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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27
씬1. 사무실 안 (전 회에서)
(강모와 건설사 사장이 계약서 도장을 찍고 있고.... 전화벨이 울린다.
강모, 전화기를 보다가 수화기를 집어 든다)
강모 : 네...
정연 : (F) 거기 한강건설이죠?
강모 : 그렇습니다. 누구시죠?
정연 : (F) 여긴 만보건설이에요. 전 기획이사인 황정연이라고 합니다.
강모 : ...!! (굳는다)
씬2. 기획이사 방 / 사무실
(화면이 강모와 정연쪽, 둘로 갈라지며)
정연 : 거기 사장님 계세요?
강모 : ... (멍해진다)
정연 : 업무 때문에 그러는데 사장님 좀 부탁합니다.
강모 : ..
정연 : 여보세요? 제 말 듣고 있나요? 여보세요?
씬3. 사무실 안
(강모, 말없이 수화기를 놓는다. 건설사 사장, 강모와 인사 주고받으며 나간다.
이때, 다시 울리는 전화벨...
강모, 받지 않고 보는데 소태가 다가오고)
소태 : 전화 안 받냐? (수화기 드는데)
강모 : (동시에) 받지 마..!
민우 : (F) 여보세요? 거기 한강건설이죠?
소태 : (얼떨결) 예... 그런데요?
민우 : (F) 만보건설 기획실장인 조민우라고 합니다.
소태 : ..! (놀라서, 수화기 막고) 조, 조민우야. 만보건설...
강모 : ..!!
소태 : 어떡하지? 그냥 끊을까?
강모 : .. (수화기를 건네받는다)
민우 : (F) 신공법에 관련된 계약문제로, 사장님을 좀 만났으면 합니다.
강모 : 우린 만보건설하고 거래 안합니다.
씬4. 실장실
민우 : (수화기 들고) 예?
강모 : (F) 다신 전화하지 마세요. (통화 끊긴다)
민우 : 여보세요? 이봐요..!
(민우, 수화기 쾅, 내려놓는다. 뭔가 생각하는데...)
씬5. 사무실
(다시 울리는 전화기.. 강모, 아예 코드를 뽑아버리는데..)
소태 : 그것들이, 찾아오면 어떡하지? 너, 살아 있는 거 알면 골치 아프잖아.
강모 : .. (생각하는 눈빛)
씬6. 기획이사 방
(정연, 전화수화기를 들고 있는데 뚜뚜, 거리는 신호음... 시덕이 와 있고... 정연,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시덕 : 계속 안 받아요?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민우가 들어선다)
민우 : 한강건설에서 우리하곤 거래를 안 한다고 합니다.
정연 : 이유가 뭐죠?
민우 : 모르겠어요. 내가 내려가서 한강건설 사장을 만나봐야 될 것 같아요.
정연 : 그럴 거 없어요.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조실장은 현장이나 잘 체크해요.
민우 : 이 문제는 이사님보다도 내가 나서서 해결하는 게...
정연 : (OL) 그쪽에서 어떤 계약 조건을 내세우고 나올지 몰라요. 그게 조실장이 임의대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민우 : ... (불만스럽고) 이사님 좋을 대로 하십시오. (나간다)
정연 : 시덕이 니가 내려갔다 와.
시덕 : 제가요?
정연 : 한강건설같이 작은 회사가, 우리하고 거래를 안 할 이유가 없어. 니가 사장 만나서 그 쪽 상황 알아보고, 나한테 연락 해.
시덕 : 알겠습니다. (나가면)
정연 : ... (생각)
씬7. 컨테이너 사무실 안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현황판... 전국의 도로가 그려진 지도다. 작은 도로 구간에 파란 스티커가 붙어있고...
영출이 다른 곳에도 스티커를 붙이며)
영출 : 그러니까.. 우리가 맡은 구역이.. (스티커 붙이며) 여기랑 여기.. 오늘 계약한 데가.. 여기여..
소태 : (좋아서) 이러다가.. 우리가 다 먹는 거 아냐?
(강모, 잠시 지도를 보더니 빨간 매직으로 긴 구간에 동그라미를 친다)
영출 : 거긴 아녀... 거긴 만보건설인데?
강모 : 다른 거 다 필요 없어요. (매직으로 쾅 내리치며) 이거 하나면.. 다 끝납니다.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강모, 전화통을 보는데..)
소태 : (긴장) 전화 코드 빼놨더니 누가 또..
영출 : 내가 아까 밥 시켜 먹으려구 꽂았지..
강모 : (수화기를 든다) 네.. (표정 밝아지며) 형..!
씬8. 다방 안
(성모와 강모가 커피를 마시며...)
성모 : 강모 니가, 만보건설, 도로 공사 뺏어 오기가 쉽진 않을 거 같다.
강모 : (본다)
성모 : 황태섭 회장 뒤에, 또 한명의 거물이 있더구나...
강모 : 한명석 서울시 도시국장...
성모 : 알고 있었냐?
강모 : 어...
씬9. 요정 집, 방안
(황태섭과 한명석이 술을 마시고 있다. 주영국이 옆에 있고...)
명석 : 요즘 도로공사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으시는 거 압니다.
태섭 : 그래도, 국장님 같은 분이 우리 고충을 알아주시니 위안이 좀 됩니다.
명석 : 필요하시다면, 예산 증액 생각해 보겠습니다.
태섭 : 고맙습니다. 국장님... (영국을 보면)
영국 : (서류 봉투를 내민다) 골프 회원권입니다. 서울 인근에선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이죠.
명석 : (미소, 잔 들고) 한잔 하시죠, 황회장님.
태섭 : ... (잔 들고 건배하는데, 그 위로)
성모 : (E) 그 두 사람... 정치 노선은 다르지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씬10. 다시, 다방 안
성모 : 한국장이 버티고 있는 한, 황태섭을 무너뜨리긴 어려워.
강모 : ... (뭔가 생각,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성모 : 형이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니?
강모 : 만보건설 쪽은 내가 알아서 할게... 형, 이번 선거에서, 조필연 낙선시키는 일만 해도 힘들잖아.
성모 : 계획은 있는 거냐?
강모 : 황태섭과 한명석.. 두 사람 관계를 끊어 놓을 거야.
성모 : 말은 쉽지만...
강모 : (OL) 정치 노선이 다른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두사람이라... (씩 웃으며) 재밌지 않아, 형?
성모 : ... (보다가) 조심해, 강모야... 아직은 니 신분이 드러나면 안 돼.
강모 : ... (차를 마시며, 뭔가 생각하는 눈빛)
씬11. 컨테이너 사무실 안
(영출과 소태, 장기를 두고 있다. 영출, 장기판이 부서져라 패를 내려놓으며)
영출 : 장군..!!
소태 : 깜짝이야...
영출 : 외통수지? 니가 졌지?
소태 : 정말 수준 떨어져서... 여기 찻길이잖아요. 그냥 먹으면 되겠네.. (먹으며) 멍군...
영출 : (눈 껌뻑이고 들여다보며) 거기 차가 있었어? 그게 왜 안보였지?
(이때, 문이 열리며 시덕이 들어선다)
시덕 : 실례합니다.
소태 : ..!!
(소태가 화들짝 놀라서 얼른 탁자 밑으로 고개 숙이고..)
시덕 : 계약 건 때문에 만보건설에서 나왔습니다.
영출 : 그래요? 여기 어디 계약서가 있을 텐데.. (소태에게) 일어나 봐, 임마.
시덕 : (의외다) 우리하고 계약 하실 거예요?
