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때는 조용히 있다가 한 번 진다고 글 쓰는게 꼭 안티 같네요.
근데 늘 토론과 분석은 비판을 토대로 형성 된다고 생각합니다.
KCC와 팀 캐미스트리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현대 스포츠에서 '숫자'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개인적으로 숫자가 가장 발달한 구기 스포츠는 야구이고 농구, 풋볼이 그 뒤를 잇고
축구는 아직 야구나 농구 영역까지는 안왔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말할 것도 없고 농구도 '2차스탯' '세부스탯' 을 기반으로 한 분석이 엄청 납니다.
예전에는 그냥
"이상하게 A선수는 B선수에게 약하다"
"평균득점과 리바운드 스탯은 낮은데 저 선수가 뛰면 팀이 승리한다' 고 해설자들이 고개를 갸웃 거리던 말들을
숫자를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된거죠.
이 이야기는 나중에 KBL의 전문화에 대한 이야기에 써볼까 합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은 이 숫자로도 표현 되지 않는 '팀 캐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팀 캐미는 생각지도 못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이변과 역전도 팀 캐미와 영향이 큽니다.
그 팀 고유의 색깔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2002년 월드컵의 한국축구대표팀이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신화의 한국야구대표팀이 그 예일 수 있습니다.
사실 재능의 영역이 절대적인 농구에서 팀캐미로 인한 이변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장 생각나는게 NBA 댈러스 : 마이애미 파이널 (에이스 노비츠키의 손가락 붕대 투혼) / 디트로이트와 전당포 레이커스의 대결 정도가 뿐이네요. (제가 NBA 역사에 무지할 수 있습니다)
1. 생각보다 '팀 캐미'에 무심한 감독 전창진
KBL 전창진 감독을 세 단어로 요약하자면 '브로맨스' '무빙오팬스' '트레이드' 라고 생각합니다.
전창진 감독은 항상 판을 흔드는 트레이드를 해왔는데 그 역사를 보면 딱히 성공 사례가 없습니다.
좁은 선수풀, 10개팀 밖에 안되는 리그에 항상 빅 뉴스를 주는 고마운 감독이지만 바꿔 말하면
조급하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즌 중 필요에 의한 적재적소 트레이드보다는 선수단을 뒤엎는, 마치 새로운 퍼즐 게임을 원하는 스타일의 트레이드를 많이 해왔습니다.
시즌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었지만 전 전창진과 KCC가 잘할꺼라고 혼자 조용히 예상했습니다.
그 이유가 캐미 폭발 이었습니다.
- 4년만에 복귀하여 인생 명예 회복을 노리는 감독 (가정도 개인의 명예도 모두 잃은 남자)
- 이정현-송교창 두 대들보의 무르익은 기량
- 유현준 김국찬 박지훈 최승욱 등 각각의 스토리로 승리와 출전에 목마른 젊은 선수단
- 이들이 날뛸 수 있는 토대가 될 검증되고 안정된 외인 선수 구성 (시즌 초 메이스+리온으로 가정)
- 외부의 따가운 비판과 꼴지로 뽑히는 평가
누가 뭐래도. 조용히 칼을 갈며 '우리가 세상을 뒤엎어 보자' 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메이스의 합류가 불발 될 때 상위권은 어렵겠지만 그 자리에 멀쩡한 용병만 데려와도(이게 어렵지만) 6강은 가겠다고 느꼈죠.
이렇게 단단히 만들어놓은 팀 캐미를 전창진은 조급하게 한 라운드만에 박살내 버립니다.
팀 캐미와 미래를 위해 과감히 이대성과 라건아를 포기한 유재학 감독을 보더라도 전체의 팀 분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정현 전성기에 우승을 노려야 한다? 기회가 왔다?
제가 느낀건, 4년의 공백으로 조심스레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KBL 수준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 전창진 감독의 조급함입니다. (내 농구가 아직도 먹힌다)
차근 차근 가도 괜찮은데 뜻밖의 미끼를 물어버린거죠.
프로에서 성과를 우선 시 하는건 비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4년간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돌아봤어야 했습니다.
'왜 내가 손을 댔던 대형 트레이드는 다 결과가 좋지 못했는가' 라고요.
내내 말하지만 이정현-송교창을 토대로 도시만 후보로 뽑았던 길렌워터 혹은 로드로 바꾸어주었다면 KCC는 더 활발하고 좋은 농구를 계속하고 있었을 겁니다.
