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멘트: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운영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현장에선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고속철도 운영권을 놓고, 구조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 철도청과 건설주체인 고속철도 공단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효율적으로 경영을 할 것인가, 또 누가 안전하게 운영할 것인가, 그리고 새 정부의 고속철도 전략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박전식 기자:
시속 300Km,고속 열차가 대지를 질주합니다.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때의 속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헬기가 미처 그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할 정돕니다.
*박전식 기자:
보통 새마을호 보다 속도와 크기에 있어 모두 두 배 이상 능가하는 최첨단 고속열차가 마침내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첫번 째 개통구간은 서울-대전 간입니다.오는 1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4월이면 부산까지도 완전 개통돼 1단계 건설사업이 완료됩니다.
*박전식 기자:
고속철도의 개통은 교통체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40분, 현재 4시간 20분 안팎으로 걸리는 새마을호보다 1시간 반 이상이 단축됩니다.
*박전식 기자:
또 공항까지의 접근 시간과 대기 시간 등을 감안하면 항공편과의 경쟁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의 국내선 영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전식 기자:
또한 경부선 구간에서만 하루 최대 50만 명까지 수송할 수 있어,만성 지체에 시달리는 경부고속도로의 물류 비용도 연간 100조 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KTX의 메카로 불리는 고양 차량기집니다. 운행에 투입될 고속 열차들이 본격 운행에 앞서 이 곳에서 종합적인 검수를 받고 있습니다.고속철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와 프랑스 철도청 SNCF 기술자들이 우리 측 기술자들과 막바지 점검 작업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프랑스에서 교육 받고 온 교관들에 의해 기관사 양성 교육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고속철도 건설공단 측은 운행에 투입될 260여 명의 기관사 가운데 절반 정도에 대한 교육을 마쳤습니다.
*박전식 기자:
철도청은 지난달 고속철도 통합 운영에 대비해 새 유니폼을 비롯한 새로운 기업이미지, CI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행사장 밖에서는 동시에 이를 저지하기 위한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10년 동안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맡아온 고속철도 건설공단 노조가 철도청이 고속철도 운영권을 갖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성명서 낭독>:
"고속철도 운영권까지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로써 철도청의 철도통합 이미지 선포식은 무효이며, 즉각 중단 되어야 합니다. "
*박전식 기자:
고속철도 공단 노조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92년 출범한 고속철도 건설 공단법을 보면 고속철도의 운영권은 '한국철도공사'에 준다고 돼 있습니다.그러나 95년 제정된 국유철도 특례법 부칙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철도공사를 현재의 '철도청'으로 바꿨다는 것입니다.
*박전식 기자:
당초 법의 취지가 수익성 높은 고속철도를 합리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공사’에 준다는 것이었지, 공무원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철도청'에게 준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신주영<고속철도 공단 노동조합 부위원장>:
"철도청과 건설 교통부가 짜고 한 그런 위반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작년 연말에야 비로소 알았기 때문에 저희는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수 있는 그런 위기감을 그 때서 알았습니다."
*박전식 기자:
공단 노조의 주장에 대해 상급 정책 기관인 건설교통부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구본환<건교부 철도산업 구조개혁과장>:
"그 때 그럼 운영문제 검토를 많이 했어야 되는데 사실은 그 법 만든 게 불과 한두 달 밖에 안 됩니다. 순식간에 후다닥 만들면서 부칙어디에다가 살짝 철도청으로 해서 넣어 논 거죠."
*박전식 기자:
노조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고속철도 공단 측은 현재 사실상 독자적인 운영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천안과 신탄진 사이 57Km 구간의 막바지 시운전 작업은 물론, 실제 고속 열차 운행 중에서 있을 수 있는 갖가지 돌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매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김영우<고속철도 건설공단 차량처장>:
"궁극적인 목표는 운영입니다. 운영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밟아 나갔고요.10년 동안의 KTX 기술들, 4만여 면의 도면과 제조 기술, 시험 시운전 기술들을 쭉 확보를 해왔기 때문에… "
*박전식 기자:
공단 측의 반발 움직임이 구체화 되자 철도청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 99년 고속철도 운영본부를 발족하며 나름대로 고속철 운영준비에 나섰던 철도청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듯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김천환<철도청 고속철도 계획 과장>:
"우리 인력을 다 보낼 준비가 돼 있는데 공단에서 철도청 인력을 받을 때는 노사간에 합의가 있도록 해 놔서 공단 노조가 철도청 인원을 받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까 상당히 실제 운영준비를 하는데 보이지 않는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철도청 영상물 구성:
(21세기 교통혁명 고속철도로 철도청이 앞장서겠습니다. 고속철도는 일반 철도와 통합운영 돼야 합니다.)
