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33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에 제1장은 성경에 관한 내용입니다. 총 10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항까지 살폈으니 오늘은 4-7항까지 그 각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1장의 10항이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다시 확인하면 이렇습니다. 1항은 일반계시의 유용성과 한계를 설명한 뒤 특별계시의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하나님의 특별계시로 주어졌고 그 후에는 또 다른 어떤 특별계시도 종결되었다고 확언합니다. 2항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성경은 신구약 66권이며 믿음과 생활의 유일한 기준과 법칙이라고 밝힙니다. 3항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되지 않은 외경은 정경이 아니기에 교회에서 어떤 권위도 없으며, 사람의 다른 글들 이상으로 달리 인정하거나 사용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제4항과 5항은 성경의 자증성을 다룹니다. 4항은 성경이 왜 하나님의 말씀인가에 관한 설명이고 5항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를 다룹니다. 6항과 7항은 성경의 필수교리와 명료성에 관한 내용이고 8항은 구약은 히브리어, 신약은 헬라어로 기록된 성경은 원본은 남아있지 않고 사본만 존재한다고 밝힙니다. 그러나 사본도 하나님의 섭리와 특별한 보호로 보존되었기에 충분히 신뢰할만하다고 강조하면서 각 나라의 일상 언어로 번역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9항과 10항은 모든 종교적 논쟁의 최종적 권위를 갖는 성경을 해석할 때 가장 정확무오한 법칙으로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가르쳐줍니다. 오늘은 4-7항까지의 내용으로 성경의 자증성과 명료성이라는 특성을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제1장 성경
4항. 성경을 믿고 순종해야만 하는 권위는 어떤 사람이나 교회의 증거가 아니라 저자이고 진리 자체이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5항. 우리는 교회의 증거로 감동과 인도를 받아 성경을 높게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또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풍성하게 자증하는 논거로는, 내용의 천상적 성질, 교리의 유효성, 문체의 장엄성, 모든 부분의 일치,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전체의 의도, 구원의 유일한 길을 완전하게 전개하는 방식, 비할 바 없는 수많은 탁월성과 성경의 전적 완전성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오한 진리와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한 완전한 설복과 확신은 말씀을 수단으로, 또한 그 말씀과 더불어 우리 마음에 증거하시는 성령의 내적 사역에서 온다.
6항. 하나님의 자기 영광과 사람의 구원 그리고 믿음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모든 일들에 관한 하나님의 협의 전부는 성경에 명시적으로 기록되어 있거나, 합당(선)하고 필연적인 추론을 통하여 성경에서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성경에다 성령의 새로운 계시이든 사람의 전통이든 어떤 것이라도 어느 때에라도 덧붙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씀에 계시된 바를 이해하여 구원에 이르게 하는 데에 성령의 내적 조명이 필수불가결함을 인정한다. 또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 교회의 치리, 인류의 행위와 공동체에 공통적인 사안 등은 항상 준수해야 하는 말씀의 일반 법칙들을 따라, 본성의 빛과 신자의 분별력으로 규정해야 한다.
7항. 성경에 있는 모든 것은 자체로서 똑같이 명백하지도 않으며 만인에게 똑같이 분명하지도 않다. 그러나 구원을 위하여 반드시 알고, 믿고 준수해야 할 바는 성경의 여러 곳에 아주 분명하게 공표되었고 열려 있기 때문에 배운 자든 못 배운 자든 통상적인 방편을 합당하게 사용하여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해설
1. 4항은 성경의 권위가 어디서부터 발생하는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성경을 믿고 순종해야만 하는 권위는 어떤 사람이나 교회의 증거가 아니라 저자이고 진리 자체이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증거를 성경 스스로 증언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2. 만약 성경의 권위가 성경 밖에 있다면 사람의 이성과 교회의 판단이 성경의 권위를 좌우할 것입니다. “내가 성경을 읽어보니 하나님의 말씀이 맞다”라고 판단하면 나의 이성이 성경을 판단하는 기준이고 “교회가 그렇게 가르쳐 주니까 그렇게 믿는다”라고 하면 교회가 성경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 이성과 교회의 판단이 성경의 권위보다 우위에 있게 됩니다. 그러나 성경의 권위는 성경 밖의 증거보다 성경의 저자이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며 성경 안에는 하나님께서 스스로 성경을 기록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 있으므로(딤후 3:16-17, 벧후 1:20-21) 우리는 이성과 교회의 판단보다 성경의 권위를 더 위에 두어야 합니다.
