錦瑟(금슬)
李商隱(이상은)
금슬(錦瑟)은 까닭 없이 왜 오십 현인가
현 하나 기둥 하나에 빛나던 시절 그려본다
장자(莊子)는 새벽꿈에 나비에 홀렸고
촉의 망제(望帝)는 춘심을 두견새에 붙였지
푸른 바다에 달처럼 밝은 구슬 눈물로 떨구고
남전(藍田)에 햇살 따뜻하자 옥산(玉山)은 안개를 피우네
이 정 어찌 추억되길 기다렸을까
다만 그때에는 이미 망연했던 것이지
錦瑟無端五十絃(금슬무단오십현), 一絃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望帝春心託杜鵑(망제춘심탁두견).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藍田日暖玉生煙(남전일란옥생연).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只是當時已惘然(지시당시이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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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釋] 금슬(錦瑟)은 왜 하필 50줄인가. 현 하나 하나가 울려 슬픈 음을 연주할 때마다 아름다웠던 과거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마치 장자가 새벽녘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진(眞)과 환(幻) 사이에서 미혹된 듯, 망제가 봄을 아끼는 마음을 두견새에 가탁한 듯 서글프다. 또 푸르고 넓은 바닷속의 밝은 달처럼 환한 진주는 인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요, 남전 옥산에 햇빛이 따뜻하게 비추자 옥에서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이러한 마음이 어찌 오늘에야 추억이 된 것이겠는가. 그때에 이미 이런 나를 생각하고서 망연자실했던 것이다.
감상(鑑賞)
죽은 아내가 남긴 비단 무늬가 새겨진 슬 악기를 보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읊었다. ‘아내가 살았을 때 켜던 슬의 쉰 줄과 그 받침대 하나하나마다 지난날 아내가 살았을 때의 청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의 나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혼미하던 그대로요, 망제가 임금 자리를 내어주고 두견새에 마음을 의탁하던 심정과 같은 상태이다. 아내 또한 보름밤이면 눈물 흘리는 진주가 되어 있거나, 남전의 옥이 연기되어 사라지듯 신선 세계에 들어가 있으리라.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어찌 추억이라 할 수 있으랴마는, 아내가 살았던 그 당시의 일도 흐리멍덩해지니 나는 이미 늙어버린 것이다.’ 頷聯(함련, 3~4구)과 頸聯(경련, 5~6구)은 각각 좋은 對句(대구)요 고사의 적절한 활용이라 하리라.
[네이버 지식백과] 금슬 [錦瑟] - 비단 무늬 슬 (한시작가작품사전, 2007. 11. 15., 국학자료원)
[解題] 이 시는 첫 구의 두 자를 제목으로 삼았는데, 시의 내용상 ‘錦瑟(금슬)’ 자체를 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無題(무제)’ 시의 한 유형으로 보기도 한다. 이 시는 이상은(李商隱)의 만년작 중 손꼽히는 작품으로, 그 내용에 대한 해석이 오랫동안 분분하였다. 즉 도망시(悼亡詩)나 애정시(愛情詩), 영물시(詠物詩)로 보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슬퍼한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이 작품이 만년작이라는 것과 시인의 인생역정과 정치적 불우함을 고려하여 이 시에 표현된 정서를 살펴보면, 후자의 설이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즉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50현의 금슬을 통해 그 현 하나 하나에 자신의 고단했던 삶을 표현하고 지나간 옛 시절을 돌아본 것이다. 3·4·5·6구는 모두 전고를 사용하여 형상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1·2구는 50현 금슬로 시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3구에서 6구는 삶에 대한 회상을 모두 전고를 통해 표현하였다. 즉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으로 지나간 인생이 꿈과 같음을, 나라 잃은 망제가 두견새가 되어 울었다는 고사로 자신의 회재불우(懷才不遇)를 나타내었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진주와 안개에 가려진 옥산 역시 재주를 펼칠 수 없었던 자신의 삶을 기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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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역주1> 錦瑟無端五十弦(금슬무단오십현) : ‘錦瑟(금슬)’은 장식한 비파이다. ‘無端(무단)’은 이유가 없다는 말로, 감탄사로 보기도 한다. ‘五十弦(오십현)’은 비파의 현이 예전에는 50현이었으나, 후에 25현으로 바뀌었다. ≪史記≫ 〈封禪書(봉선서)〉에 “태제(太帝)가 소녀(素女)에게 50현의 비파를 타게 하였다. 그 소리가 슬퍼서 태제가 멈추게 하였으나 그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 비파를 부수어 25현을 만들었다.[太帝使素女鼓五十弦瑟 悲 帝禁不止 故破其瑟爲二十五弦]”는 내용이 보인다.
