 기초공사를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사장 : 이봐요. 나도 도로 공사만 이십년 해온 사람이야. 그런 공법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져.
강모 : 한번만 저한테 맡겨 보세요. 만약 해내지 못하면...
사장 : 아, 시끄러. (직원들한테) 이 사기꾼, 안 쫓아내고 뭐해?
직원 1 : 그만 나가 주세요.
강모 :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틀림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직원 1 : 나가 달라니깐요.
직원들 : (강모를 끌어낸다)
강모 : (끌려 나가며) 사장님.. 사장님...!
씬15. 컨테이너 사무실 안
(강모와 영출, 소태가 침울하게 앉아 있다. 강모, 곰곰이 생각중이고..)
소태 : 죽이는 기술이 있으면 뭐하냐구.. 써먹을 데가 없는데..
영출 : 멍청한 놈들.. 호박이 넝쿨 채 굴러들어온 걸 모르고...
강모 : (잠시 생각하다가) 소태야.. 만보건설 공사 상황 좀 알아 봐.
소태 : 만보건설은 왜? 너, 거기하고 손 잡으려구?
강모 : 어서 가서 알아 봐.
소태 : 어.. 알았어.. (나간다)
강모 : ... (고민스럽게)
씬16. 도로공사 현장
(몇 대의 트럭들이 돌과 모래를 실어 나르고 있다.
‘만보건설 도로공사 현장’ 간판이 크게 걸려 있고.. 인부들이 땅을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복 차림에 안전모를 쓴 민우와 성중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장 감독이 쩔쩔매며 뒤를 따라 오고...)
민우 : (화가 나 있고) 대체, 아직까지 아스팔트도 깔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감독 : 죄송합니다.
성중 : 실장님, 여기 지반이 마사토라서... 다른 지역보다 땅 다지는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리는 건 사실 입니다.
민우 :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고속 도로공사, 예산 초과 없이 기간 내에 마쳐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감독 : ... (한숨)
민우 : 우선, 오늘부터 인부들 작업량 늘리세요. 작업량에 미달하는 인부들은 가차 없이 자르고 새로 고용하시구요.
감독 : 알겠습니다.
(일각의 승용차 안... 소태가 살펴보며...)
소태 : 저, 자식 조민우잖아? (보는데)
씬17. 현장 사무소 안
(민우가 들어선다. 성중이 따라 들어오고... 민우, 화가 나서 안전모로 책상을 꽝 내리친다. 씩씩대는데...
성중, 눈치를 보며...)
민우 : ... (잠시 생각하다가) 문과장님...
성중 : 예, 실장님..
민우 : 아까 보니까 땅 다지는 작업에 모래와 자갈이 사용되던데.. 원래 있던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사용 할 순 없는 겁니까?
성중 : 저도 토목건축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 그런 공법이 있단 얘긴 못 들었습니다.
민우 : 연구소에 연락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수화기 드는데)
민우 : 아닙니다. 내가 직접 가서 말하죠.
씬18. 컨테이너 사무실 안
(소태가 와 있고...)
강모 : 뭐? 조민우가 와 있다고?
소태 : 어, 작업복까지 입고 현장 감독을 사정없이 깨는 거 보니까 이번 공사 그 자식이 맡은 거 같아.
강모 : ... (생각)
소태 : 야, 딴 건 몰라두, 우리가 조민우한테 질 수는 없는 거 아니냐? 그 자식, 아주 자근자근 짓이겨 버려야 되는 거 아냐?
영출 : 왜? 걔가 니들 돈 떼먹었냐?
강모 : .. (뭔가 생각하며) 형님... 말로 안되면 어떡해야 되죠?
영출 : 말로 안되면? 귓구멍이 뻥 뚫리도록 쌍 욕을 해줘야지.
소태 : 쌍 욕은 주둥이에서 안 나오나? 말로 안되면 마빡으로 들이박아야지.
강모 : (잠시 생각하다) 소태야... 삽하고 시멘트, 경화제 준비해서 차에다 실어 놔.
영출 : 그건 뭐하게?
강모 : 중원 건설 사장, 절대 말로 해서 믿을 사람 아니에요. 두 눈으로 직접 믿게 해줘야죠. (생각하는 눈빛)
씬19. 일식집 안
(성모와 민홍기가 식사 중이다)
성모 : 저번 일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홍기 : 괜찮아. 자네가 날 도와주는 걸 생각하면,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냐.
성모 : 요즘 조필연 쪽이 수상합니다.
홍기 : 수상하다니? 요즘 아예 유세도 포기하고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 같던데...
성모 : 조필연은 제가 잘 압니다. 뭔가 얻고자 하는 먹이가 코앞에 있을 때.. 그때가 가장 고요하고 무섭습니다.
홍기 : 이미 지지율이 하늘과 땅차이야. 제 아무리 조필연이라도, 이정도 격차면 절대 못 뒤집어.
성모 : ...
홍기 : 자네도 나 따라서 정치판으로 오는 건 어때?
성모 : 전 그런 거 흥미 없습니다.
홍기 : 아직 젊어서 그래. 내 나이 돼 봐. 세상에 정치만큼 짜릿 한 거 없어.
성모 : ... (뭔가 생각)
씬20. 다방 안
(고재춘이 칼치에게 뭔가를 은밀히 지시하고 있다. 칼치, 눈빛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일각의 다른 자리.. 신문을 펼쳐들고 보던 사내가 슬그머니 재춘 쪽을 본다. 찬성이다)
씬21. 선거사무실 안
(조필연이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낮잠을 자고 있다. 들어서는 양명자.. 신문지를 확 들춘다)
명자 : 지금 잠이 와요?
필연 : ... (기지개를 켠다)
명자 : 선거가 코앞이에요. 지지율은 바닥까지 곤두박질 쳤다구요.
필연 : 근데?
명자 : (어이없고) 당신, 정말 선거 포기하신 거예요?
필연 : 세상을 놀라게 하려면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돼.
두고 봐... 다들 끝났다고 할 때가... 이 조필연이 날개를 피는 날이 될 테니..
명자 : (기막힌데)
재춘 : (급히 들어선다) 다녀왔습니다.
