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얼음바다로만 알려진 북극해에 때아닌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 광산회사들이 몰려들고 석유회사들은 캐나다 북쪽 맥켄지 삼각주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 모여들었다. 9개국에서 온 과학자들은 1년이 넘게 경쟁적으로 빙하유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폴마틴 캐나다 총리도 북쪽 지역 주지사들을 만나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 8월 12일부터 캐나다 정부가 북극해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극해 인근에 사람들이 왜 모일까. 그 배경엔 캐나다 국내 사정도 있고 국제정치 역학 관계도 있다. 우선 폴 마틴 총리가 북쪽 지역 주를 방문한 이유는 국내 정치 때문이다. 캐나다 북서쪽에 위치한 옐로우-나이프 지역에선 98년부터 다이아몬드 채굴이 시작됐는데, 머지않아 세계 생산량의 15% 정도를 차지할전망이다.
인근에 위치한 3개주 정부에서 각자의 몫을 주장하고 나서자, 총리가 직접 조정에 나선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폴 총리의 북쪽 지역 방문은 국내정치 때문이지만, 군사훈련은 국제정치적 의미를 지닌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과거부터 북극해 인근 해역에 대한 주권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주변국들은 이를 인정치 않아 왔다. 대표적 사례가 북극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 캐나다는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공해로 인정하고 있다.
북극해를 둘러싼 분쟁은 최근 주변 지하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10년 내에 북서항로에 빙하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부터 주변국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북서항로를 이용하면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항해거리가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7000km나 단축된다.
캐나다 정부는 이런 사실 때문에 1895년부터 주장해 온 북극해 주권에 대해 민감해져 있다. 미국은 캐나다 정부의 주권행사를 일축해왔다. 1969년 북극해에서 좌초한 탱커선인 맨해튼호 사건이 대표적 사례. 당시 미국 선박은 캐나다정부의 허가 없이 이 지역을 항해했고, 캐나다 정부는 북극해 인근 160km 해역에 주권을 선포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이후 캐나다 정부는 국제해양법에 의거해 북극해 인근 군도와 해역에 대한 통제권을 주창해왔지만, 미국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1985년에는 북서항로를 통해 북극으로 쇄빙선을 보내기도 했다.
1999년에는 중국도 맥켄지 삼각주 인근에 탐사선을 보냄으로써 캐나다 정부의 주장을 코앞에서 일축했다. 바다항로 뿐 아니라, 알래스카와 캐나다에 걸쳐있는 뷰포트해의 경계선도 명확치 않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이 지역을 놓고 미국과 캐나다가 신경전이다.
캐나다 변호사들은 국제법상 캐나다가 주권을 주장할 근거는 충분하지만, 지금상태로 내버려둔다면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국제사회에서 캐나다 정부의 주장을 무시할 경우를 대비, 2006년에도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