영출 : (계약서 찾아서 건네며) 여기 있네. 찬찬히 읽어보고 도장 찍어요.
시덕 : (계약서를 보며) 정말 이 계약서대로만 도장 찍으면 되는 거냐구요.
영출 : 그러니까 계약서지 안 그러면 설명서게? (소태에게) 아, 그 자식 정말... 일어나 보라니까?
시덕 : 혹시나 해서, 제가 기획 이사님 도장을 갖고 왔거든요? 여기다가 찍으면 되는 거죠?
영출 : 심부름 왔구만? (훑어보면) 어쩐지.. 뭐가 좀 후줄근하다 했어.
시덕 : 인주 좀 주세요,
소태 : (벌떡 몸을 일으키며) 안 돼, 임마..! (계약서 확 잡아채고) 나가..! 니들하고 계약 안 해.
시덕 : ..!! (놀라며) 너.. 박소태?
소태 : 글쎄, 소태구 말태구, 얼른 나가. (멱살 잡고) 꺼지라구, 얼른..!
시덕 : (같이 멱살 잡고) 너, 뭐야? 니가 왜 여깄어?
소태 : (힘에 밀리고, 켁켁되며) 나.. 한강건설... 창립이사거든? 형님, 뭐해요. 이놈 내쫓아야 돼요.
영출 : 이 놈, 나쁜 놈이야?
소태 : (숨 막혀서) 나.. 나보다, 더 나쁜 놈이에요...
영출 : 너보다두? (시덕의 멱살을 잡아채며) 이런 짐승만도 못한 놈..!
씬12. 동, 밖
(시덕이 영출과 소태에게 끌려나와 내동댕이쳐진다)
소태 : 우린 만보건설하고 절대 계약 안하니까.. 다신 얼씬도 하지 마, 임마. 알았어?
(소태와 영출이 안으로 들어간다. 시덕, 얼른 문을 여는데 잠겨있고...)
시덕 : (문 두드리며) 야, 박소태.. 니네 사장 만나기 전엔 절대 못 돌아가거든? 문 좀 열어 봐, 임마..
(더욱 세게 문을 두드리며) 야, 박소태?
(이때 문이 열리며 소태가 양동이에 담긴 물을 냅다 뿌려버린다)
소태 : 우리 사장님, 외국 출장 중이시니까.. 제발 꺼져라, 어? 한번만 더 두들겨 봐. 똥물을 확 끼얹어 버릴 테니..
(문 닫고 들어간다)
시덕 : (푸, 하고 입에 든 물을 내뿜는데)
씬13. 기획이사 방
(전화벨이 울리면 정연, 수화기 들고...)
정연 : 네... (하다가) 어떻게 됐어? 사장이란 사람은 만나 봤어?
시덕 : (F) 지금. 외국 출장 중이래요.
정연 : 뭐?
시덕 : (F) 근데, 여기에 박소태란 놈이 있어요.
정연 : ..!! 박소태? 강모, 누명 씌운 그 사람?
시덕 : 예.
정연 : ... (생각하다가) 출장 갔다는 거, 거짓말 일수도 있어. 계속 거기에서 기다렸다가 특별한 사항 있으면 연락 해.
(수화기 놓는다, 뭔가 생각)
씬14. 한옥집 안
(경옥이 차를 따른다.
말쑥한 양복 차림에 안경을 쓴 강모가 앉아 있고.. 백파, 한강건설 사업 현황에 관한 서류를 훑어보다가)
백파 : 난 실적만 가지고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네.
강모 : (차 한 모금 마시고) 저도 로열티만 받아먹을 생각 없습니다.
백파 :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강모 : 지금부터 대기업과 손을 잡을 생각입니다.
경옥 : 어디, 생각해 둔 데는 있어요?
강모 : ...
경옥 : 만보건설이 좋겠네요. 거기라면 내가 소개시켜 줄 수도 있는데..
강모 : 만보건설만은 동업대상에서 제욉니다.
경옥 : ..?
백파 : 이유가 뭔가?
강모 : 업계 일위니까요.
경옥 : 무슨 말이에요?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업계 일위와..
강모 : (OL) 거인을 상대하려면... 그들 무릎 밑에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백파 : 만보건설을 이겨보겠다? (가당치 않은 듯, 하하 웃는다)
경옥 : 그 싸움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강모 : ... 그만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백파 : .. (보는데)
경옥 : 저대로 그냥 놔두실 거예요?
백파 : 안 놔두면?
경옥 : 만보건설엔 우리가 사들인 막대한 주식이 있어요.
백파 : 저 녀석이 만보건설을 넘어설까봐 겁을 내는 거냐?
경옥 : ... 그런 건 아니지만...
백파 : 어림도 없는 싸움이야.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는 그 호기가 아주 재미있어.
경옥 : 한강건설이 깨지는 건 자명한 일이에요.
백파 : 내 돈을 가져다가 망하면, 저 놈 무사치 못할 거야.
경옥 : ...
백파 : 너도 이번 싸움은 절대 껴들지 마라. 저 녀석이 어떻게 거인을 상대하는지, 내 똑똑히 좀 지켜봐야겠어.
경옥 : 알겠습니다, 어르신. (생각하는 눈빛)
씬15. 도서관 안
(공부중인 미주, 누군가를 기다리듯 도서관 입구 쪽을 자주 살핀다. 뒤쪽에서 서류 가방을 들고 나타나는 민우...
이때, 양복 차림의 남자가 들어서자 미주, 민우인줄 알고 얼른 손을 들어 보이려다가 이내 실망하고..
민우, 그런 미주를 보는데 귀엽다. 쿡하고 웃음이 나고...)
민우 : (미주 귀에 가까이) 너, 공부하러 온 애 맞아?
미주 : ..! (돌아보고, 반가움) 실장님..
민우 : (근엄한 표정,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 밀며) 집중 좀 해라, 집중 좀.
미주 : ... (쑥스럽다, 배시시 웃으면)
민우 : 책 들고 따라 나와. (나간다)
미주 : .. (좋아서 얼른 따라가고)
씬16. 동, 열람실 안 (몽타주)
(사람이 별로 없는 열람실의 넓은 테이블...
미주, 공부하다가 슬그머니 옆자리의 민우를 훔쳐보는데..
민우, 와이셔츠 차림으로 만년필로 뭔가를 적어가며 열심히 도로공사에 관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미주, 그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민우가 서류를 넘기려다가 미주와 시선 마주치고.. 미주, 얼른 고개 처박고 공부하는 척...
민우, 미주를 쏘아보며 서류를 넘기는데...)
- 시간경과
(화장실 갔다가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다가오는 민우.. 미주가 정좌로 앉은 채 고개 숙이고 책을 보는 듯이..
민우, 대견한 듯 미소 지으며 옆자리 앉아서 서류를 펼치는데... 뭔가 이상하다.
손으로 고개 숙인 미주 앞을 저어보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민우, 인상구기며 미주의 귀를 잡아 비틀면 미주, 아픈 듯이 잠에서 깨더니 얼른 입가의 침을 쓱 닦고...)
민우 : (귀를 잡고) 나와...
미주 : 아야.. (아픈 듯이 끌려 나가고)
씬17. 인근 식당
(잘 차려진 백반.. 미주, 총각김치를 손으로 입에 넣으며 맛나게 우적거리는데...
그런 민우, 미주를 보는데.. 뭔가 자존심이 좀 상한다.)
민우 : 야, 넌, 여자가... (남자 앞에서 그렇게 밥 먹고 싶냐?) 좀 이쁘게 먹을 수 없냐?
