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뒷집 밤할머니댁에는 가을이 되면 밤나무에 밤이 아주 많이 열렸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밤할머니 몰래 밤을 주우러 갔다가 밤할머니께 들켜서 도망치곤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주황색 바가지를 들고 밤나무 밑으로 가서 바가지 가득 밤을 주웠습니다. 할머니네 밤나무는 우리집 뒷밭과 연결되어서 우리집 뒷밭에 떨어진 밤은
내것인양 다 주워서 까먹고, 쪄먹고 그랬습니다.(황등면 신기촌 14번지 이야기)
학교 가는 길 밤나무 숲에서 길가로 떨어진 알밤을 줍는 일은 아주 큰
행운이었습니다. 가끔 할아버지께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주머니 가득
밤을 주시곤 했습니다. 그런 날이면 복권에 당첨되는 기분보다 못할게 없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교회가던 나는 할아버지께 늘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아주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께서 베푸신 친절을 잊을 수 없어서 늘 공손히 인사를 드렸습니다.(월성동에서 삼성국민학교 가던 좁은 길에 있던 밤나무숲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주위를 둘러봐도 모르는 사람들뿐입니다. 소박했던 마음이 너무 커져서 한동안 고향 밤할머니와 학교 가는 길 밤나무 숲 할아버지를 지워버렸나봅니다.
다시금 생각납니다.
책상앞에 놓인 11월호 장아람 소식지 일러스트 그림이 밤따는 모습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