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딱걸렸어 2부 129회/ 살해방법

[BLUEBOAT/불루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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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방법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했던 것처럼 기절한다는 것도 마음뿐이었다.

그때는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아 그랬지만 만약, 지금 그렇게 조작했다간 도암으로 부터 아내 죽일 처방은 영영 못 받을 것이 자명했다.

도치씨의 고민은 더 깊어갔다.

이럴 때 쓰는 사자성어가 진퇴양난이라던가? 퇴진불이라던가? 하여튼 도치씨 참 딱하게 됐다.

도치씨가 오천만원 때문에 고민에 휩싸였을 때 도암은 연신 육자를 짚으며 혼자 주문외우는 듯했다. 간간히 도치씨의 안색을 살피느라 주문의 음량을 높였다 낮췄다했다.

아내를 죽여야 하지만 도치씨는 당장 돈 오천만원을 선뜻 약속할 수가 없었다. 꼭 마련하려면 한 가지 길이 있긴 있었다.

동네 수협이나 농협은 아내의 귀 때문에 이용할 수 없지만 어묵공장에서 세블럭 떨어진 은행에서 대출상담하면 쉽게 대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어묵공장에 연계되긴 하지만 대출기한이 끝날 때까지는 이미 아내는 죽어 흙이 되고 말 테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래도 오천만원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아내를 죽이는데 이렇게 거금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도치씨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아내를 죽일 다른 방법을 떠 올리느라 정신 파는 도치씨 눈치를 힐끔 도암이 한 번 더 훔쳐봤다. 이상야릇한 침묵이 흘러 도암의 사무실은 적막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습득한 지식에 의하면 사람을, 특히 애인이나 아내 같은 여자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끌고 호감이 가는 살해방법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아주 자극적이지만 인간애가 묻어 있어 인간적이었고, 또 한 가지 방법은 간단하지만 비인간적이었다.

첫 번째 방법은 위장살인이다. 죽여야 할 상대가 정해지면 가능한 친숙한 태도로 접근한 뒤 미리답사해둔 교통이 혼잡한 도로로 유인한다. 물론 데이트가 제일 손쉽고 타인의 의심이나 법의 공인을 받을 수 있다.

이 방법이 도치씨의 구미를 당기게 한 것은 피살인자를 혼잡한 거리로 유인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대개 살인하려면 한적하거나 인적이 드문 곳을 택하기 마련인데 이 방법은 완전 거꾸로다. 그래서 마음에 딱 들었다.

사전 답사한 인도와 출입구의 고차이가 큰, 길가의 버스정류장이 있는 카페나 식당에서 가능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며 피살인자가 황홀한 분위기에 빠지게 하는 절차도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난 당신 없이 한순간도 숨을 쉴 수 없다든지. 조금 신파적이긴 하지만 그대는 내 인생의 태양이요 달이다. 뭐 이런 식으로 피살인자를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런데 이런 낡은 수법이 잘 안 먹힐 거라고? 천만에 말씀.

시대가 변해도 고전명작이 읽히는 게 왜 그럴까? 원초적인 인간의 감성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원초적인 속성은 뻔한 말인 줄 알면서도 잘 넘어 간다. 입이 삐틀어지고 콧구멍이 들창인데도 아름답다면 자지러지는 게 여자들 속성이다. 거기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덧칠하면 깜빡 죽는 게 여자들 아닌가?

여하튼 피살인자를 화려한 언행으로 녹인 다음 갑자기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한다. 피살인자는 이때 무조건 착각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다 바치고 싶어진 피살인자는 남자가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줄 착각하는 것이다.

이 착각을 적시에 이용하는 것이 이 살인방법의 테마다.

허둥지둥 피살인자를 이끌고 미리 사전 답사한 고도가 불안정한 블록 위를 뛰게 하면 100중100, 보도위에 나자빠질 것이다. 이때 남자도 피살인자와 함께 넘어져야 하는데 이미 계획된 일이라 남자는 넘어져도 안전하다. 물론 조금 상처야 나겠지만 그것이 바로 무죄 포인트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 않으려는 여자는 자신의 체중을 중력에 못 이겨 비틀거리며 구르다 마침내 자동으로 버스나 달리는 화물차에 치어 즉사하게 되는 것이다. 또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잖아? 굴러 넘어질 때 남자가 달려오는 버스 밑으로 자신의 등을 떠밀어 넣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거 해?

완전범죄지.