필연 : 준비 다 끝났냐?
재춘 : (비장하게) 예... 이제, 출격만 남았습니다.
필연 : 언론 쪽은?
재춘 : 중앙지 기자들이 몇 명 올 겁니다.
명자 :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필연 : 당신도 준비 해. (일어선다)
씬22. 안기부, 성모 방
(찬성이 와 있다, 성모가 놀라며..)
성모 : 뭐? 민후보 쪽 청년부장이 고재춘을 만났단 말야?
찬성 : 예. 단 둘이 뭔가를 은밀히 의논하고 있었어요.
성모 : 청년부장이란 놈이 누군데?
찬성 : 말죽거리에서 활동하는 조직 폭력배 두목이에요.
성모 : 지금 조필연 어디 있어?
찬성 : 방금 재개발지역으로 갔다는 소식입니다.
성모 : .. (잠시 생각하다가) 틀림없이 뭔가가 있어.. 따라 와..! (나간다)
찬성 : (급히 따라가고)
씬23. 재개발 지역, 농성장
(현수막들이 걸려 있고.. 남녀노소 철거민들과 대학생들이 천막을 쳐 놓고 모여 있다.
이때 띠를 두른 조필연과 명자, 고재춘과 수행원들이 다가온다.
수행원들 손에 라면 박스들이 들려져 있고... 기자들 몇 명이 따라오고...)
필연 : 더운데 고생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필연입니다.
좌중 : .. (시쿤둥)
명자 : 라면하고 생필품 좀 사왔어요. 힘드시더라도, 힘들 내세요.
(수행원들이 가져온 박스들을 놓는다. 철거민 중에 노인이 나서며...)
노인 : 고맙습니다.
필연 :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고생을 하시는 걸 보면 제 마음이 다 찢어지는 것처럼 아픕니다.
대학생들 : .. (못마땅한 시선들)
필연 : 이 나라는 너무 가진 자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요.
제가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 여러분들처럼 힘없고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서 싸울 겁니다.
학생남 : 중앙정보부 출신이라면서요?
필연 : 근데? 그게 뭐가 잘못 됐나?
학생남 : 권력에 빌붙어 있던 사람이 서민들을 위해서 싸운다고요? 여기,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학생녀 : 거기다가 친일파 자손이라면서요? 죄송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세요.
필연 : ... (보는데)
학생 : (뛰어 들어온다) 철거반원이 오고 있어요..!!
(칼치와 철거반원들이 몽둥이로 무장하고 나타난다.
철거민들과 대학생들이 모두 일어서서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램을 짠다. 순식간에 대치하는 상황...)
학생남 : 여기서 밀려나면 우리 모두 죽습니다. 절대 물러서지 마십시오..!
칼치 : 내가 분명, 오늘까지 천막 다 치우라고 그랬지?
노인 : 이 놈들아..! 어디루 가서 살라구 우릴 내쫓아?
아줌마 : 우린 절대 못가..! 차라리 우릴 죽여라, 이 놈들..!!
칼치 : 그래? 그럼, 죽여주지.. (좌중에게) 야, 끌어 내..!!
(철거반원들이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낸다. 주민들과 대학생들이 주저앉아서 팔짱을 낀 채 버티고..
누군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하면 다들 따라 부르며..)
칼치 : 이것들이 정말..!!
(칼치가 두들겨 패기 시작하면 이어지는 구타들.. 노래가 그치고 비명소리가 이어지며...
이때, 조필연이 달려들더니 철거반원을 떼어내고 팔을 벌려 막아 낸다)
필연 : 그만, 그만들 해..!!
칼치 : 당신은 뭐야?
필연 : 내 지역구 사람들이야..! 돌아 가...!
칼치 : 이 봐, 후보양반? 우린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야.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건 이 사람들이고.. 뭘 알기나 알아?
필연 : 법 위에 사람이 있어. 국민을 괴롭히는 게 무슨 합법이야?
칼치 : 말로 해선 안 되겠네? 야, 쳐라..!!
(몽둥이로 두들겨 패기 시작하는 철거반원들...
필연이 기를 쓰고 막아서는데 칼치가 머리를 후려친다. 명자, 여보..!! 울부짖으며 달려드는데 저지당하고..
고재춘과 수행원들이 달려들지만 사정없이 구타를 당한다.
이때, 노인이 집단 구타를 당하자 필연이 몸을 날려 노인을 보호한다. 그 위로 쏟아지는 무수한 매질...)
필연 : (맞으며) 버티십시오, 여러분.. 정의는 반드시 이깁니다...! 끝까지 버텨서 지켜내십시오..!!
(피를 흘리며 노인을 보호하는 조필연의 모습위로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쉬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울부짖으며 끌려 나가는 명자... 조필연도 철거반원들이에 들려서 실려 나가는데.. 연신 터지는 플래쉬...
그 일각... 성모와 찬성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조필연의 의도를 간파 한 채, 놀라 있는 성모의 모습...)
씬24. 병원 로비
(병실 앞에 모여 있는 기자들... 이때, 조필연이 누운 이동침대가 수술실에서 나오자 우르르 물려든다. 후래쉬 터지며...
조필연, 엉망인 얼굴로 머리와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고.. 눈물이 흥건한 명자와 반창고를 잔뜩 붙인 재춘들이 따라 들어서며...)
가자 1 : 상황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기자 2 : 철거민들을 위해서 몸을 던질 때 심정을 말씀해 주시죠.
의사 : 지금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필연 : .. (손을 들어서) 저.. 괜찮습니다.
기자 1 : 힘드시겠지만 한 말씀만 해주세요, 조후보님. (마이크를 갖다 댄다)
기자 2 : (방송국 카메라를 갖다 대고)
필연 : .. (카메라를 응시한다, 힘겹게) 저보다도.. 주민들이 걱정입니다... 그분들은... 괜찮습니까?
의사 :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비켜주십시오.
(이동침대가 기자들을 뚫고 지나간다. 카메라 플래쉬가 쏟아지며..)
씬25. 안기부, 성모 방
(성모와 찬성이 급히 들어선다)
성모 : (흥분해서) 자작극이야..! 조필연의 노림수가 바로 그거였어..!!
