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제의 감동이 남아있군요. 간단한 리뷰와 함께 울 나라의 폴란드전 승리에 대해 호주 언론과 중계는 어떠했는지 남겨보겠습니다.
호주는 축구중계를 할 때 축구전문 캐스터가 단독으로 중계를 합니다. 따라서 신문선-송재익 같이 무의미한 수다파티나 만담은 없고 그냥 계속되는 경기의 흐름을 전해주는데 집중합니다. 물론 전문 해설가가 없어 작전이나 진영에 대한 분석, 전체적 흐름을 그때 그때 정리하는 게 부족하긴 합니다만 대신 하프타임 때에 전문가들이 정리를 어느 정도 하는 편입니다.
폴란드전이 시작되기 전에 축구중계 방송에서는 한국의 선전이 예상된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1. co-host 공동개최국이고 2. 세계적으로 알려진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여 충실히 실력을 쌓아왔고 3. 그 결과로 잇다른 평가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기에.
어제 한국 중계를 맡은 캐스터 David Smith (이름 참 평범하죠? 한국식으로 하면 김철수 정도) 는 울 나라 대표팀에 대해 꽤나 상세히 알고 있더군요. 다섯번이나 연속으로 월드컵에 진출했으며 매회 한 경기 이상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며 그 예로 94 미국 월드컵 때 독일과의 경기를 얘기했습니다. 갠적으로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할 정도로 휼륭한 경기였고 시간이 더 있었다면 독일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거라며. 또 다섯번 연속으로 진출했기에 이제 경험부족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고 그래서 승리를 해야 할 거라고 말합니다. 모든 식당과 학교가 문을 닫고 이 경기를 기다려왔다고 하네요.
선수들에 대한 소개는 주로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등 국제경험이 많은 노장들에 집중되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한국의 national hero고 황선홍의 경우 인터네셔널 경기에 97회 출전, 49골을 기록 중인 master of korean team이라고 하더군요. 홍명보 역시 12x회 이상 국제경기에 출전했고 팀의 캡틴으로 수비를 이끄는 노련한 선수라고.
후반 들어서는 송종국에 대해 잠깐 언급하며 유럽 리그에서 뛰고 싶어하고 테스트를 받았다고도 하네요. (테스트 받았었나요?)
자, 드뎌 전반부터 폴란드를 제압해가던 울 나라 팀에서 드디어 황선홍의 멋진 논스톱 왼발 슛이 터졌습니다! 이 캐스터 말하길 It finally happened from the master's foot!.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폴란드 선수들보다 한발 앞서 볼을 선점하는 것을 칭잔하며 특히 유상철이 공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프 타임... 축구 선수 출신의 해설자 두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분석에 들어갑니다. 두 사람 역시 황선홍의 왼발슛이 fantastic strike (뭐 이런 표현은 거의 관용적이긴 합니다만) 라고 표현하며 마크가 없어서 시간과 공간이 있었는데도 본능적으로 제대로 차넣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유상철이 폴란드 선수들과 거칠게 볼을 다투며 빼앗기지 않는 것을 보여주며 이 선수는 he was just superb 그야말로 superb 하다고 공수에서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하더군요.
그리고 후반... 유상철의 멋진 중거리슛! 으하하! 후반에 들어서도 한국 선수들이 수비 위주가 아니라 공격적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볼을 다투자 "They are everywhere! Whenever the ball goes around Korea always gets it first." 라고 하네요.
황선홍이 교체되고 안정환이 등장했습니다. 관중들 안정환이 모습을 보이자 환호하고 호주 캐스터 "Here comes the golden boy!"라고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대표팀 중 유럽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선수고 속칭 영스타이기 땜에 자료를 파악해둔 것 같습니다. 골 세리모니가 반지에 키스하는 거며 레이디 팬들을 몰고 다닌다고 말하더군요. 아마 한국 젊은 선수 중 최고인기 선수로 생각한 듯 합니다. 이천수가 들어와 볼을 몰고 페널티 라인으로 빠르게 치고들어가고 관중들이 환호하자 안정환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다가 이천수란 걸 알자 안정환이 아닌데 저렇게 인기가 있다는 게 가능한지 몰랐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외국 언론들은 유럽 리그의 수준을 잘 알기 때문에 유럽리그에서의 활동을 최우선으로 꼽으니까 안정환에게 점수를 상당히 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차두리가 교체로 들어왔을 때는 자료부족인지 차범근의 아들이란 걸 소개안하더군요. 차붐의 아들이란 것 땜에 외국에서 꽤 알려졌는데 의외였습니다.
키퍼 이운재가 오늘 한가하다며 어쩌다 폴란드 선수의 슛이 날아와 간단히 잡아내는데 관중들이 환호하자 울 나라의 응원이 엄청나다며 저런 심플한 캐치에도 환호하고 있다고 하네여.
자, 드뎌 감격의 경기가 끝나고 호주 축구방송은 한국의 압도적 승리였고 They deserve this historic victory라고 하며 outstanding performance 라고 칭찬하네요. 굉장히 스피디하고 유럽 국가들이 보고 배워야 할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신장이 작은데도 공중볼을 다투는데 전혀 밀리지 않았다고 지적하고요. 게임 MVP는 황선홍, 두데크를 누르고 유상철이 차지했습니다.
경기내용도 좋았고 무엇보다 승리해서 좋았고 또 호주의 중계 태도도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이름을 꼬박꼬박 풀네임으로 부르면서--발음도 신경쓰더군요--자기가 풀네임으로 부르는 건 한국 팀에 김씨가 몇 명, 박씨가 몇 명, 이씨가 몇 명 등등 중복되는 성이 많아서 풀네임으로 부른다고 하네요. (기특하기도 하지) 안정환등을 빼고는 이름이 비슷비슷하다고 합니다.
쓰다보니 좀 횡설수설이 되었군요. 자, 울 나라가 미국을 3:0으로 깨버리고 당당히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길 기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