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선동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에 의거한 '의견 표현'이고, 누가 동조해주기를 바라거나 해서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그냥 다음 한화 카페의 닉네임 포트폴리오라는 회원은 김응룡 감독이 하루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을 바란다.
딱 그렇게만 이해되면 좋겠습니다. 글 자체는 무지무지하게 길어질 예정이므로 읽기 귀찮으신 분은 뒤로 누르셔도 되고
그래도 뭔말인진 보겠다 하시면 스크롤 내려서 맨 밑에만 보시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로야구 감독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선수 파악
유능한 감독은 현재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텔레비전 중계나 경기장 관람석에서 보는 관중들은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하여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비스는 좌투수 타율이 우투수 타율보다 높은 시즌도 있을 만큼 좌우 가리지 않고 잘치니까 데이비스 타석에서는 좌투수가 올라오더라도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 우타자 대타를 쓰는 것보다 데이비스로 그냥 가는 것이 낫다 라는 정도는 팬들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데이터이지만, 데이비스가 어제 신라면 급하게 먹은 게 체해서 컨디션이 안좋고 연습 때 보니까 스윙 궤적이 안좋더라 그러니 바꿔야겠다. 는 코칭 스탭이 알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개막 이후 선수 기용하는 것을 보면 세세한 부분은 고사하고, 몇년 째 경기 지켜본 팬들 보다도 선수에 대해서 모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오랜 야인 생활로 인해 최근 젊은 선수들 잘 모르고, 삼성 감독-사장으로 지냈으니 한화 선수들에 대해서 처음에 모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동계 훈련, 스프링 캠프를 지나 개막 1달이 지나도록 선수단 파악이 제대로 안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무관심 내지는 감에 의존하는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젊은 감독들만큼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실테니 게임 끝나고 경기를 풀로 돌려본다거나 주요 장면들 복기하거나 이런 것은 그냥 소주 한잔 마시며 머리로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는 다른 팀 감독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고령으로 인해 야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자체로 이미 감독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무리입니다.
2. 경기 운영
김응룡 감독의 전성기에 투수 운용 방식은 팀에서 제일 센 공을 던지는 투수를 7회 이후 언제나 등판할 수 있도록 대기시켜놓고 2,3,4,5 번째 투수들을 선발로 내서 이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팀에서 2,3,4,5 번째라는 투수들이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뭐 대충 그랬습니다. 물론 대기하고 있는 투수는 선동렬, 임창용이었구요. 저런 투수들을 가지고서는 김 감독의 방식이 크게 잘못된 것이 없는 게, 한국 야구사에 족적을 남긴 뛰어난 선발투수들이 웬만하면 7회까지 적은 실점으로 던져줬고, 크게 지는 날 빼고 크게 이기는 날 빼면 선동렬이나 임창용이 '보통의 혹사'만 하면 됐지요.
그러나 우리 팀은 선발이 6회까지 던져주는 것이 매우 힘든 투수진입니다. 그 방식 그대로 운용하면 송창식은 내년에 마운드에서 보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굳이 선수 장래나 팀이 미래 같은 거창한 얘기 안하더라도, 지난 화요일 대승 경기에 송창식을 무리하게 투입했기 때문에 수요일 경기 한 점 리드를 지키기 위해서 꼭 올려야 되는 상황에서는 송창식 선수를 투입할 수 없었죠. 아무리 전력이 약해서 이기기 힘든 팀이라지만, 올 시즌 롯데도 좋은 전력이라고 볼 수는 없고 실제로 우리가 당한 4패는 모두 한 점차 패배입니다. 투수진 운용이나 라인업만 잘 짰어도 한 두게임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경기 운영 자체를 못합니다. 어떤 감독을 데려왔어도 지금 우리 팀이 5할 승률을 맞추고 있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이 경기 운영을 '정상적'으로 했다면 대략 4-5승은 더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3. 선수 육성
직접 훈련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를 알아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코치들에게 선수별로 필요한 훈련을 지시하고 선수의 잠재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총괄하는 것은 감독의 책임입니다. 김혁민, 유창식, 안승민이 갑자기 윤석민, 장원삼, 안지만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그토록 혹독한 훈련을 했다면 최소한 작년보다 나빠지지는 않아야 합니다. 지금 한화 투수진에서 작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투수는 제가 볼 때는 윤근영 하나 입니다. 아울러 팀내 좌타자 중에 가장 타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자 볼넷을 고르는 능력은 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출루율 괜찮은 타자를 주고 '자신의 안목'으로 데려온 투수가 2군 리그에서도 두 자리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선수를 알아보는 눈이나 선수의 기량 향상을 위해 필요한 훈련 방식 등을 생각하는 감각이 실전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입니다. 그토록 맹훈련을 했는데 실력이 늘어난 것이 없으니 선수들도 억울할 겁니다. 책상 앞에서 요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듯이, 무조건 굴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는 훈련을 해야 SK나 두산 선수들 처럼 향상되는 모습이 나오는 것이죠. 또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억지로 문과를 보내서 역사책을 외우고 있게 하면 당연히 성적이 안나오는 것이고, 공부보다는 다른 걸 해야 성공할 학생을 공부를 시키는 것도 에러입니다. 여하간 선수들은 시키는대로 열심히 운동했을 뿐인데, 그로 인해 'Form'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Coaching'이 잘못됐다는 뜻입니다.
