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I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할 사저(私邸) 부지가 있다. 평산마을이 그곳이다. 평산마을은 ‘평탄한 산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하여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인근에는 한국 3대 사찰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양산 통도사가 있다. 절을 외호하는 영축산의 모습이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 영취산의 모습과 통해 통도사라 했다고도 하고,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통도라 이름 지었다고도 한다.
문 대통령의 사저는 지근거리에 위치한 통도사를 둘러보고 나서 의례히 찾게 되는 필수 관광코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주민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이라고 한다. 좁은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라고는 하나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교통 정체가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걱정을 하는 한편 마을의 발전과 지가 상승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영축산의 용맥(산줄기)이 남으로 좌우요동과 상하기복을 하면서 전진한 끝에 사저 부지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
영축산이 주산(뒷산)이자 소조산(주산 뒤의 주산)이다. 또한 하북면 통도사 일대에서 발원하여 양산시의 중심가를 남북방향으로 흘러 지나는 ‘양산천’이 넓게 사저를 두르고 있어 땅 기운도 길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산의 앞면이 아닌 뒷면에 사저가 들어설 것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사저 뒤쪽 산의 봉분(封墳)을 살펴보면 사저의 방향과 정반대인 동쪽을 향해 즉 산줄기가 내려가는 방향을 향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봐도 산의 앞면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산의 뒷면에 집들이 들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앞면에 있는 것이 지맥(地脈)에 순행하는 것이므로 자연의 이치에 맞는다. 고언에는 집이나 묘의 앞면에 대한 정의를 ‘산환수취이용면(山環水聚而龍面·산이 돌아오고, 물이 모이는 곳이 앞면이다)’이라 한다. 기실 산의 뒷면은 박환(剝換·바위가 흙으로 바뀜)이 덜 되었기에 날카로운 바위에서 발산되는 살기(殺氣)와 습한 기운에 의해 호르몬(세로토닌·멜라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음으로 건강한 삶의 유지가 어렵다.
지기(地氣)가 좋은 곱고 단단한 흙을 ‘성필이박환위귀(星必以剝換爲貴·산은 반드시 박환이 되어야 귀함이 있다)’라 에둘러 말한다. 본디 마을이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을 말하는데, 마을 입구는 좁으면서 안은 둥그스름한 조롱박 형상의 터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생기(生氣)가 빠져나가지 않는 건강한 마을로 본다. 사저가 있는 평산 마을은 옆으로 길게 집들이 놓여있어 생기가 분산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반면 산의 앞면에 위치한 서리마을과 지내마을은 산줄기에 순응해 지어져있어 지기가 응집된 곳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시야 범위는 거의 180도 전방이라 경호의 측면에서 본다면 가까이 있는 안산(앞산)과 도로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집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도로 폭은 터의 규모에 걸맞아야 도로살(소음·매연·열기 등)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그리 넓지 않은 사저를 포함한 주변 터를 감안하면 도로 폭을 현상태로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저 앞쪽에는 연지(蓮池)가 있어 미세먼지를 걸러주고 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며, 안산은 물결모양의 수형산(水刑山)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사저는 남향에 가까운 주택이 되도록 하기 위해 내려오는 산줄기를 바라다보는 형국이다. 필자가 찾아간 날에 마침 굴착기로 산의 뒷면에 박혀있는 바위들을 파서 들어내고 있었다. 토질은 좋은 편이었지만 큰 바위가 꽤 많이 박혀있어 그에 따른 수맥과 공극(토양 입자 사이의 틈)이 큼으로 인한 지기쇠약이 염려되었다.
게다가 바위가 많은 산의 뒷면이면서 동시에 좌청룡(좌측 산)과 우백호(우측 산)가 부실하기 때문에 담장 주변에 키 높은 나무를 빽빽이 심어 생기의 결핍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날카로운 것은 꺾거나 무디게 하고 엉킨 것은 풀어주어야 ‘풍수가 좋은 사저’가 될 수 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