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지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사랑하니까, 괜찮아. 나라원]===
오늘은 흐린 날씨입니다.
농촌에서 흔히 보는 콩꽃, 팥꽃, 도라지 꽃....
그리고 구절초도 그렇고.
저무는 들녘에 억새풀처럼 늙어가기를 바라고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2월의 첫날!
삼월이 속히 오라고 2월은 키를 낮추었나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