2. 조금씩 체감 되는 4년의 공백
제가 활동하는 사회인 동호회 농구팀에 최근까지 프로에서 뛰던 선수들이 있는데 시즌 초에 물어봤습니다.
'전창진 감독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단시간에 저렇게 선수들을 바꿀 수 있어?'
선수들이 답하더군요.
'프로까지 온 선수들의 버릇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다들 자존심이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대단한거죠. 대체 어떻게 그렇게 습관까지 싹 고치는지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그랬다면 이렇게 일찍 은퇴 안했을텐데, 다만 해라, 하지 마라가 명확하고 디테일한 걸로 알고 있어요. 뛰는 기계가 되는 건데 시즌 초에는 먹히는데 한 번 봐보죠'
전창진 감독이 한창 활약하던 TG-KT 시절과 지금의 KBL이 가장 달라진게 하나 있습니다.
'전력 분석' 입니다.
그 때도 경기 분석관들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제가 앞서 서론에서 썼든 '숫자 싸움'을 각 구단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야구가 MLB처럼 트랙맨 기반의 프런트 야구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게 한 예 입니다.)
무빙 오펜스로 대표되는 기계 같이 맞물려 가는 전창진 감독의 농구가 상대 입장에서 보면,
'많이 움직이잖아~ 너희도 같이 부딪히고 움직여야 될꺼 아냐~' 라는 밑도 끝도 없는 대비책에서
어디서 공을 주고 어디서 스크린을 걸고 컷인을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들어오더라. 우리팀에서는 ~ 선수가 힘이 좋고 활동량이 좋으니 ~~ 막으면 효율적으로 수비할 수 있다.
는 식의 분석으로 대응된다는 겁니다.
사실 KCC 입장에서 KCC만 생각하자면 지난해 기술고문 1년은 전창진 감독과 구단 입장에서 모두 좋았습니다. (그의 복귀에 쓴 꼼수를 찬성한다는게 아닙니다)
아예 농구를 떠나있던 시간들, 특히 현장의 감각을 회복하는데 좋은 시간 이었을 겁니다. 9개 구단의 전력 분석도 하고요. 농구는 시시각각 감독의 개입이 가능하고, 선수를 무한정 바꿀 수 있는 스포츠이기에 감독의 현장 운영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성기인 KT시절에도 전창진 감독은 본인이 판을 짜오는건 훌륭하지만 그 판이 흔들릴 때 대처가 안된다는 평을 받던 감독입니다.
흔들리는 순간 게임 던져 버리고 허허 하고 웃고 있는 전감독의 모습은 많이 봤습니다.
대형 트레이드 좋고, 이대성 라건아 다 좋다 이겁니다.
자신이 예상한 그림이 안 나오자 초보 감독도 아니고 벤치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다 나와요.
'시간이 해결해줄 것' 이 아니라 '뭔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타이밍' 인 겁니다.
어제 경기를 잠시 보자면
1) 세번째 들고온 김시래에 최승욱 맨마킹 붙이는 전략
말했듯이 이제는 각팀이 감독의 감으로 전략을 세우는 시대가 아닙니다. 똑같은걸 세번?
이걸 당하는 팀이 있다면 KBL은 발전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2) 3쿼터 중반 최승욱의 3점이 터지며
55-47. 그 후 LG의 작전타임
저는 이 타이밍에서 경기 터트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그런데 LG는 작전 타임 후 패턴으로 박병우의 3점을 만들
어냈고, 저라면 여기서 바로 작탐을 불러서 수비와 다음 공격 패턴에서 확실히 넣을 수 있는 패턴을 지시하겠습니다. (
매치업 상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송교창을 활용하여)
그런데 이걸 그냥 쳐다보고 있다가 쭉 밀리더니 0-9 런으로 55-56 역전까지 허용하고 끊었습니다.
전 이 두 장면에서 그의 공백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초반이라 두드러지지 않을 뿐 이제 9개 구단에서 전창진 농구의 분석이 끝났을꺼고 약점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대성-이정현-송교창 공존 문제,
신장 제한 폐지 후 위력이 감소된 라건아 (이 부분 역시 이해 가지 않습니다. 전 신장 제한 폐지의 여파가 아니라 드디어 라건아가 퍼진거라 생각됩니다. 라건아는 월드컵에서 유럽 센터들 상대로 20-10 찍던 선수입니다)
여전히 부족한 4번 포지션과
트레이드 한번으로 이제는 약점이 되어버린 수비에서의 에너지 레벨과 매치업 문제
숱한 과제들을 해결하기엔 시즌이 너무 한창이고 전창진 감독의 순발력 역시 현저히 떨어져 있어 보입니다.
