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인기 흥행 SERIES
1. 국내 배드민턴 인기 악재의 주범, 알고 보면 BWF
2. 한국에서는 왜 코리아오픈 밖에 열리지 않는 걸까?
3. 배드민턴, 돈 버는 스포츠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
아시아에서만 인기 있는 배드민턴, why?
우스개 소리입니다만... 중국 여자 중에서 가장 갑부는 은퇴한 운동 선수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워낙 인구가 많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하죠. 그런데 그 장벽을 넘고 국가대표가 되면 세계 무대에서는 굉장한 실력자가 자연스레 돼 있다고 합니다. 10대, 20대에 바짝 운동해서 대회 출전하고, 좋은 성적 거둬서 많은 상금을 쓸어 담으면 은퇴 후의 삶은 부귀 영화가 따로 없다고 하네요. 실제로 탁구나 배드민턴처럼 중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종목의 경우, 여자 선수들이건 남자선수들이건 은퇴 후,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이 팩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중국 최고의 스포츠 재벌이 린단이라는 소문이 들리고 있으니 허언일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뿐일까요? 배드민턴 강국인 동남아시아 국가(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경우, 배드민턴에서의 성공은 남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총상금액이 유사 스포츠인 테니스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동남아시아 국가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꽤 큰 목돈이라고 합니다. 상금을 협회와 분배하는지, 아니면 개인이 모두 수령하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발탁 돼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게 되면 추후 생활은 윤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한다면 말 그대로 갑부가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의 경우만 봐도(사실 한국의 경우밖에 모르긴 하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연금 포인트 쌓죠, 국가 포상금 받죠, 각종 광고 찍죠, 소속 팀 보너스 받죠, 명예는 명예대로 얻으며, 방송 출연의 기회도 얻을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우픽 히다얏은 인도네시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타우픽은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 하나를 포상으로 받았다고 하니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에 목을 매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아권 배드민턴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우승으로 인생 역전! 타우픽 히다얏
<사진 = http://www3.pictures.gi.zimbio.com/Olympics+Day+8+Badminton+EVRZxrJolpGl.jpg>
그런데 이러한 인식은 그냥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시아권 선수에게는 꽤 큰 목돈이라고 하지만, 서구권 선수들에게는 그다지 큰 돈이 아니라는 거죠. 결국 서구권 선수들이 굳이 배드민턴 대회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구권에서는 운동선수들이 다른 종목으로 성공하면 돼요.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은 조금 더 큰 공을 다루는 운동(야구, 농구, 배구, 핸드볼 등)을 하면 되고, 순발력 좋고, 달리기 잘하고, 발재간 좋은 선수들은 축구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성공하는 것이 돈을 더 잘 벌 수 있거든요. 굳이 라켓스포츠가 하고 싶거든 테니스로 성공하면 되죠. 어차피 서구인들의 체형에 더 적합한 운동은 배드민턴이 아닌 테니스이기 때문입니다. 배드민턴을 아무리 잘 해도 기존 아시아권 선수들의 벽을 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서구권 선수들에게 있어 상금은 선수의 동기부여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상금 확대 = 돈기부여!
지난 Series 1탄에서 파이산 랭키시포 세계연맹 사무총장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 양반이 했던 말들을 조금 더 소개하겠습니다. 아시아연맹이 아니라 세계연맹 사무총장인 만큼 이 양반은 배드민턴의 세계화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것보다도 실행이 어렵다는 겁니다. 아시아 선수들의 독주 형태가 고착화된 지금, 서구권 국가의 관심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인데, 경기력적인 부분으로는 전혀 손댈 수가 없는 상황이죠. 만약 아시아 선수들에게 제한을 둔다면 그건 형평성의 역차별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가 제시한 것이 바로 상금입니다. 파이산 사무총장은 "대회 상금을 테니스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했어요. 테니스 메이저 대회는 4개(호주오픈, 윔블던오픈,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 US오픈)죠.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는 5개에요. 하지만 5개 대회 총상금을 합해도 테니스 메이저대회 1개의 총상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만큼 상금 차이가 꽤 심해요. 상금을 늘린다면 당장에야 아시아선수들이 가져가는 금액이 많겠지만 차차 서구권 선수들의 관심은 늘어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는 굉장히 설득력 있는 주장임에는 분명해요. 관심을 키우는 방법은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죠. 2011년 역대 최다 총상금을 걸었던 코리아오픈(120만달러)은 다시 100만달러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대회에서는 100만달러를 거는 곳도 없어요. 60만달러(인도네시아오픈)가 2위 기록입니다. 적어도 500만달러 정도는 돼야 된다고 보거든요. 현재는 택도 없죠. 그런 상황입니다. 서구권 국가의 배드민턴에 관한 관심도는 여전히 작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스폰서 시장의 확대, 대중의 관심 증대 효과
스폰서 현황도 마찬가지에요. 스포츠 용품 업계 중 가장 많은 TV광고를 쏟아 붇는 회사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정도일 겁니다. 이들의 주력 상품은 기본적으로 축구, 농구와 같은 구기종목이지만 테니스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배드민턴은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요넥스는 라켓스포츠로 유명한 브랜드인 것은 사실입니다. 배드민턴 말고도 테니스, 골프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니 말이에요.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빅터는 배드민턴만 다루고 있다고 봐야겠죠. 최근 중국의 종합 용품사로 시장을 왕성히 넓히고 있는 리닝을 다른 종목에서도 서서히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 시즌, 박주영의 소속팀이었던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의 셀타비고 유니폼 후원이 리닝이었다는 것은 배드민턴 팬이라면 알고 계실 겁니다.
셀타비고 유니폼 후원은 리닝(사진 박주영) ⓒ 스포탈코리아
반가운 소식은 아디다스가 배드민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까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배드민턴 시장에 스포츠 대기업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기분 좋은 뉴스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디다스의 기술력에 대해 선수들이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유명 선수들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요넥스는 리총웨이, 리닝은 린단, 빅터는 이용대 정도가 대표적인 모델 선수라고 볼 수 있겠는데, 상품 홍보력이 뛰어난 실력 있는 선수와의 스폰서십 체결 여부에 따라 아디다스의 배드민턴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첫 아디다스 런칭 모델, 이재진(밀양시청) ⓒ 배드민턴코리아
배드민턴의 세계화, 돈 버는 스포츠일 때가 가장 이상적
파이산 사무총장의 말도 그렇고, 스폰서 현황도 그렇고, 결론은 배드민턴이 돈 버는 스포츠로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에요. 기본적으로 배드민턴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는 블루 오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는 아직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갖춰지지 않았고, 북미와 유럽 시장도 아직 충분히 공략할 수 있어요. 문제는 어떻게 공략하냐 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현재 배드민턴 자체의 경기력과 대회 운영에 있어서는 더 이상의 발전을 요구하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를 늘리든지 아니면 전세계적인 관심을 늘리든지 해야 합니다. 선수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상금이라는 확실한 당근을 주면 되는 것이고요, 전세계적인 관심을 늘리기 위해서는 용품사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메이저 용품사들이 배드민턴에 조금 더 관심을 보인다면 그 효과를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눠 먹을 파이가 작으면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 파이를 키우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관심 확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드민턴의 세계화, 돈 버는 스포츠로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