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하다가는 큰 오류에 봉착하게 된다. 아주 가벼운 사안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함부러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요즘 핫한 뉴스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강인 선수가 소속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소식이다. 구단측과 음바페사이의 갈등은 하늘을 찌른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음바페를 스카웃해서 지금의 음바페를 키운 곳이 바로 PSG이다. 음바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자기밖에 모르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정도는 알 것이다. 하지만 지금 PGS와 음바페는 웬수같은 사이이다. 같은 조직아래 존재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서로를 폄하하기에 정신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PSG와 음바페사이에 갈등은 돈때문이다라고 판단한다. 물론 돈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돈도 돈이지만 그외에 여러 사안이 함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바페는 내년 그러니까 2024년 여름까지 PSG와 계약되어 있다. 내년 여름부터 자유계약선수로 계약에서 그야말로 자유스러워진다. 선수가 마음대로 자신이 가고 싶은 구단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복잡한 돈 거래 없이 자유로운 구단 선택과 이동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음바페와 PSG 입장에서는 복잡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일년 더 계약을 연장하든지 지금 구단을 떠나든지 이다. 그래야 구단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에 선수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입장에서는 선수는 자신들의 엄청난 자산이자 제품이다. 그런 제품을 제값을 받지 못하고 공짜로 판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품의 가격이 최고에 달했을때 판매하는 것이 최고의 이윤을 얻는 것은 기업가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선수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몸 가격이 최고조에 달했을때 타 구단으로 옮기는 것이 당연히 합당한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 PSG와 음바페에게는 이것보다 더한 요소가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바로 자존심이다. 음바페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자신이 속한 PSG에 대해 싫은 소리를 질러왔다. 자신은 더 유능하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가겠다고 말이다. PSG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이다. 자기 스스로 마음속에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세계적인 선수가 드러내놓고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날 뿐더러 인성면에서도 개차반이라는 욕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자신이 속한 팀이 싫어도 그들이 함께 마시는 우물에 독을 풀 까닭은 전혀 없다.
자신의 구단에서 가장 능력있고 영향력이 있는 선수중 한명이 공공연하게 구단을 향해 험한 소리를 떠드니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음바페의 그런 소리가 구단의 다른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음바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아니 오히려 선수들을 흥분시키고 갈등을 조장해 분열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그리고 사실 지금 PSG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감독이 바뀌었고 팀의 정신적 리더역할을 했던 메시가 떠나고 네이마르도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고 일부 다른 선수들도 사우디로 부터 비싼 값에 오퍼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단합이 되며 경기가 잘 풀리겠는가.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는 PSG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는 그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PSG 구단 입장에서는 새로 영입한 6명의 신입선수들이 잘 대처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팀 리더가 부재하고 집안이 뒤숭숭한데 무슨 활력적인 플레이가 나오겠는가.
음바페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음바페는 한때 PSG의 최고의 선수였다. PSG하면 음바페였다. 그런데 어느날 브라질의 네이마르라는 선수가 엄청난 돈에 대단한 관심속에 PSG에 입단한다. 음바페 입장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린 10대의 음바페는 축구의 선배인 네이마르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일취월장한다. 그리고 20대가 되자 이제는 팀의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부상이 잦은 네이마르보다 자신의 능력이 더 뛰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축구의 능력은 탁월해도 그에 걸맞는 인성을 교육 받을 기회도 교육을 받을 이유도 없는 음바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음바페의 심정을 알아차린 당시 감독은 음바페 위주로 경기를 구성해 나간다. 좋은 게 좋고 자기 임기안에 분란을 일으키기 싫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런 결과 음바페와 네이마르는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한다. PK를 차는 것에서 그들의 갈등을 잘 알 수 있다. 음바페는 킥력에서 네이마르보다 자신이 낫다며 킥을 독점하기를 원했다. 음바페는 자신을 PSG에 계속 잔류시키기 위해서는 경기뿐 아니라 구단 운영에도 자신이 간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음바페를 잃기 싫은 구단은 그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주었다. 그런 모습들이 구단 선수들 가운데 스페인계 출신들의 심기를 자극하게 되고 급기야 프랑스계와 범 스페인계가 분리돼 따로 움직이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결국 축구의 신이라는 메시도 버티지 못하고 지난 월드컵의 우승의 한을 풀고 그는 표표히 미국으로 떠났다. 메시의 홀가분한 표정에서 그가 프랑스 PSG에서 겪은 그 갈등의 규모를 짐작해 한다.
구단은 고민한다. 고민과 고민끝에 그들은 이제 포스트 음바페시대를 생각하게 된다. 음바페가 없는 것을 가정해 경기장을 주도할 어린 선수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나이 20대 초반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다시 구성하려 한 것이다. 그런 것을 음바페가 모를 리 없다. 그는 분개한다. 팀에대한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자신이 행한 태도는 생각하지 않고 그는 구단탓을 하기에 급급하게 되었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PSG에서 얻을 것은 없다. 구단은 분열됐으며 이곳에서 뛰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수차례하게 된다. 음바페의 마음에는 이곳이 자신의 나라 프랑스의 수도 파리이자 프랑스 최고의 구단인데 무슨 중동의 소국인 카타르 구단주가 자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음바페의 심리속에는 자신이 북아프리카계인 것을 중동의 구단이 얕잡아본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제 단물 빨아먹을 만큼 다 했으니 자신을 방출하겠다고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그는 구단이 행하는 어떠한 제의도 거부하고 있다. 그냥 거부가 아니라 거칠게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아프리카계와 중동계의 치열한 투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음바페와 PSG사이의 갈등과 분쟁은 단지 돈만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축구 선수의 성숙하지 못한 영웅심과 자존심 그리고 돈을 앞세운 구단측의 오만함이 함께 엉켜붙어 해결하기 결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음바페가 구단에게 굴복해 재계약 사인을 하든 타구장으로 방출돼 나가든 그 여파와 부작용은 극심할 것이다. 단순히 돈 문제였으면 너무도 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바페와 PSG가 갈등을 겪는 것은 나와는 전혀 관련없다. 다만 한국의 차세대 대단한 인재인 이강인 선수의 앞날이 걸린 문제이니 한국인인 나 스스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사태가 잘 해결되어 이강인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펄펄 날아주길 기대한다. 이래저래 힘들고 피곤한 한국인들을 위해 그래도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의 선수의 활약상이 피로감과 무력감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더 강조하거나 더 힘주어 말할 필요조차도 없다.
2023년 7월 3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