미주 : 에이... 밥 먹는 게 다 똑 같지, 이쁘게 먹는 게 뭔데요?
민우 : 아무튼, 너... 이번 시험 떨어지기만 해 봐...
(민우, 밥숟가락 뜨는데 미주가 자기 젓가락으로 얼른 생선살 한 점을 밥 위에 올려놓는다)
민우 : 드럽게. 니 입에 들어갔던 젓가락으로...
미주 : (씩 웃으며) 실장님, 생선 못 먹죠?
민우 : ...!! (찔리는)
미주 : 봐요, 생선엔 젓가락두 한번 안대잖아요.
민우 : 누가 못 먹어? 그냥 싫어해서 안 먹는 거뿐이야.
미주 : 진짜 못났다.
민우 : 뭐?
미주 : 난요, 편식하는 사람이 제일 싫거든요? 괜히 젓가락이나 탓하구...
민우 : 야, 나 먹을 수 있거든...
미주 : 그럼 한번 먹어봐요.
민우 : ... (망설인다. 무시당하긴 싫고)
미주 : 못 먹네... (큰 소리) 어떻게 다 큰 어른이 생선을 못 먹어요?
(주변 사람들이 본다. 민우, 난감하게...)
미주 : 먹기 싫음 관 둬요. 담부터 같이 밥 못 먹겠네.
민우 : 먹어... 먹는다고.. (억지로 먹는다)
미주 : (미소) 어때요? 맛있죠?
민우 : (뭔가에 찔린 듯, 앗, 인상 쓰며)
미주 : 왜 그래요?
민우 : (미주를 노려보며 입 안에서 큼지막한 가시를 꺼낸다)
미주 : ..! (놀라며)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닌데..
민우 : 너... 밥 먹고 들어가서 시험문제 풀어. 한 문제 틀리는데 손바닥 한 대씩이야. (먹는다)
미주 : .. (피식, 웃고)
씬18. 동, 계산대
(민우가 지갑을 꺼내 음식 값을 계산하는데... 도서관 열람증이 바닥에 떨어진다.
미주, 얼른 줍는데... 주민번호 중 0816 생일 숫자가 눈에 들어오고...)
미주 : (혼잣말) 곧 생일이네?
민우 : 뭐해?
미주 : 이거 빠뜨렸어요. (주는데)
씬19. 미주네 동네, 공터
(민우의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옆자리에 미주가 앉아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 중이다.)
민우 : 이 동네냐? (주변을 살피는데)
미주 : 네....
민우 : 니네 집, 전화번호 뭐야?
미주 : .. 그건, 왜요?
민우 : 공부 안하고 딴 짓 하나 안하나 감시 하려고.
미주 : 저, 실장님...
민우 : (몸을 돌리고, 본다) 왜? 내가 간섭하는 거, 싫어?
미주 : 그게 아니라..
(민우,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한다. 미주, 놀라서 몸을 움츠리더니 얼른 눈을 감는데..
민우, 미주의 안전벨트를 끌러주고는 미주를 보는데.. 미주, 눈을 꼭 감은 채.. 가슴이 뛰고...)
민우 : 그새 자냐?
미주 : 네? (눈 뜨고 보면, 안전벨트가 끌러져 있고)
민우 : 이 동네, 밤길이 좀 위험하겠어. 공부 끝나면 내가 매일 데려다줄게.
미주 : (보다가) 근데, 실장님은 뭐 좋아하세요?
민우 : ...? (본다)
미주 : 뭐 갖고 싶은 거라든가...
민우 : 갖고 싶으면.. 니가 주게?
미주 : 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거면... 뭐든지 다요.
민우 : (어이없다) 야, 됐어.
미주 : (시무룩해서) 하긴 실장님 같은 분이 부족한 게 있을 리 없지...
민우 : 공부 외엔 딴 생각 하지 말라는 소리야. 그만 내려.
(미주, 인사 꾸벅하고 내리면.. 민우, 혼자 픽 웃곤 차를 몰고 나간다.
미주, 그런 민우 쪽을 물끄러미 보다가...)
미주 : 치... 실장님 하고 같이 있으면.. 공부 더 안 되는데... (뺨을 만져보며) 근데, 왜 이렇게 화끈거리고, 가슴이 뛰지?
씬20. 컨테이너 사무실 앞
(시덕이 배가 부른 듯 허리띠를 풀어 놓고 문 앞에 앉아있다. 그 옆에 빈 자장면 그릇이 예닐곱 개 쌓여 있고..
중국집 배달부가 다가오면...)
시덕 : 그거 여기다 놓구 가요.
배달부 : 이거, 안에서 시킨 건데..
시덕 : 놓구 가라니깐요. (지갑에서 돈 꺼내 건네고)
(배달부, 수상쩍게 빈 그릇을 보고는 자장면 두 그릇을 놓고 간다)
시덕 : (자장면 비비며) 어디 한번, 그 안에서 쫄쫄 굶어봐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하고)
씬21. 동, 사무실 안
(영출과 소태가 바깥을 살피는데.. 고픈 배를 움켜쥐고...)
영출 : 야, 저 자식.. 또 처먹는 거 같은데?
소태 : 돼지 같은 놈이 도대체 몇 그릇을 먹는 거야?
영출 : 저 식충이 같은 놈을 그냥.. (문을 열려는데)
소태 : (막으며) 열지 마요.
영출 : 배고파, 이 자식아.. 이 안에서 굶어 죽자구?
소태 : 말 했잖아요. 강모, 정체 드러나면 다 끝장이라니까요.
영출 : 야, 그냥 자장면 백 그릇 시켜. 저 놈 배 터져 죽어버리게.
소태 : 내가 저놈 식성을 알거든요? 배 터져 죽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속 터져 죽어요.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소태, 수화기 들고..)
소태 : 여보세요? 가, 강모냐?
씬22. 호텔 커피숍
(강모가 전화 부스에서 전화중이다)
강모 : (수화기 들고) 뭐? 시덕이가?
소태 : (F) 지금 자장면 열 그릇 째 처먹고 있어. 어떡하냐?
강모 : 내 얘긴 하지 말고, 그냥 그 놈 하는 대로 놔둬. 일 끝나는 대로 내려 갈게.
(강모, 수화기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간다. 윤기훈이 앉아 있고..)
기훈 : (명함 한 장을 내밀고) 이번에 새로 취직한 신문사야.
(강모, 명함을 보면, ‘동양 경제신문’이라고 박혀 있고..)
기훈 : 말해봐라, 강모야. 내 임무가 뭐냐?
강모 : .. (보면)
기훈 : 나보고 굳이 경제 신문사에 들어가라고 했으면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강모 : ... (미소,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내민다) 만보건설 도로공사에 관한 자료에요. 충분히 기사 거리가 될 겁니다.
기훈 : .. (보다가) 강모야, 한 가지만 약속해 주겠니?
강모 : ... (본다)
기훈 : 절대, 성공을 위해서.. 조필연 같은 괴물만은 되지 말아다오.
강모 : 제가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거, 다 알고 도와주시는 거잖아요.
기훈 : ... (미소)
씬23. 안기부 내, 성모 방
(성모, 조필연의 불법 선거 자료 사진들을 보는데... 철거민을 습격하는 칼치의 모습들...
또다른 사진 속에는 차 안에서 조필연과 뭔가 이야기 하는 안기부 오실장의 모습이 담겨져 있고...
이때, 찬성이 들어선다)
성모 : 어떻게 됐어? 놈의 행방은 알아 봤냐?
찬성 :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요.
성모 : ... (생각)
찬성 : 제가 청주로 내려가서 잠복해 있을까요.
