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들의 개척 정신을 기대하며-
칭다오무역관 곽복선
바람이 너무나 강하게 부는 날씨였다. 봄 날씨 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상하이의 3월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얇은 양복 한 벌로 버티기에는 정말 후들거리는 날씨였다. 그러나 중국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기념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였기에 일행을 쫓아 상하이 남부해상, 주산열도의 북쪽 끝자락인 양산항을 가보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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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홍교개발구를 출발하고 나서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양산항의 모습은 대충 이러했다.
육지에서 양산항을 연결하는 동해대교는 중간에 지지해주는 섬이 보이지 않고 바다위로 32.5km가 트러스트교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중간에 현수교(서스펜션브리지)와 선박 통과용으로 불쑥 솟아나게 한 구간 외에는 지루하리만치 긴 다리였다. 수심 3-4m의 뻘 위에 지어진 다리는 중국 토목공정의 또 하나의 금자탑으로 여겨 질만 하였다. 32.5km 끝에 다 달은 섬 위에 건설된 항구는 수심 15-20m로 심해항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현재는 선석이 9개, 65톤 중량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크레인이 18개가 가동되고 있었다. 최종 공사를 2010년경 마무리하면 30개 선석에 1,500만 TEU의 물동량을 다룰 수 있는 규모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부산항도 그 정도 규모라고 하니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중국의 뻗어나가는 국력을 실감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3년6개월의 공사를 거쳐 이미 사용에 들어간 양산항. 그 순간 너무나 오랜 기간을 끌었던 새만금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중국에 살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지만 속이야 어떠하든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중국의 발전상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이다. 정말 한국이 이 거대한 나라와 어떤 관계를 정립하여야 하며, 우리기업들이 어떤 경영전략을 가져야 하는가? 정말이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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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중국이 투자하기 어려운 나라로 변한 느낌이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정책적인 엇박자를 긋고, ‘민족’기업이 외자기업 때문에 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중국의 언론을 장식한다. 시장개방을 확대하면서 내국민대우를 해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그 속을 열어보면 왕왕 어안이 벙벙해진다. ‘내국민대우’라는 말을 들으면 문득 우리나라의 물가인상이 떠오른다. 7,80년대 우리나라 정부에서 물가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하면 바로 ‘물가인상’을 뜻했었는데(기억 속엔 물가조정해서 물가인하가 된 적이 없었다), 중국정부가 ‘내국민대우’를 강조하면 할수록 우리기업들에게 진입문턱을 높인다는 생각이드는 것은 필자의 오래된 ‘버릇’탓일까?
노동계약법 내용의 기업 비친화적 개정 움직임, 공회(노동조합)설립의 준강제, 토지사용증의 미발급, 공업용지출양 최저가격 표준의 대폭 인상(1-2년 사이 5-6배 이상), 토지사용세 징수(외자기업으로 확산), 가공무역금지의 확대, 세관의 가공무역 관리강화, 외환관리 강화(일인당 년 환전한도 제한), 심가공결전 시의 증치세 면세 취소 움직임, 소득세단일화 및 우대취소, 설비면세 폭 축소, 주요 자원의 수출세 부과, 인민폐의 평가절상, 각종 인증제도의 남발(?), 상표와 특허의 도용 처벌의 미흡, 법규의 소급적용, 환경규제, 빈번한 반덤핑제소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벅찰 지경으로 진출 기업들의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식이 높아지면서 경제적인 제도들을 정비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도변화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중국정부에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실 기업들이 중국에 들어왔던 이유는(대기업들은 별도로 하고) 우리나라보다 여유로운 기업경영 환경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귀가 따갑게 듣는 말인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시대, 인터넷시대, 나노테크놀로지의 시대, 컨버전스(융합)의 시대, 기술과 혁신의 시대, 창의와 개혁의 시대, 창조적 파괴의 시대, Web 2.0의 시대, 위키노믹스의 시대에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 특히, 소규모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피터드러커, 톰피터스 등등 내노라하는 경영의 마에스뜨로(달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저 달나라에서 떠드는 소리일 뿐, 우리기업에게는 꿈과 같이 들릴 뿐이다. GE, HP, 토요타 등등 내노라하는 기업들, 그들의 성공사례가 지면을 장식하고 리더십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그것이 정말 중소기업에게 맞는 이야기인지를 들추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인 경우가 많다.
중국진출 성공실패 사례와 전략을 기업과 학생들에게 강의하지만 늘 아는 것이 없음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필자이다. 성공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기나 한 것인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늘 [직원과 함께하는 ‘정도경영’],[기본을 명확히 하는 경영]을 하라고 기업들에게 권한다. 알고 보면 가장 어려운 주문을 기업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들의 CEO를 만나보면 결론은 늘 [기본기]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모든 경영이론과 시장개척 전략이 결국은 기업이 올바른 기본 위에 서서 경영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본 위에 서야 조화를 부릴 수 있는 각개 전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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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항에서 돌아오는 긴 다리 위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새롭게 다짐을 해 보았다. 중국을 넘어서려면 화려한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깊은 뿌리를 가진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기 제품에 자부심을 가지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는 한, 중국의 겉보기는 겉보기일 뿐이라는 자신만만함으로 중국시장에 부딪혀가는 기업들이 있는 한, 우리가 저들에 비하면 메뚜기에 불과하다는 열패감이 아니라 저 큰 시장이 우리의 먹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전진하는 우리 기업들이 있는 한, 적자를 내는 1/4의 기업을 보기보다 흑자를 내는 50%의 기업을 바라보고 그들로부터 용기를 얻고 개척전략을 찾아내 현실에 적응시키는 기업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