역주2> 柱(주) : 비파 위에 현을 걸 수 있게 한 받침대(기러기발)로, 현마다 받침대가 있다.
역주3>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 ‘莊生(장생)’은 장자(莊子:莊周)를 말하는데, 이 구절은 장자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莊子≫ 〈齊物論(제물론)〉에 “옛날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훨훨 나는 나비였다. 스스로 뜻에 맞는다고 여겨, 자신이 장주인 것을 몰랐다. 갑자기 깨고 보니 놀랍게도 장주가 되어 있었다. 알지 못하겠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가?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되었던가?[昔者 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 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라는 내용이 있다. 이 구절은 자신의 삶이 虛幻한 꿈처럼 되었음을 말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죽은 부인이 나비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胡蝶(호첩)’을 장자의 전고와 무관하게 애정에 관련된 시어로 보는 설도 있다.
○ 장자 제물론 <나비의 꿈> 참조 :
나비의 꿈 (胡蝶之夢)-장자 제2편 제물론 제..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역주4> 望帝春心托杜鵑(망제춘심탁두견) : ‘望帝(망제)’는 촉(蜀)나라의 왕인 두우(杜宇)를 말하는데, 두우는 나라를 잃고 죽어서 혼백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春心’은 여기서는 봄을 아끼는 마음인데, 자신의 지나간 청춘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다. 이 구절은 시인이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여 망제처럼 두견새의 서글픈 울음에 시름을 의탁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죽은 부인이 두견새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역주5>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 ‘滄海(창해)’는 큰 바다이다. 옛사람들은 바닷속 진주가 둥근 것과 보름달을 관련지어 생각했으므로, ‘月明’을 ‘珠(주)’와 연관시켰다. ‘珠有淚(주유류)’는 ≪博物志(박물지)≫의 “남해 밖에 인어가 있는데,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산다. 길쌈을 멈추지 않는데, 그 눈에서는 진주로 눈물을 흘린다.[南海外 有鮫人 水居如魚 不廢織績 其眼能泣珠]”라는 내용을 말한다. 이 구절은 자신의 재주가 쓰이지 못한 것을 둥근 진주가 깊은 바다에 잠겨 있는 것에 비유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부인의 죽음을 슬퍼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역주6> 藍田日暖玉生煙(남전일난옥생연) : ‘藍田(남전)’은 藍田山(남전산)인데, 유명한 옥 생산지이므로 玉山으로도 불린다.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남전현(藍田縣)에 있다. 사공도(司空圖)의 ≪與極浦書(여극포서)≫에 “대용주(戴容州:叔倫)가 ‘시가의 정경은 남전에 햇빛이 따뜻해지자 美玉에 안개가 일어나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눈앞에서는 볼 수 없는 것과 같다.[戴容州(叔倫)云 詩家之景 如藍田日暖 良玉生煙 可望而不可置于眉睫之前也]’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구절은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을 옥산의 안개가 일어나는 것에 비유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부인을 옥산에 묻은 사실을 나타낸 것으로 보기도 한다.
○ 藍田(남전) : 선녀 西王母(서왕모)가 사는 玉山(옥산)으로 옥의 명산지임.
○ 玉生煙(옥생연) : 옥이 연기로 됨. 吳(오) 나라 임금 夫差(부차)의 딸 紫玉(자옥)이 侍僕 韓重(시복 한중)을 사랑했으나 왕이 허락하지 않아 애태우다가 죽은 뒤에 옥이 되어 따뜻한 볕에서 연기로 화하여 사라지더라 하는데, 신선 궁전에서 잔심부름을 했다고도 함.〈錄異傳〉
역주7> 此情(차정) : 3·4·5·6구에서 전고를 통해 말한 네 가지 情, 즉 미환(迷幻)·애원(哀怨)·청료(淸寥)·허묘(虛緲)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역주8> 惘然(망연) :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넋을 잃어 멍한 모양. 망연(茫然).
본 자료의 원문 및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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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李商隱, 원화 7년(812년) 또는 원화 8년(813년)~대중 12년(858년))은, 중국 당나라의 관료 정치가로 두목(杜牧)과 함께 만당(晩唐)을 대표하는 한시인이다. 자는 의산(義山), 호는 옥계생(玉谿生) 또는 달제어(獺祭魚)이다. <위키백과>
[출처] [당시삼백수]금슬(錦瑟)-이상은(李商隱)
[출처] [당시삼백수]금슬(錦瑟)-이상은(李商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