성모 : 그럴 시간 없어.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놈을 잡아야 돼.
찬성 : 어떡하죠?
성모 : ... (생각하다가, 급히 자료 챙기며) 나 좀 나갔다 와야 될 것 같아.
씬24. 민홍기 사무실 안
(성모가 자료를 내민다)
홍기 : 이게 뭐야?
성모 : 조필연이 선거법을 위반한 증거 자료들입니다.
홍기 : ... (시쿤둥) 이번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하지 않는 놈이 몇이나 되겠어? 이런 거 까발렸다간 오히려 비웃음만 살 거야.
성모 : 철거민을 폭행한 게, 조필연의 사주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홍기 : (솔깃하고) 그 놈, 잡았나?
성모 : 어디에 숨었는지, 도무지 종적을 파악 할 수가 없어요.
홍기 : (실망스럽고) 틀렸어... 그 놈을 잡아서 조필연의 자작극이란 걸 밝히지 않는 한... 이번 선거 뒤집기 어려워.
성모 : 이 자료 안에, 조필연이 오실장님한테 뇌물을 건넨 기록이 있습니다.
홍기 : 기조실 오실장한테? 근데?
성모 : 놈을 잡기 위해선 조필연을 흔들어야 하는데.. 선배님이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홍기 : 말해 봐.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 건가?
성모 : .. (본다, 눈빛)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성모, 뭔가를 은밀히 이야기 한다. 홍기, 눈빛 번뜩이며 듣는데...)
씬25. 요정집 전경 (밤)
홍기 : (E) 어서 오게.
씬26. 동, 방안
(오실장이 와 있다. 민홍기가 맞이하며.. 두 사람, 자리에 앉으며)
홍기 : 바쁜데 나오라고 해서 미안하네.
오실장 : 내일 모래가 투푠데, 이럴 시간이 있는 건가?
홍기 : (자료봉투를 상 위에 놓는다) 조필연의 불법 선거 자료야.
오실장 : .. (본다)
홍기 : 저번 철거민 폭행 사건... 조필연의 자작극인거 알지?
오실장 : 촌스럽게 왜 이래? 내 자리가 자네들 뒷설거지나 하는 자린 줄 알아?
홍기 : 여기 보니까, 조필연이 자네한테 돈을 건넸더군.
오실장 : ..!! 뭐?
홍기 : 철거민 폭행 사건.. 혹시, 자네하고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
오실장 : 이봐, 민홍기..!! (노려본다, 그 위로)
오실장 : (E) 이분은 누구신가?
- 인써트 (24부, 50씬에서)
필연 : 이 사람? 전과 칠 범의 깡패 두목.
- 다시 현실
오실장 : (노려보며) 우릴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당장이라도 자네, 선거법 위반으로 집어 쳐 넣을 수도 있어.
홍기 : 나하고 자네 부장님하고 각별한 사인 거 알지? 누가 더 크게 다치는지... 같이 한번 자폭해볼까?
오실장 : (노려본다) 그 딴 협박이 나한테 통할 것 같아?
홍기 : ... (보는데)
(이때, 오병탁이 들어선다. 오실장, 병탁을 보고 놀라는데...)
병탁 : 여기들 있었구만. 오랜만이야, 오실장.
오실장 : 의원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병탁 : (홍기와 시선 한번 맞추고는) 옆방에서 안기부장하고 술 한 잔 하고 있어.
오실장 : .!! (놀란다)
병탁 : 이봐, 민후보... 얘기 다 끝나면 연락 해. (오실장을 노려보며) 정보부 간부가 야권 후보를 돕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자넨 아니길 바라네. (나간다)
오실장 : ... (놀란 채)
홍기 : 내가 저 옆방으로 갈지, 말지는 자네 결정에 달렸어.
오실장 : (본다)
홍기 : (술을 따라주며) 사실 내 부탁은 아주 간단한 거야. (본다) 조필연을 도운 그 철거반장 말야. 최태욱이라는 그 놈..
자네가 체포하라는 명령만 내려주면 돼.
오실장 : 단지, 그 뿐인가?
홍기 : 맹세하지... 더는 없어.
오실장 : ... (보는데)
씬27. 그 옆방
(오병탁이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두 손으로 받는 사내... 성모다)
병탁 : 틀림없이 자네가 조필연을 떨어뜨리고 민홍기를 당선시킬 수 있다, 그거지?
성모 : 지켜봐 주십시오.
병탁 : 그래... 명색이 국가 정보기관이 자네 정돈 되야지.
성모 : .. 전, 그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병탁 : 벌써 가려구? 쫌 있으면 민홍기가 올 텐데?
성모 : 오늘은 두 분이 드십시오.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씬28. 동, 밖 복도
(나오는 성모.. 잠시 뭔가 생각하는 눈빛에서)
씬29. 사찰 전경 (이른 아침)
(서울 근교의 작은 사찰이다. 고요한 경내 풍경)
씬30. 동, 법당 안
(홍기표 이름이 적힌 위패가 놓여 있다. 천회장이 향을 피우고 잠시 예를 갖추는데...
이를 지켜보던 강모... 위패 앞으로 다가오더니 향을 피우고는 합장하며 예를 갖춘다. 천회장, 강모를 보는데..)
강모 : 홍회장님 돌아 가신지도 꽤 지났군요.
천회장 : (본다) 자넨가? 날 여기서 보자고 한 사람이?
강모 : ... (고개 숙여 인사한다)
씬31. 경내 일각
(강모와 천회장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강모 : 황태섭 회장이 건대협을 이끈 이후로.. 큰 공사는 전부 만보건설이 도맡아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천회장 : 홍기표 회장이 건대협 회장으로 있던 시절이 좋았지... 그때가 우리 건대협의 전성기였는데 말이야...
강모 : 천회장님께서 다시 그 시절의 건대협으로 만드시면 되지 않습니까?
천회장 : 내 수완으로는 황회장을 따라갈 수가 없소.
강모 : (걸음 멈추고, 본다) 저와 손을 잡지 않으시겠습니까?
천회장 : ..? (본다)
강모 : 이번에 제가 개발한 신공법... 건대협 내의 다른 대기업과는 절대 기술제휴를 하지 않겠습니다.
천회장 : ..!! (놀라며) 우리와... 독점 계약을 하시겠다고?
강모 : 계약이 아니라, 동업입니다.
천회장 : ... (빤히 본다)
강모 : 이번이.. 만보건설 넘어설 절호의 기회가 될 겁니다.
천회장 : 아무리 봐도... 자네와는 구면 같은데 말이야...
강모 : .. (보다가, 안경을 벗는다)
천회장 : .. (천천히 놀라며) 그래, 기억나.. 황태섭 회장 밑에 있던..?
- 인서트 (9부, 20씬에서)
(로열클럽 앞에서 천회장을 맞이하는 강모의 모습 짧게)
- 다시 현실
천회장 : (노려보며) 홍기표 회장을 죽여서... 감옥에 간, 이강모란 놈...
강모 : (본다) 홍 회장님을 죽인 건 제가 아닙니다.
천회장 : 뭐?
강모 : 그 죄 값을 받을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천회장 : 그게 무슨 말이야?
강모 : 황태섭 회장 아들, 황정식이 홍회장님을 죽였습니다. 물론, 그 사실을 은폐한 사람은, 황태섭 회장이고요...
천회장 : 그 말이 사실인가?
강모 : 제가 진범이라면.. 이렇게 회장님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천회장 : 자네가 만보건설에 원한을 가질 만도 하구만..
