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왕의 DNA”… 담임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교육부 공무원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2023-08-10 21:47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 초등학생인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까지 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사무관은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가 있는 아이니, 왕자에게 말하듯이 말하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생활지도를 간섭하는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10일 해당 사무관이 근무 중인 대전시교육청에 조사 개시를 통보하고, 해당 사무관의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사무관 A 씨는 지난해 11월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담임교사 B 씨가 A 씨가 받은 편지에는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반장, 줄반장 등의 리더를 맡게 되면 자존감이 올라가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된다’등 9개 항목의 요구 사항이 적혀 있다.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 A씨가 담임교사 B씨에게 보낸 편지.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제공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A 씨는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강조하며 자신을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가 접수되자 세종시교육청은 B 씨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소송을 이어간 B 씨는 올 5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학교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에선 A 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작성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A 씨는 아직 처분을 이행하지 않았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침해하고, 말도 안 되는 요구와 간섭을 했는데도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는 게 교사들의 현실”이라며 “해당 교사는 아직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즉시 조사반을 편성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는 “A 씨가 근무 중인 대전시교육청에 직위해제를 요청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내 아이는 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 사과… “선생님께 상처가 될 것 생각하지 못했다”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2023-08-14 05:42
“치료기관 자료 일부 전달한 것” 해명
교원단체 “공직 메일로 써 지위 강조”
자신의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며 무리한 생활지도 요구를 하고,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 해제에까지 이르게 한 교육부 사무관 A 씨가 13일 피해를 당한 교사들과 학교 측에 사과했다.
A 씨는 이날 교육부 기자단으로 보낸 사과문에서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래와 갈등이 있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는 등의 다소 황당한 요구를 담임교사에게 전달한 경위에 대해 A 씨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장선생님과 상담 중 관련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해 새 담임교사에게 전달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전후 사정 설명 없이 이메일로 이를 전달해 담임교사가 불쾌했을 것”이라며 “선생님께 상처가 될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교육부 직원이라는 지위를 앞세워 교사와 학교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학교 측에 (아동학대 관련) 이의 제기 과정에서 직장과 6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적이 없어 제 직업이 선생님에게 협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올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내린 서면 사과 등의 처분에 대해선 “조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교원단체는 ‘반쪽 사과’라고 비판했다. 악성 민원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A 씨의 신분은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 상당 부분 알려졌다. 이메일을 학교와 교육청의 공문 전달 등에 쓰이는 ‘공직자 통합메일’로 보낸 것도 자신의 지위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A 씨가 교육부 기자단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배포한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계에선 “사무관이 부처 기자단을 통해 사과문을 배포한 것 자체가 교육부까지 나서 해명을 도와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A 씨를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