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화쟁도서 독후감 공모전 심사총평∥심사위원장 허우성
6인의 심사위원들이 정한 심사원칙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첫째 간디 관련 서적을 읽은 흔적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여, 영화감상을 독후감으로 제출한 것은
수상작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내용에서는 간디의 사상에 대한 단순 기술보다는 그것을 자신의 삶과 주변에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담긴 것에 주목하기로 했다.
원효의 화쟁사상을 본격적으로 서술할 것을 필수요건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초등부 심사와 중고등부 심사는 이견 없이 대상, 특상, 금상 등을 정할 수 있었다.
일반부 심사에서는 상당한 이견이 있었으나 심사에서도 ‘화쟁’의 정신을 발휘해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각 부문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독후감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이런 소개는 이번 공모전이 그 목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도 있다.
먼저 초등부의 대상작으로 선정된 ⟨간디의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서 박호원 군은, 4학년 학생으로서
간디의 생각과 행위를 형제자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미움을 해소하는 데 적용하고 있었다.
간디를 잘 배워서 가정과 학교, 이웃 간의 폭력을 줄이고 대신 이해, 사랑, 용서를 실천하려는
구체적인 사례를, 또래에 어울리는 언어로 잘 표현했다.
중고등 부문에서 대상으로 뽑힌 ⟨비폭력과 사랑의 승리⟩를 제출한 황예균 양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여중 1년생이다.
철원 민통선 마을을 고향으로 둔 할아버지의 손녀로서, 황양은 남과 북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에 비교해서 전쟁, 군인, 지뢰를 만든 인간이 얼마나 부자유한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간디가 있었다면 북한의 미사일과 남한의 사드로 동시에 장님이 되어가는
남북한 모두를 꾸중했을 것이라고 말해서,
남북한의 엄중한 대결에도 간디의 비폭력 평화사상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일반부의 대상작인 ⟨우리 시대의 백신, 간디 “화쟁을 말하다”⟩는 현직교사 남대성님의 글이다.
그에게 간디는 ‘백신’이다.
그것은 부조리한 사회에 대드는 방법이 분노와 증오가 아니라
비폭력과 평화여야 한다는 점을 간디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였다.
그에게 폭력 행위자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좀비와 같다면,
그것을 치유하는 것은 바로 ‘간디라는 백신’이다.
이 글에서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간디가 간 길은 위인들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그의 신념,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하겠다는 의무의 자각이다.
간디는 권리 주장에 앞서 의무 수행이 선행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상 수상작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독후감은 분노,
증오와 폭력의 자리에 이해, 사랑, 용서를 세우고, 전쟁보다는
평화를, 권리 추구보다는 의무 수행이라는 가치를 높이 드러내고 있었다.
공모전의 목표가 이런 가치를 개인에게 먼저 실천하게 한 다음 사회에 확산하게 하는 것이라면,
수상작들은 그 목표를 이미 구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공모전이 계기가 되어서 우리 불교도들은 화쟁사상과 간디의 비폭력 평화사상을
본격적으로 비교․연구하고 실천함으로써,
한국불교가 스스로 면목 일신하고 마침내 평화로운 한반도 건설에 진실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심사총평을 마치기로 한다.