강모 : .. (보는데)
씬32. 조필연 집, 거실
(양복 차림의 조필연이 막 나갈 차비를 차리고 있다. 명자가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있고...
고재춘이 성모를 데리고 들어선다)
재춘 : 성모 왔습니다.
필연 : 어서 와라.. (명자에게) 당신은 차 좀 내 와.
명자 : 잠깐만 기다리세요. (주방 쪽으로 가고)
필연 :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성모 : 소식 들으셨습니까?
필연 : 무슨 소식?
성모 : 우리 정보국에, 저번 철거민 폭행 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재춘 : ..! (놀란다)
필연 : (놀라고) 대체 어떤 놈이 그런 지시를 내린 거야?
성모 : 아무래도, 민홍기쪽에서 안기부 고위층에 손을 쓴 것 같습니다.
필연 : 그 놈이 마지막까지 발악을 해대는구만...
성모 : 지금 최태욱이라는 그 철거반장을 쫓고 있습니다. 만약 그 자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재춘 : 경찰에서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냄새도 못 맡고 있어. (필연에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모 : 우리 쪽에 온 정보로는, 청주 쪽에 숨어 있는 것 같던데..
필연 : ..!! (놀라며 본다)
성모 : (재춘에게)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위험해요. 우리 쪽 수사 상황을 그때그때 보고할 테니, 알아서 잘 단속하세요.
재춘 : 그래, 고맙다.
성모 : (필연에게)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재춘 : 아무래도, 은신처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필연 : 이왕 바꿀 거면 아예 서울로 올려 보내.
재춘 : 네?
필연 : 우리 눈에 보이는 데다 두란 말이다. 그래야 만일의 상황이 닥치면.. 놈을 없애든 말든 할 것 아냐.
재춘 : 알겠습니다.
필연 : ... (생각)
씬33. 조필연 집 앞 골목
(고재춘이 나온다. 승용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는 고재춘...
그 일각... 승용차 안에 찬성과 성모가 앉아 있다. 차를 출발시키며 고재춘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씬34. 여관 골목 / 승용차 안 (밤)
(여관 불빛들이 요란한 지방의 한 여관 밀집 지역... 고재춘의 승용차가 서 있고...
일각에 성모가 탄 승용차가 서 있다. 성모와 찬성이 고재춘 쪽을 주시하고 있는데...
이때, 추리닝 차림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는 사내.. 칼치다 승용차 안의 성모와 찬성...)
찬성 : 저 놈입니다.
성모 : ..! (보는데)
(칼치, 고재춘의 승용차에 탄다. 승용차 안의 재춘과 칼치가 뭔가 은밀히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재춘, 칼치에게 돈 뭉치 하나를 건네고.. 차에서 내리는 칼치, 인사를 하면 고재춘의 승용차가 출발한다.
칼치, 돈을 안쪽에 넣고는 성모의 승용차 쪽으로 걸어오는데...
성모와 찬성이 승용차에서 내려서 칼치의 앞을 가로막아서고..
칼치, 뭔가 이상한 듯 보다가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려는 순간, 성모와 찬성이 팔을 꺾어 제압하더니 수갑을 채운다)
칼치 : 당신들 뭐야..! 이거 놔..! 노라구, 놔..!!
성모 : 잠자코 따라 와..! (끌고 가려는데)
칼치 : (뿌리치며, 성모를 노려보고) 당신들, 나 건드리는 거 실수하는 거야?
성모 : 그래?
(성모, 주먹으로 칼치를 후려친다. 칼치, 억, 하며 한 방에 늘어지고..)
성모 : 끌고 가.
(찬성, 칼치를 끌고 차 쪽으로 가면.... 성모, 주먹이 아픈 듯 만지며 노려보는데)
씬35. 황태섭 집, 전경 (그 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씬36. 동, 침실 안
(태섭과 남숙이 잠들어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남숙 : (더듬거리며 수화기 들고, 잠결) 여보세요.
강모 : (F) 회장님 좀 바꿔주십시오.
태섭 : 웬 놈이 이 밤에 전화질이야?
남숙 : 아, 몰라.. 받아 봐요. (수화기 건네면)
태섭 : (수화기 들고) 여보세요.
강모 : (F) 조심 하십시오, 황회장님... 한명석국장이 천회장과 손잡고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섭 : ..!! 뭐? 당신 누구야? 누군데 밤에 이 따위 전화를... (끊긴다) 뭐야 이 자식?
씬37. 객실 안
(작고 깔끔한 모텔의 객실 안이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강모... 맥주를 글라스에 따르더니 한 모금 마신다. 생각하는 눈빛으로..)
씬38. 만보건설 전경 (아침)
태섭 : (E) 니들 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씬39. 동, 회장실 안
(태섭, 들고 있던 신문을 탁자 위로 확 던지는데.. 경제신문이다.
타이틀에 ‘만보건설, 도로공사 예산 30%초과’ ‘적자폭 더욱 늘어날 듯’ 기사가 보이고.. 정연과 민우, 정식이 와 있다)
태섭 : 이따위 기사가 나가는 동안, 니들 뭣들 한 거냐구..!
민우 : 뭔가 악의적인 냄새가 납니다.
태섭 : 뭔 소리야?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기사를 내고 있단 말이야?
정연 : 아직 공사 진행률이 오십 프로도 되지 않았어요. 이런 기사가 벌써 나오는 거, 누군가가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밖에는...
태섭 : 그게 대체 누구냔 말야..!!
민우, 정연 : ...
정식 : 기자들 쪽은 제가 맡을 게요, 아버지.
태섭 : 한강건설인가 하는 그 놈들은 왜 우리하고 신공법 계약을 안 하겠다는 거야?
정식 : 빤한 거 아니겠어요? 우리 애간장을 태우다가 나중에 크게 한 몫 얻어내려는 수작이겠죠.
아버지, 그런 놈들은 제가 용약반 애들 데리고 내려가서...
태섭 : (OL) 정연이 니가 직접 내려 가. 그 놈들 조건이 뭐든 간에 계약부터 성사 시켜.
정연 : 예, 회장님..
정식 : .. (불만스럽게)
(이때, 주영국이 들어선다)
영국 : 방금 도시국에서, 면담을 하자는 요청이 왔습니다.
태섭 : 한국장이? 추가 예산을 준다는거겠구만...
영국 : 그런 게 아니라.. 기사를 본 모양입니다.
태섭 : ...!! 그래서 추가 예산 못 주겠다고 그래?
영국 : 들어가 봐야 알겠습니다.
태섭 : 난 오후에 약속이 있으니까, 정연이하고 조실장이 만나 봐.
민우 : 알겠습니다.
(정연과 민우가 나간다. 정식, 느긋하게 신문 펼쳐 드는데)
태섭 : (정식이에게) 너두 나가 봐, 임마.
정식 : ... (불만스럽게, 나가고)
태섭 : (은밀하게) 이봐 주이사... 자넨, 한명석 국장하고 광명건설 천수만 회장과의 관계 좀 알아 봐.
영국 : 갑자기 그건 왜..?
태섭 : 어제 밤에 아주 기분 나쁜 전화를 받았어. 한국장이 광명건설과 손잡고 우리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제보야.
영국 : 한국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태섭 :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대체 누가 그런 전화를 한 건지...
씬40. 시청 별관건물
(엘리베이터 앞.. 강모와 사람들이 서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데...
이때, 정연과 민우가 뛰어오며...)
정연 : 잠깐만요..!!
(강모, 두 사람을 본다. 얼른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민우와 정연, 겨우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 탄다. 그 안에 강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씬41. 동 엘리베이터 안 / 그 밖
(만원이다. 맨 앞쪽에 서 있는 정연과 민우...