칠순이 넘은 고령의 나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싶진 않습니다. 사실 비슷한 연배의 김성근 감독의 열정은 누구나 존경하게 만들 정도이고, 실제로 야구를 거의 포기한 수준이었던 선수들을 프로로 진출 시키고 있습니다. 선수 육성의 대가라는 김경문 감독의 NC에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하였던 선수들 중에서 FA 및 타구단 지원 선수 그리고 우선 지명 신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엔트리에 들어 있는 선수가 몇 명인지 세어보면, 고양 원더스 출신의 선수들이 기존 구단에 정식 입단하고, 심지어 1군 경기에 나오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4. 팀에 대한 애정(열정)
한대화 감독이 '야왕'이 되고, '예끼'가 유행어가 된 것은 오심 상황에서 화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외친 감탄사가 팬들의 마음과 통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성격이 점잖은 김시진 같은 감독이면 사실 그러려니 하지만, 해태와 삼성 시절의 김 감독은 다혈질로 유명했고, 관중석에서 날아온 참외를 맞아가며 항의를 하던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항의도 자신의 선수들을 결속하고, 상대 선수들을 동요하도록 하는 타이밍에 적절하게 사용했고, 그래서 승부사 소리를 들었던 감독입니다. 그런데 우리 팀에 와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고 경기가 안 풀리면 덕아웃 안으로 들어가버리기나 하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무슨 남의 경기 보듯이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도대체 한화에 왜 오셨냐고 물어보고 싶은 지경입니다.
5. 종합
위의 내용 중에 하나만 제대로 된다고 해도 퇴진 얘기까진 안할 수 있습니다. 경기 운영을 기가 막히게 한다면 약팀으로 강팀을 이기는 묘수를 종종 볼 수 있으니 팬으로서 즐거울 테고, 선수 육성이 뛰어나다면 올 시즌은 이 모양이지만 싹수 보이는 저 선수들이 크면 2,3년 후엔 SK처럼 된다고 기대하면서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별로라도 기존 선수 운영만 무리하게 하지 않으면서 열정만 보인다면 기존 전력 유지 및 선수들 경험 축적 후 올해말과 내년에 FA를 아쉬운 포지션에 영입해서 전력을 강화하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은 선수 보는 안목은 사라진 듯 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방법은 잊어버린 듯 하며, 경기 운영 감각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자기 선수들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던 열정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즌 초지만 김응룡 감독이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날은 하루라도 빠를 수록 좋다고 봅니다. 갑자기 덜컥 감독 대행이 되는 사람이 누가 되든 갑자기 선수 육성이 될리도 없고,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할 리도 없지만, 작년 한용덕 감독 대행의 시즌 막판처럼 무리하지 않고 후배들 선수 생명을 고려하는 말이 되는 운영을 하면서 그냥 시즌을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감독 덕에 이미 좌타 대타감 하나 없는 팀의 유일한 좌타자는 이미 거저 주다시피 했지만, 버거씨 병을 딛고 돌아온 아직은 20대인 불펜 에이스나 팀 사상 최고 계약금을 주고 스카웃 해왔지만 작년보다 더 안좋아진 좌완 선발 마저 잃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류현진, 양훈 등이 빠진 공백에도 불구하고 정현욱 하나도 못잡아오는 프런트 덕에 86년 이래 가장 참혹한 기대 속에 시작한 시즌이지만, 그나마 있는 투수들까지 자기 공 못 뿌리는 상황이 된다면 내년 시즌 우리 팀에는 내국인들은 전부 송창현씨와 마찬가지인 '프로야구 투수'가 꿈인'사람'들만 남게 됩니다. 올해보다 더 암울한 시즌이라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송창식이 내년에도 올해 정도로 던져줄 수 있고, 윤근영, 황재규가 송창식에 못지 않게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만 되어준다면, 그리고 유창식이 더 망가지지만 않고 풀타임 선발을 소화해준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나은 기대 속에 출발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4강도, 탈꼴지도 아니고 안그래도 없는 집 살림을 더 거덜내지만 말아달라는 얘기입니다. 그 뿐입니다.
