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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1949) - 김내성 - |
[줄거리] |
서울 장안에 괴도(怪盜)가 나타난다. 그는 기상천외하고 신출귀몰한 재주로 장안 사람들을 흥분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사람들은 그를 '그림자'라고 부르며, 그 자신도 '그림자'라는 서명으로 협박장을 남긴다. 강세훈 박사는 세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과학자이다. 그는 살인 광선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으며 살인 광선을 발명하는 일 외에 다른 것에는 - 심지어는 딸 영채에 대해서까지도 -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컴컴한 연구실이 그의 생활 전부를 차지하였고, 번쩍번쩍 빛나는 연구 도구가 그에게 있어서는 애인이요, 친구요, 자식이었다. 따라서 강박사의 무남독녀 영채는 아버지의 그러한 비인간적인 면 때문에 고민한다. 한편, 영채를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사랑한다고 하는 세 청년 -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정호, 남일은행 두취의 아들 김중식, 가난뱅이 소설까 백일평 -은 영채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영채는 누구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인지,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망설인다. 영채의 생일 만찬이 무르익을 시간에 '그림자'로부터 오늘 열두 시 정각에 강박사가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협박장을 보내 온다. 강박사는 그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를 하나 '그림자'는 강 박사 집에 침입하여 설계도 대신 영채를 탈취해 간다. 약속된 열두 시가 지나도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고, 이들이 그림자의 공포에서 벗어날 즈음 영채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설계도와 영채를 바꾸자고 강 박사에게 제의해 온다. 망설이던 강 박사는 자신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살인 광선이 아니라 딸임을 깨닫고, 진짜 살인 광선 설계도를 괴도에게 내준다. 영채를 사랑한다던 세 남자 중 그 설계도를 괴도에게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은 가난하고 허약한 작가인 백일평이다. 백일평은 설계도를 갖고서 위험을 무릅쓰고 영채를 구하러 간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이 영채가 아버지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확인하기 위해서 꾸민 연극임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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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성격] |
그림자 → 서울 장안에 나타난 괴도 영채→ 강세훈 박사의 딸. 인간적인 삶과 진정한 애인을 찾고자 한다. 강세훈 박사 → 자신의 연구에 투철한 과학자 백일평 → 영채를 열렬히 사랑하는 청년. 가난하고 허약한 작가이면서 용기 있는 남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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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단계] |
발단 : '그림자'가 강 박사의 설계도를 훔치겠다고 경고함. 전개 : 강 박사는 철저한 경계로 그에 대비함. 위기 : '그림자'는 설계도 대신 영태를 탈취해 가고 영태와 설계도를 바꾸자고 제안함. 절정 : 설계도를 가지고 간 백일평이 만난 것은 사실은 영채이다. 결말 : 영채의 조작극임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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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
◈ 이 작품은 우리 문학사에서 본격적 추리 소설의 영역을 개척하였다. 강 박사가 일생 일대의 작품으로 만든 살인 광선 설계도를 버리면서까지 딸 영채를 구하고자 하는 대목과, 영채의 지략이 재미를 더한다. 다만, 사건 전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사건 중심의 내용 전개여서 문학성은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작품의 서두에서 살인 광선의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강박사의 인생관과 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딸 영채의 가치관이 은연 중에 충돌하고 있는데, 이후의 사건은 이러한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된다.
◈ '물음과 풀림 구조의 이야기' → 추리소설 혹은 탐정소설의 작가는 독자가 풀어야 할 물음을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그 문제를 풀어가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그 풀림의 과정은 쉽사리, 그리고 예견된 방식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는 풀림을 방해하는 요인이 등장해서 진행을 지연시키기도 하고, 다 풀렸다고 생각되던 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반전의 순간도 있게 된다. 이 작품에서 '물음'은 강박사의 딸 영채의 탈취와 설계도를 넘겨주게 되는 전반부에 해당하고, '풀림'은 그것이 영채의 조작극임이 밝혀지는 후반부에 해당한다.
◈ 지연과 반전의 효과 → 이 작품에서 '지연'의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은 '그림자'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협박에 따른 강 박사의 집안 경비 장면, '그림자'를 만나러 간 백일평이 지정된 장소로 한 발 두 발 다가가는 장면 등이고, '반전'의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은 캄캄한 모래밭에 부딪혀 쓰러진 사람이 '그림자'가 아니라 영채였다는 장면이다. 이러한 지연과 반전은 독자에게 호기심과 놀라움, 박진감과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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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항 정리] |
▶ 갈래 : 단편소설, 추리소설 ▶ 배경 : 괴도가 나타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서울 장안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표현 '물음-풀림'의 구조로 됨 작가의 편집자적 논평이 드러남 ▶ 주제 ⇒ 참된 삶과 사랑의 의미 ▶ 출전 : 소설집 [비밀의 문](1949)에 수록됨 |
[생각해 볼 문제] |
1. 추리소설(탐정소설)을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때, 이 글에서 이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사건 두 가지를 쓰시오. ⇒ 그림자가 살인 광선 설계도가 아니라 영채를 납치해 간 것 그림자를 찾아간 백일평이 발견한 것이 그림자가 아니라 영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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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아 봅시다] |
■ 작가 김내성 (1909~1957) 현대소설가, 평안남도 대동 출신, 호는 아인(雅人). 어려서는 엄격한 아버지에 의하여 한문을 수학하였고, 강남보통학교 재학중에 결혼,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시와 소설 등을 열심히 읽는 한편, <서광> 동인으로 동요, 시, 소설 등을 발표하였다. 이 무렵부터 탐정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하였고,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기 1년전에 조혼의 아내와 이혼하였다. 1931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 대학 제2고등학원 문과를 거쳐 동대학 독법과에 입학하여 한때 변호사가 되고자 하였으나 결국 문학 쪽을 택하였다. 이론적이고도 체계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법률공부가 훗일 탐정소설까로서의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듯하다.그는 재학중인던 1935년 일본의 탐정소설 전문지인 "프로필"에 <타원형의 거울>과 <탐정소설까의 살인>을, "모던 일본"지에 <연문기담>을 각각 투고하여 당선됨으로써 탐정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1936년 귀국 후에도 계속해서 '조선일보'에 <가상범인>, <마인>을 '소년'에 <백가면> 등을 발표하여, 우리나라 유일의 탐정소설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그러나 광복이 되자 여성문제를 다룬 <행복의 위치>(1949)와 애정문제 및 인생문제를 다룬 <인생 안내>(1946), <청춘극장>(1949) 등을 발표하여, 지금까지 초기의 탐정 소설 경향을 벗어나 본격적인 대중소설을 개척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특히 사건 구조의 치밀성과 인생문제를 대중적 관심에서 이끌어가는 탁월한 솜씨 때문에 대중작가로서 성공하였다. 그에 의하면 통속성과 대중성은 구별되어야 하는 바, 통속성은 배척되어 마땅하지만, 대중성은 소설적인 문학성으로서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일본의 중간소설에 영향받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 의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 나라 문학의 폭넓은 전개를 위해 그가 시도하고 주장했던 탐정소설이나 본격적인 대중소설이라는 분야는 깊이 논의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순수문학 선호경향이 짙은 문단 풍토에 의해 아직도 소외된 위치에 놓여있다. 대표작으로 <실낙원의 별> <살인예술가><유곡지> <백과 홍> <인생화보> <애인> <사상의 장미>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