이때, 그들 뒤의 사람들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강모... 무표정으로 민우와 정연을 보는데...
정연과 민우, 의식하지 못한 채...
잠시 후 문이 열리면 정연과 민우가 내린다. 강모, 잠시 보다가 문이 닫히려는 순간 열림 버튼을 누르고는 내리는데...
저만치 걸어가는 정연과 민우... 이를 보는 강모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강모, 이내 이를 악물고 차가운 표정으로..)
씬42. 국장실
(민우와 정연이 와 있다. 명석, 신문을 내려놓으며..)
명석 : 사안이 급해서 황 회장님이 오셨으면 했는데...
정연 : 죄송합니다. 바쁜 일이 있으셔서..
명석 : 용건부터 말씀 드리죠. (신문을 들어 보이고) 만보건설 상황이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져서..
도로공사 추간예산, 드릴 수가 없게 됐습니다.
정연 : 한국장님...
명석 : 한강건설에서 신공법을 개발 한 건 다들 아시죠? 그쪽하고 기술 제휴를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 될 것도 같은데...
민우 : 저희도 한강건설과 접촉을 하는 중입니다만.. 그쪽에서 무슨 일인지 우리와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명석 : ... 어떻게 해서든, 한강건설 설득해 보세요. 지금 건설부에서 현장 감리를 하겠다는 걸 간신히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우 : 알겠습니다.
정연 : .. (심각하게)
씬43. 동, 복도
(강모가 창문 밖을 보고 있다. 그 뒤로 정연과 민우가 걸어 나오고...)
민우 : 한강건설 쪽은 이사님이 알아보신다고 했잖습니까?
정연 : 지금 그쪽 대표가 외국으로 출장 중입니다.
민우 : ... 그 사장이란 사람, 대체 어떤 사람인 줄은 알아보셨습니까?
정연 : 이 계통에선 좀처럼 그 사람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민우 : 제가 한번 알아보죠.
정연 : (차갑게) 이미 한강 건설에 사람 보내 놨으니까... 곧 정보가 들어 올 겁니다.
(두 사람, 지나간다. 돌아보는 강모... 두 사람을 보는데..
이때, 다른 쪽 복도에서 급히 다가오는 천회장...)
천회장 : 오래 기다렸소? 차가 좀 막혀서..
강모 : 들어가시죠.
씬44. 동, 국장실
(강모와 천회장이 와 있다)
명석 : 이분은 누구신지..?
천회장 : 소개해 드리죠. 제임스 리라고, 교포신데.. 한강건설 대표십니다.
명석 : 한강건설? 그럼, 신공법을 개발했다는..?
강모 : 죄송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명석 :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한번 뵐까 했었는데..
천회장 : 이번에 우리 광명건설하고 기술제휴를 맺었습니다.
명석 : 그러셨군요. (천회장에게) 보내주신 견적서는 잘 받아 봤습니다. 총 공사비용도 그렇고, 아주 훌륭하더군요.
천회장 : 그럼, 만보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도로공사.. 우리 쪽에 넘겨줄 수 있는 겁니까?
명석 :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도의적으로 곤란합니다.
천회장 : 그래요?
명석 : (천회장에게) 천회장님?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셨으면 하는데...
천회장 : 네? 아,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명석 : 도시국장으로 한강건설 사장님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강모 : 말씀하십시오.
명석 : 만보건설을 좀 도와주세요.
강모 : ... (보다가) 한 가지만 여쭤 봐두 되겠습니까?
명석 : .. (보면)
강모 : 국장님이 만보건설을 위해서 이렇게 애를 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명석 :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도시국, 국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
강모 : 그런 이유에서라면.. 전, 한국장님께서 만보건설을 돕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명석 : 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강모 : 조필연 후보 밑에, 지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조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제일 먼저 민홍기 후보쪽 사람들을 제거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 리스트에 한국장님 이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명석 : ... (표정, 굳는데)
강모 : 조필연 후보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황태섭 회장 아닙니까?
명석 : ... (변명하듯) 난 정치와 경제를 별개로 생각 합니다.
강모 :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의외군요. 전 돈과 정치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명석 : ... (화제를 바꾸려고) 그러니까 이사장께선...
강모 : (OL) 한국장님이 만보건설과 손을 잡으라고 하시면 잡을 의향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주십시오.
(강모, 인사하고 일어선다. 명석,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데...
강모, 문 앞에서 나가려다가 돌아보고... 차갑게 미소 짓는데...)
씬45. 미주네 집, 방안
(선화가 와 있다. 두 사람, 가수 흉내를 내면서 놀고 있는 중이고... 선화가 열심히 춤을 춰 보이는데..)
미주 : 야! 거긴 춤이 그게 아니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이렇게 해야지. (멋들어지게 춤을 추면)
선화 : 이렇게? (따라서 하면서)
(이때,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미주, 숨 헐떡거리며...)
미주 : 여보세요.
민우 : (F) : 나야.
미주 : ...! (놀라서) 왜, 전화 하셨어요?
씬46. 민우 방
(민우, 전화를 하고 있다)
민우 : 왜?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다고 말 못하고) 불시에 감시 전화 한다고 했잖아.
미주 : (F) 잔소리 하실 거면 안하셔도 되는데...
민우 : (수화기를 보고 인상 한번 쓴다. 다시 침착한 어투로) 너 지금 뭐하고 있었어?
씬47. 미주네 방 안
(선화, 전화기 옆에서 엿듣고 있고... 미주, 그런 선화 신경 쓰면서..)
미주 : 고,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민우 : (F) 거짓말 하지 마. 공부 한다는 애가 숨을 그렇게 헐떡거려?
미주 : (찔끔해서) 공부하다가... 노래 연습 쬐금 했거든요.
씬48. 민우 방
민우 : 시험이 얼마나 남았어? 내가 전활 안하고 싶어도... 너 이럴까봐 전화 하는 거야.
한 시간 뒤 에 또 전화 할 거니까, 공부 열심히 해. 알았어?
미주 : (F) 네에..
(민우, 전화 끊고 씩 웃는데... 명자가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명자 : (사진 한 장 내놓으며) 민우야, 이 아가씨 좀 봐봐.
민우 : 뭔데요?
명자 : 화성전자 외동딸인데 너한테 중매 들어왔어.
민우 : 저보고 맞선을 보라고요?
명자 : 얘, 뭘로 보나 정연이 보단 백배는 낫다. 이것두 다 니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당선될 거 같으니까 들어오는 거야.
민우 : 됐어요.
명자 : 되긴 뭐가 돼? 아버지 명령이니까 무조건 만나. 알았지? (나간다)
(민우, 사진을 책상 위에 툭 던져 놓고...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답답한 표정...)
씬49. 미주 집 거실
(미주가 공부하고 있다. 선화가 과자를 우적우적 먹으면서 공부하는 미주를 실눈을 뜨고 보며 누워있고...)
선화 : 너, 실장님이 공부하랬다고, 금방 책상머리에 조르르 달려가서 앉아 있냐?
미주 : (공부하며) 그럼, 실장님이 공부도 가르쳐주는데.. 말 잘 들어야지.
선화 : ..! (일어나 앉으며) 조민우 실장이 너, 공부도 가르쳐준단 말야?
미주 : 어..
선화 : 언제 부터야? 니들 두 사람?
미주 : 어?
선화 : 조민우 실장이 너 좋아한다고 언제 고백 했냐구?
미주 : 그런 거 아냐. 그리구 조실장님, 나 안 좋아해.
