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니 내가 그를 눈여겨본 것이 2024년 11월 26일부터 이었나 보다. 우연히 켜 놓은 Tv화면에 어떤 가수가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난 뭔가 하다가 시선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노랫말은 도종환 시로 들어본 듯했고 멜로디는 낯설었다. 그의 눈빛은 슬픔을 토해내고 씰룩 늘어뜨린 어깨는 헤어짐의 아픔을, 흐느껴 울부짖으며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짐승 소리인지 사람 소리인지 모를 구음과 청명해서 가녈픈 상여소리는 나를 먼 옛날 어느 곳으로, 아니 어느 미래의 날로 보내놓고 넋을 잃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그의 음악은 내 유튜브 알고리즘 첫 번째로 링크되었고 일주일 후에 있을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현가2)은 요란한 썸네일과 쇼츠로 본방을 기다리게 했다.
어느새 그의 흔적이 담긴 영상들은 내 휴대폰에 줄줄이 대기 상태로 순서를 기다린다. 연화사, 칠곡사 등 많은 사찰 행사에서, 무슨 무슨 노래교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했다. 관객을 앞에 둔 그의 몸은 신들린 듯 흔들다가도 숨죽이는 노랫말에 강렬한 눈빛을 쏟아낸다. 우리나라에 축제가 엄청 많다는 것을 그의 영상을 보며 알게 되었다. 양파축제, 고추축제, 시장축제 등 거기서 그는 개구쟁이처럼 장난도 치고 게걸스럽게 먹기도 하며 골목 골목을 누비고 있다. 퍼스널 컬러를 무시한 반짝이는 옷과 솔직하고 걸쭉한 입담은 모두를 무장해제하게 하고 옆집 총각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달빛이 사랑인가 사랑이 달빛인가’ 간드러지는 목청으로 부르는 창부타령은 또 어떤가 처음으로 민요를 제대로 감상해 본다. ‘자진아리’라는 아씨와 머슴의 사랑 노래에선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발견한다. 얼마나 구수하고 서글픈지 내 안에 국악 DNA 가 있었음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기를 며칠째 현역가왕2 오디션 노래의 늪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경연곡 ‘실비오는 소리에’, ‘빗물’은 수없이 듣고 또 듣고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가사 한음절 한음절을 꾹꾹 눌러 툭 던져 놓고 멀어진다. 누군가는 설레어 뛰는 가슴으로, 누군가는 그리워 멍드는 가슴으로 노랫말을 붙들게 한다. 어떤 노래던지 자신만의 노래로 색깔을 바꾸는 기술자!
알고리즘은 집요하다. 그가 조잘대는 수다를 날것으로 들을 수 있는 불교방송 영상을 내 눈에 포착되게 했다.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오늘따라 신승태’ 라는 DJ 프로그램까지 접수된 것이다. 거기서는 그가 평상시 쓰는 말투, 제스처, 표정이 낱낱이 드러나진다. 매주 목요일 라이브 방송에서, 이번주 경연곡 "실비오는 소리에 잘 불렀죠" " 진짜 잘 하죠?" "헤헤 빗물 어땠어요?" 하며 경연 하는 자신의 일상과 평소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내 준다. "태디님 오늘 멋져요!" 댓글에 바로 반응한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부가 어떻고 옷이 어떻고 화장발이 하면서 좋아한다. 그런가하면 "신발 75문을 주문했어요. 몰라요? 문수?” "헤헤, 나 옛날사람.." "요즘에 비우고 사는거 있죠? 그거 뭐라고 해요? 유식한 말로.." 수다스럽지만 해맑다. 정제 되지 않은 언어 습관이지만 정겹다. 달변가는 아닌데 말이 재밌다. 표정을 꾸미지 않아 솔직하다. 음악 코멘트는 전문적이다. 댓글을 읽으려 정숙이님~, 목동님~, 룰루랄라님~ 부르는 멘트가 사랑스럽다.
그는 어려서부터 장구나 꽹과리를 가까이했다고 한다. 대학에서의 전공 또한 ‘타악’인 이유인 거 같다. 경연 막바지 탑10 선발전에 그의 필살기를 볼 수 있었다. 그 긴장되는 경연에서 그가 말한다. "제가 꽹과리를 칠 것인데 놀라지 마세요!" 꽹과리를 들고 나온 그는 고인이 된 송대관의 '네박자'를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저었다.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으로 시작되는 곡조는 슬펐고 처량했으나 친근하고 따뜻했다. 노래가 절정에 다다를 즘 꽹과리 소리는 슬프고 처량함을 떨쳐 버리려는 듯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의 손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그는 흔들려 실루엣만 보일 뿐이다. 소리는 바닥을 치고 벽을 쳤으며 천정을 찌를 것 같았다. 살풀이 도가니 같은 무대는 고인의 넋을 달래는 추모제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열광했으며 점수도 최고점을 받았고 뉴스 기사도 폭발적이었다. 그의 모든 역량으로 녹여낸 최고의 무대 영상을 난 오늘도 보고 또 본다.
경연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 신곡 미션에서 ‘증거’라는 노래로 탐정이 된 그는 팔색 매력을 보여주었다. 천연덕스럽게 돋보기를 갖다 대며 증거를 찾는 모습은 연기와 개그도 연마한 듯하다. 그뿐이랴 파이널 라운드 경연 '사랑은 생명의 꽃' 점수는 “최고100 최저 99’라는 신화를 낳았다. " 나는 가진 것이 없어요, 그대 사랑하는 마음 하나뿐"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하다.
무대를 가지고 논다, 노래를 가지고 논다, 관객을 가지고 논다. 인생의 생로병사와 우여곡절을 아는 감성의 장인, 그때그때 새로운 변신을 할 줄 아는 야생마 스타일. 연예인에게 꼭 필요한 똘끼와 넉살과 입담 소유. 길쭉해서 시원한 외모~
모두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의 매력이 어디까지인지 난 쭉 지켜볼 거다. 그가 용솟음치는 날이 코앞임을 예감하며.
2025. 2. 27. 따라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