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법(28)-맥주 세 병 안주 하나
- 상상도 논리니라 -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상상력은 창조의 원동력이자 해석과 공감의 원천이다. 그만큼 모든 문학작품의 창조와 향수 과정에서 상상력이 차지하는 바는 절대적이다. 따라서 상상력과 미의식의 관계 연구는 수필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 올리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필가는 바슐라르가 제시하고 있는 상상력이 문학적으로 변용되는 과정을 수필 창작 이전에 인식해야 한다. 본고는 물질적 상상력에서, 역동적 상상력으로, 역동적 상상력에서 원형적 상상력 순서로 촉발되는 상상력의 위계 속에서 미의식이 싹튼다는 보여준다.
이 같은 심상의 제시는 인상적이며 참신하고 정서 환기의 효과를 갖게 된다. 수필이 진정한 예술로서 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 단순한 정서 속에 문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이다. 그래서 사랑을 분석하면 그 속에 문학이 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의 모습이 문학적 용어로는 ‘형상성’이다. 사랑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시기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그 사람의 모습이 있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 사람의 모습이 도처에 나타난다. 그래서 눈을 감고 걷거나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건 그 한 사람뿐이다.
문학도 그렇다. 대상을 충만한 애정으로 바라보면, 그것이 또렷한 형상으로 다가선다. 그것을 어떻게 형상화하는가는 기교의 문제이나 대상에 대한 충만한 애정이, 그리고 그 애정이 성숙하여 열정의 단계에 이르는 그 상태에 바로 문학의 본질이 있다. 그래서 진정한 문학은 기교가 대상에 침잠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가란 바로 자연 현상 속에 매몰돼 있는 진리와 미(美), 힘을 새롭게 발견해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 스스로 먼저 열정을 가져야 한다. 인간에 대해 열정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작가 중의 작가이다.
윈체스터는 미적 정서를 문화의 요소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1차적 요소로 봤다. 그리고 사상과 관념까지도 정서화시켜낼 수 있는 정서적 효과의 표준을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정서의 순수성과 적절성(justice & propriety), 정서의 발랄성과 힘(vividness & power), 정서의 지속성과 안정성(continuity & steadiness), 정서의 범위와 다양성(range & variety), 정서의 격과 품위(rank & quality) 등이다. 이 효과는 정서의 조직화며 형성화다. 정서의 구성화인 동시에 화신화의 과정이다. 상상이란 바로 정서의 이러한 과정을 말한다.
상상력은 문학적 글쓰기의 샘이다. 창작이라 함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뒷받침하는 창조적인 글쓰기이다. 그러니까 창조는 상상력을 구체화하고 가시적으로 실천하는 한 가지 d야상이다.
그렇다면 창조적인 글쓰기에서는 무한의 과장법도 상상력의 작업이라고 용납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환상에도 논리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나름대로의 타당한 인과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은 끊없는 호기심과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상상력의 노력에 힘입어 이루어졌다. 그리고 과학공상물은 과학적 상상력이 문학의 상상력을 만나서 태어난 차세대 환상이다.
환상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 기초도 가능성도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환상소설이나 환상영화라고 해도 터무니없는 거짓의 진부함이 지나치면 독자나 관객이 코웃음을 치며 외면하게 마련이고, 그래서 환상적 거짓까지도 현실에 어느 정도는 바탕을 둬야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수필에서야 말해서 무엇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