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인정한 기적의 물 고대인은 일찍부터 식초의 효험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세계를 돌아다닌 탐험가들이 오랫동안 바다를 항해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식초에 절인 채소를 즐겨 먹은 덕분이라고. 또 중세 시대 식초를 온몸에 바른 덕분에 전염병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금품을 갈취하면서도 병이 옮지 않았던 네 명의 도둑 이야기는 역사의 기상천외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그 외에도 미국 남북전쟁 중에는 식초가 비타민 C 부족으로 발생하는 괴혈병을 예방한다고 믿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제로 쓰였다. 이는 근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비법에 기인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를 치료할 때 이미 식초를 항생제로 사용했다. 벌꿀과 식초를 섞어 만든 혼합액이 감기, 세균성 폐렴, 늑막염 등 호흡기 질환 치료를 위한 처방전이 된 것.
이후 고대 의사들은 궤양 부위를 소독할 때 자연스럽게 식초를 사용했다. 발 빠른 아시아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이미 쌀식초를 만들었고, 일본은 중국에서 전래된 제조법을 바탕으로 흑초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땠을까. 양조법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음을 감안할 때 식초도 그때부터 등장했으리라 추측하며, 실제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식초를 만들어 먹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식초(특히 감식초)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으며,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고 종기를 제거하고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약재’로 식초를 평하고 있다. 이렇듯 식초는 음식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책임지는 세계적인 대표 웰빙 조미료로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나섰다.
속속 드러나는 식초의 효능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과 식초 원액 1큰술을 마셔온 친구가 있다. 발레를 전공한 그녀는 예부터 곡예사들도 식초를 즐겨 마셨다며 “이 황금빛 액체가 뼈를 강하면서도 유연하게 만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 한 이탤리언 셰프는 부모님의 장수 비결로 주저 없이 발사믹 식초를 꼽기도 했다. 정말 이러한 효능들이 식초에 있는 것일까.
작년 말,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식초의 우수성을 실험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격한 운동을 하면 젖산이 근육에 쌓이는데, 운동을 한 뒤 식초를 마신 사람의 젖산 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5% 낮았던 것.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이 근육에 쌓이는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했기 때문이다. 초산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 흡수를 돕기도 한다. 또 방부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여름철 도시락이나 초밥 등에 식초를 살짝 뿌리면 잘 쉬지 않고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
식초가 몸에 좋은 이유는 각종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 식초의 신맛은 체내에서 알칼리성으로 작용해 산성을 적절히 중화시키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육류 등 산성 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요리할 때 소금 대신 식초를 넣으면 그의 강한 맛이 음식의 싱거운 맛을 줄여주고, 야채와 함께 먹으면 비타민 C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다.
예나 지금이나 식초가 질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해줄 거라 믿는 식초 애호가들. 식초가 아무리 유익하다 한들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당연히 만병통치약도 아닐 테지만, 요즘 그들의 예찬론이 어느 정도 과학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몸에 좋은 식초, 먹기에도 좋다 대형 마트는 물론이거니와 동네 슈퍼마켓만 가도 최근 국제적인 ‘신맛’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발사믹 식초는 물론 일본의 흑초, 국내의 각종 양조 식초 등 이루 셀 수조차 없는 식초들로 진열대가 넘쳐난다. 유명 백화점 수입 코너의 매니저에 따르면 깐깐한 입맛의 고객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식초라고. “고가의 프리미엄 식초가 인기입니다. 오랜 발효 과정을 거쳐 더욱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이죠.” 요즘 출시되는 건강 식초가 기존 식초와 가장 다른 점은 새콤달콤한 맛을 더해 마시기 편한 음료 타입을 취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 일찍부터 식초를 애용했는데, 마시는 식초는 물론이고 식초로 만든 케이크와 초콜릿도 있다. 심지어 주점에서 식초를 믹스해 만든 칵테일도 판매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마시는 식초는 술이나 과일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천연 식초여야 한다. 식초를 섭취할 때 주의할 점은 농도가 높은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 과다하게 섭취하면 위장에 좋지 않고, 공복 시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식초는 원액 그대로 마시면 몸에 해롭기 때문에 최소 5배 이상 희석해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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