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
“ 마 리 아 ”
인사란 단순한 일상의 예의 범절에 지나지 않으며 그 자체로는
그다지 중대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종종 차가운 인사 치레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기껏해야
기대하던 어떤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을 표현하는 정도에
그치고 맙니다.
아니면 대화의 시작이나 무슨 일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자체로 어떤 굳은 이념이나 결정 사항을 표현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인류 역사 속에 시작이요 마침이며 실체적 언어이자 완성이요,
약속인 동시에 그 약속의 실현인 인사, 신비로 가득차고 신비에
둘러싸인 거대한 인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쉽고도 짧으며 거창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아주 단순한
인사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신비의 심오함으로 말미암아 참으로 이해
하기어려운 그런 인사였습니다.
그 인사는 팔레스티나 지역의 작은 도시, 한 작은 집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도 작고 또 작았습니다.
그 작은 집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고 그녀 역시 작았습니다.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녀는 나이를 보나 영향력으로나 사회적 신분
으로나 아주 작은 이 였습니다.
눈부시지 않는 은은한 석양빛 가운데, 주의를 끄는 강렬한 색조나
특별함이라는 조금도 없어 더욱 경이로운, 잔잔한 침묵이 흐르는
무대 안으로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인사소리가 마치 달콤하고 부드러
운 음악처럼 들려 왔습니다.
짙은 색조를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감동 깊고 심오한 인사였
습니다.
하늘에서 내려 온.... 한 천사가 그의 입술에 담아온 인사였습니다.
하늘의 천사도 그가 가져온 메시지도 모두 지극히 높은 분으로부터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들은 진리의 말씀, 실체적인 진리였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아베(하례하나이다)....당신께 문안 드립니다.
아베....복되신 여인이여.
아베....기쁜 소식입니다. 당신께 평화의 노래를 전달하기 위해
빛과 생명과 평화의 지역에서 왔습니다...
아베....이는 사랑과 기쁨의 인사입니다.
아베....일찍이 지상에서 듣지 못하던 인사입니다.
유대의 소녀여! 기뻐하십시오. 임금님께서 처음으로
당신께 보내시는 인사입니다.
아베....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여....
은총....이는 지상 것이 아닌 하늘의 은총, 즉 신비스런 영원의
궁전 안에 간직된 은총입니다.
차고 넘치게 주기를 좋아하시는 그하느님께서 넘치는 은총으로 한껏
채워주신 이여,
그 분은 당신 안에서 그분의 뜻이 한치라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남아
있기를 원치않으셨습니다.
천사는 마치 아무런 말도 아닌 듯이 이렇게 간단하게 인사합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은총으로 가득하시기에 즉
생명으로 흘러 넘치고 사랑으로 가득 차 있으시기에....
하느님의 마음에 드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눈 여겨 보셨으니...
이는 곧 당신 안에서 그분 자신을 보신 것입니다.
먼저 당신을 생명으로 가득 채우시고 그런 다음 그분 자신이 당신
안에 심으신 그 생명에 매혹되셨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그분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시고, 자신에게 매료 되셨습니다...
당신 안에서 자신을 보시고, 당신 안에서 기뻐하시고, 당신 안에서
흐뭇해하셨습니다. 당신 안에서 즐거워하시고 당신을 노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만이 아시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당신에게 부르셨습니다.
은총으로...즉 하느님으로 가득하다고...노래하셨습니다.
그러하오니 어머니,
저도 그분과 함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을
노래하게 하소서.
또 한가지 제가 바라는 것은 어머니,
당신께 불러 드리는 제 노래 소리가 곱고도 깨끗한 가락, 가난하고
미약한 가락이 되게 해 주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무능의 가락도 좋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을 반영하는 깨끗한 메아리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의 메아리가 되고 싶습니다....
예. 어머니,바로 당신의 메아리, 순종의 메아리, 충실의 메아리가
되어 저를 보는 이들이 당신 바다의 깨끗한 물방울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어머니...
제 삶의 여정이 천사의 인사의 메아리가 되게 하소서.
제 삶의 악기가 유일한 선율을 간직하고 맑고 고운 가락이 되게
하소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나이다.
도미니꼬 천주의 모친 봉쇄 수녀원 / 그 의 밀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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