찬성 : 철거반장이 민홍기 후보, 청년부장입니다.
성모 : ..!! (놀라서) 뭐?
찬성 : 틀림없습니다.
성모 : 그 놈 당장 잡아야 돼... 애들 데리고 가서, 그 놈 잡아 와..!!
찬성 : 알겠습니다. (급히 나간다)
(성모,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다가 전화통을 집어 들고 내리치는데..!!)
씬26. 한옥집 안
(오병탁과 한명석이 와 있다. 백파와 경옥들과 차를 마시고 있고..
병탁, 명석이 각각 다른 신문을 펼쳐 들고 있는데...
‘무소속 조필연 후보, 철거민들을 위해 살신성인’ ‘진정한 정치인상 제시’ ‘서민들의 영웅으로 급부상’ 등등의
굵직한 타이틀 기사들과 조필연의 현장 사진들이 보인다.
병탁, 신문을 확 구겨 버리고..)
병탁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조필연이 서민들의 영웅이라니?
명석 : 각 일간지마다 조필연 후보를 칭찬하느라 정신들이 없습니다.
경옥 : 벌써 지역구 주민들의 표심이 조후보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어요.
병탁 : 이러다가 정말 조필연이 선거에 당선 되는 거 아냐?
백파 : 원래가 여우의 사냥은 시끄럽고, 호랑이의 사냥은 조용한 법이오.
병탁 : 그게 무슨 말이우, 형님?
백파 : 선거 내내 민후보 쪽이 우세했소. 헌데, 막판까지 조용히 있던 조필연이 단 한 번에 역전할 기세지 않소.
경옥 : 그럼.. 예전에 말씀하셨던 그 호랑이가...
백파 :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어.
병탁 : 내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한다..?
명석 : 그럼, 이 모든 게 조필연의 자작극이란 말씀이십니까?
백파 : 자작극이든 아니든 지금 와서 그게 뭐가 상관이겠소. 중요한 건, 이제부터 선거정국을 조필연이 휘어잡았다는 거요.
경옥 : ... (생각)
씬27. 병원, 병실 안
(붕대를 감은 조필연이 침대에 기대서 힘겹게 웃고 있다. 민우와 명자가 있고..
필연, 크게 웃지 못하고 갈비뼈가 아픈 듯이 인상 쓰는데..)
명자 : 지금 웃음이 나와요? 난 당신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식겁했구만...
필연 : 민우, 니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민우 : 죄송해요, 아버지... 지방에 내려갔다가 뒤늦게 소식을 듣는 바람에..
필연 : 내 말은.. 이 아버지가 전세를 뒤집는 걸 니가 봤어야 했단 말이다.
민우 : ...! (굳어진다) 이게.. 다 아버지가 꾸민 일이에요?
필연 : ... (하하, 웃다가, 아픈 듯) 그럼.. 내가 철거민들을 위해서 정의롭게 몸을 던진 줄 알았냐?
명자 : (놀라서) 여보..?
필연 : 난 정의란 말을 믿지 않아.. 나약한 인간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들어놓는 보험 같은 거거든.
정의롭게 살았다고 그러면.. 최소한 인생에서 패배자라는 오명은 벗을 테니까..
민우 : ..
필연 : 정의보다 중요한 건 승리야. 이기는 거.. 정연이가 만보건설 후계자가 됐다고? 이제 부터 니 상대는 황정연이 그 아이야..
그 아이를 상대로 만보건설을 장악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봐.
민우 : ... (마음 무겁게)
재춘 : (급히 들어선다) 밖에, 민홍기가 와 있습니다.
필연 : ..! 들어오라고 그래.
재춘 : .. (밖을 향해) 들어오십시오.
(민홍기와 엄가가 들어선다. 홍기, 짧게 필연을 노려보다가, 이내 표정 풀고)
홍기 : 그래, 몸은 좀 어떤가?
필연 : 자넨 역시 대인배군... 날 문병 올 생각을 다 하고..
홍기 : 지금은 비록 적이지만, 자네도 언젠가 정치에 입문하게 될게 아닌가? 결국은 다 같은 동지가 될 사인데 문병쯤이야..
필연 : 그 말.. 이번엔 자네가 당선 될 거란 뜻이군.
홍기 : 돌맹이 하나 던졌다고 강물이 바뀌진 않아. 잠시 파문만 일 뿐이지.
필연 : 조만간에 아주 재미있는 기사가 뜰 거야. (기침을 쿨럭 해대고는 가슴 쪽이 아픈 듯)
명자 : 여보, 말씀 그만 하세요.
필연 : 자네가.. 가까이 오게.
홍기 : (다가간다, 귀를 가까이 하면)
필연 : (조근 조근한 말투) 날 공격했던 그 철거 반장이.. 자네 선거캠프의 청년 부장이더군.
홍기 : ..!! (크게 놀란다)
필연 : 앞으로 나올 신문, 잘 봐둬.. 한명은 서민들의 영웅이 되 있고
또다른 한명은,... 깡패 새끼들이나 대동하는 양아치가 되어 있을 테니까..
홍기 : ..! (노려본다) 그래... 이 모든 게 네놈 짓이야.. 네 놈이 꾸민 일이야.
필연 : 재춘아.. 민후보님, 그만 가신단다.
(홍기, 자릴 박차듯이 밖으로 나간다. 엄가, 따라 나가고.. 필연, 옆구리를 움켜쥐고 조심스럽게 웃기 시작한다.
민우, 그런 필연을 보는데... 아버지지만, 비정하고 무섭다)
씬28. 동 밖, 복도
(병실에서 나오는 민우.. 지친 듯이 의자에 앉는다. 담배를 찾듯이 주머니를 뒤져 담배갑을 꺼내는데... 딸려 나온 종이 한 장..
민우, 안주머니에서 꺼내 펼쳐보는데 꼬깃꼬깃 구겨진 미주의 이력서다. ‘검정고시 준비중’ ‘고아’ 라는 글씨들..
그 밑에 자기 소개서 란에 미주의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고.. 민우, 읽는데..)
미주 : (E) 제 성격의 장점은 늘 밝고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노력하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돌아가신 엄마가 말씀하셨거든요.