첫댓글 동감입니다 퇴진보다는 자진사퇴 바랍니다 갑자기 감독 자르면 혹은 그만두면 대책이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지금 감독이 있어도 없는것과 같기에 누가와도 상관없다 말하고 싶네요 차라리 새로운 희망이라도 갖고 싶습니다
한용덕 감독이 보고싶네요
차라리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관중 같은 감독이면 겨우 5월 초에 퇴진 얘기까진 안합니다. 앉아서 그나마 공 좀 던지는 투수들을 이틀 간격으로 돌리면서 아작내는 꼴을 더 못보겠어서 그럽니다.
동감합니다 로봇팔이식 한것 아니라면 송창식 유창식 등등 팔은 아작납니다 아니 로봇팔도 고장날거 같아요
일목요연하고 냉철한 분석 잘읽었습니다.
다른 것 다 양보하고 최소한 4번만 보여줘도 팬들이 이렇게 허무하고 화나지는 않을텐데...
하긴 마음에서 우러나질 않으니...
100%동감 자진사퇴라는 뉴스가 나오길....
전 퇴진보다는 개선을 바래요.
정말 기다리던 소리 입니다 퇴진 하는것이 김감독님 건강에도 좋을거 같아요
장성호로 인해 박찬호도 잃었죠
솔직히 저도이제서야 얘기함니다 내가감독해도 김감독님 보다 선수파악 경기운영 잘할꺼같네요
공감....
스나버리고 찬호박 언플로 압박하고..
진심..
코감독 와서 좋았지만 좀 아닌듯..
저는 감독 교체 이런건 생각안해봤지만 ,,, 교체나 사퇴가 시급 한건 구단주 및 프런트라고 생각됩니다..
동감합니다...제가 글을 잘쓰고 많이 쓴다면...꼭 동참하고싶은데....저도 빙그레 시절부터 큰 소리안내고 응원해왔는데...
올해 단 1달만에 저도모르게 욕이 막 튀어나오는 경험을 하게되네요...
정말이지 전 처음에 김응룡감독님께서 오신다고 하셨을때 큰 기대를 했었습니다...그래도 현역 최다승 감독이시고 한국시리즈 10회 우승감독이시고 해태와 삼성시절 그야말로 왕조를 이루었던 분이셔서...현장감각이 떨어지신건지 아니면 이런현실까지 생각을 못하셨던건지...정말 모르겠습니다....그래도 아직까지 김응룡감독님의 매직을 믿기는 합니다만...정말 모르겠네요...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대단한 능력을 발휘해서 성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니까 누가 되든 상관 없습니다. 그냥 후배 투수들의 몸상태를 정확히 체크하면서 기용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는 투수 출신이면 좋겠습니다. 송코치가 되든 한용덕 코치를 다시 불러오든 아니면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든 프런트가 정할 일이죠...
건강상의 이유가 제일 남 보기에도 무난한데 말이죠...
이정훈 감독대행을 잠시 시켜도 나쁘진 않겠네요 시즌후에 한용덕 또는 김성근 감독님도 괜찮을것 같구요 코치진 문제가 있을수는 있지만 결국 팀은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저도 아직 퇴진보단 개선을 원합니다. 시즌 개막 한달만에 감독을 짜르는 팀에 다른 감독이 와서 자신의 장기적인 밑그림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제발 악바리 이정훈 감독 모셔옵시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경기운영하는거 보면 아마추어보다도 못합니다. 선수단 파악은 안된채 혹사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개인의 영달 때문에 현장 복귀한게 너무 티나네요.
선수보는 눈이요? 씨름선수 데려다가 야구시키는건 어떨런지 그 놈의 신인.
송창현 이충호 조지훈은 도대체 살아는있는지 모르겠군요.
이정훈이가 온다고 별수 있나? 한용덕이가 온다고 별수 있나? 선수들 멘탈이 문제.
이래서 이해한다는 겁니다.
너무 이른게 아닐까요??점점 자리 잡혀가고 있는거같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빨리 집에 가면 좋겠네요. 솔직히 한 시즌 내내 대행체제로 가는한이 있어도 빨리 물러났으면 좋겠군요.
이러다 투수들 내년에 못 볼 것 같습니다... 제발 선수들 혹사 그만 시키길바랍니다... 내년도 더하면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아요.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