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황산 기행을 마무리 해야겠는데, 시간도 별로 없고, 기억을 희미해지고 아무튼 빨리 마무리 해야겠다.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면도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기차의 침대 여행을 마쳤다. 다시 자동차를 타고 도착해 배낭을 맡긴 곳은 황산 호텔.
황산 호텔에서 또 다시 2시간여를 차를 타고 드디어 황산에 도착.
|
황산의 호텔 앞에서. |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데 중국 사람들도 많다.
10월 1일부터 일주일 간 휴가이기 때문이란다. 타는데 1시간 이상을 기다리니 지루하다. 옆줄에 서있는 5살 정도의 중국 아이가 귀엽다. 가지고 온 쵸코렛 미니쉘을 까서 아이의 입에 넣어주니 오물오물 맛 있다는 듯이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자기의 엄마 얼굴을 쳐다본다.
뒤에서 기다리는 ‘쥬쥬’님.
‘보코’님의 간단한 통역으로 한 중국 남자의 신상을 파악한다.
바로 옆줄에 있는 광동에서 왔다는 30대의 중국 남자의 눈초리가 예사 눈빛이 아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관심이 있다는 표정이다.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 농담 한마디 씩 한다.
‘광동에서 여기까지 올 정도이면 한국의 왠만한 부자보다 잘 살겁니다. 잘 해 보세요. ^^ ‘
우리말을 알아들을리 없는 그 중국인은 ‘쥬쥬’님의 얼굴만 바라보아도 흐뭇한 듯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고 있다.
대여섯 줄에서 한 줄에 열명씩 끊어 드디어 케이카에 탑승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산 아래에서도 구름이 많이 끼어있더니 케이블카로 올라가는데도 구름으로 하얗다.
|
황산의 케이블카 : 1700미터까지 케이블카로 올라 간다. |
케이블카로 올라오면서 하얀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바위와 경치가 보일 때면 케이블카를 탄 사람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예상대로 황산의 올라서니 10여 미터 정도밖에 볼 수 없는 안개 바다. 앞 뒤 좌 우가 구름으로 뒤덮혀 하얗게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가이드는 황산 서해대협곡을 안내한다. 구름이 꼈지만 황산의 날씨는 변화무쌍 해서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
난 안개 때문에 헛수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황산에 왔으면 그래도 걸으면서 황산을 정기를 받을 마음으로 따라가기로 했다.
몇 분을 걸었을까?
|
서해대협곡의 전경 |
서해대협곡의 계곡을 돌아서니 서서히 구름 사이로 수줍은 듯, 아니 웅장한 황산의 자태를 들여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가까이 있는 쭉쭉 뻗은 그림 같은 소나무들과 빨갛게 물들은 단풍나무들은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다시 구름에 싸여 희미해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황산의 절경에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포즈를 잡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경도 십여 분의 잠시뿐, 다시 하얀 안개의 품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서해대협곡의 반환점으로 다시 왔을 때는 또 다시 10여 미터 밖에 볼 수 없는 구름 바다.
우리는 1700여 미터의 높이에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 높은 곳까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일체의 부식은 전부 사람이 나른다고 한다.
|
서해대협곡의 전경 |
그래서 산 아래보다 가격이 3-4배가 비싸다고 한다. 황산에서 만난 짐꾼의 장단지는 계란을 두서너 개를 집어 넣은 듯 근육으로 울퉁불퉁 했다.
산 위에서 먹은 점심 또한 일품이다. 죽순을 재료로 한 요리와 또 다른 야채를 중심으로 한 요리가 중국 음식의 독특한 향도 별로 없는 우리에게 맞는 음식이라고 할까?
그런데, 많이 먹었다고 생각을 하는데도 별로 배가 부르지 않다. 아마도 한국 음식을 그만큼 먹었으면 배가 불렀을텐데…….
지금 생각해봐도 배가 부르도록 먹은 기억을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황산 정상을 향해 출발을 했다. 금밤 식사를 해서인지 숨이 차고 힘이 든다. 더욱이 돌계단의 연속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참을 가니 정상 같은 곳에 설악산의 흔들바위와는 형태가 다르지만, 그 정도의 기다란 돌이 안개 속에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니 바로 비례석.
