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정산행에서 돌아와 첫 출근을 하자마자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 일년에 한번씩 실시되는
뉴저지 주정부의 Annual Survey가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던 나도 하는 수 없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꼬박 5일을 출근해야했다. 아래 이야기들은 사실 원정산행 기록과 함께
올렸어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 바빠 이제사 그 후기로 올려 본다.
대장님 용서하여 주소서.
아귀디미디에서 고소적응을 하다 저체온증으로 거의 텐트의 30%를 차지하고(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누워 버린 나! 여자 다섯이 텐트 중간에 버너를 피워놓고 움직여야하는데 내가 누워 버리니 나머지 4명이 옴짝달싹도 할 수 없어 다리에 쥐가 나고 죽을 맛이다.
금림선배와 나는(나는 다 죽어 가면서도) “ One more tent! One more tent.”
고소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제일 무거운 텐트를 지고 오신 한 부대장님을 걱정하던 혜진양 왈
“ 아 언니들이 텐트한번 져 보시라고요…”
내가 방 빼줄테니 좀 편안히들 계시쇼…….”
5명의 남자가 쪼그리고 있던 옆 텐트로 혜진양이 쳐들어가는 통에 애꿎은 박대장님만 설산에서 비박하셨다.
“대장님 죄송혀유. 지가 저체온증으로 고생만 안했어도 비박은 안하셨을텐데…..”
겁없는 초짜들
요번 원정산행엔 유난히 초보자들이 많았었고 또 우리 초짜들 모두 몽블랑에 가겠다고
우겼었던 게 생각난다.
사실 우리 등정대가 정상을 정복하고 하산하던중 A와 B조 사이에서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궁금해 한번 인터넷을 찾아봤다.
죽은 사람은 체코슬로바키아의 44세된 남자. 4명의 체코 클라이머구룹의 한명이었는데 그는 로프(끈)을 묶지않고 등반을 했었단다. 7월 4일 오전 10시 45분경 몽블랑의 정상루트중 "Bosses"에서 거의 400미터나 추락하였고 그의 시신은 몽블랑 북벽의 Grand Plateau에서 발견되었단다.
이 체코클라이머들은 이런종류의 등반에는 거의 준비가 안 되어있었던 것 같다고..
(대장님 죄송혀유. 몽블랑가겠다고 겁없이 우겨대서……
휴….위의 사건을 보고 아래 사진을 보니 우리같은 초짜들은 샤모니에서 트레킹만
했었던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어느분야건 전문인은 아름다워
도착하던 날 샤모니로 처음 구경하러 가던 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때다. 나는 “ 알프스 몽블랑에 왔으니 여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랑 사진을 찍어야지” 하며 남편과 함께
허긍열 선생님과 포즈를 취했다.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야유
“ 아! 언니 뭐야! 몇달 전에는 원강사님이 제일 멋있다더니…..
벌써 변심? 허선생님이랑 사진 찍구? “
아이고 이 어린 동생들아!
어느 분야건 그분야의 전문인은 가장 아름다운 법.
빙벽에서는 원강사님이 아름다웠지만, 알프스 몽블랑에서는 허긍열 선생님이
제일 아름다운 분 아니겠니?
텐트 잘 말리기
정상등정대가 떠난후 인원이 21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들자 텐트에 자리가 많이 생겼다.
누군가가 후하게 인심이라도 쓰는 듯
“좋아 좋아. 오늘 저 첫번째 텐트 디노 부부한테 주지”
나는 속으로 “ 오! 예! 띵호와”
술이 취하고 피곤한 남편은 곯아 떨어지고, 다른 여성대원들과 늦게까지 (속으로는 “동생들아 이제 잠좀 자자” 하면서 ) 수다 떨다 물병을 챙겨 텐트로 들어간 나는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야………”
텐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
엄청 지독한 찌린내.
이건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
“고산도 아닌데 왜 이런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일전에 영상앨범 산을 찍던 팀들이 왔을때 사용했던건데
제대로 말리지 않고 보관하여 그런 곰팡이 냄새가 난 거란다.
이 텐트를 잘 드라이 크리닝 하여 주신 한부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너무나 심플한 우리의 카드 놀이
내가 알고 있는 트럼프로 하는 훌라게임은 룰도 많고 복잡하고 순발력도
있어야한다.
첫날 여성대원들이 화투로 카드놀이를 할때 기록을 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던
나는, 드디어 두번째에는 함께 할 수가있었다.
화투로 하는 ‘뻥’이라는 게임인데 어찌나 간단하고 단순한지!
12판을 하며 매번 점수를 적어 마지막에 합계를 내어 벌금을 낸다.
나는 진경선배님께 여쭤보았다
“선배님. 이런 IQ 두단위인 사람들이 하는 게임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셨어요?”
“ 어머머 . 디노. 그래도 지금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은 나야.”
(해석: 니가 IQ가 3자리이면 뭐하니? 지금 나한테도 지고 있으면서….호호호)
내 아들은 어디가고 왠 흑인이 들어오는 감?
남편의 고교후배인 김윤상선배님과 한조가 되어 고소적응 훈련을 받았던 나는, 설원을 걸으면서도 열심히 썬블락을 발랐다. 너무 힘이 들었던 김선배님은 스스로 바를 생각도 안 하시고, ‘제가 좀 발라드릴까요?” 해도’ 아닙니다” 하신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걱정했던데로 햋볕에 탄 피부가 당장 다음 날부터 벗겨지기 시작한다.
