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을 캐러 다니는 가난한 불쟁이(대장장이)의 딸 쑥부쟁이, 청년 사낭꾼을 향한 그리움을
안고 죽은 자리에 핀 꽃, 쑥부쟁이.
연보라색 꽃잎과 노란 꽃술이 삭풍에 흔들리고 있다.
끝내 그리움을 놓지 않으려는 듯 앙다문 '쑥부쟁이' 노란 꽃술이 애처롭다.
동구밖 솔숲길 아래 핀 꽃, 한겨울 쑥부쟁이, 꽃말이 인내라고 했던가.
된바람의 거친 숨결에 흔들리면서도 보라색 꽃잎은 단아함을 놓지 않는다.
연약한 꽃잎 촘촘히 흐린 하늘을 이고 있다.
그 꽃잎 어디에 그렇게 강한 힘을 쟁여 두었던가.
동짓달 삭풍 속의 쑥부쟁이 활공은 의연하다.
'참살이' 막걸리와 구룡포 과메기와 함께 겨울밤은 하모니커 선율 처럼 퍼진다.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부엉 춥다곳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모두 옹기종기 앉아서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가사가 맞는지 모르겠다만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는 섣달 스무 사흘밤.
내 할머니는 당신이 평생을 바쳐 일하시던 그 밭머리에 고요히 누워 계신다.
그리운 할머니......
삽작의 감나무 두 그루만이 집터임을 알 수 있는 내고향집에도 겨울밤은 내려앉았겠지.
Andante Andante - ABBA
첫댓글 감수성이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하여 사진과 글과 노래 모두 좋아요. 자운영님의 감수성은 사진에서, 감성은 노래에서 나온 것인가요? 할매를 생각하는 이뿐 솔녀 정애야 하는 할매 음성도 들려와요. ^^
수필로도 쌌던 보니가 좋아하는 꽃입니다.
양학산 입구 쑥부쟁이는 이젠 거의 다 졌던데요...
정겹던 고향이 물씬 풍깁니다. 자운영님... ^^*
쑥부쟁이꽃은 여름에도 더러 피는데,
우거진 녹음방초에 가려서 잘 드러나 보이지 않다가
다른 초목들 이울고 시드는 조락의 계절에야 생기를 발하는 꽃이지요.
청초함에다 오상고절의 기품을 갖추었지만 어딘가 처연함 또한 없지 않지요.
쑥부쟁이꽃 전설은 그래서 생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