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정수근(27·롯데)이 행인에게 야구방망이를 집어던진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쌍방 폭행으로 결론나 합의서를 작성한 뒤 귀가조치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정수근은 7월 26일 오전 3시50분 부산시 해운대구 우1동 포장마차 앞 노상에서 시비 끝에 이모씨(23·K대 3년·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게 야구방망이를 집어 던져 왼쪽 엉덩이를 맞혔다. 몇몇 지인과 함께 야식을 먹기 위해 음식점으로 가던 정수근은 이씨와 권모씨(24·회사원·경북 구미시) 등 일행이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어와 말다툼 끝에 멱살을 잡히자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 집어던졌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정수근을 입건해 조사한 해운대경찰서 강영일 경사는 “양쪽이 모두 술을 마신 뒤 싸움을 벌였다. 정수근은 싸우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했지만 이씨와 권씨가 쫓아와 멱살을 잡으면서 폭행사건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양쪽에서 서로 처벌을 원치 않아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수근과 이씨 일행은 해운대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뒤 ‘쌍방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만큼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경찰 조서 후 귀가한 정수근은 “가능한 한 싸움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어와 홧김에 이성을 잃고 야구방망이를 집어던졌다. 물의를 일으켜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올해 자질구레한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정수근은 지난 7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동군 톱타자로 선발출장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해 MVP가 됐지만 무리한 여파로 몸상태가 나빠져 사흘 뒤인 7월 20일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자숙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또다시 음주와 폭행사건에 연루돼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수근은 두산 소속이던 지난해 2월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에도 새벽에 만취상태에서 한인 학생들과 주먹다짐을 벌이고 현지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약식재판에 회부돼 45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심야폭행 파문에 휘말린 롯데 정수근은 7월 26일 오전 전화통화에서 “일이 어찌됐든 새벽 늦은 시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건 경위를 말해달라.
배가 출출해 아는 선배들과 야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길을 가로 막았다. 차에서 내려 비켜줄 것을 부탁하자 상대방 일행 중 여자 한명이 다짜고짜 욕을 해 댔다. 무척 당황했고 그런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 갑자기 화가 나 차 트렁크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거기서 내가 잘못했다.
-늦은 시간까지 왜 거기 있었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늦어졌다. 죄송하다.
-2군에 내려가 있고 팀 사정도 어려운데.
이유야 어떻든 새벽 늦은 시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구단과 동료들에게 죄송스럽다.
●롯데 이상구 단장=부산에서 서울로 열차 이동 중에 보고를 받았다. 직접 (정)수근이와 통화를 해 보지 않았지만 큰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실무자로부터 낮에 일어난 일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인데 늦은 시간에 일이 터져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튼 우리 간판 선수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롯데 양상문 감독=아직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2군에 내려가 있는 기간이고 그것도 심야시간에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서 적당한 징계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