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는 것처럼 속이 든든해져
올해 내 나이 88세. 지난해 대교구에서 진행한 성경통독 챌린지를 통해 신구약을 2독하고 최고령자로 상을 받았다.
매일 나의 일과 중 오전 시간은 오롯이 성경 읽기에 집중한다. 성경을 읽으면 내 영이 성령으로 충만해진다. 마치 고기를 먹는 것처럼 속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모든 성경의 내용은 다 은혜롭다. 요셉이 형들의 모함으로 노예로 팔렸다가 애굽의 국무총리가 돼 기근의 고통으로 애굽을 찾은 형들을 만나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된다. 신앙생활의 전과 후를 비교하면 내 삶의 차이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편은 서울대에서 트럼펫을 공부할 정도로 수재였다. 연주자였던 그가 1970년대 종로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화재로 충격을 받으면서 사회와 단절했다. 작은 가게를 운영했지만 남편은 7년간 가게 뒷방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안했다.
병든 남편을 위해 버는 족족 한약을 지어 먹였지만 차도가 없었다. 누군가 교회에 가면 남편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으나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러다 어릴 적 다녔던 교회가 생각나면서 교회에 나가면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겼다. 갑자기 나에게 복음을 전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연락받고 찾아온 그는 순복음 구역장이었고 우리 가게에 오자마자 남편이 있는 뒷방으로 들어가 방언으로 기도했다. 구역장은 “내일 우리 집에서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리니 남편을 보내라”고 했다. 남편은 그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는 은혜받고 울었다.
1979년 우리 가정의 신앙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교회를 다니면서 남편은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고침 받았고 나는 교회를 다닌 지 보름 만에 성령을 받았다. 예수님을 만나고부터 표정이 달라지자 가게에 오는 손님마다 “좋은 일이 생겼는지 얼굴이 환해졌다”고 했다.
남편은 믿음이 생기면서 10년 동안 멀리했던 트럼펫을 다시 불기 시작했다. 금요 철야예배, 전도실 봉사, 찬양대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모습을 볼 때면 감사 또 감사했다.
나는 1984년부터 1990년까지는 여선교회, 1990년부터 80세까지는 권사회에서 봉사하며 내 모든 시간을 주께 헌신했다. 받은 은혜가 커 주님께 뭐든 다 드리고 싶었다.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 복을 부어주셨다.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한 세 자녀는 명문대 졸업 후 각 영역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
중국에서 생활하다 이번에 국내 대학에 합격한 친손녀는 엄마(작은 며느리)와 함께 찬양대에서 봉사하고 있다. 변호사를 준비하는 큰 친손녀, 엄마를 따라 교사를 꿈꾸는 외손자까지 하나님은 이전에 내가 상상도 못할 풍요로 내 삶을 가득 채워주셨다.
나는 팔십 넘게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있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말씀을 늘 가까이 두고 매일같이 읽을 것이다. 말씀은 내 삶에 언제나 빛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