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건 리사가 친애하는 일기장 부인에게 진솔한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서서히 세상과 소통하고 화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사의 이러한 변화는 일기쓰기, 곧 리사가 짧은 하루 하루의 생활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나는데, 리사의 진솔한 삶의 행로를 조심스레 따라가면서 리사는 물론 상처투성이 소녀 마리나까지도 도저히 열릴 것 같지 않았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소설은 리사의 상처, 고민, 바람, 환희에 관한 이야기와 마리나와의 우정을 쌓아가는 2중의 플롯을 마치 카메라 앵글처럼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포착하여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 포섭할 수 있는 깊이와 영향력을 지닌 책이다.
전작 『할말이 많아요』에서 수동성과 침묵 속에 갇혀 있던 마리나로부터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이야기거리와 사건들이 넘쳐났듯이, 겉으로 볼 때 냉장고처럼 차갑고 씩씩하게만 비쳐지는 리사에게도 부모의 이혼에 따른 슬픔과 자살시도라는 상처가 깊이 도사리고 있다. 리사의 마음속에서 불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과 청소년기 특유의 진솔한 반성과 자아성찰은 그 자체로 인간이 지닌 고독과 슬픔의 메타포가 될 만하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인들까지도 포섭할 수 있는 깊이와 영향력을 내장하고 있다.
일기는 내면과의 소통의 장이요, 진솔한 이해의 공간이다.
리사는 친애하는 일기장과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본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반성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혼한 아빠의 새로운 삶도 이해하게 된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상처 입은 열일곱 소녀 리사가 하나둘씩 자신과 세상을 가로막은 두터운 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에 동화되어 감정이입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리사를 통해 혹여 편견과 이기심으로 하루하루 스스로의 삶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얻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줄거리>
2월 6일 리사는 처음으로 일기장에 멋쩍게 자신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한다. 워링턴 기숙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코니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이혼 후 사랑하는 가족, 코니와의 집을 동시에 잃게 되면서 삶아 갈 힘도, 이유도 상실하게 된다. 자살을 결심할 때도, 다시 깨어났을 때도 리사는 혼자였다. 늘 바빴던 엄마 아빠는 이혼 후 더욱 차가운 무관심을 보일 뿐이다. 그리고 철없는 아빠는 라네이트라는 아줌마에게 잘 보이려고 정신이 없다.
리사는 이 엄청난 사건과 상처를 숨기고 더욱더 강해지리라 다짐한다. 화가 나거나 외로워 미칠 것 같을 때는, 달리기, 조정, 학교공부, 천방지축 친구들을 생각하며 씩씩하게 이겨낸다. 누구보다 예쁘고 멋진 리사는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지만, 도통 심중에 있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은 자신을 냉장고라고 부른다. 상처를 품고 지내면서 눈에 들어 온 친구가 하나 있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 대신 워링턴의 기숙사로 온 마리나다. 처음엔 그 애 얼굴을 쳐다보기 조차 힘들었는데, 리사는 점차 마리나가 자신보다 강한 면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리나를 통해 자신의 상처 입은 이면을 되돌아보게 된 리사는 자신이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외딴 섬으로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는데……
[주인공 소개] 리사 : 전작 『할말이 많아요』에서는 마리나의 기숙사 친구로 등장하며 『할말이 많아요 2 -리사의 일기장』에서는 17살의 여주인공으로 그 위치가 뒤바뀐다. 겉에서 보면 문제될 것이 없는 완벽한 친구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며 몸은 운동으로 다져져 있다. 또한 운동에서든 공부에서든 지는 것을 싫어하며, 울컥 슬픔이나 외로움이 느껴질 때면 달리면서 자신을 찾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같은 아이다. 밤을 새워 해낸 숙제를 훔쳐간 도둑을 잡기만 하면 역사 시간에 배운 고문방법으로 잔인하게 복수하겠다는 당차고 아이다운 발상도 하고, 혼자 밥을 먹는 상처투성이의 마리나가 가여워 옆에 앉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는 성숙한 배려를 할 줄도 안다. 탄젠트, 코싸인 문제에 쩔쩔매는 소피에겐 기꺼이 자기시간을 내어 도와주지만 사실 속내로는 이런 일들로 자신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고 못되게 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기는 것이 전부라고 믿으며, 또래 친구들이나 언니의 행동, 심지어는 이혼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려고 애쓰는 엄마 아빠의 행동이 철없어 보이고 못마땅할 때도 있다. 겉으로 덤덤하고 씩씩한 체하지만 사실 리사는 자신의 슬픔이나 상처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자기표현이 서툰 소녀다. 때문에 친구들은 리사의 차가움과 내정함을 빗대어 냉장고 같다고 놀리기도 한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시작된 소중하고 아름다운 관계의 훼손에서 심한 상처를 받고 행복감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서서히 또래 친구들과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우정, 갈등, 외로움 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자신의 단점을 반성하고 자신이 서서히 자라고 있음을 깨달아간다.
마리나 : 전작『할말이 많아요』의 주인공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아빠 실수로 던진 화학약품에 흉하게 얼굴이 데이게 되는 마리나의 일기로 시작된다. 마리나는 화학약품 사건으로 투옥되는 아빠를 바라봐야 하며 자신을 기숙사로 보내고 재혼하는 엄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충격적 사건으로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이 일이 생기기 전 마리나는 스키도 잘 타고 명랑하고 튼튼한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마리나는 오직 일기장을 통해서만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추억할 뿐이다. 하지만 서서히 마리나는 워링턴 기숙사의 리사와, 캐시, 소피, 트레이시 등 제각기 개성만점인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배려로 침묵의 벽을 허물고 한 발 한 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늘 겁먹은 토끼처럼 숨고 도망가려고만 했던 수동적인 마리나가 상처를 준 엄마와 아빠를 용서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또래 친구들은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성숙함을 보인다. 그 중 한 친구가 바로 리사다. 마리나의 눈에는 꽁꽁 숨겨놓은 리사의 슬픔이 보인다.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벗어나 있고 싶을 때 올라가 앉는 나무를 리사와 공유하게 되면서 둘은 새로운 우정을 쌓기 시작한다.
<차례> 안녕! 내 이름은 리사야_9
리사의 나무_41
우리도 한때는 함께였지 않은가?_79
나는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을까?_121
외딴 섬으로 존재하는 소녀는 없다_169 ★독서교육교사 자료 다운 받기
첫댓글 저도 1편..재밌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