도치씨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방법을 선택할 의향은 전혀 없었다. 왜냐면 아내의 방만한 체중이 굴러 넘어질 때의 중력에 무게중심을 더해, 구르는 가속을 향상시킬 것은 자명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보험금 문제다. 보험사정인의 예리한 조사가 불안했다. 요즘 보험사정인들은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관들보다 더 예리하고 냉혹하게 조사하니까.

또. 아내를 죽이고 돈까지 챙기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이며 비인간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도치씨같이 마음여리고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판단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잠들었을 때 목 졸라 죽이든 아니면 음식에 독을 타든 또 아니면 때려죽이든 찔러죽이든 그건 아무래도 좋다. 사후처리가 완벽하니까.

죽은 후, 사체처리는 사료공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분쇄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라 정말 깔끔하고 완벽하다. 사체를 여러 토막내야하는 불편함은 다소 있지만, 일단 분해 또는 해체하면 분쇄기로 한 번에 갈아버리면 그만이다. 그 후 처리는 사료로 사용하거나 퇴비로 사용하면 아주 경제적일 수 있으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게다가 도치씨에게 아주 매력인 살인방법으로 마음에 닿은 것은 자신의 어묵공장 분쇄설비가 대형이어서 닥상이었다. 구태여 아내를 토막 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지금 도암의 앞에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 도치씨에겐 이 두 방법 중 어느 하나를 택해도 아내를 직접 살해할 용기와 자신감이 없었다. 첫 번째 방법은 아내가 확실히 버스 밑으로 굴러 들어가게 보조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내의 덩치가 슈퍼헤비급 이상이라 역공을 받을 수 있고, 두 번째 방법은 물고기를 제외한. 파리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작은 간덩이로 도저히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살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혹함과 용기니까.

그래서 도치씨는 답답했고 매달려 믿을 건 도암뿐이었다.

갈팡질팡하는 도치씨의 행동을 면밀히 살피던 도암이 느긋이 말했다.

“왜? 금액이 부담되는가? 내가 좀 더 부담해줄까? 나도 무리지만 내 좋은 인연을 위해 여유 있는 내가 좀 더 보태도 나쁠 건 없지. 암 그렇고말고. 내 좋은 인연의 형편도 들어주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 출발하는데 부조한 셈치지 뭐!”

도치씨는 도암이 너무 고맙고 흥감했다.

험한 일을 당하면 외면하기 마련인 세상인심에.

아직 이렇게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 주는 의인을 만난 적이 없었다. 기회가 닿으면 절친도 뒤통수치거나 눈깔 빼 먹는 세상인데.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난 도암이 이토록 자상하게 베풀어 주는 마음에 감격했다.

도치씨는 도암을 나직하게 불렀다.

감동 먹은 목소리였다.

“도암도사님.”

[김남주]

도치가 아주 나쁜 놈이네요.
아네를 죽이기위해 은행 대출이네 목을졸라죽이네
버스에 치어죽이도록 살인에대한 번뇌
그래서 도암선생님에게, 오히려 감사하다네요.
보험금 타서 도암주려나,세상 말세라는 거지요.
여자가 저런인간하고 사는게 불쌍하네요.

[BLUEBOAT/불루보트]

늦은밤 잠못드셨군요
남편들 한번 쯤은 아내 죽이고 싶었던 적 없었을까요?
아내들도 마찬가질거구요
세상사 사노라면 그런 때가 간혹은 있을 수 있습니다
허지만오늘의 도치씨는 과연 어떤 마음을 먹을지 저도 잘 모르겟습니다
잘 지켜 봐주세요
오늘도 행복한 날되세요

[젠틀맨]

도치가 도암 앞에서 치밀한 살인 을 구상 하네요..
보험금 타고증거 인멸하고 은행 대부 받아서 도암 주고,
안벽한 계획 그대로 실천 할것인가?
자꾸만 의문이 생깁니다.
망서리다 포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BLUEBOAT/불루보트]

이왕 내친김에 실천할것 같네요
저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내야 또 구하면 되겠지만 살인전과 생길까봐서요....ㅋㅋㅋㅋ
오늘은 황사가 잦아 든다니 일하시기 좋을것 같습니다
편한 날 신나는 일만 생기세요

[김일수]

가슴조여가며 읽을수밖에 없슴니다.
어떤 사고를 저질러낼지.
바람난 아네, 자기탓으로 돌려주기를 바랍니다.

[BLUEBOAT/불루보트]

ㅎ
김일수님 마음처럼 저도 그런 생각입니다만 도치씨는 지금 무슨꿍궁이짓하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언제나 처럼 싱싱하고 푸른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