씬29. 몽타주
- 버스 차장을 하는 미주의 모습...
- 열심히 사무실 청소를 하는 미주.. 물을 길어오고.. 대걸레질을 하고..
미주, 피아노를 닦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몰래 건반을 눌러본다. 기분 좋은 듯, 잘 치지도 못하는 건반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 옥상에서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열심히 발성연습을 하는 미주.. 양동이를 벗으면 땀에 흠뻑 젓은 채..
미주 : (E) 고아로 자라서 고생을 많이 한 편이지만 결코 좌절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제 꿈이 있다면.. 이다음에 가수가 돼서, 힘든 사람들한테 힘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지금보다, 세상이 좀 더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씬30. 병원 복도
(민우, 이력서를 접는다. 어느새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
마치 미주의 모습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줄기 따뜻한 빛처럼 여겨지는 느낌..)
씬31. 기획실 안
(민우가 들어선다. 문성중과 직원들이 있고..)
대리 1 : 오셨어요, 실장님.
민우 : 별일들 없으셨죠? (실장실로 가려는데)
여직원 : 참, 실장님 지방에 내려가 계시는 동안 도시락 왔었어요.
대리 2 : 상할 것 같아서 저희들이 다 먹었습니다.
여직원 2 : 도시락 안에 편지 들어 있던데...
민우 : .. (미소 보이고, 들어간다)
씬32. 동, 실장실
(들어서는 민우... 데스크 위에 빈 도시락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쪽지가 올려있다.
민우, 쪽지를 펼치는데..)
미주 : (E) 요 며칠 계속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전 요즘 사무실 근처 도서관에 나가요. 검정고시가 얼마 안 남았거든요.
씬33. 구립도서관 안
(미주가 영어문제집을 풀며 공부 중이다. 어려운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그 맞은편쯤에서 번듯하게 생긴 남자 대학생이 미주를 힐끔 거린다. 계속되는 대학생의 시선... 미주, 눈치 못 채고..)
씬34. 동, 화장실 앞
(미주가 손을 씻고 나오는데 대학생이 손에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들고 기다리다가...)
대학생 : 저기요..
미주 : ..? (본다)
대학생 : (자판기 커피 주며) 이거 드시고 공부하세요.
미주 : 저, 커피 마셨어요. (가려는데)
대학생 : ... (막아선다) 잠깐 얘기 좀 해요.
미주 : 왜 이러세요?
대학생 :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한국대학교 경영대 다니구요...
(이때, 계단을 올라오던 민우가 미주를 본다)
대학생 : 아까부터 그쪽 봤는데.. (당당하게) 사귀고 싶습니다.
미주 : ... (보다가) 저, 애인 있어요.
민우 : ...!! (애인?)
대학생 : (물러서지 않고) 그쪽 애인보다 내가 더 괜찮은 놈일수도 있잖아요.
미주 : ... (본다)
대학생 : 오성제과 알죠? 저, 거기 취직 됐어요. 나 같은 놈 놓치시면 나중에 후회하실 텐데..
미주 : 내 애인은 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거든요?
(민우, 뭔가 실망스럽다. 뒤돌아서 가려는데...)
미주 : 벌써 기획실장이에요.
민우 : ...!! (멈칫 서고, 기획실장?)
대학생 : 기획실장도 나름이죠. 조그만 회사 기획실장은 별거 아니에요.
미주 : 만보건설이라고 들어 보셨죠?
민우 : ...!! (내 얘기구나..! 피식 웃는)
대학생 : 마, 만보건설이요?
미주 : 그리구, 얼마나 멋있는데요. (훑어보며) 그 쪽은 상대두 안돼요.
(이때, 성큼성큼 다가오는 민우.. 미주, 민우와 눈이 딱 마주치자 놀라며.. 들었나..?)
민우 : 내 애인한테 무슨 볼 일 있는 겁니까?
미주 : ...!! (들었구나!, 에이씨! 후다닥 달려가고)
대학생 : 죄, 죄송합니다. (가면)
민우 : ... (픽 웃고)
씬35. 도서관 안
(민우와 미주가 나란히 앉아 있다. 민우, 책 한권을 손에 들고... 문제 풀이 하는 미주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미주 : (문제집, 탁 덮고 본다) 그렇게 쳐다보시면 공부 안 되잖아요?
민우 : 누가 니 얼굴 봐? 답 틀렸나 안 틀렸나 보는 건데... 너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지?
미주 : 실장님...
민우 : 민우씨..
미주 : 네?
민우 : 애인이라며? 누가 애인을 실장님이라고 불러?
(미주, 창피해 죽겠다. 더 이상 못참고 일어서서 나가는데.. 민우, 피식 웃으며 문제지 들고 따라가고...)
씬36. 도서관 밖 벤치
(미주가 풀이 죽어서 앉아 있다. 민우, 문제집을 들고 다가와 옆에 앉는데..)
미주 : 죄송해요, 실장님... 제 주제에 그런 거짓말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민우 : (본다) 니 주제? 니 주제가 어때서?
미주 : 실장님처럼 집안두 좋구... 좋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민우 : 그만해. 우리 집안도 그렇게 좋은 집안 아냐.
미주 : ...? (본다)
민우 :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 해. 그 실력으로 검정고시 합격하려면 백년은 더 걸릴 거다.
미주 ; 내 실력이 뭘 어떻다구요?
민우 : .. (문제지를 내민다) 거의 다 틀렸더라?
(미주, 보면.. 빨간 색연필로 틀린 표시 쫙 쫙 그어 있고.. 미주, 창피해서 얼른 빼앗아드는데..)
민우 : 앞으로, 하루 한 시간씩 특별과외 해줄게.
미주 : 네?
민우 : 왜? 머리 나쁜 거 들킬까봐 걱정 돼?
미주 : 안 바쁘세요?
민우 : 바뻐. (윗도리를 벗는다. 와이셔츠 차림) 오늘은 이 영어문제부터 다시 풀자. 잘 봐..
(민우, 만년필을 꺼내서 발음 굴려가며 영어문제를 풀어주기 시작한다. 미주, 그런 민우를 슬쩍 훔쳐보는데.. 두근거리는 마음..
