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학자인 성대중(成大中 1732~1812년)이 지은 책인 청성잡기(靑城雜記)에는 다음과 같은 조선의 다윗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무명침병(無名針兵)은 『청성잡기』 <성언>편에 등장하는 조선군 이름 없는 병사다.
정유재란 때의 일이다. 직산 전투 당시 명나라 장수 마귀(麻貴, 1543 ~ 1607)가 소사(素沙-충청남도 직산 인근)에서 왜군과 대치하고 있을 때 한 왜병이 큰 칼을 들고 도전해 왔다. 명군에서는 긴 창을 든 절강(浙江) 출신 병사가 대적했으나 얼마 못 가 칼에 찔려 쓰러졌다. 왜병이 칼을 들고 더 가까이 다가오자 조명연합군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마귀는 큰 상금을 걸고 군사들을 독려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때 무명옷을 입은 조선군 병사 하나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마귀에게 왜병을 쓰러트리겠다고 고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미친 짓이라고 했으나 마귀는 다른 방법이 없어 그를 출전시켰다. 그런데 무명옷의 병사는 왜병 앞으로 나아가더니 갑자기 미친 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왜병은 어이가 없었는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휘두르던 칼을 멈추고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 이유없이 왜병이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무명옷 병사가 왜병의 칼을 들고 그 목을 잘라 버리니 왜군의 사기가 꺾였고, 마침내 조명연합군이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마귀는 무명옷 병사를 불러 왜병의 목을 어떻게 벨 수 있는 지를 물었고 병사는 대답하기 시작했다.
병사는 어릴 적 앉은뱅이 신세로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 바늘 한 쌍을 창문에 던지는 연습을 했는데, 날마다 동이 틀 무렵에 시작하여 날이 어두워져서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던지는 족족 바늘이 빗나가 떨어졌는데, 오랫동안 연습하니 바늘이 그대로 구멍에 들어가 8, 9척 안의 거리는 던지는 대로 명중하였다. 3년이 지나자 먼 곳에 있는 것이 가깝게 보이고 가는 구멍이 크게 보여, 바늘을 던졌다 하면 손가락이 마음과 일치되어 백발백중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술은 완성되었으나 써먹을 데가 없었는데, 전쟁이 일어나고 마침 앉은뱅이 다리도 펴져 오늘에서야 적에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바늘이 눈알을 노렸다는 것을 왜병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귀는 이 말을 듣고 왜병의 머리를 살펴보니, 과연 왜병의 두 눈에는 바늘이 한 치쯤 박혀있었다.
때는 조선에 왜군이 쳐들어온 임진왜란 무렵, 조선을 돕기 위해 파견된 중국 명나라 장수인 마귀(麻貴)가 소사에서 왜군과 싸울 때의 일이었다. 조선군과 명군 및 왜군이 서로 진을 친 상태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한 왜군 병사가 검을 휘두르며 기세등등하게 도전해 왔다. 그러자 긴 창을 쥔 중국 남쪽 절강 출신의 병사가 나가 싸웠다.
하지만 왜군 병사의 칼솜씨가 명나라 병사의 긴 창을 다루는 기술보다 더 뛰어났던지, 명나라 병사는 얼마 못 가 왜군의 검에 찔려 쓰러졌다. 이 모습을 지켜본 그의 아들 네 명이 연이어 나가 싸웠으나 모두 죽고 말았다.
검을 잡은 왜병이 더욱 앞으로 다가오자 조선군과 명군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이를 보다 못한 마귀가 군중에 후한 상금을 내걸고 왜병에 대적할 자를 모집하였으나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이때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와서 마귀에게 인사를 하고는 맨손으로 그 왜병을 잡겠다고 자원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으나, 마귀는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우선 나가서 대적하게 하였다.
그 무명옷 병사가 나가서는 양손에 아무런 병기도 없이 검에 맞서 맨손으로 춤을 추기만 하니, 왜병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휘두르던 검을 멈추고는 비웃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검을 휘두르던 왜병은 갑자기 쥐고 있던 검을 땅에 떨어뜨리더니, 두 눈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그러자,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는 그의 검을 주워들어 목을 베어서는 마귀에게 달려가 바쳤다. 이 광경을 본 왜군들은 크게 사기가 떨어졌고, 마침내 조선군과 명군이 왜군을 무찌르고 승리하였다.
한편 승리한 마귀는 무명옷을 입은 조선 병사의 공로를 인정하고 물어 보았다.
“그대는 검술을 아느냐?”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왜병의 목을 벨 수 있었느냐?”
질문을 받고 그 병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는 어려서 앉은뱅이가 되어 혼자 방에만 있다 보니,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 바늘 한 쌍을 창문에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날마다 동이 틀 무렵에 시작하여 날이 어두워져서야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는 던지는 족족 바늘이 빗나가 떨어지더니, 오랫동안 연습하자 바늘이 그대로 구멍에 들어가 8, 9척 안의 거리는 던지는 대로 명중하였습니다. 3년이 지나자 먼 데 있는 것이 가깝게 보이고 가는 구멍이 크게 보여, 바늘을 던졌다 하면 손가락이 마음과 일치되어 백발백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기술이 완성되었으나 써먹을 데가 없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마침 저의 앉은뱅이 다리도 펴져 오늘에야 적에게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맨손으로 미친 듯이 춤을 추니, 왜병은 저를 비웃고 무시하여 검으로 베지 않았습니다. 저의 바늘이 자신의 눈알을 노릴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마귀가 이 말을 듣고 왜병의 머리를 살펴보니, 과연 그의 두 눈알에는 각각 바늘이 한 치쯤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