정자선배님은 “ 시어머님 보시면 큰일인데. 4대독자 얼굴이 저리 되었다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던 날!
아들을 맞으러 반갑게 나오시던 어머님!
“ 아니 내 아들은 어디가고 저런 흑인이 들어오는 것이야.”
부추김치까지 가져간 뉴한산 주방장.
케빈 옆 잔디밭에서 맛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게를 끓이던 날!
2개의 남비에 나눠 끓이는데 양이 너무 많다보니 국자로 내용물을 휘저을땐
누군가가 냄비를 잡고 있어야했다,
그런데 드디어 사건이 발생했다.
냄비 하나가 넘어져 내용물의 반이 잔디밭으로 쏱아진 것.
깜짝 놀란 우리는 쉬쉬하며 일회용 장갑을 끼고 다시 주어 담았다.
김찌찌게에 갑자기 섞여진 잔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휴 이걸 어쩌면 좋지?”
“ 어쩌긴….. 부추김치도 좀 섞었다고 하면 되지 뭐.”
시아버님의 보톡스
고소증은 여러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지러움, 두통, 오심, 구토, 부종……..
원정산행을 마친후 귀가하신 홍선배님.
얼굴에 아직도 고소증상의 하나인 부기가 남아있으셨나보다 .
홍선배님을 뵌 며느님 왈
“ 어머님! 아버님좀 보셔요. 아버님께서 마치 보톡스 주사를 맞은 것처럼 좋아 보이시네요.
아마 거기서 엄청 잘 해주고 또 잘 드셨나봐요…..”
진경선배님의 조크를 24시간 뒤에 이해하다
진경선배님의 이 조크는 물론 아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꼭 소개하고 싶다.
어느날 길에서 지금은 성인이 되어버린 국민학교 동창 두명이 만났다.
한명은 큰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한명은 큰 조폭의 두목이 되어 있었다.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에 만나서 골프를 함께 치기로 했다.
드디어 골프를 치는 날,
사장은 비서와 함께 오고 조폭 두목은 똘만이와 함께 왔다.
사장이 티샷을 하고 그 볼은 슬라이스가 나 오비라인을 건너기 바로 전에
멈췄다.
이를 보고 있던 사장의 비서 “No Problem,Sir”
사장은 응수한다 “ Really?”
이제는 조폭 두목이 티샷을 할 차례.
그가 친 공은 pop-up이 되어 하늘로 붕 떠오르더니 바로 앞에 떨어진다.
자기도 뭔가 유식한 척 하고 싶던 똘만이.
아까 저쪽의 비서 놈이 뭐라고 했는지 곰곰 생각해 본다.
아! “ 노~파 부러~~써얼!”
( 이 부분의 발음은 위의 No Problem,sir’와 매우 유사하게 해야함.)
똘만이의 말은 들은 조폭 두목도 곰곰히 아까 사장놈이 한 말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아! 드디어 생각난 듯 “ 닐리리?”
우리는 한참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다음날 이 조크를 듣지 못한 대원들에게 다시 한번 옮겨서 이야기 하는데,
앞에 앉은 선배가 까르르르 갈깔 뒤로 넘어간다.
( 아니 뭐야? 어제 분명히 우리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이 조크 이해하는데 24시간이나 걸렸단 말이야? )
고소증상의 특효약.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소증에 좋은 약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이아그라란다.
남편도 어디서 들었는지 의사인 친구에게 몇알 달래서 가져갈까 한다.
원정산행 첫날인가!
남수연선배께서 제게 물으신다.
“디노씨 이거 우리 손님이 가져다준건데 써본적은 없는데 한번 봐주실래요?”
조그맣게 낫개로 포장 되어있는 캡슐이었다.
읽어보니 Male Sexual drive Enhancer라고 적혀있고, 일본에서 천연약재로 만들었단다.
아마 남선배님께서도 바이아그라 대용으로 가지고 오신 모양이다.
약 이름인 즉 Samurai X
약이름을 들은 우리들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소리!
“ 아 그런거 있으면 좀 나눠 주셔야지 왜 혼자만 가지고 있습니까?”
“Are you sure you never used it?”
얼굴이 빨개진 남선배님
“아 진짜에요.”
첫댓글 릴리리 재미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원정산행에서 돌아오신후 목요일까지 출근을 못하셨다는 이야기 듣고 혹시 우리들이 너무 선배님 속을 썩여
그 후유증으로 회복이 늦어진 건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10파운드나 감량하신 선배님의 모습,
건강해 보이셨고 보기 좋았습니다.
저희들 요번 원정산행중 초보자가 많아 실수도 많이 하고 선배님들 많이 힘들게 한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하고 성장하듯,요번 산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깨우쳐, 좀 더 나은
산악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건 많은 선배님들의 수고와 또 산악회멤버들의 염원이
컷기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상으로 2011년 알프스 몽블랑 원정산행 기록을 모두 마칩니다.
디노씨, 산나물 선배님 말대로 보물입니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지요?
보통 듣고 넘어갈 일도 하나하나 기억해 재미있게 쓰셨네요.
맞아요 언니는 보물이예요!!
이제부터 언니이름은 + 최보물+ㅋㅋㅋ
음~~ 재미있어라 ㅋㅋ 보물언니 글보려면 원정 한번 더가야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