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봄밤'에서 또 예를 듭니다.
여주인공 '정인'이 친구 '영주'와 함께 술을 많이 마시고는 늦잠을 자지요.
출근을 위해 허둥지둥 한참 달려 큰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속이 쓰립니다.
마침 돌아보니 약국이 있어 들어가 술 깨는 약을 달라하지요.
그곳 약사인 '지호'가 내주는 약을 그 자리에서 먹고는 돈을 내려는데 지갑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친구집에 두고 온 듯해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데, 친구는 잠에서 깨지 않아 전화를 받지 않네요.
그래서 하는 수없이 다음번에 주기로 하고 약국을 나서지요.
그것이 '정인'과 남주인공 '지호'가 만나게 된 처음이었습니다.
빚진 돈을 갚으러 다시 그 약국에 간 '정인'
'지호'가 함께 저녁 먹자는 제안을 거절하고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날 저녁 친구집에 가서 배달시킨 치킨을 받으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지호'가 계단을 올라옵니다.
자신을 뒤쫓아온 줄 알고 놀라며 돌아가라고 쫒지만
'지호'는 바로 윗층집의 현관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리지요.
'지호'가 바로 친구집 바로 위에 살고 있던 것.
상대에게 마음이 서로 끌리지만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 '정인'이고
아들이 있는 미혼부인 '지호'.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다가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에 '지호'는 친구와 대학동문들이 함께 하는 농구시합을 하러 갔고
'정인'은 남자친구가 하는 농구시합을 보러 여동생 '재인'과 함께 갔는데
그곳에서 또 다시 서로를 발견하네요.
^^
우연의 연속이지요?
작가가 지나치게 우연을 엮어 댔고 말입니다.
^^
그런데 또 미소를 짓네요.
사실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우연들이 얽히고 있어서.
종류와 내용이 달라 그렇지
삶은 온통 우연들로 가득차 있구요.
우연히 어디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우연히 누군가와 부딪히고
우연히 뭔가를 잃어버리고
우연히 어떤 버스나 택시를 타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고
우연히 어떤 정보를 듣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고...
이런 우연들이 우리 삶의 방향을 틀어댄다는 겁니다.
그런 우연들이 없었더라면
조금씩 다른 길에 접어들면서
결국은 전혀 다른 삶의 모퉁이에 서있을 텐데
크고 작은 수많은 우연들이
미세하게 우리 앞길을 틀어
지금의 이 자리에 서게 하다.
지난 삶에서
어느 한가지 우연만 빼도
전혀 다른 삶이 되고 말 것인데...
그런데 이런 우연들이
정말
우연인가?
우연이라는 것이
도대체
존재하는가?
이제는
고개가 절로 흔들리는군요.
아니다.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우리의 표면의식에게는
우연으로 인식이 되지만
내면의식에게는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 되어야해서 벌어지는 '필연'이기에.
때가 되어서
필요해서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이
필연적으로 펼쳐진다.
모든 것은
필연이다.
우연은
전혀
없다.
그러면
누가 이런 필연을 만들어가는가?
'자기자신'.
내적으로 어떤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그것에 부합해
스스로가 끌어가는 것이
우연으로 보이는 필연.
이 드라마에서 '정인'이 '지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오래 사귀어온 '기석'과 결혼했을 듯합니다.
'정인'의 내면에서 그쪽 길을 가지 않기로 한 거지요.
그래서 '지호'를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꾸 벌어졌지요.
그래서 늦잠을 잤고
술 깨는 약이 필요했고
지갑을 갖고 있지 않았고
친구가 바로 '지호' 아랫층에 살고 있었고
농구경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자꾸
같은 메세지를 가진 우연들이
등장하다.
작가가 지나치게 꼬아댔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삶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저절로 우리 삶이 흘러갈테니
손을 놓고 말아?
다시 고개를 흔듭니다.
그건 아니지요.
생각과 마음을 살펴야하는군요.
가슴 끌림을 살펴야하고.
그리고 선택하는 겁니다.
시도를 한다.
용감하게.
미묘하게 맞물리는 궤적.
내면의식의 의도와
표면의식의 선택.
둘이 맞물려
돌아가다.
중요한 것은
용기이지요.
용감해야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
주저앉던가!
제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용감성 때문이네요.
용감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좋다.
지금 우리는 정말 특이한 시대를 살고 있지요.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특이한 시대.
이것도 필연이지요.
이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또 하네요.
어떤 이들은 백신을 거부하는 선택도 하구요.
규제를 거부하는 선택도 하고.
그것도 중요한 선택의 방법입니다.
그리해보는 것.
그것이 필요해서
그리하는 것일 게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필연인 것.
이곳은 지금이 크리스머스 아침입니다.
바깥에는 눈이 와서 하얀 세상.
저는 이렇게 앉아 이 글을 쓰는 아침.
제 선택이고
제 필연이군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일이지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될 일.
그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려합니다.
우선 밖에 쌓인 눈부터 치우고 봐?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럴 겁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필연을 가질 것.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하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