돌을 만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비래석이다. 정상 인 줄 알았는데, 황산 정상까지는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정상인 광명정까지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잘 다듬어진 돌계단 길이지만 계단 길이라 좀 지루했다.
|
황산의 단결송, 소나무 가지가 56개나 뻣어 있어 이는 중국민족의수를 나타낸다 하여 단결송 이라고 함. |
황산이 1,860 미터이고 1.700여 미터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왔으니 고도로는 160여 미터를 올라가는 것이니 산으로 말하면 동네 야산을 2시간 정도 산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곳이다.
그런데, 일행 중에는 등산대회를 하기라도 하듯이 가이드의 지시를 무시하고 앞서 가기도 하여 가이드가 인원 통제할 때 종종 어려움을 겪지도 하였다.
황산은 처음 오는 산이고, 안개도 끼어 시야도 좋지 않은데 길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상인 광명정에서 인원 파악을 하고 가이드가 길을 안내한다는 말에 어떤 사람은 먼저 내려간다고 하며 ‘언제 후미를 기다리느냐, 이 길로 쭉 내려가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답답한 나머지 ‘가고 싶으면 혼자 내려가세요. 허지만, 길을 잃고 헤메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소리친 기억이 난다.
단체 산행을 하는 데는 자기가 좀 불편해도 가이드의 말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
구름으로 뒤덮혀 제대로 보지도 못한 황산을 뒤로하고 다시 2시간 여의 버스를 타고 황산의 해주호텔에 도착하여 곧바로 저녁 식사.
푸짐한 요리다. 죽순으로 만든 요리와 몇 가지 고기로 만든 요리이다. 갈수록 식단이 좋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3호 차의 조장 ‘운해’님의 제안에 따라 며칠간 얼굴도 익혔으니 스스로 두 사람씩 짝을 지어 2인 1실의 방을 정하자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눈치다.
‘여자들은 그럴지 몰라도 남자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
|
운해에 쌓인 황산의 위용. |
공교롭게도 어제 열차를 타지 못하고 2시간 동안의 악몽에 시달린 여걸 4명중에 한 명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민비’ 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는 고생이 많으셨지요? 시간이 되시면 저녁때 위로주라도 사고 싶은데…”
어제 늦은 시간에 열차에 합류하고 가이드의 행동에 분통이 터지고 열을 받어 뜬 눈으로 식당칸에서 술을 먹어 쉬고 싶은 눈초리지만 받아준다는 눈치이다.
빙 둘러 앉은 다른 여성분들에게 속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옆에 앉아
식사 하고 있는 버스 같이 타고 온 파트너에게도 샤워 후 저녁 9시에 로비
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은 했지만, 나머지 세분의 여자들에게는 지금까지 한번
도 말을 건넨 적이 없어 초청을 하지 않았다.
일행은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가는 에레베이터에 같이 탔다.
그런데, 조금 전에 같이 식사를 했던 세 여자분 중에 한 분이 말을 건넨다.
“우리들은 초청을 하지 않나요?” 하고 말을 한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띵’한 상황에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낀다.
“아, 한번도 말을 걸어보지 않으신 분이라서….” 하고 얼버무렸더니
“낯을 가리시나 보지요?” 하고 웃는다.
“괜찮으시다면, 초청을 해야지요. 9시까지 로비에 오세요.”
솔직히 그날 식탁에 있었던 여성 분을 다 초청하고 싶었지만 첫 대면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허지만, 지금은 아무 때고 술 한 잔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런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으니 그저 추억 속에 묻어버려야 할 것 같다. ^^
|
한 사람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는 왕산의 바위틈 |
그러나, 막상 그날 저녁 9시 로비에는 ‘민비’와 그 친구밖에 오지 않았다.
써니님과 나, 민비와 그 친구, 이렇게 4명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술을 먹기에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초대한 사람이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김성환님과 김동흥님.
