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편지] 내년 봄이면 설렘으로 궁금해 하게 될 새 친구를 소개합니다.
★ 1,228번째 《나무편지》 ★
다시 또 목련, 지난 주에 찾아보았을 때 덜 피어난 황목련 종류를 찾아보고 돌아왔습니다. 사월 들어서며 시작한 목련의 개화는 이어집니다. 첫 목련 개화에서부터 거의 세 차례의 주말을 보냈지만, 아직도 꽃잎을 오므리고 봄바람을 엿보는 종류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흰 색 종류의 목련 꽃은 거의 다 시들어 떨어졌어요. 지난 주말에는 붉은 빛깔의 목련들이 한창이었고, 노랑 빛의 목련 꽃들은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것처럼 막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는 수 없이 봄은 목련의 계절입니다.
지난 주말에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거의 한달에 걸쳐 진행했던 ‘목련 축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앞에 적은 것처럼 아직도 목련 꽃, 그 가운데 특히 황목련 종류는 아직 더 피어나겠지요. 하긴 뭐 그게 끝은 아닙니다. 목련 가운데에는 여름에 꽃 피우는 목련도 있습니다. ‘태산목’으로는 불리는 북아메리카 지역 원산의 목련 종류입니다. “태풍 불어올 즈음에 꽃을 피운다”고 이야기해 온 여름 목련입니다. 하지만 이 봄에 목련을 비롯한 봄꽃의 개화 시기를 제대로 가름하지 못한 것처럼 이제 ‘태풍 불어올 즈음’이라는 표현도 바꾸어야 할 겁니다.
일단 태풍이 우리나라에 다가오는 시기도 많이 달라졌잖아요. 태산목의 꽃이 대개 7월 말부터 8월 초쯤에 피어나기 때문에 대개는 태풍 불어올 즈음에 맞이하곤 했기 때문에 했던 말이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여름 태풍보다는 가을 태풍이 더 많이 불어오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태산목 꽃의 개화 시기는 물론이고, 태풍 상륙 시기도 달라졌으니 더 혼란스러운 겁니다. 이제는 그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고, 그러다가 놓치더라도 어쩌는 수 없지 않나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지난 주 중에 찾아본 수목원 숲의 목련 가운데에 가장 눈에 뜨이는 건 노랑 빛깔의 목련 꽃들이었습니다. 활짝 피어난 꽃도 있었지만, 대개는 꽃봉오리 껍질을 내려놓은 노란 꽃송이들이 하늘을 향해 다소곳이 꽃잎을 오므리고 곧추 서 있었습니다. 목련 꽃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꽃봉오리 안쪽의 좁은 공간에 오래 움크리고 있었던 까닭에 꽃잎은 아직 쪼글쪼글했지만, 그래도 귀티 가득한 노랑 빛의 싱그러움이 빛났습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것으로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황목련 종류’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노랑 빛깔의 꽃을 피우는 목련은 백목련 종류나 자목련 종류에 비해 그 종류는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흔치 않은 때문인지 그 존재감만은 여느 목련 종류를 뛰어넘습니다. 더구나 황목련 종류는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더 그럴 겁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황목련 종류만 보여드립니다만, 이 즈음에는 자목련 종류도 참 예뻤습니다. ‘불칸’이나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자목련 종류도 지난 주에 한창이었지요.
주말에 비 내리고, 화려했던 ‘목련 축제’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다시 또 저 아름다운 목련 꽃을 보려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늘 해 왔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나무를 찾는다는 건 곧 ‘마음 속에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이다’라는 겁니다. 태풍과 함께 여름 지나고, 단풍 아름다운 가을, 그리고 엄동설한의 겨울 지나야 다시 목련 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새 봄에 다시 목련 꽃을 만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때 다시 만나게 될 꽃은 지금 내 눈 앞에 피어있는 지금 이 꽃은 아니라는 생각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아. 참! 오늘 《나무편지》 제목에서 소개하겠다고 한 ‘새 친구’를 소개해야 하겠네요. ‘제인’(정확히는 ‘제인플랫’입니다만 내게는 그냥 ‘제인’인)이라는 이름의 별목련입니다. 이 목련은 천리포수목원에 목련이 피어날 때면 나 홀로 조용히 찾아가는 곳에 서 있는 아주 작고 어린 나무입니다. 우연히 그 길을 지나치며 만나게 됐는데, 유난스레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봄 올 때마다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새 친구’입니다. 그래봐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꽃을 만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몇 번만이라도 그리운 옛 친구를 찾는 것처럼, 살갑게 맞이하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 작지만 화려하고, 어려서 더 예쁜 내 친구 ‘제인’입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4월 22일 아침에 1,228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
첫댓글 목련꽃 그늘 아래
까만 단발머리에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은 어린 소녀
손에는 삼중당 문고본 작은 시집..
목련꽃 말만 들어도
떠오르는 4월의 풍경..
아름답습니다
아이고, 정감 가득합니다.
목련종류가 많다는 천리포수목원, 아직 못가봤습니다.
노랑목련은 아직도 피지 않았는데 지금 내리는 비에
설마 그냥 떨어지지는 않겠지요.
별목련 제인도 궁금합니다.
목련피는 봄이 아니어도 한 번은 가보고 싶어집니다.^^
아직 한 번도 안 가셨다니 꼭 가 보세요.
한번 가 보면 아마 해마다 찾으실 겁니다.
지난 월요일 천리포 수목원 숙박 예약했다 비가 종일 온다고해 50프로 손해보고 해약했습니다.
비속에라도 다녀올걸 후회했답니다.
아, 그러셨구나.
저도 꼭 한번은 수목원에 가서 자 보고 싶었는데 아직 실천을 못 했습니다.
@정가네(김천) 천리포 수목원은 단체행사로 여러번 가서 숙박 했는데 가족과 함께 아직 못가봐 이번에 가려 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린레인저 저도 오래 전에 앞의 단체 숙소에서는 한번 잔 적이 있습니다.
아 황목련도 있어요?
전 황목련 물론 보지못했어요 동산이 넓으니 심고싶은 꽃도 심으시고 별목련도 있네요
혹시 일본목련도 있으신가요?
올팤에 구석쟁이에
그 목련이 넘예쁜게 한그루가 있어서 그 꽃 필무렵이면
구석진 그곳을 들여다보러갑니다
에이, 이 글은 제가 쓴 게 아니잖아요.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