열심히 풀어주는 민우... 미주, 입가에 미소 지으며..)
씬37. 현장 사무소 앞 (밤)
(중원건설 현장 사무소 앞 공터다.
작업복 차림의 강모와 영출, 소태가 화물트럭에서 경화제가 든 플라스틱 통과 시멘트들을 내리고 있다.
삽과 곡괭이들을 꺼내고...)
강모 : 내일 아침까지 끝날까요?
영출 : 끝내야지. 이놈들 출근하면 말짱 도루묵인데..
소태 : 이렇게 하면, 저 놈들이 우릴 믿어 줄까?
강모 : 눈으로 보면 다 믿게 돼 있어. 시작하죠.
씬38. 몽타주 (밤, 동 현장사무소 앞)
- 트럭 헤드라이트가 켜지고...
- 강모, 소태, 영출이, 삼십 센티 깊이로 길게 도로모양처럼 땅을 파서 흙을 뒤집어 놓는다. 삽과 곡괭이질.. 땀에 젖은 채 힘겹게...
- 강모와 소태, 영출, 파 놓은 흙 위에 시멘트를 쏟아 붓는...
씬39. 동, 현장 사무소 앞 (이른 아침)
(도로 모양으로 뒤집어 놓은 흙에, 강모와 소태, 영출이 액체 경화제를 뿌리면서 열심히 삽으로 비비고 있다. 온통 땀에 젖고...)
영출 : 날 다 새버렸다... 곧 출근시간이야.
강모 :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요?
영출 : 빨라두 두 시간인데.. 저 놈들이 남의 땅, 다 헤집어 놓는다구 경찰에 신고하면 도로아미타불 아녀.
강모 : 소태야... 여기 들어오는 입구, 트럭으로 막아.
소태 : 어?
강모 : 니가 책임지고 출근하는 사람 저지하라고.
소태 : 나 혼자..?
강모 : 그래, 임마..!
소태 : 아니, 내가 무슨 방조제두 아니구.. 혼자 어떻게 막으라고..
강모 : 출근 시간까지 한 시간 남았어. 나머지 한 시간만 막으면 돼.
소태 : 나, 참 미치것네, 증말..
영출 : 니 얼굴에, 딱 맞는 방법 있잖아, 임마.
소태 : 그런 방법이 있으면 갈켜 줘봐요.
영출 : (소태 귓가에 뭔가 얘기 하고)
강모 : .. (미친 듯이 삽질하는)
씬40. 현장 입구
(출근길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다.
방어벽이 세워진 공사장 입구의 출입구를 막고 있는 트럭... 그 앞에 박소태가 웃통을 벗은 채 자해소동을 벌이고 있다.
소태 옆에 있는 휘발유 통... 소태의 몸통에 붉은 페인트로 ‘죽고 싶다’ 적혀 있고..)
직원남 : 이봐요.. 죽더라도 여기서 이러면 안되지.. (다가가려는데)
(소태, 휘발유 통을 몸에 끼얹는다. 지프라이터를 켜면, 여기저기 비명소리)
소태 : 누구든, 오기만 해봐.. 나, 그냥 확 뒤져버릴 거야...!
나 이미 몸 안에 있는 콩팥두 다 팔구, 남은 거 없거든? 나랑 같이 죽구싶으면 와 봐.
사람들 : .. (안타깝게)
소태 : .. (애타서 안쪽을 돌아보는데)
씬41. 동, 현장 사무소 앞
(도로 모양으로 거의 다 메워가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강모와 영출... 온 몸이 땀에 젖은 채 삽으로 비벼 놓은 흙을 다지는데서...)
영출 : 으메, 나죽네.. 내가.. 이게 무슨 개고생이여...
강모 : 조금만.. 조금만 더 힘내세요... 조금만...
씬42. 다시, 현장 입구
(소태가 여전히 대치중이고.. 승용차가 다가와 서더니 사장이 차에서 내린다)
사장 : 무슨 일이야?
직원남 : 자살소동입니다.
사장 : 뭐? 자살 소동? (소태 앞에 나선다)
(소태, 사장을 보자 긴장하며, 남은 휘발유를 몽땅 몸에 붓는다)
소태 : (라이터 켜고) 다 와 봐..! 다 같이 장렬하게 전사해 보자구..!
사장 : 저거 휘발유 맞아?
직원남 : 그런 거 같습니다.
사장 : 가서 냄새 맡아보면 알거 아냐. (소태쪽으로 다가간다)
소태 : 오, 오지마..! 확 불 싸질러 버릴 거야, 오지 마..!
사장 : .. (가까이 다가가며)
직원남 : 사, 사장님, 위험해요.
소태 : (라이터 불을 몸에다가 가까이 가져가며) 고, 고기 타는 냄새 맡고 싶어? 어?
사장 : .. (뭔가 이상하다, 갸우뚱)
소태 : (더욱 몸에 가까이 가져가며) 여기 불붙으면 나만 죽을 거 같아? 논개처럼 아무나 끌어안고...
(이때, 라이터 불을 배에 너무 가까이 가져간 소태... 앗 뜨거라..!! 화들짝 놀라며 펄펄 뛰는데...)
사장 : 뭐야? (냄새 맡더니) 이 자식 맹물 가지고 쇼한 거잖아? 야, 빨리 끌어 내..!!
(직원들이 소태에게 몰려드는 순간..
잠깐만요..!! 소리치며 트럭 뒤쪽에서 나오는 강모... 영출이 따라 나오고...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사장 : (알아보고) 넌 그때 그..?
강모 : (숨을 헐떡이며) 제가.. 모래하고 자갈이 없어도... 도로공사 할 수 있다고 했죠?
사장 : ..? 뭐?
강모 : 가서... 직접 보세요. 눈으로 확인하시면... 제 말을 믿으실 겁니다.
사장 : ... (못미더운 눈치)
씬43. 사무소 앞, 공터 (시간경과)
(공사를 해 놓은 도로 모양의 지반 근처에 출입 금지 테입이 쳐져있다. 사장과 직원들, 강모와 영출, 소태가 보고 있고...)
