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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쿨 LL.M.으로 바로 유학 가면 안 되는 이유:
둘째, LL.M. 학생들이 듣는 수업은 결국 JD 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보통의 미국 로스쿨 수업'입니다.
LL.M. 학생들만을 위한 수업이 따로 있는 게 "전혀" 아닙니다.
절대로 LL.M. 과정을 JD 과정의 상위에 있는 (more advanced) '대학원 과정'으로는 볼 수 없는 단적인 이유입니다.
다만 LL.M. 학생이 JD 1학년 수업을 수강하는 데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습니다. 미국 로스쿨 교육에서 JD 1학년 과목은 전부 필수 과목이고,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과정(foundation)이기 때문에 ㅡ TOEFL 시험만 보고 들어온, 영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 LL.M. 학생들이 많으면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에 ㅡ JD 1학년 과목은 보통 한 학기에 한 과목 이상은 신청하지 못하게 애초부터 막아버립니다. LL.M. 학생이 JD 1학년 과목을 한 학기에 두 과목 들으려면 특별한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LL.M. 학생은 JD 1학년 수업을 아예 한 과목도 못 듣게 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LL.M. 학생들은 (아주 쉽고 부담없는) JD 3학년 과목을 주로 듣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 로스쿨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JD 1학년이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하며, 2학년은 좀 더 쉽고, 3학년이 가장 쉽고 수업 부담도 가장 작습니다. JD 1학년의 수업 방식 때문에 논리적 사고력과 응용력 및 리서치 능력이 발달해서 나중에 어떤 분야에서나 일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JD 3학년 학생들 대부분은 이미 취직을 해결했기 때문에 굳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가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경우엔 종종 결석하기도 하고, 3학년 과목들 중에는 아예 시험이 없거나 기말시험 대신 paper만 한 번 내면 되는, 부담없는 수업들이 꽤 많습니다.)
LL.M.은 그게 전부입니다. 한 학기에 3, 4 과목 듣고, 시험 봐서 학점 받고, 두번째 학기가 끝날 때 간단한 논문 하나만 짧게 써내면 LL.M. 학위가 나옵니다.
(말이 졸업 논문이지, 정상적인 대학원의 학위 논문처럼 교수들이 특별히 심사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하나의 과제물을 제출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고, 교수의 feedback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LL.M.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는 이유는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영어로 고생하시는 한국의 판검사, 변호사님들을 많이 도와드려봤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JD 과정 수업이니, 미국 JD 학생들은 로스쿨을 졸업한 다음에 다시 LL.M. 과정에 진학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죠.
애초 LL.M. 과정에 진학하지를 않으니, JSD 학위를 받을 일도 없는 것입니다.
미국 JD 졸업생들이 LL.M. 과정에 진학하는 경우는 (예를 들어, NYU 로스쿨의 Tax LL.M. 과정처럼) 특별히 전문화된 프로그램으로서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 뿐입니다. (이 NYU Tax LL.M.의 경우에도 해당 분야에서 상당히 경력을 쌓은 세법 전문 변호사들이 주로 지원하며, 1년 과정을 마치고 바로 로펌으로 돌아가지, JSD 같은 거 안 합니다.)
이 외에는 로스쿨 졸업 후 실제로 경험해본 분야가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이 갑자기 생겼을 때 LL.M.을 할 수는 있는데,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새로운 분야로 옮겨서 일하며 배우면 되는 거니까요. 미국인들, 특히 로스쿨 교육을 받은 미국인들은 학교에 오래 다니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요.
미국 JD 학생이 LL.M. 과정으로 진학하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는 3학년 마칠 때까지 취직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이런 일은 꼭 발생합니다. 취직을 못했으니 졸업하기엔 너무 앞길이 막막하고, 그래서 LL.M. 과정으로 진학해서 시간을 1년 더 벌고 학점도 잘 받아서 재도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이 나중에 로스쿨에 다니시게 되면, 심지어 미국인들도 명문 로스쿨에 다닌다고 해서 다 취직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직접 보시게 될 겁니다. 어느 집단에서나 낙오자(loser)는 나오기 마련입니다.
3. 한국인 기준으로 LL.M. 학생들은 주로 현직 판사, 검사, 대형 로펌의 변호사,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대기업 직장인들입니다.
법원과 검찰에서 몇 년 일하면 '해외 연수' 차원에서 나랏돈으로 유학을 보내줍니다. 김앤장같은 국내 대형 로펌에서도 한국 로스쿨 출신의 토종 변호사들을 격려도 할 겸 '해외에 나가 견문을 좀 넓히고 오라'는 취지로 보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미국 변호사들과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내부적으로 경쟁을 시켜서 몇 명만 뽑아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유학 갈 연차가 된 사람들은 퇴근하고 죽어라 TOEFL 시험 공부를 합니다.)