선화 : 얘가 이렇게 멍청하고 둔하다니깐? 그 싸가지 없는 성격에 안 좋아하는데 맨날 공부 가르쳐 주고 집까지 데려다 주냐?
미주 : 그거야... (말문 막히고)
선화 : 넌 어때?
미주 : 뭐가?
선화 : 조민우 실장, 좋아하냐구.
미주 : ...
선화 : 너, 좋아하는구나, 그치? 하긴.. 그런 남자를 안 좋아하면 정신병이지.
미주 : (보는데)
선화 : 내가 장담하는데, 조민우 실장두 너 분명히 좋아해. 그러니까, 니가 먼저 고백해 봐.
미주 : 내가..? 에이, 싫어.
선화 : 이러다가 그 사람 놓치면 너 평생 후회 한다? 말로하기 어려우면 선물로 해. 의미 있는 걸루다.
미주 : 그런 게 있어?
선화 : 내가, 백화점 선물 코너에서 아르바이트 했잖아. 거기서 들은 얘긴데,
넥타이핀 같은 게, 여자가 남자한테 고백할 때 주는 거라더라.
미주 : ... (곰곰이 생각)
씬50. 백화점, 선물 코너 (몽타주, 낮)
- 미주가 넥타이 핀들을 살피며 민우의 생일 선물을 고르고 있다.
- 미주, 생일카드를 적는다 “생일 축하 드려요.”
- 예쁘게 포장된 선물.. 점원이 건네면 미주, 흡족하게 인사하고...
씬51. 만보건설 복도 (낮)
(기획실 부근의 사무실 복도..
작은 선물 상자와 도시락 가방을 든 미주.. 자판기 옆 비상계단 모퉁이쯤에 몸을 숨기고 복도 끝을 살피고 있다.
이때, 한쪽 끝에서 민우와 정식이 걸어 나온다. 미주, 화들짝 놀라서 얼른 몸을 숨기고... 왠지 모를 설렘과 쑥스러움...)
정식 : 맞선? 그래서, 너 선 볼라구?
미주 : ..? (듣는다)
정식 : 하긴, 화성전자면 마다 할 일 없지. 야, 조민우 곧 대기업 사위되겠네?
미주 : ..!! (놀라고)
(민우와 정식이 자판기 앞에서 멈춰 서서 커피를 뽑는다)
정식 : 근데, 너 요즘 그 촌닭 만나는 거 아니었냐?
민우 : 만나긴 누가 만나.. 그냥 불쌍해서 도와주는 거지.
미주 : ... (눈물 고인다)
정식 : 그럼, 걔 나한테 넘겨라. 내가 촌티 쫙 빼주구 인간 좀 만들어보게.
민우 : (차갑게) 니 맘대로 해...
미주 : ..!!
정식 : 정말이지? 내가 걔 가져두 되지?
민우 : ... (인상 쓰며) 근데, 너 아까부터.. 걔가 무슨 물건.. (이냐?)
(미주, 도시락을 떨어뜨린다. 소리가 요란하고..
민우, 이상해서 모퉁이를 들여다보면 도시락만 바닥에 떨어져 있고 누군가가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
민우, 그 도시락이 누구 것인지 금방 알아보고... 민우, 급히 계단 쪽을 살펴보는데 벌써 보이지 않는다)
정식 : 야, 뭔데 그래? (도시락 가방을 보더니) 그 촌닭 왔었냐?
민우 : (정식에게 인상 쓰며) 에이, 자식 증말..!
씬52. 비상계단
(미주가 미친 듯이 뛰어내려온다. 터지려는 울음을 꾹 참으며...)
씬53. 실장실 안
(책상에 앉아 있는 민우, 불편한 얼굴이다. 맘을 다잡고 서류를 펴는데 집중이 안되고... 그 위로..)
- 인써트
(환하게 웃는 미주 얼굴 짧게)
- 다시 현실
민우 : (서류를 탁 덮고, 혼잣말) 조민우, 너 정말 미쳤구나...
(민우, 눈을 질끈 감았다뜨고는 뭔가 결심한 듯 겉옷을 들고 달려 나가는데)
씬54. 몽타주
- 도서관 안... 급히 들어서는 민우... 주변을 살피는데 미주가 보이지 않고..
- 열람실... 민우, 주변을 돌아다니며 봐도 미주가 없다.
- 레코드사 연습실.. 민우, 문을 열어보는데 텅 비어 있다. 어디로 갔을까? 애가 타는데..
씬55. 레코드사 옥상
(미주가 옥상 밖을 내다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주, 넥타이핀이 든 상자를 던져 버리려다 못 버리곤...)
미주 : 나쁜 놈... 지가 잘났으면 잘났지.. 왜 사람을 무시해? (눈물 훔치며) 내가 뭐 언제 저더러 도와달라구 그랬나?
생선두 못먹구, 반찬 투정이나 하는 놈이.. (자꾸 눈물이 난다. 미주, 훌쩍거리며...)
씬56. 미주네 집 근처 공터 (밤)
(승용차가 서 있고... 민우가 운전석에 앉아서 미주를 기다리고 있다.
민우, 생각할수록 후회된다. 에이 씨.. 머리칼을 쥐어뜯는데.. 이때, 사이드미러로 미주가 보인다.
미주, 가방을 메고 풀이 죽어서 터덕터덕 걸어오는데..
민우, 얼른 백미러를 보고는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에서 내리는 민우, 미주 앞에 다가서면..
미주, 흠칫 놀라다가 이내 표정 굳어지고 비켜가려는데.. 민우, 다시 그 앞을 막고)
미주 : (쏘아보며) 비켜요.
민우 : 야, 미주야...
미주 : 비키라구요.
민우 : (건성으로) 그래..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됐냐?
미주 : 뭘 잘못해요?
민우 : 그러니까... (말문 막히다가) 그냥 다 잘못했다구..
미주 : (눈물 고인다) 나두 울엄마, 아빠 살아계셨으면 귀한 집 딸이거든요?
민우 : (당황해서) 야... 그깟 일에 무슨 눈물을 보이구 그래...
미주 : (울며) 실장님 잘난 사람인 거 아는데요.. 그래두 사람, 물건 취급하는 거 아니에요.
민우 : (본다. 진심) 미안하다. 근데.. 너 물건 취급한 적 없어. 그냥 정식이 말에 대꾸 해주느라고...
야, 그리구 내가 진짜 너 물건 취급하면 사과하러 여기까지 왔겠냐?
미주 : (눈물 훔치고) 그동안 도와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민우 : (본다) 갑자기 고맙단 말은 왜 해..?
미주 :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할 거 같아서요.
민우 : ...!! 마지막..? 다신 나 안보겠다고?
미주 : 네.
민우 : (굳어진다) 진심이냐?
미주 : ...
민우 : 지금 그 말, 진심이냐구.
미주 : 저, 실장님한테... 더 이상 동정 받고 싶지 않아요.
(미주, 꾸벅 인사하고 가려는데... 민우, 더 참지 못하고 미주를 잡아서 돌려 세우더니 키스 한다.
미주, 눈물 고인 눈이 동그래지다가.. 눈을 감는데.. 두 사람 모습 길게..)
씬57. 만보건설 회장실 (낮)
(태섭과 정연이 심각하게 앉아 있다. 영국이 급히 들어서고)
영국 : 알아냈습니다.
태섭 : ..! 누구야? 대체 어떤 놈이 우리 도로공사를 빼앗으려고 뒷 공작을 한 거야?
영국 : 광명 건설, 천수만 회장입니다.