사장 : 여기에 시멘트하고 경화제만 들어간 거 확실 해?
직원남 : 틀림없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 했습니다.
사장 : .. (미심쩍게 본다)
직원남 : 만약 이게 굳으면, 이건 정말 도로공사에 획기적인 사건 아닙니까?
사장 : 당신들, 연락처 놓고 돌아가 있어요. 결과 보고 연락할 테니..
강모 : 오늘 중으로 마를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리죠.
씬44. 현장 사무소 안
(강모와 영출, 소태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소태 : 배 안고파? 우리, 뭣 좀 시켜먹을까?
강모 : .. (심각하게)
영출 : 아, 이것들이.. 지들 대박 나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푸대접 해두 되는 거야?
강모 : ...
(이때, 문이 확 열리며 사장과 직원들이 들어선다. 강모, 보는데.. 사장, 강모 앞에 다가가고..)
강모 : 말랐습니까?
사장 : ...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채) 예.
강모 : 어떻던가요?
사장 : 그게...
강모 : 일반 모래와 자갈을 섞은 것보다도 강도 면에서 세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총 공사비의 사십 프로까지 절감 될 수 있고요.
사장 : 사, 사십 프로씩이나...? (강모의 손을 덥석 잡는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당장 계약부터 하시죠.
강모 : .. (무표정으로, 본다)
사장 : (직원에게) 뭣들 해? 우선 이분들, 커피부터 내오고..
강모 : 우리가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신다고 했죠?
사장 : 예?
강모 : 전 그걸로 족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일어서는데)
사장 : (붙잡는다) 한번만 살려 주십시오. 지금 모래하고 자갈을 못 구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강모 : ...
사장 : 계약 조건이 뭡니까? 다 들어 줄 테니까... 제발 우리 한번만 도와주세요.
강모 : (본다) 조건은 두 가집니다. 첫째, 지금 하시고 계시는 도로 공사 중 일부를 저희 한강 건설이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사장 : 그, 그러죠. 또 다른 조건은 뭡니까?
강모 : 로열티는 총 공사비의 이십 프롭니다.
사장 : 그건 좀... 우리두 지금 적자가 심해서...
강모 : 좋습니다, 십오 프로로 하죠, 그 이하는 절대 안 됩니다.
사장 : 좋아요. 당장 계약 합시다.
영출 : 대신.. 아시는 사장님들한테 소개 좀 많이 시켜 주십쇼.
사장 : 그건 걱정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로 골머리 썩고 있는 친구들 꽤 있으니까...
영출, 소태 : .. (입가에 미소 번지는데)
씬45. 만보건설, 공사 현장 (다른 날, 낮)
(작업복에 안전모 차림의 정연과 민우, 시덕이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인부들 몇몇만 뒤를 따르고..)
정연 : 현장 소장하고 간부들은 왜 아직도 안 보이는 거죠?
시덕 : 분명이 오늘 이사님 오실 거라고 연락해 놨는데..
민우 : 이해하세요. 원래 현장에 여자 들락거리는 거, 안 좋아 합니다.
정연 : .. (굳어진다)
(이때, 현장소장과 간부들 몇 명이 다가온다. 정연은 본체만체 하며)
소장 : (민우에게) 실장님이 오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민우 : ... (정연을 보며, 씩 웃는데)
정연 : .. (노려본다)
시덕 : (정연을 가리키며) 기획 이사님이세요.
소장 : 아이구,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이곳 현장을 맡고 있는...
정연 : (OL) 낮부터 술 마셨어요?
소장 : 네?
정연 : (슬쩍 냄새 맡고) 술 냄새 나는데요?
소장 : (피식 웃고) 근처에 땅 가진 지역유지들하고 점심때 한잔 했습니다. 이런 일 하려면 부득이하게..
정연 : ..!! (소장의 쪼인트를 깐다)
소장 : ..! (악..! 하며)
민우 : (놀라는데)
정연 : 저녁때 현장 간부들, 다 집합시키세요.
감독 : 저기, 이사님..?
정연 : 공사를 이따위로 만들어놓고 술이나 마셔요? 이게 당신들이 월급 받고 할 짓이야?
감독 : 그런 게 아니라 업무상...
정연 : ..!! (냅다, 한 대 더 걷어차고) 내 말 안 끝났어..!
좌중 : ..! (일제히 부동자세)
정연 : (좌중을 노려보며) 저녁에 나올 때, 각자사표들 써서 나와요. (간다)
좌중 : ... (놀라서 보는데)
시덕 : ... (나서며) 저 분이 누군지, 모르세요? 이번에 만보건설 후계자로 결정되신 황정연 이사에요.
감독 : ..!! 예?
시덕 : 잘못 보여도 하필이면.. (혀를 차고 간다)
좌중 : .. (죽었다, 하는 표정으로)
민우 : ... (정연을 보는데서)
씬46. 컨테이너 사무실 안
(양복 차림의 강모가 앉아 있고.. 맞은편에 다른 건설사 사장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남영출이 입구쪽에서...)
사장 1 : 계약금은 내일까지 드리면 되죠?
강모 : 그렇게 하세요.
사장 1 : 아무튼, 우리하고 잘해 봅시다. (인사하고 나간다)
영출 : (길게 하품하고) 다음 들어와요.
(다른 건설사 사장이 들어선다. 자리에 앉으면 강모, 계약서를 꺼내놓고..)
강모 : 계약서는 밖에서 읽어보셨죠?
사장 2 : 그러믄요. (도장 꺼내들고) 어디다 찍으면 됩니까?
씬47. 동, 밖 공터
(양복 차림의 소태가 구두 솔로 구두의 먼지를 털고 있는데... 윤기훈과 잡지사 기자가 다가온다)
소태 : 계약 하러 오셨어요?
기훈 : ..? 아닌데요.
소태 : 그럼 뭐 하러... (하다가) 가만..? 어디서 봤더라?
기훈 : .. (알아보고 미소) 오랜만이에요.
소태 : 아 맞다..! 삼청..!
씬48. 중식당 안
(중국 요리 집이다. 강모와 기훈, 기자가 앉아 있고.. 그 옆자리에서 영출과 소태가 마주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소주를 마시며...)