나랏돈 또는 회삿돈으로 이렇게 미국 로스쿨 유학을 가면 반드시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와서 최소 몇 년 이상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동안 지원 받은 돈을 반납해야 합니다. (이것은 일반 직장인이 회삿돈으로 MBA 유학을 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한국 법조인들 99%는 LL.M. 과정을 선택하고, 간혹 그보다 더 들어가기 쉬운 다른 (잡다한) 석사 학위 과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LL.M. 과정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경우, 같은 학교의 다른 과정에 지원하는 것인데, 결국엔 별 차이가 없고 단지 수업 부담만 더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LL.M. 과정에 왜 떨어질까요?
대부분 TOEFL 점수 미달입니다.
LSAT 점수도 아니고 TOEFL 점수.
180점 만점인 LSAT 시험에서 170점 넘는 학생들에게 TOEFL 만점은 "기본 중의 기본"이죠. 그러나 LSAT 170점으로는 Top 5 로스쿨은커녕, Top 10 로스쿨에도 겨우 들어갈 정도입니다. LSAT 170점이 아니라 165점 정도 받는 학생들도 토플 시험은 거의 만점을 받습니다. LSAT 165점으로는 Top 20 로스쿨에도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토플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도 (시험 자체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영어 실력 그 자체는 (원어민은커녕 외국인으로서도) 너무나 평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플 시험에서 만점조차 받지 못하면 로스쿨 교과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특히 로스쿨 교수와 미국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말하는 것도 다 알아듣지를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래서 LL.M.은 "한국 법조인을 위한 고급 어학 연수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 로스쿨에서 JD 학위 외에도 이런 LL.M. 학위가 있으면 미국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이 생깁니다. JD 과정에 지원할 실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겐 아마 이게 미국 로스쿨의 LL.M. 과정으로 유학 가는 가장 큰 장점(merit)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도, LL.M. 학위로는 미국 현지 로펌에 (적어도 변호사로는) 정식으로 취직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visiting fellow"입니다. JSD 학위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JD 졸업생들도 다 취직하지는 못하는 판에, 다른 학위 졸업생들을 미국 로펌이 고려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참고로, 미국 변호사 시험은 (미국인 기준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한 두 달 공부해서 첫 시험에 다 붙을 정도로 너무나 쉽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은 결코 그 사람의 지적인 능력에 대해서 아무런 증명도 평가도 해주지 못합니다.
(합격률로 따지면 미국 변호사 시험은 거의 자동차 운전 면허 시험 수준입니다.)
'어느 로스쿨 JD 과정을 나왔느냐'가 그 사람의 지적인 능력에 대해서 제대로 말해주고, 그 이유는 바로 LSAT 시험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하버드나 예일처럼 명문 로스쿨에 들어가도 ㅡ 그게 JD가 아니라 LL.M. 과정이라면 ㅡ 전혀 특별한 일도, 자랑스러워 할 일도, 존경할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TOEFL 점수로 들어간 것이니까요. 그래서 "미국 로스쿨 유학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JD 학위'가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로스쿨 학위는 JD 외에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습니다.
나중에 국내로 돌아와 한국 로스쿨에서 교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LL.M. 과정을 해서 JSD 학위를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 즉 LL.M.을 일반 대학원의 석사(master's degree)로, JSD를 일반 대학원의 박사(PhD)처럼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분들은 이 블로그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요즘은 한국 로스쿨 교수들 중에서도 미국 로스쿨 JD 학위 소지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설명해드렸듯이, 법학은 실용적인 학문이고, 따라서 실무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며, 미국 로스쿨 교육의 핵심은 JD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설명해드렸듯이, LL.M. 과정으로 유학 가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판사, 검사나 변호사 출신들로서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도 갔다왔고, 직장 경력도 최소 5년은 되는, 최소 30대에서 40대의 유부남, 유부녀들입니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거의 모든 미국인 JD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법 공부를 시작한, 새파랗게 젊은 20대 청년들입니다. 당연히 판검사나 변호사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죠. 군인으로 복무해본 학생도 거의 없습니다.
Don't you find it weird?
How can they share the same classroom?
It doesn't make any sense.
4. LL.M. 과정은 사실 "JD 학생들을 위해서" 만든 과정입니다.
첫째, 어려운 LSAT 시험을 보지 않아도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미국 로스쿨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유인(incentive)을 전세계의 법학 학위 소지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매년 막대한 등록금을 추가적으로 유치(attract)하여 학교의 재정(finance)을 더욱 탄탄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끌어들인 외국 자본(foreign capital)으로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 지원도 하고 미국 JD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는 것이죠.
