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훈장관 박민식 몰아내자" 광복회원 일부 집단서명… 배후는 아직 몰라
①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委 당연직 위원서 광복회장 제외한 데 불만
② 백선엽 장군 등 12명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한 것에 반발
③ 이종찬 "1919년이 건국 원년" 주장… 학계 "헌법 만든 1948년이 원년"
"박민식 장관 해임 "총선 공천배제" 주장하며 '박민식 축출' 서명운동
'광복회를 사랑하는 회원 일동' 명의로 연판장… 배후는 알려지지 않아
이바름 기자
입력 2023-08-03 16:38 | 수정 2023-08-03 17:43
▲ 이종찬 광복회장. ⓒ뉴데일리 DB
광복회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해임과 총선 공천 배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100여 명 이상의 광복회원들이 박 장관 해임에 뜻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광복회 주최로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이 개최됐다. 광복회는 1919년이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6월 이종찬 회장 취임 후 광복회의 향후 방향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자리였다. 광복회관 입구에는 '대한민국 105년'이라고 표기한 대형 전광판이 설치됐다.
이종찬 회장은 이시영 이회영 가문의 후손으로 임시 정부 수립이 건국 원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선 건국의 전제는 국민 주권 영토 등을 규정한 헌법의 존재라는 점에서, 7.17 헌법을 제정하고 8.15 정부를 수립한 1948년이 건국 원년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행사를 전후해 광복회원들이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해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박 장관 해임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 원천 배제를 위해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며 '집단 서명'을 받고 있었다.
한 광복회 회원은 행사장에 설치된 단상 마이크를 통해 "보훈부 장관의 망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받고 있다"며 "회원 여러분들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훈부 장관이 광복회장을 상대로 연일 마이크로 방송에 나와 회장님이 나이가 많다" "공적심사위원 배제시키겠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광복회를 패싱하려는 것이다" "저희 회원들이 그걸 묵과해선 안 된다" 등 공개적으로 박 장관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아까 3층 회의장에서 100여 명 이상 되신 분들이 서명에 동참해주셨다"고 했다.
이날 본지가 확보한 '집단 서명' 성명서에는 △박민식 장관의 즉각 해임 △박민식 장관의 차기 총선 공천 원천 배제 △독립운동가 재심사 및 논란이 있는 호국·민주인사들에 대한 공적 일괄 공개·재심사 등의 요구 조건이 담겨 있었다.
집단 서명을 받고 있는 주최는 '광복회를 사랑하는 회원 일동'으로, 지난달 24일부터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한 광복회 회원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해임과 공천 배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내부 성명서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이들은 보훈부가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백선엽 장군 등 12명의 국립대전현충원 온라인 참배란에 게재된 '친일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 문구를 삭제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문재인 정부와 피우진 당시 국가보훈처장 주관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이들 국가유공자 등에 '친일 낙인'을 찍었고 보훈부가 최근 이를 바로잡았으나, 광복회는 이와 반대로 "박 장관이 법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보훈부가 광복회장을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한 사실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보훈부는 지난 3일 관련 운영 규정을 개정해 광복회원들의 폭넓은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광복회장을 공적심사위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하고, 대신 광복회로부터 추천 인사를 받기로 했다.
이는 전임 광복회장들의 상습적인 불참 등에 따른 개선책이었다. 2022년 총 8번 개최된 공적심사위에서 광복회장은 1번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2021년 총 10차례 열린 공적심사위에서도 광복회장의 참석율은 10%였다.
80대 후반인 고령의 나이에 바쁜 업무로 참석이 어려운 이종찬 광복회장을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광복회 측으로부터 인사를 추천받는다는 것이 보훈부의 복안이었다. 이는 박 장관, 이 회장과 논의가 된 사안이라고 박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박민식 장관의 해임 등을 주장하는 광복회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한 채, 박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인신모욕 수준에 가까운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또 성명서에서 박 장관의 행보를 '비정상적 정치행보'라고 혹평하면서 "장관으로서 매우 우려스럽고 부적절한 망언으로 규정하고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들은 성명서에 "박 장관의 행보가 정부 일각에 포진해 있는 극우 인사들의 친일적 역사 의식, 독립 투쟁 역사 죽이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 우려를 표명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에게 요구한다"면서 "3개 요구(박 장관 해임 등)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 행보를 준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바름 기자 right@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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