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교사들이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인 교권 회복 대책 마련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7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초등학교 교사 사망 이후 교권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교원 단체는 3일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즉각 제지할 수 있도록 교원의 생활지도 행위를 구체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 교원을 잃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교권보호를 위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
5대 정책으로는 ▲ 수업방해, 교권침해 등 문제행동에 대한 학생 대책 ▲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권보호 대책 ▲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및 악성 민원 대책 ▲ 학교폭력예방법 조속 개정 ▲ 교권보호 여건 및 학교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세부 과제로, 먼저 수업 방해 학생을 즉각 교원이 제지할 수 있도록 교실 퇴실 등 실질적 제재를 담은 내용을 이번달 발표될 교육부 고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기능을 지역교육청으로 이관·강화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전학·퇴학·학급교체 등의 교권 침해 가해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경찰과 지자체 수사, 직위 해제나 담임 교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위해제를 신중하게 하도록 하고, 신고자의 허위 사실이 명백할 경우 피해 교원이 요청하면 무고 또는 업무 방해로 고발할 수 있게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해서도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발할 수 있게 하고, 지역교육청 콜센터 등 단일화된 민원창구를 개설하며 교원 개인 전화 비공개, SNS 등을 통한 민원 차단 등도 주장했다.
정 회장은 민원창구 단일화와 관련해 "학교에서 콜센터나 민원 창구를 만들게 되면 교장, 교감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다. 이걸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해서 민원에 대해 논리 타당성을 판단해 학교에 확인하는 등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조례가 시행된 교육청과 아닌 교육청의 통계가 차이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침해사안 중 통계로 신고되는 수는 1만건 중 1건일 것"이라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최적의 안으로 재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권침해 대책 중 하나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강제성도 없고 지금 있는 위원회들도 실질적 운영이 안 되는데,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날 교총은 지난 달 25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접수한 교권침해 실태 자료도 공개했다.
총 1만1천628건의 접수 사례 가운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57.8%(6천720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학부모나 학생의 폭언·욕설 19.8%(2천304건), 업무방해·수업방해 14.9%(1천731건), 폭행 6.2%(733건), 성희롱·성추행 1.2%(140건) 순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전체의 71.8%(8천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28.2%·3천284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했다.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학부모는 이에 "교사가 학생을 화나게 해서 자해했다"며 다시 신고하는 사례가 있었다.
서울의 한 초교에서는 학생이 교실에서 걷다가 스스로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다쳤는데도 학부모는 교사가 안전을 책임져야 했다면서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교사가 학생을 차로 데리러 오라고 요구했다.
인천의 한 초교에서는 학부모가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리면서 담임교사의 연락처를 줘 교사가 대신 독촉전화를 받는 일도 있었다.
또 체험학습 중 돈이 없어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교사들이 밥을 사주자 학부모가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강원의 한 초교에서는 방과 후 시간에 술에 취한 학생 아버지가 교실에 들어오기도 했다. 교사가 '수업이 끝나지 않았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교사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성희롱 사례도 눈에 띄었는데,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임신시키고 싶다""먹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칼 맞고 싶냐” 협박, “임신시키고 싶다” 희롱교총, 교권침해 사례 공개 ‘학부모’ 10건 중 7건 넘어
▲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한국교총의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모습. / 이동주 기자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건 중 학부모 건수가 10건 중 7건을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권침해 유형 중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악성민원이 가장 많았다. 교사의 잘못이 아닌 데다, 학교에서의 활동과 무관한 일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3일 한국교총이 발표한 교권침해 사례에 따르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악성 민원’이 57.8%(6720건)로 가장 많았다. 모두 학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71.8%(8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28.2%·3284건)보다 2.5배나 많았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받은 교권침해는 ‘폭언·욕설’ 19.8%(2304건), ‘업무방해·수업방해’ 14.9%(1731건), ‘폭행’ 6.2%(733건), ‘성희롱·성추행’ 1.2%(140건) 순으로 드러났다.
교총은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9일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학부모들의 도 넘은 교권침해 사례도 공개됐다. 자녀의 자해를 교사의 학대로 꾸미는가 하면, 사채업자에게 교사 전화번호를 넘기기도 했다.
전북의 한 초교에서는 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했다. 교사의 무혐의 처분 결과가 나오자 학부모는 ‘교사가 학생을 화나게 해서 자해했다’는 이유로 다시 신고했다.
서울의 한 초교에서는 학생이 교실에서 걷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반깁스를 한 일이 발생하자, 학부모는 “교사가 안전을 책임져야 했는데 사고가 났다”면서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올 것을 요구했다. 해당 교사가 이를 거절하자 교문 앞까지 매일 마중 나올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폭행은 물론 폭언‧욕설‧성폭력의 경우 학부모, 학생 할 것 없었다. 교실에서 학부모가 교사 멱살을 잡고 침을 뱉는가 하면, 초등학생이 칼로 교사를 위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충북의 한 고교에서는 학교폭력 관련 개인정보 요구에 불응한 교사에게 학생 아버지가 “내가 조폭이다. 길 가다가 칼 맞고 싶냐”고 했다.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이 전화 등으로 “당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를 수 있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무단으로 교실을 이탈하려다 제지당하자 커터칼을 꺼내기도 했다.
교사 성희롱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경남의 한 유치원에서는 손자를 등원시키는 할아버지가 담임교사에게 핸드폰으로 여성의 알몸을 보여줬다. 충북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에게 “임신시키고 싶다”거나 “먹고 싶다”고 막말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중 학생이 “OOO 선생님이랑 잤죠?”라며 “쌤 뒷모습 보니까 박고 싶네”라고 발언하는 일도 있었다.
조사결과를 발표한 손덕제 울산 외솔중 교사(교총 부회장)는 “이처럼 많은 교권침해로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고 교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교육권 보장을 위해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