둘째, 외국인 LL.M. 유학생들이 모두 한국, 중국이나 일본 등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 못하는 국가들에서만 오는 게 아닙니다. 독일, 스위스, 이스라엘, 인도, 필리핀, 싱가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영어에 전혀 문제가 없는 해외 유학생들도 상당히 많이 오고, 역시 그들 중에는 판검사나 변호사들이 많고, 외교관 및 각종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LL.M. 해외 유학생들이 (이제 막 법 공부를 시작한) 미국 JD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JD 학생들보다 한참 앞선) 자신의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know-how)와 통찰력(insight)을 ㅡ 안 그래도 토론식으로 수업하는 미국 로스쿨의 교실에서 ㅡ 적극적으로 공유할 때, 진짜 혜택(benefit)을 받는 사람들은 JD 학생들입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스쿨의 MBA 과정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경력이 꽤 있는 직장인들(professionals)입니다. 그런 사람들끼리 모아놓은 이유는 서로의 다양한 경험과 통찰력을 공유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시너지(synergy)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서로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는 것이죠.
MBA 과정과는 달리, 미국 로스쿨 JD 과정은 직장 경력이 입학의 필수 요건이 전혀 아닙니다. (나이와 경력이 꽤 있는 JD 학생들도 물론 있지만) 실제로는 학부 졸업하자마자 바로 로스쿨에 들어온 미국인 학생들이 가장 큰 비중(segment)을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법과 관련된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 경험(real world experience)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죠.
경험 측면에서 서로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사실 한 교실에 모아 놓고 수업을 하면 안 되는 이 두 그룹을 ㅡ (사실상 법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JD 학생들과 (법 관련 경험이 상당히 많은) LL.M. 학생들을 ㅡ 한데 섞어놓고 수업을 하는 경우, 당연히 JD 학생들은 LL.M. 학생들의 실무 경험으로부터 배울 게 있지만, LL.M. 학생들이 JD 학생들로부터 배울 건 거의 없습니다.
(배울 게 있다면, JD 학생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과 논리적 사고력, 그리고 토론 능력일 것입니다.)
이 글의 첫 부분에 소개해드렸던 하버드 로스쿨 홈페이지의 LL.M. 과정 소개에서 "The diversity of the participants in the LL.M. program contributes significantly to the educational experience of all students at the School."이라고 한 내용을 이제 이해하시는가요?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LL.M. 학생이 JD 학생과 수업을 같이 듣는 것은 (한국의 경우) 경력 5년차가 넘는 판검사, 변호사가 법학과 학부 3, 4학년 대학생들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의 판검사나 변호사가 미국 로스쿨의 교실에 들어오는 이유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이지, 함께 배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Like I said, it's a very intensive ㅡ and expensive ㅡ English language program, especially for Korean lawyers.
자기 돈이 아니라 나랏돈이나 회삿돈 또는 장학금으로 미국 로스쿨 LL.M. 과정으로 유학가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일단 기분은 좋겠지만, 사실은 진짜 주인공인 미국 JD 학생들의 잔치에 돈 대주고 '들러리' 역할이나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어 어학연수 1년 다녀온다고 해서 영어를 제대로 잘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죠?
게다가 미국 로스쿨이 실제로 'language school'은 아니기 때문에, LL.M. 1년 과정 다녀봐야 영어 실력은 늘지 않습니다. 겨우 수업 따라가고, 아주 기본적인 회화 표현 몇가지만 주워듣는 정도일 뿐이지, 이미 영어 실력을 갖춘 상태에서 미국 로스쿨로 유학 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등으로 일하다가 미국 로스쿨 LL.M. 과정으로 유학 온 거의 모든 한국 법조인들이 영어를 못해서 애를 먹기 때문에, 교포 JD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서 과제물(paper)을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교포 학생들로서는 ㅡ 미국 사회에서는 이렇게 가깝게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수준인 ㅡ "조국(fatherland)에서 오신 이런 높으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원래 넘치기 때문에, 그리고 혹시 나중에 한국에 가서 김앤장 등 한국 로펌에서 일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인맥을 쌓기 위해 '이런 높으신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잘 해드리면서 미리 충성하고 친분을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나중에 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들어가기로 할 때 (로펌보다) '이런 높으신 분들'에게 먼저 연락드리고, 그럼 '이런 높으신 분들'은 미국 로스쿨 LL.M. 과정에서 공부할 때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었던 교포 JD 출신 미국 변호사들을 (어차피 자기와 친한 서울법대 동기나 선후배 관계인) 국내 대형 로펌 파트너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며 추천합니다.
Everybody is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