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염천의 무덥던 여름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스러지고 조만간 이마에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이 새로운 생기로 인사를 하겠지요.
무덥다는영어 형용사는 왜 이리도 많은지요.
Sweltering, scorching, boiling, blazing, sizzling, muggy 등등.
자연은 기다리면 언젠가는 본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도시로 갔던 자식들이 가을명절에 산골고향으로 돌아와 마굿간 소의 지나간 이야기를 할 때면 소는 눈만 끔벅끔벅 침묵의 연륜을 보여줍니다.
워낭소리 울리며 40년을 충직하게 주인을 모셨던 소의 이야기가 아직 잊혀지지 않으매, 우리 사람은 소를 보며 무엇을 새겨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가을이 다가오니까요.
그 워낭소리의 추억을 간직하며 쓴 글에 음악을 붙여 보았습니다.
포항 죽도시장 바닥에 손님을 기다리던 워낭은 주인을 만났을까.
가을이 다가옵니다.
워낭 소리는 맴돌고
봉화 청량산 겨울하늘에
구리색 워낭소리 맑게 울립니다
한겨울 지낼 땔감 차곡차곡 쌓아 놓고
순둥이 우리 소는 워낭 하나 남겨 둔 채
소리 없는 바람처럼 이별하여 갔습니다
40년 모신 할애비 눈에는 눈물마저 말랐는데
그 눈물 혼자 대신 흘리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온 가지 아픔을 안으로만 삭이던
그 짙고 투명한 눈동자에 스미던 눈물이
내 눈에는 왜 이리 말라 있을꼬
언 땅을 갈아 엎던 가쁜 숨결
가녀려져 버린 다리로 누벼야 할 대지는 넓기만 한데
지쳐 돌아 오는 석양의 들녘
수레에 앉은 할애비의 어깨는 노을빛에 무겁기만 하고
장맛비에 후드려 맞아도 감기 한 번 없이
새로 마굿간 들어 온 젊은 소에 여물을 빼앗겨도
너는 움메~ 어찌 그리 나즈막한 목소리로만 색이려 하느뇨
조용하던 산골 마을에 가을명절이 돌아오고
도시로 간 할애비 자식들이 찾아와
분주하게 너의 옛날 이야기 할 때도
너는 눈만 끔벅끔벅
그것은 연륜이라고 웅변하고 있구나
우리는 참 오랫동안 같이 땀 흘렸구나
티끌 없는 대기 속으로 땀은 사라지고
남은 건 너나 나나 깊어진 주름 뿐
웃었던 기억은 잊어 버렸지만
너와 함께 울었던 기억 또한 남아 있지 않구나
너는 그리도 무던하였으므로
나는 이제 아리는 가슴을 너의 육신과 함께 묻으려 한다
청량산 투명한 하늘에
너의 까아만 눈동자에 맺힌 이슬 때로 생각 날 때면
너는 언제나 거기 살아 있을 것이므로
오늘도 나는 살아 갈 것이므로
첫댓글
마치 어제 본 듯한 영화로
세월이 이토록 빠르게 흘러감을 다시 느낍니다.
2008년!
'워낭소리'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과 내면을 담고 싶었다."는
이충렬 감독님을 만나뵈었었지요.
아마 그 해!
제가 관람했던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김종삼 시인의 詩 한 편도
같은 감동과 울림을 주지요.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까아만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 듯한 소의 눈을 보노라면 모든 현상에 가볍게 대응하지 않는 여유와 우직함에서 마치 군자의 행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맹수의 살기 어린 으르렁 댐이 아니라 나지막히 부드러운 바리톤의 울음소리가 시골마을 대기에 울리면 마을은 노곤함에 얼마나 평화로운지요.
우리는 참 오랫동안 같이 땀 흘렸구나
티끌 없는 대기 속으로 땀은 사라지고
남은 건 너나 나나 깊어진 주름 뿐
웃었던 기억은 잊어 버렸지만
너와 함께 울었던 기억 또한 남아 있지 않구나
너는 그리도 무던하였으므로.
...
동이트는 새벽 논두렁길에서
워낭소리 들리는듯...
동이 트는 새벽 아파트에서 초로기님의 댓글을 읽습니다.
무던함이란 참 매력적인 덕목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