*박전식 기자:
공단 측의 운영권 주장에 대해 철도청의 가장 강력한 반박 논리는 열차 운행에 있어서의 안전성 문제입니다. 내년 4월 개통되는 고속철도 1단계 구간 중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구간에서 기존 철로를 같이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큰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윤인균<철도청 고속철도 본부장>:
"한 선로 위를 달려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그래서 운영 주체가 서로 다른 두 열차가 동일 선로를 달릴 때 안전성은 보장 못합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고속철도 공단 측은 이에 대해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동훈<고속철도공단 발전 실무팀 부장>:
"동일 선로를 여러 개의 경쟁적인 운영 회사들이 같이 합리적으로 선로를 배분하면서 운영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당장 우리나라도 대표적으로 지하철 1,3,4호선,또 외국의 스페인 아베라든가 영국,프랑스의 해저터널 그 다음에 네덜란드, 독일 등 사례에서도 많이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철도청은 최근 고속철도를 일반철도와 통합해서 관리하는 통합정보시스템, IRIS를 개발했습니다. 고속철도 개통에 대비해 철도청은 이 시스템 개발에 5백 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27.5%인 125억 원은 고속철도 건설공단의 자금이 들어갔습니다.이 때문에 철도청은 운영주체가 이원화될 경우 중복투자에 의한 비용 낭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천환<철도청 고속철도 계획과장>:
"신설 역은 광명 역과 신천안 역 두 역밖에 안됩니다. 대부분이 공동 역인데 그 역들을 어떻게 나눠서 쓴다는 것인지,기술적으로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공단의 입장은 역시 크게 다릅니다.
*김동훈<고속철도공단 발전 실무팀 부장>:
"기존 철도청과 같이 쓰는 공동 역사에서는 저희들은 티켓이 딱 고속철도 티켓 하나 뿐이니까,승차권을 가지고서도 수입이 구분이 됩니다.그래서 철도청한테 우리가 위탁판매 수수료를 줘서 철도청 매표창구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정권 교체 시기에 고속철도의 운영 주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박전식 기자<현장 촬영>:
고속철도의 운영권 문제는 현재의 국유철도 조직에 대한 구조개혁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현행 철도청 조직 그 자체에 수익성이 높은 고속철도 부문까지 맡겼을 때 결국 동반 부실화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속철도 운영권 논란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누적 적자를 줄이기 위해 철도청은 지난 96년부터 5년 동안, 경영개선 특별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3만 6천여 명에 이르던 직원 수를7천여 명이나 줄였습니다. 그러나 적자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박전식 기자:
연간 6천억 원 이상의 적자가 계속 누적됐고, 특히 올 해 같은 경우엔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투입되는 정부 지원금이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구본환<건교부 철도산업 구조개혁 과장>:
"우리가 만약에 고속철도를 효율화하지 못할 경우에는 일반 철도에서 엄청난 적자폭이 커지면서, 고속철도가 연간 갚아야 할 부채가 1조에서 3조원 규모인데 그 것이 차질이 생기게 되면 소위 말해서 쌍둥이 적자가 동시에 발생이 되는 겁니다."
*박전식 기자:
이 때문에 개혁 성향 전문가들은 고속철도 부문을 일반 철도와 분리해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선의의 경쟁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손의영<서울시립대 교수/철도 구조개혁 위원>:
"모든 게 규모의 경제로부터 인한 비용 절감보다는 하나의 조직을 만드는 독점의 폐해가 훨씬 커요. 그래서 철도든 공항이든 다 민간한테 분리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아직 못하고 있는 거죠. 선진 경제를 추구한다면서 그런 선진국의 좋은 시스템은 안하고 어떻게 선진국이 될 수 있냐 이거죠."