기훈 : (소개한다) 여긴 건설 전문잡지 기자인 이명수 기자.
강모 : 어서 오십시오.
기자 : 소식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번 신공법에 관한 특집 기사를 냈으면 하는데..
강모 : 제 개인적인 인터뷰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좋습니다.
기자 : 근데. 기술특허는 내셨습니까?
강모 : .. (서류 가방에서 특허장을 꺼낸다) 여기 있습니다.
기자 : .. (보면서) 젊으신 분이, 참 대단하시군요. 아마, 이번 잡지기사가 나가면 전국 각지에서 서로 계약하겠다고 몰려들 겁니다.
기훈 : 축하해, 이사장.
강모 : 자, 한잔 하십시오. (잔 들고)
(그 옆자리에서 영출과 소태가 거나하게 취해서 강모쪽을 보고)
영출 : 들었지? 전국 각지에서 계약하자고 개떼처럼 몰려든다잖아.
소태 : 그럼 우리, 돈 방석에 앉는 거예요?
영출 : 지금 돈방석이 문제여? 한강건설만 크면, 너나 나나 이사님 소리 들어, 인마.
소태 : 이사님... (울먹) 삼청육대에서 개고생 한 게 엊그젠데.. 이 박소태 인생에 이런 날두 있구...
영출 : (울먹이고) 사내놈이 울긴 왜 울어, 인마.
소태 : 자기도 울면서...
영출 : 이건 눈물이 아냐, 인마. 땀이지. 봐, 인마, 땀인거...
소태 : (울먹) 나두 땀이야, 인마..
영출 : 뭐? 인마? 이눔이 술 몇 잔 같이 처먹었다구..
소태 : 제가 인마라구 그랬어요?
강모 : ..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씬49. 고기 집 방안
(작업복 차림으로 길게 양쪽으로 도열해 앉아 있는 만보건설 현장 감독과 간부진들...
아직 상 위에는 고기가 올려있지 않고.. 밑반찬과 소주병들만 가지런히 올려 있는...
이때, 옷을 갈아입은 정연과 민우, 시덕이 들어서자 일제히 일사분란하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긴장한 채 잔뜩 군기가 든 모습...
정연, 잠시 그들을 노려보다가 자리에 앉으면 일제히 자리에 앉고...)
정연 : 각자 가져온 사직서, 앞에 놓으세요.
(좌중, 잠시 동요하다니 사직서들을 앞에 꺼내 놓는다.
정연, 잠시 그들을 보다가 핸드백에서 자신이 가져온 사직서를 꺼내 앞에 놓는다)
정연 : 만보건설 차기 회장직을 포기한다는 사직서에요.
좌중 : ..!! (크게 놀란다)
민우 : ...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
정연 : 앞으로 그 사직서들, 각자 가슴에 품고 일하세요. 만약 이번 공사, 실패한다면.. 난 이 사직서를 회장님께 제출할 겁니다.
그때 되면, 여기 계신 분들도 그 사직서를 내놔야 할 겁니다.
좌중 : ... (긴장한 채)
정연 : 자, 앞에 있는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채우세요.
(좌중, 각자의 맥주잔에 소주를 부어서 가득 채운다.
정연도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붓고.. 시덕, 놀라서 걱정스럽게 보는데... 민우, 그런 정연을 본다.)
정연 : 이제부터 우린 한 배를 탔습니다. 내가 차기 회장에 오르면, 여러분들도 승진할 것이고..
내가 사표를 내면...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다 실직자가 되고 말 겁니다.
좌중 : ..
정연 : 이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해졌어요. 생존하는 거.. 이 모래판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
그 모든 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자, 만보건설과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좌중, 일제히 위하여..!! 를 외치며 맥주잔에 든 소주를 원샷 한다.
정연,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단숨에 들이키는데.. 이를 보는 민우의 시선에서..)
씬50. 달리는 차 안 (그 밤)
(서울로 가는 승용차 안이다. 시덕이 운전 중이고 정연이 뒷자리에서 술에 취해 비몽사몽 기대 앉아 있다)
시덕 : 괜찮으세요, 이사님?
정연 : .. (정신 못 차리고)
시덕 : 뭔 술을 그렇게 많이...
정연 : 강모야...
시덕 : ..! (본다)
정연 : (잠꼬대처럼) 나 오늘.. 어땠어..? 잘 했어...?
시덕 : ... (가슴 아프고)
정연 : 니가.. 칭찬해 줘야지.. 나 정말... 열심히 했는데...
시덕 : (울음 참으며) 오늘... 대단했어요... 강모가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거예요.
(잠이 든 정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씬51. 컨테이너 사무실 안 (그 밤)
(영출이 야전침대에서 자고 있고, 소태는 바닥에 떨어져서 자고 있다.
스텐드 불이 켜져 있고... 강모가 신문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경제란에 나와 있는 작은 기사.. ‘황태섭 회장 차녀, 황정연양, 만보건설 차기 회장으로 결정’
강모, 정연이 그립다. 쓸쓸해지는 표정에서..)
씬52. 민홍기 선거 사무실 안 (낮)
(민홍기가 신문을 펼쳐들고 있다.
‘철거민 피습 사건, 민홍기 후보가 배후..’ ‘조필연 후보와 행보 엇갈려’ ‘영웅과 역적, 뒤바뀌나’ 등의 타이틀 기사들..
홍기, 이를 악물며 신문을 확 찢어버리는데.. 이때, 엄가가 급히 들어서며)
엄가 : 큰일 났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선거사무실 앞에 몰려들어서 집단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홍기 : (신경질) 그걸 왜 나한테 보고해? (버럭) 경찰서에 신고해서 해산 시켜..!!
엄가 : 알겠습니다. (나간다)
홍기 : (혼잣말) 어차피.. 마지막 유세 땐 조필연 못나와.. 그때 뒤집으면 돼.. 그때..!
씬53. 지하 취조실 안
(칼치의 부하중 한명이 초죽음이 되어 묶여 있다. 와이셔츠 차림의 성모, 부하의 턱을 집어 올리며...)
성모 : 말해.. 니네 두목 어딨어?
