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시, 정유정!
자기애의 늪에 빠진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압도적 서사 위 정교하고 서늘한 공포
우리가 기다린 바로 그, 정유정!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진이, 지니』.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대체불가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유정이 신작 『완전한 행복』으로 돌아왔다. 500여 쪽을 꽉 채운 압도적인 서사와 적재적소를 타격하는 속도감 있는 문장, 치밀하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플롯과 독자의 눈에 작열하는 생생한 묘사로 정유정만의 스타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한편, 더 완숙해진 서스펜스와 인간의 심연에 대한 밀도 높은 질문으로 가득 찬 수작이다.
『완전한 행복』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서로 다른 행복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기묘한 불협화음은 늪에서 들려오는 괴기한 오리 소리와 공명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끈다.
책 속으로
“엄마가 비밀이 무슨 뜻이라고 했지?”<br/>엄마가 복습을 시키듯 물었다. 지유는 대답했다.<br/>“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요.”<br/>“그리고?”<br/>‘그리고?’는 이런 뜻이다. 답이 완전하지 않아. 지유는 나머지를 채웠다.<br/>“말하면 벌을 받아요.”<br/>--- pp.12~13<br/><br/>“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br/>“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br/>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br/>“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br/>--- p.113<br/><br/>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제야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기억났다. 바로 그 죄를 벗고자 온 거였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그러려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었다. 살아 있어야 했다. 적어도 아직은.<br/>--- p.514<br/><br/>이제 행복해?<br/>아내는 무표정하게 대답한다.<br/>아니. 나는 참 운이 없어. “엄마가 비밀이 무슨 뜻이라고 했지?”
엄마가 복습을 시키듯 물었다. 지유는 대답했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요.”
“그리고?”
‘그리고?’는 이런 뜻이다. 답이 완전하지 않아. 지유는 나머지를 채웠다.
“말하면 벌을 받아요.”
--- pp.12~13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p.113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제야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기억났다. 바로 그 죄를 벗고자 온 거였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그러려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었다. 살아 있어야 했다. 적어도 아직은.
--- p.514
이제 행복해?
아내는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아니. 나는 참 운이 없어.
--- p.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