*박전식 기자: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고속철도공단 측은 효율적인 경영을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 전략까지 세워 놓고 있습니다. 먼저 개통 후 필요한 운영 인력을 철도청보다 적은 천5백 명 수준으로 책정하고,적극적인 아웃 소싱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양귀대<고속철도공단 발전 실무팀장>:
"우리 공단은 핵심부문 외에는 거의 다 외주를 통해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철도청과의 차이는 그 것의 차이라고 보고, 거기에 더해서 효율적인 경영 마인드와 운영인데, 비효율분야는 최소화 시킴으로써 최소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박전식 기자:
공단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전문 회계법인과 대학 교수들의 용역을 거쳐예상 수요와 요금까지 산정했습니다. 공단 측이 제시한 고속철도 요금은서울에서 부산까지 대략 4만 3천원 선.현행 새마을호 요금의 1.3배 수준입니다. 이는 또한 6만 9천원 선에 이르는 국내선 항공요금의 63% 수준에 해당합니다.
*박전식 기자:
그러나 고속철도공단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운영 주체 분리 주장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합니다.
*서선덕<한양대 교수/철도 구조개혁 심의위원>:
"우리는 잘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걸 어떻게 입증할 수 있냐는 거죠.사실은 그 건 그냥 주장이거든요.그런데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새로 한다는, 예를 들어 당장 뭐를 주면 이익을 얼만큼 내겠다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위험한 요건들이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투자가 소홀히 됐던 점을 감안하고,아울러 철도청의 오랜 운영 경험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철도개혁에 관심을 가져 온 시민단체는 철도청 개혁을 전제로 운영권을 철도청에 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권영준<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경희대 교수>:
"코스트를 줄이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경영주체를 찾아줘야 되는 것이죠. 경영 주체를 찾으려 그려면 지금처럼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해가지고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철도청이 공신력을 확보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일원화 되야 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이처럼 고속철도 운영권 문제는 철도 개혁과 연관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해법을 찾는 시각도 무척 다양합니다.
<인수위 철도개혁안 발표. 2003.1.28>
*김대환<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당초에 민간부분으로 곧바로 넘기기로 했던 이 운영 부분을 일단 공사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가 되겠습니다."
*박전식 기자: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철도 민영화 법안에 대해 새 정부는 일단 우리 철도의 현실을 감안해 공사화로 한걸음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철도청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관한 한 인수위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김한영<인수위 경제2분과 행정관>:
"만약 법안 통과가 계속 늦어지면 무턱대고 기다릴 수는 없고, 고속철의 성공적 개통도 중요하기 때문에 늦어도 3월까지 통과 안되면 이제 고속철도 운영 주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일반철도하고 분리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입니다.
*박전식 기자:
이에 대해 철도 노조 측은 새 정부의 개혁 방안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조상수<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
"그러니까 민영화를 전제로 한 공사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이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게 이 번 발표 내용 중에서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겠다고 얘길 했습니다. 저희는 민영화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철도산업에서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요. "
*박전식 기자:
사측과의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이미 무단협 상태에 빠져 있는 철도 노조는 상하 분리, 공사화 반대 등의 안건에 대해 내일부터 사흘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합니다.
*박전식 기자:
총 사업비 18조 4천억 원.건국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라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의 결실이 이제 눈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유달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이었기에, 고속철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만큼 뜨겁습니다. 그러나 힘들게 얻은 결실의 의미가 운영 주체 논란에 따른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준비 부족으로 그 의미가 퇴색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박전식 기자:
누가 고속 철도를 운영할지는 국민들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안전하게, 그리고 얼마나 편리하게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느냐가 바로 문제입니다.
첫댓글 아하.... 이 방송 몆주일전 에 한국방송 1234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했던 겁니다.(일요일 무인시대 끝나고 합니다.)저 이거 보았습니다.
모란역에 플랜카드 걸어놨더군요. 6시그마 대상수상이라고 하면서 고속철도까지 잘 운영하겠다는 둥....
철도청 모든 역에 시그마 대상 수상 어쩌고 저쩌고 플래카드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