부하 : ...
성모 : 너하구 같이 철거민들 공격한 그 새끼, 어딨냐구..!!
부하 : ... (본다)
성모 : 만약, 니가 안 불면... 넌 여기서 살아서 못나가.
(이때, 찬성이 급히 들어선다)
찬성 : 선배님.. 다른 놈이 불었습니다.
성모 : ..!! 그 놈 어딨어?
찬성 : 청주에 애인이 있답니다. 그쪽에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성모 : 당장 애들 급파해서, 그 놈 잡아들여..! 시간이 얼마 없어. 투표 날까지 잡아서 조필연 자작극을 밝혀내야만 돼..!
찬성 : 알겠습니다. (나간다)
성모 : .. (씩씩대며, 눈빛)
씬54. 공원 안
(마지막 합동 유세가 있는 날이다. 앞자리에 황태섭과 주영국, 정식, 천, 백, 조, 박회장들이 앉아 있다.
일각에 재수와 복자, 경자가 있고.. 머리깎인 경자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경자 : 엄마.. 이런 꼴을 하구, 꼭 나까지 데려와야 돼?
복자 : 그럼? 집에서 펑펑 노는 년이 이런 데라도 따라와서 비누라두 한 장 더 얻어가야지..
재수 : 다른 유세장 가면 머리고기하구 막걸리두 주던데..
(단상 위.. 민홍기와 다른 후보들이 앉아 있다. 조필연의 자리가 비어 있고..)
태섭 : 오늘 마지막 합동유세는 꼭 나왔어야 하는 건데..
천회장 : 죽다 살아났다는 게 여까정 올 수가 있겠습니까?
백회장 : 아무리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오늘 같은 날 빠지면 타격이 좀 있을 텐데..
(민홍기, 느긋하게 앉아 있는데...
이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무슨 일인가 보는데... 휠체어에 앉은 조필연이 환자복으로 나타난다.
고재춘이 휠체어를 끌고... 남명자가 뒤를 따르며...조필연이 단상 앞에 오른다.
조용해지는 좌중.. 일제히 조필연을 주목하는데.. 그 일각에서 성모가 노려보고 있고...
고재춘이 마이크를 뽑아서 대려하자 필연이 거부한다.
단상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조필연...위태롭지만 두 발로 버티며... 잠시의 침묵...)
필연 : (좌중을 바라보다가) 저.. 기호 사번 조필연... 이렇게 다시 여러분 앞에 우뚝 섰습니다.
저를 일으키게 한 힘은... 바로.. 사랑하는.. 여러분들입니다.
(와 하며 터지는 함성...!! 이어지는 군중들의 연호.. ‘기호 4번 조필연..!!’ ‘기호 4번 조필연..!!’
필연, 손을 들어서 답례를 하고.. 굳어있는 민홍기.. 성모, 노려보며...)
씬55. 연구소 복도
(민우와 남자 연구원, 성중이 걸어 나오며...)
민우 : 경화제란 게 있었군요.
연구원 : 벽돌을 만들 때, 이미 사용 되고 있었는데, 그걸 응용 해봤습니다.
민우 : 수고 하셨어요.
성중 : 실장님, 제가 대충 계산해 봤는데, 지금 도로건설 비용보다 총 40프로는 절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민우 : (성중에게) 특허 신청 하세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성중 : 네.
민우 : ... (기대에 찬)
씬56. 기획이사 방
(정연이 심각한 표정으로 건설전문잡지에 난 기사를 보고 있다. “한강 건설, 도로 공사의 신공법 특허”란 제목...
노크소리와 함께 민우가 들어선다. 정연, 민우를 보는데..)
민우 : (자신감 있게)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도로공사 해결책, 우리 연구소에서 찾아냈습니다.
정연 : ... (본다)
민우 : 모래와 자갈을 깔지 않고 공사현장에서 직접 흙으로만...
정연 : (OL) 조실장, 보기보다 참 둔하군요.
민우 : ..?
정연 : 정보가 곧 능력인 거 몰라요. (잡지책을 밀어 놓는다) 읽어봐요.
민우 : ... (잡지를 보는데)
(잡지책 헤드 기사를 보고 민우, 놀라는데..!)
정연 : 당장 한강건설하고 손잡지 않으면 우리만 도태될 거예요.
민우 : ..! (급히 나간다)
씬57. 실장실 안
(민우가 급히 들어선다. 성중이 뒤 따라 들어서며...)
성중 : 실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지방에 있는 작은 건설업체에서 도로공사에 관한 신공법을...
민우 : 당장 한강건설에 대해서 알아보세요.
성중 : 네?
민우 : 그들의 공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회사 규모는 어떻고, 그 사장이란 인물이 대체 누군지, 당장 알아보시라구요..!
성중 : 알겠습니다. (나가면)
민우 : ... (눈빛, 승부욕 같은)
씬58. 컨테이너 사무실 앞
(건설사 사장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손에 계약서들을 들고 읽어보고 있고... 양복 차림의 소태가 앞에 나와 서서..)
소태 : 거기, 줄 틀렸잖아요. 똑바로 좀 서 봐요. 똑바로 좀...
씬59. 기획이사 방
(잡지책을 들여다보던 정연... 책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는 수화기를 든다. 다이얼을 돌리고...)
씬60. 동. 사무실 안
(강모와 건설사 사장이 계약서 도장을 찍고 있고.... 전화벨이 울린다.
강모, 전화기를 보다가 수화기를 집어 든다)
강모 : 네...
정연 : (F) 거기 한강건설이죠?
강모 : 그렇습니다. 누구시죠?
정연 : (F) 여긴 만보건설이에요. 전 기획이사인 황정연이라고 합니다.
강모 : ...!! (굳는다)
씬61. 기획이사 방 / 사무실
(화면이 강모와 정연쪽, 둘로 갈라지며)
정연 : 거기 사장님 계세요?
강모 : ... (멍해진다)
정연 : 업무 때문에 그러는데 사장님 좀 부탁합니다.
강모 : ..
정연 : 여보세요? 제 말 듣고 있나요? 여보세요?
강모 : .. (정신 차리듯이 뭔가 말하려는 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