전 감독은 '수비는 의지의 문제라 생각한다.' 고 몇일 전에 인터뷰 했습니다. 시즌 초 의지가 충분 했던 젊은 선수층은
'공존'과 '공 소유'를 걱정하는 스타선수들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선수들을 다시 동기부여 시켜 새로운 팀 캐미를 만들어내는 것도 전창진 감독의 일입니다.
아무리 스타 선수들은 풀어 주는게 좋다고 하더라도 롤 분배를 통해 'one
team'은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긴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시즌 초 조용히 칼을 갈며 기대감을 높이던 모습이 아니라,
그저 당황하고 선수단 눈치 보는 팀으로 느껴집니다.
어서 빨리 해답이 나와 시즌 초의 재밌고 시원한 농구를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댓글 및 비판 환영합니다~
첫댓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전창진감독의 장점 중 하나는 적재적소에 디펜스 요원을 배치함과 맨마크시 위치 선정까지 하고 투입시킨다는 점입니다. 수비가 우선 되지 않으면 그날 경기가 본문의 내용과 같게 플랜이 어그러진다 볼수있습니다. 지금 kcc가 자리 잡는 과정에 조합이 맞춰진다면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거라 봅니다. 로드 투입시간을 점차 늘리고 있는데 라건아보단 공격력이 못하지만 흐름이 원활한걸 느꼈습니다. 이대성도 마냥 제어보단 경기흐름상(점수차)에 따라 포인트를 짚어주곤 일임하는 분위기고요. 모든걸 제어하긴 감독-선수와의 관계에서 이야기한 부분이 있어 어려울거 같습니다. 이번 라운드도 헤맬것으로
예상되지만 조합이 꾸려지면 수비 또한 안정적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습니다. 라건아 휴식은 로드 몸상태 올라오는 시기봐서 출장시간 조절할거같네요.
@Awesome kid 로드가 들어올 때 볼 움직임이 더 좋은게 맞습니다. 생각보다 활동량이 34세의 로드가 라건아보다 많아요. 픽 선후의 움직임도 더 많고요. 특히나 세로 수비가 강력하게 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로테이션을 좀 기계적으로 돌리는 느낌이 있는데 조금 더 디테일하게 운영해봤으면 하네요.
@westwing 로드가 아직 출전시간이 적어 말하기 이르지만 쓸데없는 파울도 줄고 (손질,블락 미스) 포스트업에서 자세도 많이 낮췄더군요. 개선점은 트렌지션상황에서 상대 공격팀 선수 간간히 미는 동작 나오는데 여기에 약간만 플랍이 들어가도 유파울 그냥 먹을수도 있겠더군요. 덧붙여 이번에 라건아를 보니 맨마크시 상대선수를 놓치지 않는거지 잘한다라고 말하긴 뭣했습니다. 가로수비가 부족한걸 팀 디펜스로 도와줘야하겠지만 현재 조합 맞추는 과정이라 때마다 들어오는 선수가 달라 그냥 두는거같은데...아직 손볼때가 많아 보입니다.
조이도시와 윌리엄스 수비보다가 라건아 보면 퍼져보일수있지만 그친구는 원래 농구를 그렇게합니다. 그리고 모비스광팬인 제가 볼때 kcc에서 라건아를 쓸줄모르는것같습니다. 공격에서 롤을 더 주지않으면 다른부분에서도 많이 가라앉을겁니다. 그리고 이팀은 국내4번이 없는게 너무 큽니다.
제가 볼때도 비슷한 관점인데,
라건아는 초기 모비스 시절 제외하고
삼성~모비스 거치면서 본인이 공격에서 미들쏘고 속공뛰고 한번씩 풋백도 하고
그러면서 전체적인 텐션이 올라가는 선수인것 같고
또 그것들을 감독들이 용인해주면서 본인의 리듬을 찾았었는데
요즘 보면 전혀 신나보이지가 않더라구요
라건아는 무조건 자기 공격이 잘되고 그리고 많이 해야 팀플도 하고 수비도 더 열심히 하는 선수인것 같습니다
국대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KCC가 얼른 강한 모습을 갖춰서 리그를 더 재밌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