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네 번째 찾는 중국여행이다. 때늦은 눈발까지 동반하며 거세게 몰려들었던 꽃샘추위도 시들해지고 맑게 갠 하늘로 고속도로변에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 주고 연초록빛 능수버들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31일 12시 조금 넘어서 대전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밟았다.
인천-단동 배는 화물선에 여객선을 겸해 마치 주상복합건물 같다. 말이 17시 출항이지 여객보다는 화물이 우선인 장사속인지라 화물 컨테이너 선적이 끝나야 하기 때문에 출항시간도 오락가락 하는 멋대로의 배시간이다. 따라서 배표에도 출발시간이 명기되어 있지 않고 오직 날짜만 적혀있을 뿐이기에 그날에 떠나기만 하면 되는 아주 편리한 방식으로 운항되는 중국 선적이다. 하여 실제로 18시 20뿐쯤에 떠나면서 하는 말이 늦게 떠나도 속도를 조절하여 도착하는 시간에는 아무 염려 없단다.
배는 만 톤급으로 흔들림이 비교적 적었다. 입구 하층은 화물칸으로 침침하니 허름한 창고를 지나는 것 같이 음산하였으며 2층은 관리시설에 3층은 상인들이 대부분으로 탁 터진 홀에 통로를 내고 매트래스를 깐 좌석으로 옹기종기 모여 어수선한 분위기를 피하기 어려웠다. 관광객은 주로 4층으로 그래도 분위기가 좀 나은 편이다. 배의 가장 뒤편에 조용한 실(방)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침상에 14명이 통로 건너편에 21명이 바닥에 역시 매트래스를 깐 침실을 겸한 좌석으로 얼핏 군대시절 내무반이 연상되며 스쳐지나갔다. 비행기 여행을 하다가 모처럼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인천 앞바다에 정박한 수많은 배들을 뒤로 하며 떠난다. 갈매기가 따라오며 날개를 너울너울 휘젓는 군무를 춘다.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는 환송의 배웅이라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비로소 내가 배에 있고 배가 바다에 떠서 대양을 향해 가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아직은 바닷바람에 겨울옷이 어울린다. 선선하니 느낌이 좋다. 훌쩍 떠나는 여행이 좋다.
마침내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20분쯤 늦게 배는 떠나간다. 3월의 마지막을 밀어내고 한반도를 밀쳐낸다. 저기가 인천화력발전소이고 너머가 인천국제공항이다. 저 섬이 팔미도로 자그마한 등대가 아담하게 들어온다. 이제 해상에서 맞는 저녁식사다. 식당 칸에 앉아 잠시 창밖을 내다보노라니 섬과 섬 사이가 감보다도 짙게 잘 익은 해가 바다위에 살짝 걸려있고 주변이 불콰하게 물이 들어 가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하! 저것이 해상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 해넘이의 매력이구나. 수저를 멈추고 스스럼없이 빨려들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었구나. 그냥 축복이요, 기쁨이라 해두고 싶다. 비록 배에는 수많은 화물을 싣고 영세민이 타고 다니는 보잘것없이 허름한데다 어수선하였지만 그래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보고 즐길 수 있는 느낌이나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그쯤에서 머물지 않으리라. 한 번쯤은 배를 타고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서 지내볼 일이다.
첫댓글 갈매기의 군무를 배웅으로 떠나는 뱃길에 환상적인 석양까지 누리셨다니 여행길이 축복 그 자체 였겠습니다. 읽어 내려가는 감상도 기대에 가슴이 두근대네요. *^^*
벌써 지난 날! 허지만 문방님의 글을 보며 다시 그 날들을 상기해 봄니다.헛대지만 않은 날들이었음니다.같이한 시간 줄거웠음니다.
역시 문방님의 글은 다시 여행하듯 생생 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