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광화문 ‘달콤한 베이커리’, 그 세 번째 이야기
그래요, 오늘 동아리 모임에 나갔던 건..그를 보기 위해서였어요.
동문 친구들을 통해 늘 그의 소식을 들어왔기 때문에..
1년에 한 두 번 보는 그였지만,
난 여전히 그가 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또한 내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와 같은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구요.
그래서..지금은 아니지만..때가 되면,
그가 다시 내게 손을 내밀어 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의 눈빛이 동문회에서 만날 때마다 늘..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게 나의 착각이었다는 게..오늘 밝혀졌습니다.
평소보다 과하게 차려입은 내 앞에
공교롭게도 그와 그의 예비 신부가 앉았어요.
그런 상황에 자리를 옮겨 앉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서
표정관리에 신경 쓰며..그냥 앉아있었습니다.
나보다 예닐곱 살은 어린 그녀 앞에서
눈가에 주름이 신경 쓰여서..억지웃음을 웃을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무표정한 얼굴로..그들 앞에서 소주잔을 조용히 기울였습니다.
그 때였어요.
그의 어린 예비 신부가 쿨 한 척..물어왔습니다.
“우리 오빠가..잠깐 사귀었던 분이..동아리에 있다면서요?
그래서 그런지..동아리 분들 안 보여주려고 그랬었는데..제가 괜찮다고..
보여 달라고 우겼어요..”
3년이 잠깐이었다니..할 말이 없더군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어요.
그녀는 내가 그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내게 술을 권했습니다.
“아..언니세요? 제가 술 한 잔 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술을 받은 술잔이..흔들리고,
그녀의 당당함에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자리를 우선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잠깐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왔어요.
그대로 집으로 가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내가 더 작아져버릴 것만 같아서..마음을 바꿨습니다.
생각 끝에..케이크를 하나 사서 들어갔어요.
그리곤 그녀에게 “결혼 축하해요..”라는 말과 함께 케이크를 간넸습니다.
나도..그녀만큼 쿨 해 보이고 싶었던 거겠죠.
그러면 덜 작아 보일 것 같아서요.
근데, 더 작아져버린 것만 같은 건..왜 일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잊어주라고,
깨끗하게 잊어주는 게 가장 커지는 거라고...
첫댓글 깨끗히 잊을수 있다면 얼마나좋을까요
아..내가 딱 그자리에 있는거같이 생동감있네요.순간 빠져들었어요..ㅠㅠ아..슬프다..상황이..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