태섭 : 뭐? 천회장이?
영국 : 천회장이 한강건설 신공법을 독점계약을 했단 정보가 도시국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정연 : 그럼, 한국장한테 압력을 가한 게 천회장님이란 말이에요?
태섭 : 이상해.. 천회장이 이런 일을 꾸밀 정도로 배포가 있는 자가 아닌데..
씬58. 일식집 방안
(황태섭과 정연이 천회장을 만나고 있다)
태섭 : 이 봐요, 천회장..! 같은 건대협끼리,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천회 : 황회장님 심정은 잘 압니다. 하지만, 난 아무 잘못 없어요.
태섭 : 없다니? 남의 도로공사에 숟가락을 디밀어 놓고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거요?
천회 : 난 그냥, 한국장이 도로공사 견적서를 내달라고 해서 낸 것뿐이고, 한강 건설하고 독점 계약을 하라고 해서 한 것뿐입니다.
태섭 : 뭐요?
정연 : (놀라서) 그럼, 한강건설을 연결시켜준 게 한국장님이란 말씀이세요?
씬59. 그 옆방
(칸막이로 된 옆 방.. 강모가 혼자 초밥을 먹으며 옆방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천회 : (E) 건대협 회원끼리 이간질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한국장한테 대 놓고 반발할 수도 없질 않소.
나도 입장이 아주 곤란합니다.
강모 : ... (입을 닦고, 물을 마시며)
태섭 : (E) 대체 한국장이 왜..?
씬60. 다시 방안
천회 : 건대협이 조필연 후보를 밀어 주고 있는 거에 불만이 아주 많은 것 같습디다.
나한테 건대협 회장직을 맡는 게 어떠냐고, 제의까지 했소.
태섭 : 한명석이 그 놈이..!!
(태섭,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정연, 급히 따라 나가고...
이때, 칸막이로 된 옆방 문에서 강모가 나온다)
강모 : (앉으며) 계획대로 황태섭회장이, 한국장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천회장 :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난 무조건 자네만 믿네.
강모 : .. (눈빛)
씬61. 동, 밖 복도
(태섭과 정연이 나온다)
정연 : 저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
태섭 : 한국장이 날 배신 할 거라며, 누군가한테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었어.
정연 : 전화 한 사람이 누군데요?
태섭 : 그게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연 : 만약 한국장님이 정말 우릴 버리려고 들면 어떡하죠?
태섭 : 조필연만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다 끝나. 날 배신한 한명석이부터 국장 자리에서 잘라버릴 거니까.
정연 : ..
태섭 : 한간건설 사장이란 놈이 외국에 나가 있다고?
정연 : 예.
태섭 : 사안이 급박하니까, 우선, 니가 내려가서 한강건설 직원들이라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 놔 봐. (간다)
정연 : .. (따라 나가고)
씬62. 컨테이너 사무실 앞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강모다. 잠시 사무실을 보다가 차에서 내리는데..)
씬63. 동, 사무실 안
(시덕이 소파에 퍼져 자고 있다. 영출과 소태가 지켜보고 있고..)
영출 : 이 놈, 여기 요양 왔냐? 하루죙일 처 먹구 퍼 자게?
(이때, 강모가 들어선다)
소태 : 강모야?
영출 : 서울 간 일은 잘 됐어?
강모 : 예... (시덕을 본다)
소태 : (시덕을 깨운다) 야, 일어나 봐.. (뺨을 때리며) 일어나 보라구, 임마.
시덕 : 아, 증말... (일어나다가 강모를 보더니 크게 놀란다) 가, 강모야?
강모 : .. (미소 지어 보이고)
시덕 : (멍해져서) 내가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소태 : 꼬집어보면 알잖아, 임마.
(시덕, 시선을 강모에게 둔 채, 소태의 볼을 있는 힘껏 비틀어 꼬집는다. 소태, 악..! 비명 지르는데..)
강모 : (미소) 잘 있었어?
시덕 : ... (눈물 고이고) 너 살아 있었냐?
강모 : 보고 싶었다, 시덕아.
시덕 : 강모야, 임마..!! (울음 터뜨리며 껴안는다)
씬64. 달리는 차 안
(정연이 운전 중이다. 손에 들려있는 쪽지에 한강건설 주소지가 적혀 있고.. ‘천안시...’)
씬65. 만보건설 공사 현장
(작업복 차림에 안전모를 쓴 민우, 성중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트럭들이 지나가고 있고.. ‘만보건설 도로공사 현장’ 입간판...
민우, 현장 책임자들한테 뭔가 손짓을 하며 작업을 지시하는데...
이때, 소장과 간부들이 급히 달려와서 고개 깊숙이 인사한다)
소장 : 오셨습니까, 실장님..!
민우 : 현장 사람들한테 한강건설에 관해서 좀 알아 보셨습니까?
소장 : 한강건설 대표 이름이, 제임스 리라고, 미국 교포라고 하더군요.
민우 : ..!! 제임스 리? (놀라는데)
필연 : (E) 이강모 소유의 그 개펄 땅 주인이 제임스 리라고 되어 있더구나.
민우 : ... (놀라서)
성중 : 왜 그러십니까?
민우 : 아무래도 내가 한강 건설로 직접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차 준비 시키세요.
성중 : 예, 실장님.
씬66. 컨테이너 사무실 안
(강모와 시덕이 단 둘이...)
시덕 : 니가 회장님하구 정식이한테 감정 많은 건 알지만... 그래두 정연이한텐, 너 살아돌아온 거 얘기해야 되는 거 아냐?
강모 : 알리지 마. 절대 알려선 안 돼.
시덕 : 너, 정말... 만보건설 무너뜨릴 생각이냐?
강모 : .. (눈빛)
시덕 : 만보건설 후계자가 정연이야. 너 그거, 정연이랑 싸우겠다는 거잖아.
강모 : (마음 독하게)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지.
시덕 : 야, 임마 강모야.. 정연이가 왜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 줄 알아? 니 원수 갚겠다고 저러는 거야.
너 죽게 만든 민우랑 정식이한테 복수하겠다고.
강모 : ..!! (본다)
시덕 : 너 죽었다는 소식 듣구 충격으로 실어증까지 걸렸어.
여자 몸으로 공사판에서 저러구 사는 거 보면 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강모 : ... (감정 참는)
시덕 : 강모야.. 너 정연이 사랑했잖아. 너 지금도 정연이 사랑하잖아, 임마.
강모 : 정연이 얘긴 그 만 해. 듣고 싶지 않아.
시덕 : ... (한숨 길게 내쉬며 본다)
강모 : 시덕아... 나 도와 줄 거지?
시덕 : .. (보는데)
씬67. 동, 사무실 밖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소태와 영출... 요지를 입에 물고..
이때, 승용차가 그 옆에 다가와 서며 흙탕물을 튀기는데... 소태의 바지에 튀고..)
소태 : 에이, 씨.. 어떤 씹어 먹을 놈이 운전을 저 따위로...
(이때, 차 안에서 나오는 민우... 소태, 화들짝 놀라는데..)
민우 : (소태를 보고 놀라며) 너...?
(이때, 또 다른 차가 다가와 선다. 정연이 차에서 내리고... 소태, 정연을 보더니 놀라서 사무실 쪽을 보는데..)
씬68. 동, 사무실 안
(시덕이 얼른 창문 밖을 살피고는..)
시덕 : 저, 정연이 왔어.
강모 : ..!! (놀라는데)
(화면이 갈라지며... 강모와 사무실을 노려보는 정연... 민우의 모습이 한꺼번에 잡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