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덮고 있는 대전역 2등 대합실 입구에서 윤진과 나는 차를 두 잔 자동판매기에서 꺼내들고 문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회색의 균등한 질로 되어 있고 제비들이 타원을 그리면서 날고 있었다.
(중략)
도시는 웅크리고 빌딩들은 척척한 등허리를 움찔거리고 네온사인과 가로등을 달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새들은 신의 무용수처럼 가볍게 그 위를 지나 항구에 잠기고 잠기곤 하였다. 도시에서도 하늘을 보면 아주 넓군요. 참 신기해요. 결국 나 사는 일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애 종이컵에 담긴 미지근한 차를 마시면서 바쁘게 물결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무한히 자유롭고 호젓하게 비가 가두고 있는 공간을 올려다보았다. 몇 분 후 그녀는 갈 것이고 나는 남을 것이지만 몇 백 번이고 사람들은 같이 서 있는 지점에서 떠나고 남는 것이지만 이 우주의 작은 역에서.
첫댓글 경부선 대전역
새들이 날아오르는
우주의 작은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