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의 밥상은 특이하고도 귀하다.
메밀국수, 짠지떡 등 이북의 음식 문화를 거의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어서다.
점심에 메밀국수와 짠지떡을 먹고 대청도의 모래사막을 건넜다
대청도는 섬의 절반이 은빛 모래해변으로 감청색 바다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 수가 있다.
대청도의 진짜 매력은 생기(生氣)가 충만한 살아 있는 섬이라는 점이다.
백령성당 1
아침식사를 후딱 해치우고 백령성당에 잠시 들렀다
오늘이 성모승천대축일인데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죄스러움으로 주모경을 바쳤다
2019년 정신철 주교는 박해시대 선교사들의 중요한 입국로였던 백령성당을 교구 순교 신심 순례지로 승인했다.
백령성당 2
기해박해 이후 육로로 이어지던 선교 통로가 모두 닫힌 후, 성 김대건 신부는 선교 해로를 개척했다.
이를 위해 해상 입국로 개척을 하던 김대건 신부는 1846년 백령도 부근에서 체포됐다.
김대건 신부가 백령도에 상륙했다는 공식 기록은 없다.
활짝 피어난 상사화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거룩한 미소가 되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심청각
오늘의 첫 행선지는 진촌리 북쪽 산 중턱에는 심청각이다
백령도는 황해도 해주와 함께 <심청전>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그런데 심청각 건물이 너무 크고 웅장하여 소박하고 여린 심청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월래도가 보인다
앞쪽으로 마라도처럼 평평한 섬이 보이는데, 이 섬이 북한의 월래도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3년 목선을 타고 들어와 백령도를 망원경으로 시찰했던 섬이다.
백령도와 월래도는 직선거리로 7km 떨어져 있다.
백령도가 서해 최북단 영토라는 사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천년의 백령도
여기 와
저 심청 인당수의 수평선을 보아라
한밤중
온통 파묻히는 파도소리를 들어라
비로소 가슴 가득히
너이고
나인
백령도 아침 햇살을 맞이하라.......................................................고은 <백령도에 와서> 부분
이곳은 내가 지킨다
심청각 윗쪽 언덕에 퇴역한 탱크 한대가 북한땅을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여인이 탱크 위로 올라가더니 북녁을 향하여 고함을 지른다 ㅋㅋ
진짜 대포는 심청각 옆의 참호 속에 두눈을 부릅뜨고 숨어 있었다
콩돌해안1
콩돌 해변은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되었다
백령면 남포동에 위치한 해변으로서 길이 2km, 폭30m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콩알 모양의 작고 둥근 자갈들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어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섬
하나 있기에
파도는 흰 물결을 만들고
작은 꽃
하나 있기에
나비는 아픈 날개를 쉬고
네가
거기 있기에
나 오래오래 반짝이리.................................................전영관 <별이 나에게> 전문
콩돌해안2
콩돌은 알록달록 색깔도 다양하고 반들반들 윤이 나서 여간 예쁜 게 아니다.
콩돌 해변에선 잠시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촤르르르 촥, 촤르르르 촥....파도가 밀려와 콩돌과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콩돌해안3
콩돌해안 윗쪽에 작은 주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도 잠시 들러서 간재미무침 안주로 백령막걸리를 세 주전자나 마셨다
막걸리가 서해의 맑은 바람과 고운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사자바위
백령도에서의 마지막 발걸음은 고동포구 앞바다에 있는 사자바위에서 마무리했다
바위는 마치 사자가 누워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의 바다에서는 중국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어 기분이 상했다
메밀국수와 짠지떡
백령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북한 음식 메밀국수와 짠지떡이다
메밀국수는 메밀로 반죽한 면에 자연산 굴을 넣어 끓이는데 담백하고 개운하였다
쌀가루와 메밀가루로 반죽한 떡에 신김치를 넣어 찐 음식이 짠지떡이다
메밀국수와 짠지떡은 반드시 들기름을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 난다
백령도를 떠나다
백령도에서 12시 50분에 출항하는 하모니플라워호에 승선하였다
우리가 탄 배는 20분 만에 대청도 선진포항에 도착하였다
입구가 좁은 선진포항은 떠나는 사람과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로 매우 붐볐다
대청도(大靑島)
이 섬은 수목이 무성한 큰 섬이라하여 대청도(大靑島)로 이름 붙여졌다.
한때는 일반인이 출입하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잘 보존된 자연을 내세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해수욕장과 빼어난 경관을 뽐내는 해안절벽이 많아 '하늘이 내린 낙원'이라고도 불린다.
초록별펜션
여행사에서 나온 대형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서 짐을 내려놓았다
대청도에서 우리가 묵을 곳은 초록별펜션이다
아담하고 깨꿋한 펜션이 여러 채 있어서 하룻밤 묵어가기엔 손색이 없었다
농여해변1
대청도에서 처음 만난 절경은 농여해변이다
고목나무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고목바위 일명 나이테바위에서 무수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대략 10억년의 역사를 가진 바위로 추정된다.
