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기준으로, 광주동성고등학교 투수 한기주는 동산고 투수 류현진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 류현진은 LA다저스 2선발이고 한기주는 어깨 회전근 수술을 앞두고 있어 2005년에나 복귀가 가능하죠.
올해와 내년이 문제가 아니라, '커리어 아웃'까지 우려할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류현진의 데뷔시즌이 워낙 놀라워서 그렇지, 한기주도 첫해 10승에 평균자책 3.26을 찍었습니다
2007년에는 25세이브에 평균자책 2.43
2008년에는 올림픽에서만 부진했을 뿐, 시즌 성적은 26세이브에 평균자책 1.71이었죠.
99.9다, 불기주다 하면서 놀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한기주는 분명 리그에서 손꼽히는 젊은 우완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었습니다.
2010년에는 한 게임도 못 나왔고, 2011년과 2012년도 30이닝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류현진과 늘 [라이벌]로 불렸던 김광현도 사연이 있습니다.
김광현은 2년차이던 0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2.80안쪽의 평균자책을 찍으며 45승을 거뒀습니다.
류현진에 비해 동료들의 도움이 많았고, 데뷔 첫해부터 잘한 류현진에 비해 활약 기간이 짧았지만
김광현은 [젊은 좌완]하면 으레 류현진 바로 뒤에 이름을 올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4.84 / 4.30의 그저그런 성적으로 80이닝 언저리만 던졌고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세를 보이며 컴백했지만 LA다저스 류현진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저는 한기주와 김광현의 기량이 류현진보다 한참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성공적으로 돌아와 데뷔 후 줄곧 건강했던 류현진과
심리적/혹은 육체적 이유로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한기주/김광현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격차가 크죠.
여러분 혹시 경남상고(현재 부경고)의 에이스 김건덕이라는 투수를 아십니까.
제2의 선동열이라는 별명을 얻은 투수였는데
1994년에 '부산에는 김건덕, 서울에는 송신영'이라는 말이 유명했었죠.
경남상고가 화랑대기 5경기를 이기면서 우승할때 4승을 혼자 거뒀던 투수고요
대통령배 부산지역 예선 10경기에 전부 등판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고등학생 에이스들이 대개 그렇긴 했습니다)
(1993년 화랑대기 우수투수상 / 1994년 봉황대기 우수투수상, 이영민 타격상)
이 투수는 94년 세청 대회때 오른손뼈에 금이 갔는데도 마운드에 올라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한양대 진학후 원인 모를 어깨 통증으로 타자 전향.
이후 프로 1군무대에서 뛰지 못하고 군대에 갔는데 방산업체에서 일하다 기계에 손이 찢겼죠
그렇게, [투수 김건덕]은 야구계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합니다
[부상만 없으면]
[시즌 내내 이렇게만 던져준다면]
이용철 해설 위원도 중계중 그런 말을 많이 하죠
[저 선수가, 지금 던진 저 코스의 공을 계속 던질수만 있다면...좋은 투수가 될거다]
[저 타자가, 지금 때려낸 저 공을 앞으로 계속 쳐낼수만 있다면...좋은 타자가 된다]
네, 결국 문제는 그겁니다.
그게 안되니까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가 나뉩니다.
컨디션이 좋을때, 몸상태가 건강할때 잘하는 건 누구나 합니다
그 컨디션을 계속 좋게 만들고
시즌 내내, 그리고 다음 시즌도, 그 다음 시즌도 건강한 것이 어려워서 문제죠.
저는, 서른살 언저리의 투수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사람이 롯데의 장원준입니다.
볼이 많아서 롯데팬들도 [롤러코스터]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한화팬들 중에도 장원준 나오면 '볼질하다 스스로 무너지겠지'하며 만만히 보는 사람 많죠.
그런데 말입니다.
장원준의 데뷔 후 기록을 찬찬히 보면, 그 평가를 달리 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04년 084.2이닝 평균자책 5.63 / 03승 08패
2005년 107.1이닝 평균자책 5.11 / 05승 06패
2006년 179.2이닝 평균자책 3.61 / 07승 12패
2007년 156.0이닝 평균자책 4.67 / 08승 12패
2008년 155.2이닝 평균자책 3.53 / 12승 10패
2009년 162.2이닝 평균자책 4.15 / 13승 08패
2010년 144.1이닝 평균자책 4.43 / 12승 06패
2011년 180.2이닝 평균자책 3.14 / 15승 06패
부산고 에이스 장원준은 순천효천고 김수화와 더불어 2003년도 고교투수 1인자 자리를 다퉜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야구팬이 되신 분들은 김수화가 누군지 모를수도 있습니다.
저는, 장원준이 김수화보다 훌륭한 투수가 된 것이 바로 저 [건강함]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장원준을 3점대 평균자책에 두자릿수 승수 투수로 만드는데 5년이 걸렸고
15승의 에이스급 투수로 만드는데 8년이 걸렸습니다.
저 기간 동안, 볼질도 하고 점수도 많이 내줬지만 어쨌든 선발 자리를 지켰기에 통산 75승 투수가 되고 WBC도 간 거죠
장원준은 소위 '암흑기 롯데'에서 커리어 초반 4년을 보냈는데
구단에서 꾹 참고 계속 선발로 내보내는 와중에 그 로테이션을 다 지켰습니다.
그렇게 5년을 버텨서야 두자리수 선발투수가 됐단 말입니다.
그 건강한 몸이 바로 장원준의 가장 큰 재산입니다.
저는 김태균과 김태완의 근본적인 차이도 사실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는가
그래서, 자기 실력 보여줄 여지를 스스로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
바로 그 차이 말입니다.
운동선수는
건강도 실력입니다.
P.S_데뷔첫해 장원준은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았습니다.
둘째시즌 장원준은 5점대의 평균자책을 기록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했습니다.
결국 5년째에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믿음직한 선발투수가 됐죠.
제가 유창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유창식의 2012년 성적은, 장원준의 2005년 성적보다 괜찮거든요.
첫댓글 아자~! 유창식 파이팅! 한화도 파이팅!~
맞습니다 안다치고 운동하는 것도 능력이죠...근데 안다치는것도 어느정도 타고 나는거 같습니다 유연하지 못한 사람은 부상당하기 더 쉽죠...김태균과 김태완의 차이는 그것도 있는거 같네요
장원준은 폼이 가장 예쁜 선수ㅋ
야구는 역시 폼이 좋아야 안다치는듯
정말 좋은 글 많이 읽고갑니다~~^^
장원준 언급 하셨는데 장원준도 운이 조금 없다고 할까요 2008 북경 올림픽 2010 AG 대회 때는 좌완 선발 로서 류현진 김광현 한테 밀려서 못나가다가 2011년 15승 찍었는데 군입대할 나이 되었고 2012년 런던 올림픾때는 야구가 퇴출 되었죠 그에 비해 양현종은 2009년 기아 우승 하는 바람에 아울러 2010년 잘 던지는 바람에 조범현 감독 하에 AG대표 발탁 병역 해결 했지요 2년 부진하다 올해 또 부활해서 잘 던지고 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건덕...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고등학교 때 정말 잘 던졌었는데...ㅠ.ㅠ
대기만성이란 말이 괜히 있겠어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팬으로서 할수있는 기다림의 아량과 올 한해 무한한
응원을 보냈으면 합니다.
아직은 건강한 선수를 안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기용 방법이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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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강한 선수를 팔을 아작을 내려는 인간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건강 이것도 프로에서는 재산이구나 라는걸 생각하게 해주네요. 강건함이 승리군요. 승리해서 건강함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