3. 이를 성경의 자증성이라고 합니다. 거짓의 아비인 사탄은 에덴동산에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게 하고 말씀의 권위를 의심하도록 만들어 왔지만(창 3:1), 성경이 신적 근원을 가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은 성경의 자증성(自證, autopistis)으로 분명해집니다. 성경의 원 저자이신 성령님은 성경이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계시임을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성도 안에 조명하십니다(고전 2:11; 엡 1:17). 성경의 내용이 진실하다는 사실은 사람이 역사적 증거를 확보하거나 문학적으로 본문을 분석하는 성공 여부에 달려있지 않으므로 불완전한 역사적 증거 등으로 성경의 권위나 의미를 손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4. 5항은 “우리는 교회의 증거로 감동과 인도를 받아 성경을 높게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라고 교회가 성도들에게 성경의 자증성을 잘 가르쳐야 하며 회중들은 교회의 증거로 성경을 더 높게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교회의 가르침 또한 중요하게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교회는 감추어져 있는 성경의 특성들을 교인들에게 잘 가르쳐 성도들이 자신의 이성과 교회의 판단보다 성경 자체의 권위를 더 존중하고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가 가르쳐야 할 성경의 권위를 입증하는 특성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용의 천상적 성질(하늘에 속한 진리를 다룸)
2) 교리의 유효성(성경은 공허한 진리가 아니라 확실한 효력을 발휘한다)
3) 문체의 장엄성
4) 모든 부분의 일치(여러 시대에 수많은 저자들이 기록했음에도 성경의 모든 부분은 서로 일치하며 상호 간에 모순이 없다)
5) 전체의 의도(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6) 구원의 유일한 길을 완전하게 전개하는 방식
7) 비할 바 없는 수많은 탁월성과 성경의 전적 완전성
6. 교회가 가르치는 이 모든 내용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풍성하게 증언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오한 진리와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한 완전한 설복과 확신은 말씀을 수단으로, 또한 그 말씀과 더불어 우리 마음에 역사하시는 성령의 내적 사역에서 옵니다. 우리는 교회나 말씀 사역자의 지도를 받아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확신할 수 있지만, 그 확신은 부실한 확신일 뿐입니다. 신자들은 이 부족한 확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성령의 내적 증거를 통해 온전한 확신에 이르도록 기도하면서 성경을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7. 이처럼 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이 말씀이라고 믿지만, 로마천주교는 성경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합니다.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전승, 그리고 교회의 교도권을 성경과 같은 권위로 인정하고 심지어 성경보다 교회의 권위를 더 우위에 두는 입장입니다.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에는 하나님의 말씀도 들어있다고 말하며, 실존주의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고 하여 성경의 자증성을 부정합니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따라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여기에 신앙의 사활이 걸려 있기에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장이 가르치는 대로 성경의 자증성을 믿고 이 교리를 수호하고 잘 이어가야 합니다.
8. 6항과 7항은 성경의 필수 교리와 명료성에 관한 설명입니다. 모든 성경이 다 하나님의 특별한 계시를 기록한 말씀이지만 성경에 있는 전부를 알아야 구원받는 것이 아닙니다. 6항은 성도들이 성경에서 꼭 알아야 할 필수교리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신자의 구원과 믿음과 삶에 관한 하나님의 모든 뜻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두 가지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명시적인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합당하고(선하고) 필연적인 추론으로 알 수 있도록 기록되어 있습니다.
9. ‘선한 귀결’(good consequence)은 성경 전체의 교훈에 일치하는 결론을 의미하고, ‘필연적 귀결’(necessary consequence)은 거듭난 이성을 활용하여 성경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내린 합리적인 결론을 가리킵니다. 청교도가 행위언약을 증명하기 위해 특정 본문을 사용하기보다, 성경 전체의 증거를 통해 논리적 귀결을 도출한 경우와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에서 자녀는 부모의 명예를 손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도 선하고 필연적인 귀결의 한 예입니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의 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스코틀랜드의 청교도 목회자 길레스피는 성경을 해석하기 위해 사람은 논리적인 연역을 활용하여 결과를 얻어야 하며,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힘이 아니라 그 귀결이 하나님의 진리의 뜻이기에 믿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성도는 거듭난 이성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을 굳게 세워야 합니다. 참된 이성과 믿음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중생한 이성은 믿음을 튼튼하게 만듭니다.
9. 성경에 명시적으로 기록된 것과 합당하고 필연적인 추론에서 나온 교훈 외에는 성령의 새로운 계시이든 사람의 전통이든 어떤 것이라도 어느 때에라도 덧붙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성령의 새로운 계시를 부정하는 우리도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성령의 내적 조명이 필수 불가결함을 인정합니다. 또한, 6항의 후반부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 교회의 치리, 인류의 행위와 공동체에 공통적인 사안 등은 항상 준수해야 하는 말씀의 일반 법칙들을 따라, 본성의 빛과 신자의 분별력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10. 7항은 구원을 위해 반드시 믿고 준행해야 하는 내용은 어떤 성도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성경에 일관성 있고 명료하게 계시되어 있다고 6항에 잠시 언급했던 성경의 명료성을 다음과 같이 더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성경에 있는 모든 것은 자체로서 똑같이 명백하지도 않으며 만인에게 똑같이 분명하지도 않다. 그러나 구원을 위하여 반드시 알고, 믿고 준수해야 할 바는 성경의 여러 곳에 아주 분명하게 공표되었고 열려 있기 때문에 배운 자든 못 배운 자든 통상적인 방편을 합당하게 사용하여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11. 성경은 명료성은 성경의 모든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다 명료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경에는 어려운 내용도 있고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원에 관한 필수적인 교리는 비밀스럽게 감추어지지 않고 배운 자든, 못 배운 자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성경은 명료합니다. 영지주의는 성경의 참된 의미는 특별한 영적 지식을 가진 사람만 알 수 있다고 초대교회 신자들을 미혹했습니다. 오늘날 자신들만 특별한 성경의 해석방법인 비유 풀이를 갖고 있다며 성도들을 미혹하는 신천지도 그 아류입니다. 이런 이단들로부터 교인들을 지키려면 교회는 교리공부를 통해 성경의 명료한 구원의 진리를 잘 가르쳐야 합니다. 정말 성경의 명료성을 믿는다면 어린이에게도 마냥 재미있는 성경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앞서 성경의 필수교리를 가르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