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RCA(Radio Company of America)는 대만 타오위안 지역에서 한때 3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제조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을 무책임하게 취급하는 바람에 타오위안 지역의 수질과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었습니다. 그 오염이 어찌나 심한지 대만 최초로 도저히 정화할 수 없는 <영구오염지역>으로 선포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 공장에서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고 그 물로 몸을 씻고, 그 오염물질을 하루 종일 취급하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병에 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그러나 RCA 회사는 오염 사건이 터진 뒤 공장 문을 닫고 대만에서 완전히 철수해버렸습니다. 암을 비롯하여 온갖 병을 앓게 된 옛 RCA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쟁해왔고, 십년 만에 비로소 이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법정 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탓에 피해노동자 상당수는 이미 사망했습니다. 또한 당시 회사가 화학물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조차 어떤 물질 때문에 병이 든 것인지를 짐작도 하기 힘들고, 이를 증언해줄 증인을 찾는 일도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