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 수험일기 특: 지가 쓰다가 힘들면 끝냄
언제부턴가 스카 화장실에서 코푸는 사람이 드나들었다.
처음엔 애기가 코 푸듯 큐웅 큐웅~ 소리였는데
어느샌가 뇌까지 빠져나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력한 코풀기로 변모했다.
그 소리는 흡사 은행나무 밑을 쓰는 빗자루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한여름 매미의 지독한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의 콧바람에 휘날려 날라갈까봐 간신히 책상을 쥐어잡는 것 뿐이었다.
자리를 옮기면 됐겠지만,
화장실 옆이 키보드 가능한 좌석이고
나는 꼭 강의를 들을 땐 키보드로 받아적으면서 공부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코에서 나오는 2천만 헥토파스칼의 강력한 풍속을 몸소 겪어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도 키보드를 뚜당거리며 공부를 하다가
갑작스레 두통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너무 오래 고개를 숙였나보다..
내 목디스크가 또 도진 것일거야..
멍청한 나! 조금 더 고개를 들고 당당히 공부하지..! 이 바보가!
두통은 곧 사라지겠거니 싶었지만
그 영문모를 두통은 잠들기 직전 오한으로 바뀌었고
나는 황당하지만
겨울도톰솜이불 속에서 덜덜떨며 쓰러져버렸다.
기나긴 밤을 지나 짹짹 아침.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극도의 고통 속
계란물이 묻혀진 빵 한쪽을 겨우 씹고
걸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친 뒤 병원에 나섰다.
병원 앞에 당도하니
익숙하게도 멋쟁이 양복 신사 둘이 차에서 내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왕초는 어느 병원을 가도 간혹 보이는 양복신사의 정체에 대해서 늘 궁금했는데
그들은 늘 반듯한 머리와 큰 키, 몸에 딱 핏한 수트를 입고
미남미소를 잃지 않으며 카운터를 오고다녔었다.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교?
병원을 수호하는 문지기?
왕초는 신경 쓸 겨를 없이 내과 문을 열고 말았지만
왕초의 눈에 비치는 대혼돈의 카오스. 그곳엔 이미 수많은 환자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돌아가자’
그때,
자동문이 닫히기도 전에 돌아나온 왕초를
누군가 붙잡는 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왕초를 붙잡은 건
럭셔리 양복신사?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앗 아니!!!!!
중년의 아방한 아저씨!!
에?
중년의 아저씨는 돌아서는 날 잡고는 왜 다시 나가느냐고 뭍는 것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나간다는 말을 간신히 꺼냈는데
아저씨는 묘험한 말을 내뱉었다.
-감기?
-...아마도?
-증상은?
-두통, 오한, 콧물
-어디서 옮은건가?
-모루겟는데요..?
-흠..내가 잘 봐줄테니 기다려봐
중얼중얼거리는 아저씨의 말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채
아저씨는 제발 가지말라고 날 꼬옥 붙잡았고, 나도 참으로 웃기기도한 이 광경에
알겠습니다. 내 기다리지요!
호탕하게 웃으며 병원에 들어갔다
만,
5초도 안돼서 후회함
그냥 옆에 조용한 병원 갈걸
ㅋ
하여간 병원은 정말 혼돈스러웠고 독감주사와 독감주사를 맞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아이 학생 아무텅가
그 모든 것의 병원이었다.
그렇게 한참 후 내 이름을 호명한 간호사님이 내게 주신 건
띠용? 진단서가 아니겠는가?
이게 무슨 일이고 하니?
알고보니 자동문 앞에서 얘기나눈 것이 진료를 본 것이고
의사선생님은 하이패스식으로다가 진료실 만남을 패스하고 진단서를 발부해준 것이었더랬다?
미친
아무튼 나는,, 조그마한 고사리손으로 진단서를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아 진짜 자동문 앞에서 진료를 봤다니까
양복신사와 의사.
나는 그 순간만은 영원히 기억하리라 생각했다.
다시 스카로 돌아와 앉아있다가
도대체 왜 나의 면역체계는 나만큼 강하지 못한 것이야?
스스로 한탄하며 공부를 이어나갔고 그러다 문득 또 하나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멀쩡하던 학생이, 화장실을 드나들며 코를 풀다가
도저히 못참겠는지 결국은 집에 가는 것이었다.
이럴수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고뿔에 든 것이로구나.
그 짧은 생각의 틈에도
새어나오는 콧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홀로 콧물과의 싸움을 하다가 그냥 구멍을 틀어막으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진차 못생겼잔하요
몸은 노곤노곤, 머리는 어질어질, 콧물은 드렁드렁
아아…..이제 나는 어떡하지.
나 더이상 공부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닌데 어떡하지.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왕초의 몸에 슬슬 약기운이 퍼지는 걸 느꼈고…..
지금 몸 좀 괜찮아졌다네요?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첫댓글 박원철샘 노동법 후기도 들고 오셨어야죠. ㅋ.ㅋ
박원철쌤이 보면 어떻헤 나 무서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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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탁! 아 그렇구나!!!!!!!!
@후루룩국수 그들의 멋진 미소 뒤엔 아득한 심연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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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웃겨요
ㄱ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다음에또올게요😋
앜ㅋㅋㅋㅋㅋ넘잼써요ㅋㅋㅋ
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저 퐝당했던 하루 어이없지만감내했습니다
이거이거 또다른약의 등장이군요. 아.. 이런얘기 잘못쓰면 이시국이라 안되려나..?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i am 감기약만 먹고있으니 문제될건 없다 이거애요 😏
왕초님 귀여워... 행쟁 만화를 기억하고 있어요ㅋㅋㅋ
애독자가 될거예욧...감기 얼른 나으세요ㅜ.ㅜ
이런 감쥑이..! 행쟁 만화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영광입니다 .. 그나저나 감기 독합니다 독해요. 겨우 나아가고 있습니다 감쥑이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0 _ <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엣취
🥹🥹🥹🥹동그란마음속에 피어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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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지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