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페루는 그래도 남미라고 축구 분위기가 좀 뜨는 나라죠... 근데 월드컵이 최초로 아시아권에서 하다보니 경기시간이 새벽 1시반, 4시, 6시반입니다. 우리나라야 새벽에 보는 게 몸에 배서 '새벽에 안하면 기분이 안난다'라는 사람들까지 간혹 있습니다만, 여기선 그런 경우가 처음이기때문에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여느때보단 약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여하튼 한국-폴란드전 중계가 있던날 텔레비전 앞에 앉아 중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처음엔 사람이름도 모르고 자료도 없고, 폴란드는 자료도 많던디.... 경기시작전 양팀 핵심맴버를 소개하는데, 울나라는 설기현을 지목하더군요. 자료도 없어서 옛날 안트워프에서 뛸때 골장면만 계~속 보여주더군요...
게임전 캐스터 왈 "한국팀 개최국 최초로 16강 탈락가능성이 높아요. 사실 조금 전에 본 일본이 아시아에선 가장 수준이 높다는데... 벨기에보다 폴란드가 강하니.. 이거 잘못하면 사우디 아라비아꼴 나는거 아닙니까?"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열이 받아서...
경기시작~
캐스터 "역시 폴란드 공격은 강력하네요... 일단 한국수비 수적으로는 우세하네요"
해설자 "아~ 한국에 세리에에서 뛰는 선수가 있군요... 그런데 벤치에 있네요"
사실은 이런 말도 생방으로 볼때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긴장해서 보고 있었죠.
26분 남미 특유의 골 넣은 후의 멘트가 들려왔습니다.
1분여동안의 "골~~~~~~~~~~~~~~~~~~~~"
울컥~ 그때부터 바뀌기 시작한 캐스터와 해설자의 말들...
-한국 선수들 팀전체가 흐트러짐 없이 항상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뛰네요
-특히 유상철은 한국 최고의 선수입니다. 경기운영능력이 탁월해요
-머리 노란 선수(김남일)와 키 큰 선수(최진철)는 완전히 자물쇠네요
-22번 '송'선수.. 저런 선수가... 한국에 있군요..
-한국의 스피드... 정말 대단합니다...
후반들면서는 둘이서 입에 침이 마르게 한국을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선 다른나라 경기이기 때문에 여유있게 해설을 했으나, 전 손에 땀을 쥐고...
경기가 끝나는 순간, 또다시 울컥했죠
마지막 캐스터 맨트...
"한국의 축구스타일이 좋아졌습니다. 한국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떨지. 하지만 외국에서 이런거 보면 더 그렇거든요... 경기 시작할때 애국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스탠드를 가득 메운 응원단을 봐도 그래요.
그리고 폴란드전 이후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스페인어권 기사들도 우리나라를 아주 좋게 평가한 것들이 좀 있기에 저 혼자 알고있긴 아까워서 번역해봤습니다. 조금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요...
신문은 스페인 최대 일간지 el pais(엘 빠이스) 인터네판 입니다.
역사적인 승리
1. 들어가며
한국이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감독을 역임한 외국인 감독 거스 히딩크의 지휘아래 월드컵 역사상 첫 승을 거두었다.
2. 전반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치도 않았다. 부산 아시아 주경기장에서 게임 시작과 함께 기대하지 않은 예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 어떤 경기를 펼쳤는가? 스타디움은 전반 26분 황선홍의 골과 함께 폭발했다. 그는 한국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였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한국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경기를 주도했으며 그들의 암울한 월드컵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의 첫골을 전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첫골 전에는 양팀 모두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고, 공을 자주 빼앗기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골 이후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고, 더욱 빨라졌으며, 더 많이 뛰었다. 이에 반해 폴란드는 첫 골 허용이후 반격을 시작했지만 한국 수비진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의 밸런스는 축제의 주인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3. 후반전
후반전에도 한국의 우세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유상철이 후반 8분 두번째 열매를 땄다. 페널티 지역 밖에서 날린 슈팅을 폴란드의 골키퍼 두덱이 저지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그 슈팅을 막을 순 없었다.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Olisadebe, Waldoch, Hajto, Kaluzny 는 이 경기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경기, 스피드, 움직임, 골 등 모든 면에서 승리했으며,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
4. 나오며
한국은 그들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6번째 월드컵에서 드디어 첫승을 거둔 것이다. 히딩크의 목표인 16강은 아주 가까워졌다. 폴란드가 70-80년대 국제무대에서 누린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인다. 오늘은… 한국의 공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