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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과 양은냄비와 커피와 커피밭 사람들 이야기 | ||||||
임수진의 <커피밭 사람들-라틴아메리카 커피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그린비)를 읽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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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화가 울렸습니다. 그 작은 냄비에서 아버지 몫의 딱 1인분의 물과 원두는 그렇게 짤짤 끓었고, 양은냄비 바닥에 끓여지는 그 모습 때문인지 부모님은 그 이후 딸에게 커피를 주문할 때면 “얘, 커피 한 잔 짤짤 끓여다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훗날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를 마실 때에도 ‘짤짤 끓여서’라는 관용구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원두를 철망으로 거르고 설탕을 적당히 섞어 아버지에게 한 잔 내어드린 뒤 남은 걸 쪽쪽 따라서 나도 마셨습니다. 시멘트 부뚜막에 걸터앉아서 연탄화덕에서 풍기는 일산화탄소를 맡아가며 마시던 그 커피의 맛과 향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70년대가 막 시작하던 시절, 그것도 서울에서 뚝 떨어진 강원도 바닷가 마을의 한 잡화점에서 피곤에 절어 떠지지 않는 아버지의 눈은 한잔의 원두커피가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내 인생에 커피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커피전문점이 참 많이도 들어섰지요. 외국에서 커피를 공부하고 돌아온 사람들, 전문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사람들, 대단한 미식가들이 커피의 품격을 한껏 높여놓았고, 거기다 어찌나 멋지게 실내장식을 해놓았는지 정말 환상 그 자체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국내외 유수의 체인점,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멋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나는 요즘 커피맛을 잃었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커피가 맛이 없어졌습니다. 비싸고 화려하고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무지막지하게 넓혀지는 커피수요시장은 이제 우리가 커피농사 짓느라 파괴되는 자연을 걱정해야 하고, 원산지 커피밭 사람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코스타리카의 커피농장을 찾아가 불량인부로 살면서 커피노동자의 삶을 취재한 지리학자 임수진 박사의 글을 읽었습니다.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커피를 따온 사람들, 커피수확철이면 철새처럼 날아오는 이웃나라 니카라과의 사람들, 농장 한 곳의 일이 끝나면 또 다른 농장을 찾아 떠나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고국에 두고 온 아이들의 운동화를 사는 사람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니카라과 사람들을 ‘쥐’라고 부르며 경멸하지만, 이 가난한 두 나라의 커피밭 사람들에게는 공공의 놀림감이 또 있으니 대대로 그곳에서 살아온 인디오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글을 읽자니 우리가 지금 마시는 이 원두커피에 참 많은 표정이 담겨 있어 놀랍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마시는 이 커피가 너무 여러 겹의 옷을 입고 있어서 놀랍습니다. 자본이라는 옷, 화려함이라는 옷, 인테리어라는 옷, 바리스타라는 옷, 게다가 그 옷들 사이사이로 업자들이 잘라내지 못한 빈곤이라는 천조각도 비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옷을 껴입고 있어 어쩌면 우리는 ‘진짜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착한 커피’도 대안이라고 하지만 그 조차도 걷어낸 진짜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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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가위를 맞으며, 성찰하는 오늘, 건강하고 불타의 진리를 생각하는 하루 되소서.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
..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민족의 명절 한가위, 온누리에 비친 부처님의 자비연등의 불같이 밝은 빛으로 충만하소서.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풍요하고 마음편하게 한가위 보내소서. 나무 아미타불
붓다의 길따라...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