지하에서 가로로 차곡차곡 퇴적돼 쌓인 지층이 엄청난 압력을 받아 90도 회전을 한 것이다
농여해변2
해변에는 압력을 강하게 받아서 수직으로 세워진 지층 단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뚫린 구멍에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요염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바다와 여인은 지극히 잘 어울리는 환상의 조합이다
농여해변3
해변은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채로운 물결무늬 백사장이 환상적이다.
이것은 바람과 물결이 만들어낸 천연의 예술작품이다
빨래판 모양의 물결무늬 주름이 새겨져 있는 해변엔 우리들의 발자국이 선명히 찍혔다
산이 없어지고
도시인들이 해체되고
동식물이 사라지고
교회에서 신들이 철수하고
텅 빈 지구가 태양 돌기를 그만두고 있을 때
바다 저 혼자만 출렁인다면
그 고독은 정말 참기 어렵겠다..................................................................................이생진 <바다의 고독> 전문
농여해변4
농여해변에서는 아무리 수줍은 남자도 사랑을 고백할 수 있다
바다를 향해 너른 가슴을 열어제낀 토마스 형님의 얼굴엔 사랑이 가득하다
이분들의 사랑다툼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여행에 아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ㅋㅋ
풀등
풀등은 수중 모래언덕으로 썰물 때 섬 모습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엔 이 풀등이 해변에서 보이는 백령도까지 이어졌는데 지금은 모래 채취 등으로 바다 중간에서 끊긴다.
풀등은 서해안의 질척거리는 갯벌이 아니라 단단하고 고운 모래로 돼 있어서 걷기에도 편했다
옥죽동 모래사막
오랜 세월 바닷가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이동하면서 거대한 모래 언덕을 이룬 곳이다.
지금도 계절에 따라 모래 형태가 변화하는 활동성 사구로 길이는 1.6km, 폭은 600m에 이른다
이곳에는 낙타 조형물과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의 사막 이미지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사막이 아름다워요."
어린 왕자가 불쑥 말하더군요.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좋아했습니다.
완만한 모래언덕에 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적막 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쌩떽쥐베리 <어린 왕자> 중에서
매바위전망대
전망대에는 매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서 해안가를 조망하면 매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날개를 길게 펼치고 누워 있는 모습의 매바위가 바다에 부리를 대고 있는 형상이다.
러브 브릿지
삼각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과 건너편 언덕에 러브 브릿지라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 서면 남녀간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데 남자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한없이 풍요로웠다
울고 싶다고
다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사는 것이
바다 위의 바위섬처럼
종종 외롭고도
그렇게 지친 일이지만
가끔은
네 어깨와 내 어깨를
가만히 대어보자................................................................홍수희 <바위섬> 부분
모래울해변
옛 이름은 모래 사(沙)자에 여울 탄(灘)자를 써서 사탄동이다.
모래가 바람에 날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다는 뜻이 담겼다
우리말로 ‘모래울’이란 뜻인데 일제가 악마가 연상되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지금은 ‘모래울마을’이란 이름을 되찾았다.
명품 소나무숲
모래울해변의 뒷쪽에는 명품 소나무숲이 잘 보존되어 있다
소나무들이 하나 같이 수려한 곡선과 붉으스름한 빛을 머금고 있어서 범상치 않았다
소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 저편으로 푸른 바다가 자잘하게 미분되고 있다.
홍어회를 먹다
대청도는 국내 최대의 홍어 주산지다.
이곳에서 잡은 홍어가 전남의 흑산도로까지 팔려나간다고 한다.
홍어회와 홍어애, 홍어전 그리고 마지막에 홍어탕이 나왔다
그런데 홍어를 삭히지 않고 먹는 이곳의 음식 문화는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다
농여해변의 일몰
저녁 식사를 마치고 슥소로 돌아오는 길에 농여해변의 일몰을 감상하였다
바위섬과 풀등 그리고 바닷물에 번지는 노을빛이 환상적이었다
태양을 가슴 가득히 품고 있는 여인은 지금 이 순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밤
숙소로 돌아와서 캔맥주로 뒷풀이를 하였다
어제는 시끄럽다고 신고가 들어왔다는데 오늘은 그럴 염려가 없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사랑도 깊어가고, 잔이 비어갈수록 세상의 시름도 비어갔다
첫댓글 홍어는 삭혀서 먹어야 진한 맛이 나지요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싱싱한 채로 먹는 문화를 가지고 있더라구요
아주 오랜만에 싱싱한 홍어애를 먹어본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우리가 간재미라고 부르는 생선을 대청도 사람들은 '팔랭이'라고 부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