가이드를 포함해서 7명은 해주 호텔 앞 중국 음식점으로 가서 술을 시켰다. 안주는 요리로 4개, 술은 황산에서 제일 좋다는 35위안짜리 술.
한 입에 털어 넣을 수 있는 조그마한 사기 술잔이 나온다. 4,50도의 독주라서 그런지 술 한 잔에 목구멍이 화끈거린다. 수고하는 가이드에게도 술 한 잔 사고 싶었는데, 술을 한 모금도 못한다고 한다. 허긴 가이드가 술 좋아했다가는 몸도 축지고 씀씀이가 클 것 같으리라.
여걸 ‘민비’의 이야기도 들었다. 어제 술을 마시고 잠도 한 숨 못자 너무 피곤해서 오늘 나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잘 나왔다는 이야기 하며 어제의 악몽 같은 2시간의 방황을 위로해 준다는데 왜 안 나오겠냐는 ‘민비' 친구의 말도 들었다.
가이드는 술을 못하니 조금 있다 가고, 우리들만 남은 술자리에서 화제는 당연히 ‘민비’님의 어제의 황당하고, 순간 지옥과 천당을 왔다 갔다 한 이야기. 많은 이야기 속에 조금은 가까워 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음식점에서, 중국 음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
술 값을 계산하는데, 중국인 주인이 진열대에 있는 물건을 이것 저것 사라고 권한다.
마른 안주 같이 보이는 것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30위안 이란다. 비싼 것 같아 ‘쓰 위안(10위안)’이라며 서투른 중국말을 하니 고개를 흔든다. 나는 다시 들어가 다시 술을 먹었다. 술을 다 먹고 나오자 주인이 또 아까 그 마른 안주 같은 것을 손에 들고 30위안이라고 사라고 한다. 나는 지갑을 보이며 10위안 밖에 없다는 표정을 지으니 주인은 못이기는 척 건네준다.
“10위안 받고 팔 물건을 30위안 씩 이나 불러? 도둑놈…. “
“외국 사람 이라고 바가지를 씌우네?”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싸게 샀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나중에 마른 안주 인 줄로 알고 내용물을 뜯어보니 꼴꼴한 냄새가 나는 죽순 말린 것 이었다.
물에 담가 불린 다음 요리를 해 먹는 것이다. 짐은 많고 처치 곤란이다. 내가 한국에 가지고 가 요리를 해 먹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황산에서 진강에 오는 기차에 놓고 내렸다. 중국 사람은 맛있게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으니까….
| | | |
첫댓글 한편의 소설 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다섯번째? 글인거 같은데.. 일정이 절반이상 남은거 같은데요^^ 기대가 큽니다..
다녀와서도 계속 수고가 많으십니다. 달소래님, 마치 아직도 여행이 끝나지 않은듯한 착각에 빠지게하네요..ㅎㅎ 감사히 잘보고갑니다.
잼있게 읽고갑니다~ 기차 사건 궁금했는데, 그랬군요^^ ㅎㅎ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달소래님! 화이팅입니다.^^*ㅎㅎㅎ,,,, 존경과 사랑으로~*(^_^)*~
그런데요.... 달소래 형님! 엇그제 역곡에서의 내기한거 기억나시죠?..... 황산리뷰 가 있느냐? 없느냐?..... 있는거 확인하셨겠지요?..... 공개적으로 카페에서 번개는 허용이 안된다 하니 형님께서 판단하시어 담주에 날잡아서 연락주시면 함께 작업(?)해서 즐건시간 만들어 보자구요.^^*..... 넘 부담갖지 마시고요.^^*ㅎㅎㅎ....존경과 사랑으로~*(^_^)*~
좋지요, 술이야 아무나 사면 되지만..... 그런데, 황산리뷰를 나도 본 것 같은데, 지금 찾으려니 찾을 수가 없네요? 산행사진자료실에 있지않았나요? 검색하니 안뜨는데??? 어찌된 일이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려주슈??
금주의 산행후기 9564번부터 보세요.....사랑으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