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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지난번 대선 후보를 지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최근 각 지역 광역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당의 비례대표 제도 운용을 비판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여성의 경우만 해도 부사관·경찰관·이주민 출신 등 다양하게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했는데 우리 당은 시민운동 출신에 치우치면서 폭넓게 후보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문 의원은 "우리는 어르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 후보도 못 냈다"며 "5060세대가 등을 돌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라고도 했다. 2012년 총선 당시 당 대표는 친노(親盧) 핵심 인사인 한명숙 의원이었다. 당시 이미 유력 대선 후보로 친노 진영은 물론 당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문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도 상당 부분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이 같은 비판을 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부터 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시민운동 출신이 많은 야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제 임기 절반을 갓 채웠지만 당 안팎에서 수시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악동(惡童)' 취급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下野)' 성명을 내거나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로 지칭하는 등 막말과 돌출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돼 논란을 빚다가 경찰에 입건된 의원도 있다. 이들은 의원총회마다 강경 기조를 주도하며 당을 퇴로 없는 정쟁의 늪에 빠져들게 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최근에는 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여기저기 신청서를 냈다. 한 지역구를 놓고 자기들끼리 '이전투구(泥田鬪狗)'식 경쟁을 벌이며 눈총을 받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전문성을 살려 의정 활동에 전념해 국익과 민생에 기여하라는 뜻에서 선거도 치르지 않고 국회에 입성(入城)하는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책임감을 의식해 각 상임위에서 입법과 정책 마련에 전력을 쏟는 의원들도 있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에 따라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하지 않겠다"고 한 의원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의 금배지가 지닌 무게를 잊은 듯 가볍게 처신한다. 현(現) 야당 비례대표 의원 탄생의 주역 중 한 명인 문 의원이 "다음엔 이렇게 뽑아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 정도니 이런 행태가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이 얼마나 컸을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위헌 결정에 따라 최근 정치권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선거구 재획정 절차와 함께 비례대표 의원의 숫자와 선정방식에 대한 논란도 불붙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확대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선정 행태를 반복한다면 국민은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나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원 선정 과정의 치밀한 검증 절차부터 먼저 확립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