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를 바치느라
산은 절개돼 있었다.
눈발 속에 마주 누운 산도 하늘도
회색빛이었다.
마비된 산기슭은
시가지로 넘어드는 고갯길을
뒤틀어 놓았고
그 위엔 사람들이, 차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눈발이 내리고 또 내리면
시내버스 승강장 표지판 아랜
아주머니 한 분이
사과와 귤을 파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를 등에 업고 앉아 있었다.
상품이라야
선물꾸러미 둘, 낱알 스무 개 남짓뿐
천막도 방풍도 없었다.
바람이 살 속으로 파고 들 때마다
두 손은
연탄불 위로 내려가곤 했다.
등 뒤에서 칭얼대는 남자아인
한 살 반이나 됐을까?
신음소리가 나고도 한참만에야
잊었던 듯 이따금씩
등을 돌리고 허리를 구부려선
아이의 손을
연탄불 위로 끌어내리곤 했다.
바람은 끊임없이 살 속으로 파고들고
눈발은
하나 둘 불어나고 있었다.
날이 설핏 빛을 잃어갈 때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섰다.
털모자에,
낡은 오버에 파묻힌 할아버지
키 작은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서서
손님 대신 짐을 챙겼다.
아주머니는 짐을 챙겼다.
지금 이 시각
애 아빤 어디서 무엇을 챙기실까?
회색빛 산자락에 기대어
눈발과 함께
바람과 함께
시아버지와
아이와 함께
늘 그래 왔던 대로
늘 그래야 되는 것처럼
그렇게 아주머니는
짐을 챙기고 있었다.
첫댓글 중앙선 단양역
수몰의 추억과 함께
고단한 삶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